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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93화 (194/1,336)

#193

휘이잉-

바람을 타고 빠르게 활강하던 니케가 광화문 지역을 지나갈 때, 갑자기 보이지 않는 벽이 나타난 것처럼 바람이 요동쳤다.

휘리리릭-

요동치는 바람에 니케의 작은 몸이 흔들렸다.

킥, 키킥-

니케가 깜짝 놀라 빛의 날개막에 힘을 모으는 순간.

냐아앙-

하늘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니케는 날개막에 모은 힘으로 반사적으로 공간을 뛰어넘었다.

빛이 깜빡이는 순간 니케의 몸이 사라졌다가 멀리서 나타났다.

파스슥-

그러나 니케가 나타나는 위치에 어느새 자리한 삼색 고양이!

삼색 고양이의 앞발 내려치기가 니케에게 작렬했다!

평범해 보이는 앞발 내려치기.

그러나 이 내려치기가 니케에게 닿는 순간, 엄청난 빛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아앙-

섬광이 번뜩이고 굉음이 울리는 순간.

니케는 내려치기 일격에 땅으로 떨어졌다.

킥-

엄청난 속도로 떨어진 니케는 광화문 게이트 지역 전체를 휘감은 뿌연 안개, 마력장 왜곡 장치가 만들어낸 분리 필드와 접촉했다.

순간 분리 필드 위를 흐르던 푸른 번개가 니케의 전신으로 빨려들었다.

파스스슥-

미약하게 자라났던 빛의 날개막이 확 밝아지는 순간 니케는 번쩍 눈을 떴다.

전신을 흐르는 엄청난 힘!

니케는 직감했다.

'잃어버린 힘이 돌아오고 있다!'

니케의 시선이 하늘에 떠 있는 삼색 고양이에게 향했다.

킥, 키키킥-

니케는 번쩍 두 팔을 들어 빛의 날개막을 만들어냈다.

콰르릉, 쿵, 쿵, 쿵-

순간 엄청난 양의 정제 마석으로 만들어낸 분리 필드가 니케의 빛의 날개막으로 흡수됐다.

파스스슥-

빛의 날개막에서 줄기줄기 솟구치는 작열하는 번개!

번개를 휘감은 니케는 하늘로 날아올라 삼색 고양이와 싸우기 시작했다.

쾅, 쾅, 쾅-

밤하늘에서 작렬하는 섬광과 굉음!

냐아아아-

킥, 키키킥-

고양이와 다람쥐의 울음소리가 터질 때마다,

하늘이 무너질듯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쿠르르르릉-

누구도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전투.

그러나 광화문 광장 일대는 대한민국 헌터업의 중심지였다.

한밤중이었으나 광화문 광장에는 헌터들이 가득했고,

광장 주위에는 대형 길드가 자리한 성채 빌딩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쿠르르릉, 쾅-

세 번째 굉음이 울렸을 때,

사방에서 긴급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위이이잉-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광화문 게이트 지역을 지키는 서울 헌터 부대 특임대였다.

강력한 서치라이트가 하늘을 밝히고 게이트 지역을 두른 성벽 위 마력건이 하늘로 겨눠졌다.

이 사이 광화문 광장의 사람들이 성채 빌딩으로 달리고 성채 빌딩에 새겨진 마력 회로가 작동했다.

외벽과 창에 마력장이 생겨나는 순간, 성채 빌딩 1층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사람들.

이때 대피하는 사람들과는 반대로 다급히 달려 나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성채 빌딩에 자리한 대형 길드의 당직 헌터들이었다!

“2차 서울 사태?!”

“서울이 뚫린 거야!?”

"빨리! 긴급회선 확인해라!"

"마력 각성자! 바로 광역 스캔 뿌려라!"

...

몇 달 전 동대문 게이트 소멸로 서울이 뚫린 일을 기억한 헌터들은 다급히 외치며 순식간에 포메이션을 짰다.

쿠르르릉, 쾅-

이때 밤하늘에서 섬광이 번쩍이고 굉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대기를 떨어 울리는 거대한 울음소리!

냐아아앙-

킥, 키키킥-

광화문 광장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소리가 들려오는 하늘로 향했다.

그리고 이들 모두는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섬광에 밝혀진 밤하늘.

거대한 고양이와 거대 다람쥐가 격렬히 싸우고 있었다.

냐아아아-

고양이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후우우웅-

하늘에 생겨나는 거대한 소용돌이!

그러나 이글거리는 뇌전을 휘감은 다람쥐가 휙 지나가는 순간 거대한 소용돌이는 작렬하는 뇌전에 허깨비처럼 사라져 버렸다.

킥, 키키킥-

냐아아아앙-

그리고 충돌해 뒤엉켜 싸우는 거대 다람쥐와 거대 고양이.

다람쥐는 어떻게든 고양이를 깨물려 했지만,

다람쥐의 입이 가까이 갈 때마다 보이지 않는 벽이라도 있는 듯 머리가 막혔다.

"비행 괴수!?"

"동물형 거대 괴수가 있었나?"

"잠깐 저 고양이! 뽀미 같은데?!"

"뽀미가 거대화 능력도 있던 거야!?"

...

대한민국의 헌터 중에 뽀미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거대 고양이가 뽀미라는 걸 확인한 순간, 헌터들은 바로 움직였다.

"뽀미를 지원한다!"

"마력 각성자 메즈기 준비해라!"

...

포메이션을 짠 헌터들의 화력이 거대 다람쥐에게 쏟아지기 직전, 헌터용 긴급회선에 명령이 들어왔다.

"공격 중지!"

"모두 공격 중지!"

다급한 외침이 사방에서 터져 나오고 곧 설명이 이어졌다.

"헌터 부대에서 긴급 명령이 들어왔습니다! 헌터들 전원 현 위치 대기. 일체의 적대행위 금지 명령입니다!"

"아니, 뭔 헛소리야!"

"뽀미가 거대 괴수랑 싸우고 있는데 보고만 있으라고!?"

"비행 괴수가 다른 곳으로 새어나가면 대참사가 일어나!"

곳곳에서 헌터들이 분통을 터트렸으나 명령은 번복되지 않았다.

곧 광화문 게이트 지역을 두른 성벽 위 마력건도 제자리로 돌아가고, 광화문 광장 주위의 모두는 하늘에서 일어난 전투를 바라만 봐야 했다.

이때 광화문 성벽 위, 서울 헌터 부대 박찬석 준장은 긴급회선으로 공격 중지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공격 중지라니까! 병력이동 금지! 비상도 걸지 마라! 제자리에서 대기만 해!"

명령을 끝낸 박찬석 준장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하늘을 봤다.

그냥 거대 괴수도 아닌 비행 괴수가 나타나다니!

비행 괴수는 그 기동력 때문에 잡는 게 극도로 힘들다.

그런데 운 좋게도 뽀미가 비행 괴수를 잡아두고 있어서 그사이 화력을 쏟아부으려 했는데···.

이때 헌터 부대원 한 명이 다급히 달려왔다.

"15 비행단에서 출격 금지 명령. 다시 확인 요청 왔습니다!"

박찬석 준장은 바로 고개를 돌려 군으로 돌아온 자신의 상급자를 봤다.

"특임 소장님. 저거 정말로 안전한 겁니까? 혹시 모르니. 뽀미가 잡고 있을 때 선제공격을 하는 게···."

"저거 싸우는 거 아니야."

"네?!"

박찬석 준장이 반문하자,

군으로 돌아온 특임 소장 이세영이 하늘을 가리켰다.

"나도 어이없는데···. 지금 뽀미 싸우는 게 아니라 신나하고 있어. 잘 들어봐라."

"..."

전투 상황에서 이세영 특임 소장의 직감은 예지나 다름없었다.

박찬석 준장은 뽀미와 비행 괴수 간의 전투가 벌어지는 하늘에 집중했다.

쿠르르릉, 쾅, 쾅, 쾅-

뇌전을 휘감고 하늘을 나는 거대 다람쥐.

마찬가지로 거대해진 육체로 연속 순간이동을 하며 앞발을 날리고 꼬리를 휘두르는 고양이, 뽀미.

냐아, 냐아앙-

그리고 다시 한번 뽀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을 때,

박찬석 준장도 깨달았다.

울음소리에서 느껴지는 즐거운 감정!

이세영 특임 소장은 하늘을 보며 말했다.

"국민대 뽀미, 어린이 대공원 콩콩이, 서해···. 새로운 각성 동물이 태어난 거 같다. 이번엔 하늘다람쥐인가···."

박찬석 준장의 얼굴이 환해졌다.

이세영 특임 소장이 언급한 각성 동물 모두 규격 외의 각성 능력을 갖췄다!

저 거대 다람쥐의 능력이 뽀미 아니 콩콩이 정도만 돼도, 사실상 안정화 권역이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가 있었다!

박찬석 준장은 환해진 얼굴로 상급 부대와 헌터부에 연락했다.

그리고 잠시 후.

쾅-

어느새 힘을 모두 쓰고 작아진 니케는 뽀미의 꼬리치기에 맞고 하늘에서 떨어졌다.

킥, 키킥-

'한 번도 물지 못하다니!'

니케는 분통을 터트렸으나 더는 남아있는 힘이 없었다!

휘이이-

빠르게 떨어지던 니케는 분리 필드가 사라진 광화문 게이트 지역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원래대로 작아진 삼색 고양이 뽀미는 고개를 갸웃했다.

집을 나갔다가 돌아온 새끼 고양이가 친구의 친구라고 말했던 다람쥐.

재밌게 놀아주고 있던 다람쥐의 기척이 갑자기 사라졌다!

냐아아-

한동안 다람쥐를 찾던 뽀미는 작게 한번 울고 핏- 장거리 공간이동으로 광화문 하늘에서 사라졌다.

뽀미가 사라지고 한참 후 광화문 광장과 그 인근 지역이 소란스러워졌다.

환하게 밝혀진 가로등과 게이트 지역 성벽에 쏘아지는 서치라이트.

대낮처럼 밝혀진 광화문 광장과 주변 지역을 헌터부 공무원과 헌터 부대 군인들 그리고 인근 성채 빌딩에서 동원된 헌터들이 샅샅이 훑었다.

그리고 여기에 강제동원된 헌터에는 며칠째 철야 근무를 하던 김철수와 4인조 헌터도 있었다.

"종류도 모르는 각성 동물을 찾으라니···. 이게 무슨 난리야. 바빠 죽겠는데."

김철수가 어이없다는 듯 말하는 순간.

경쟁하듯 아부하는 4인조 헌터들.

"맞습니다. 사장님!"

"힘드실 텐데 사장님은 좀 쉬시죠."

"맞습니다. 이런 일은 저희한테 맞기고 눈이라도 좀 붙이세요."

이때 정보를 얻으러 갔던 엠마가 돌아오며 외쳤다.

"사장님! 각성 동물 ‘하늘다람쥐’랍니다! 찾기만 하면 현금으로 10억 꽂아 준다는데요!"

"뭐? 10억!?"

야근에 찌들어 있던 김철수가 눈을 빛내며 외쳤다!

"우리가 찾는다!"

그리고 환하게 날이 밝아올 때까지 김철수와 4인조 헌터, 수많은 헌터부 공무원과 헌터 부대원, 인근 성채 빌딩의 헌터들이 광화문 광장과 인근 지역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각성 다람쥐 니케는 광화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니케는 광화문 게이트 지역으로 떨어져 게이트 안정화 장치 위를 데굴데굴 구른 후 광화문 게이트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으니까.

하늘 고래를 찾아가던 니케는 갑자기 나타난 뽀미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게이트를 지나 신서울로 넘어가 버렸다.

---

캠핑장에서 화물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

라디오에서는 어젯밤 갑자기 나타난 각성 동물로 난리였다.

-새로운 각성 동물이 나타났습니다. 종류는 하늘다람쥐로 추정되고 발견 포상금 10억이 걸렸습니다. 하늘다람쥐를 목격하신 분은 헌터부···.

발견 포상금 10억!

새롭게 나타난 각성 동물은 천문석이 있던 북한산 방향에서 나왔다고 했다.

10억원이 머리 위를 지나갔는데,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잠을 잤다!

천문석이 어이없어할 때,

조수석에 탄 특급 헌터가 고개를 갸웃했다.

"알바. 어젯밤 이상하지 않았어?"

"뭐, 너 혹시 어젯밤에 하늘다람쥐 봤냐?"

천문석이 깜짝 놀라 묻자 고개를 휙휙 젓더니 팔과 어깨를 만지는 특급 헌터.

"그게 아니라. 어젯밤에 꽁꽁 묶여있는 꿈을 꿨는데···. 깨어나니까 꿈이랑 같은곳이 저려!"

순간 운전석의 천문석은 뒷좌석에서 전화 통화 중인 장민과 눈이 마주쳤다.

입가에 손가락을 올리고 쉿- 입 모양으로 말하는 장민.

"앗!"

이때 들려오는 특급 헌터의 깜짝 놀란 외침!

천문석이 혹시 들켰나 싶어 흠칫할 때,

특급 헌터의 기대 섞인 외침이 들려왔다.

“설마? 맞아! 그게 분명해!”

“...”

“알바! 내가 각성몽을 꾼 거 아닐까!?”

얍, 얍-

얍, 얍-

갑자기 손을 휘두르다가 상의를 휙 벗는 특급 헌터.

“어때? 나 좀 달라진 거 같아?”

순간 화물차 뒷좌석에 나란히 앉은 류세연과 장민, 한경석이 웃음을 터트렸다.

흐흐흐-

후후훕-

......풉-

특급 헌터의 등에 선명히 남아있는 이불 자국을 보고 웃은 것.

그러나 옷을 벗은 특급 헌터는 심각했다.

"알바! 자세히 봐봐! 나 달라진 거 없어 보여!?"

천문석은 특급 헌터의 벗은 상체를 쓱 훑어보고 대답했다.

"너 피부가 많이 탄 거 같은데? 선크림 더 바를 걸 그랬다."

"그거 말고!"

"그거 말고? ...배가 좀 나온 것도 같은데?"

"고기를 많이 먹어서 그런가?"

문득 배를 만지며 고개를 갸웃하는 특급 헌터.

이때 전화를 끊은 장민이 끼어들었다.

"엄마가 확인해 볼게."

장민은 특급 헌터의 팔다리와 가슴, 등을 꼼꼼히 확인했다.

"어때? 나 각성한 거 같아?"

특급 헌터가 기대 어린 목소리로 묻는 순간,

장민은 손가락으로 특급 헌터의 등을 쓱 문지르며 외쳤다.

"너 몸 제대로 안 씻었구나! 샤워 제대로 안 했지?!"

"앗!"

특급 헌터는 깜짝 놀라 재빨리 대답했다.

"아냐! 나 엄청 열심히 했어. 알바랑 목욕탕도 갔었다니까! 그렇지 알바!?"

"맞습니다. 한 시간이 넘게 열심히 목욕했습니다!"

천문석이 바로 대답했지만,

장민은 여전히 의심의 눈으로 특급 헌터의 상체를 살폈다.

"안 되겠어. 너 오늘 집에 가서 엄마랑 목욕하자! 때 밀어야겠어!"

"아냐! 나 알바랑 목욕탕 갔어! 아니 갈 예정이야! 동네 목욕탕 가서 2시간! 아니 3시간 놀다가. 아니, 노는 게 아니라 열심히 빡빡 씻고 올게!"

위기 상황, 특급 헌터는 횡설수설 다급하게 외쳤다.

장민의 시선이 천문석에게 향했다.

"그런가요?"

"네! 특급 헌터의 말이 맞습니다. 저랑 같이 목욕탕에 갈 예정···."

순간 류세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내려주고 바로 게이트 넘어간다고 했잖아?"

"아···."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봤다.

“미안···.”

“...”

특급 헌터는 힘없는 표정으로 조수석 위에 널브러졌고 잠시 후 화물차는 옥탑방이 있는 건물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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