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
"뭐야?! 특급 헌터 온 거 어떻게 안 거야?"
류세연이 깜짝 놀라 외치는 순간.
퐁, 퐁, 퐁-
우와아아아-!
특급 헌터가 나뭇가지 검을 마구 휘두르며 환호성을 질렀다.
천문석이 창문에 한우 선물세트를 번쩍 들어 보여준 것이다.
특급 헌터는 한달음에 옥상을 달려 문을 열고 들어와 정중히 배꼽 인사를 했다.
"다녀 왔습니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한우 선물 세트를 바라보는 특급 헌터.
“한우 선물세트!”
쓰으읍-
특급 헌터는 입가에 흐르는 침을 쓱 닦으며 외쳤다.
"알바! 역시 알바는 특급 알바야! 난 언제나 알바를 믿고 있었어!"
"이거 세연이가 받은 선물 세트인데?"
순간 류세연에게로 돌아가는 특급 헌터의 얼굴.
"세연! 역시 세연은 특급 세연이야! 난 언제나 세연을 믿고 있었어!!"
흐흐흨-
카캬캌-
카캬카-
류세연과 특급 헌터, 천문석.
세 사람은 동시에 웃음을 터트리고 재빨리 손발을 씻고 상을 차릴 준비를 했다.
“한우 조아! 아주 조아!”
특급 헌터의 한우송이 울려 퍼질 때,
천문석이 잠시 잊고 있던 걸 기억했다.
"야, 취소, 취소! 오늘 한우 구워 먹기는 취소다!"
"뭐! 알바! 그러면 안 돼! 한우는 취소할 수 있는 게 아냐!"
"맞아! 한우는 취소 금지야!"
깜짝 놀란 특급 헌터와 류세연이 외칠 때.
천문석은 휴대폰을 내밀었다.
"한우는 내일 여기서 먹자."
"취소는 안 된다니까···. 어?!"
분노하려던 특급 헌터는 깜짝 놀라 휴대폰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북한산 캠핑장?"
"여기도 갈 거야."
천문석은 화면을 스크롤 해서, 캠핑장과 같이 예약한 곳을 보여줬다.
"워터파크!?"
깜짝 놀란 세연이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차 가져왔다. 거기에 텐트랑 야영 장비도 있어. 한우는 내일 캠핑장에서 구워 먹자. 우리 내일 워터파크에서 놀고 캠핑도 한다."
"...!"
"...!"
순간 깜짝 놀란 류세연과 특급 헌터가 서로를 봤다.
"차로 놀러 간다고!? 그것도 캠핑장에 워터파크까지!? 특급 헌터 내가 들은 게 맞아?"
"세연. 나도 분명히 들었어! 알바가 내일 캠핑하고 워터파크 놀러 간다고 했어!"
하하핰-
우히힠-
짝, 짜자작, 짝짝-
동시에 웃음을 터트린 두 사람이 손을 잇달아 부딪쳤다.
세연은 밖으로 달리며 외쳤다.
"난 입을 옷이랑 가져갈 거 준비할게!"
"야, 하루만 있다 올 거야. 적당히 준비하고 같이 갈 사람도 있으니···."
류세연은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번개같이 옥상 문 너머로 달려가 버렸다.
이때 들려오는 특급 헌터의 행복한 목소리.
"진짜, 진짜! 진짜로? 캠핑 가는 거야? 워터파크도 가고!?"
"그런데 장철 헌터님이랑 장민 대표님 연락이 안 돼서 허락부터 받아야 해. 허락받지 못하면···."
"걱정하지 마! 내가 허락받을게!"
특급 헌터는 크게 외치더니 안절부절못했다.
"어떡하지! 뭐부터 준비하지? 야전삽, 후레쉬···. 가져갈 게 너무 많은데! 알바! 나 잠깐 집에 갔다 올게!"
특급 헌터는 재빨리 몸을 돌려 옥상을 뛰어가며 손목에 찬 시계에 외치기 시작했다.
"삼촌! 긴급사태야! 큰일 났어! 엄청 엄청! 중요한 일이야! 빨리 대답해!"
순식간에 사라진 류세연과 특급 헌터.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장 봐온 신선 식품과 한우 선물세트를 냉장고 안에 넣었다.
그리고 캠핑장과 워터파크에서 사용할 휴대용 가스버너와 돗자리, 식기와 옷가지를 챙겼다.
천문석은 잠시 생각하다가 게이트 너머로 가지고 갈 배낭도 같이 꾸렸다.
북한산 캠핑장에서 돌아온 후 바로 게이트 너머로 건너갈 생각이었다.
천문석은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전생에 밥 먹듯이 하던 노숙, 야영과 별다를 것 없는 캠핑.
그런데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리고 기대된다.
역시 겉모습이 같다고 해도 일과 놀이, 대하는 마음가짐에 따라 상황은 완전히 달라지는 법이었다.
하하하-
천문석은 즐겁게 웃으며 짐을 쌌다.
---
그리고 특급 헌터는 2시간 후 옥탑방으로 돌아왔다.
자기 몸이 통째로 들어갈 것 같은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너 그거 메고 여기까지 올라온 거야?!"
천문석이 깜짝 놀라 묻자,
특급 헌터는 커다란 배낭을 멘 채로 가볍게 뛰었다.
탁, 탁-
"이거 하나도 안 무거워."
"그럴 리가···."
천문석은 성큼 다가가 특급 헌터가 메고 있는 배낭을 들어 올렸다.
특급 헌터와 함께 휙 들리는 배낭.
"...!"
특급 헌터의 무게가 같이 실렸는데도 20kg이 조금 넘는 무게.
꼬맹이의 몸무게를 생각하면 팔에 걸리는 무게는 말도 안 됐다!
이때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게 있었다.
"이 배낭 혹시 장철 헌터님 배낭이냐?"
"맞아. 삼촌이 쓰던 배낭인데 여기에는 물건 많이 넣어도 하나도 안 무거워!"
특급 헌터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천문석은 배낭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말로만 들었던 경량화 마력회로가 새겨진 헌터용 배낭!
특급 헌터는 초고가의 헌터용 마력 배낭을 메고 나타났다.
그것도 안에는 짐을 가득 채우고 겉에는 모포와 야전삽, 전술 후레쉬 같은 헌터용 장비를 주렁주렁 매달아서.
"..."
천문석이 말없이 배낭을 바라보자,
특급 헌터가 의아한 듯 물었다.
"뭐 잘못됐어? 삼촌한테 듣던 대로 철저히 준비했는데?"
"...너 짐이 너무 많은 거 아냐? 우리 하루만 자고 오는데? 그리고 캠핑 가는 거잖아? 사냥이 아니라."
특급 헌터는 즉각 항의했다.
"최소한으로 넣은 거야! 필수적인 것만 챙겼다니까!"
천문석은 배낭에 매달린 망원경을 가리켰다.
"멀리서 도마뱀 나오면 이걸로 확인해야 해."
천문석은 배낭에 달린 야전삽을 가리켰다.
"삼촌이 전에 그랬는데 야영할 때 삽은 필수래. 배수로 파야 하거든. 배수로 안 팠다가 떠내려 갈뻔했어!"
"네가?"
"아니, 삼촌이!"
하아-
천문석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어느새 특급 헌터가 타고 있는 세발자전거를 가리켰다.
"너 혹시 그 자전거도 가져갈 거냐?"
"이건 내 몸이나 다름없어!"
즉각 대답하는 특급 헌터.
"...산속 캠핑장에서 세발자전거를 타겠다고? 워터파크도 갈 건데?"
"응! 특급 헌터쯤 되면 어디든 차량 이동이 기본이야."
특급 헌터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천문석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화물용 탑차를 타고 가니 짐을 실을 공간은 많았다.
천문석은 세발자전거를 들고 특급 헌터 꼬맹이와 함께 주차장으로 내려와 화물칸을 열었다.
"짐 검사는 합격입니까?"
조마조마한 표정의 특급 헌터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천문석.
"불합격인데. 그냥 실어라."
우와아아-
특급 헌터는 환호하며 화물칸으로 올라가 커다란 배낭을 구석에 벗어놨다.
천문석도 세발자전거를 들고 화물칸 안으로 들어가 고정 벨트로 단단히 고정했다.
그리고 화물차에서 내려서 물었다.
"너 그런데 어른들 허락받은 거 맞지?"
"당연하지!"
특급 헌터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시계를 조작했다.
순간 시계에서 들려오는 장철 헌터의 목소리.
-우리 집 꼬맹이 잘 부탁한다···.
"들었지?"
특급 헌터가 재빨리 시계를 끄려 할 때.
천문석은 번뜩이는 직감에 꼬맹이의 손을 낚아챘다.
"앗!"
특급 헌터의 당황스러운 외침이 터져 나올 때 시계에서 이어지는 목소리.
-...이렇게 말하면 된다고? 야, 그런데 무슨 일이야? 장민 분노하는 일 아닌 거 확실하냐?
"앗! 안돼! 듣지 마! 들으면 안 돼!"
-...너 저번에 자동차 사주고 삼촌 가지로 맞은 거 기억하지? 장민이 다음번에는 냉동 고등어로 찌른다고···.
특급 헌터는 몸을 흔들며 처절하게 외쳤다.
"너 진짜 허락받은 거 맞냐?"
"..."
특급 헌터는 대답 없이 시선을 피했다.
언제나 당당한 특급 헌터답지 않은 모습에 천문석은 상황이 짐작됐다.
얼마나 캠핑을 기대했는지 자기 몸보다 커다란 배낭을 메고 나타난 특급 헌터.
천문석도 어지간하면 그냥 데리고 가고 싶었다.
그러나 안전한 집에서 놀다가 자고 가는 것과 1박 2일로 캠핑장에 놀러 가는 건 전혀 달랐다.
"미안한데. 어른들한테 허락받지 않으면···."
특급 헌터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차장 바닥에 누워 두 손을 배 위에 가지런히 포개서 올렸다.
"...너 뭐하냐?"
"나 데려간다고 말하기 전까지 여기서 꼼짝도 안 할 거야."
"..."
"내 결심은 확고해!"
천문석은 고개를 돌려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차를 찾았다.
주차장 밖 공터에 주차된 장갑 SUV.
차량 밖에 서 있는 여자 경호원이 보였다.
키즈카페에서 몇 번 봤던 꼬맹이의 경호원이었다.
"경호원님!"
천문석이 부르자 바로 다가오는 경호원.
특급 헌터는 상황을 깨닫고 재빨리 외쳤다.
"멋진 작은 경호원 예쁜 누나님! 오면 안 돼! 멈춰! 정지! 사슴벌레 붙인다! 지렁이 먹일 거야! 개미 던진다!"
여자 경호원이 움찔 멈추는 순간.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잡아서 넘겨 주려고 했다.
그러나 손이 다가가기도 전에 낌새를 눈치챈 특급 헌터.
데굴, 데굴-
특급 헌터는 재빨리 주차장 바닥을 굴러 피했다.
"...다음에 같이 가자."
천문석이 타이르듯이 말하자,
특급 헌터는 즉각 외쳤다.
"인생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한 거야! 다음은 없어!"
이런 쓸데없이 철학적인 꼬맹이 녀석.
이때 상황을 파악한 여성 경호원이 꼬맹이 뒤로 휙 달려갔다.
엄청난 속도!
그러나 특급 헌터는 어느새 나뭇가지 검을 뽑아 바닥을 밀고 있었다.
퐁, 퐁, 퐁-
하늘 고래의 소리와 진동이 퍼져나가는 순간,
거짓말처럼 주르륵- 미끄러져 여성 경호원을 피하는 특급 헌터!
특급 헌터는 벌떡 일어나 얍, 얍- 소리치며 원숭이 같은 날렵한 움직임으로 화물차 타이어를 밟고 뛰어 지붕 위로 올라갔다!
특급 헌터는 화물차 지붕 위에서 나뭇가지 검을 흔들며 외쳤다.
퐁, 퐁, 퐁-
"난 여기서 절대 움직이지 않을 거야!"
특급 헌터의 단호한 외침이 퍼져 나갈 때,
장갑 SUV 운전석에서 제임스가 내렸다.
"제임스가 와도 소용없어! 나는 무조건 캠핑 갈 거야! 무조건이야!"
특급 헌터는 호기롭게 외쳤지만, 제임스가 다가오자 특급 헌터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제임스의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 있었다.
---
"대표님 전화다."
천문석은 제임스가 전해주는 휴대폰을 받았다.
-알바씨? 이 통화 보안 문제가 있어요. 이름 말하면 안 되고. 가능한 한 짧게 이야기해야 해요. 지금 특급 헌터에게 무슨 일 있나요?
"아닙니다. 사실은···."
천문석은 간략하게 지금 상황을 설명하고 전화를 끊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알바. 장민이 뭐라고 해?"
특급 헌터는 두려움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천문석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장민 대표님이 너 당장 내려오지 않으면. 우리 집으로 고등어 보내주신다는데?"
"고등엌!!"
깜짝 놀란 특급 헌터는 반사적으로 뛰어내렸고,
천문석은 떨어지는 특급 헌터를 잽싸게 잡아 바닥에 내려줬다.
"..."
특급 헌터는 말없이 화물칸으로 들어가 배낭을 메고 밖으로 나왔다.
터벅, 터벅-
커다란 배낭을 멘 특급 헌터는 힘없이 계단으로 걸어갔다.
"...너 배낭 메고 어디 가냐?"
"옥상."
"왜?"
"오늘은 이 배낭 가지고 옥상에서 잘려고."
"왜?"
"나는 캠프 못 가잖아···."
"왜?"
이 순간 특급 헌터는 폭발했다.
"으아악- 특급 헌터는 분노한다!"
특급 헌터는 단숨에 달려와 단단한 돌머리를 앞세워 펄쩍 뛰어올랐다!
휘이잉-
바람 소리마저 날 정도로 빠른 몸놀림!
그러나 몇 번이나 꼬맹이를 상대한 천문석은 돌머리가 닿기 전 특급 헌터의 허리를 잡아 번쩍 들어 올렸다.
분노한 특급 헌터는 짧은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외쳤다.
"얍! 얍! 이야압!"
천문석은 씨익 웃으며 물었다.
"야, 너 왜 분노하냐?"
"왜 자꾸 물어! 나만 캠프 못 가잖아! 세연이도 가고 알바도 가는데! 나만, 나만···!"
버둥거리던 팔다리가 축 늘어지고,
특급 헌터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나만, 나만···.”
으아, 으아아-
차마 말을 잇지 못할 때,
천문석은 고개를 갸웃했다.
"누가 그래? 캠프 못 간다고?"
"어. 어? 어!"
특급 헌터의 머리가 번쩍 들리고,
눈물로 그렁그렁했던 눈이 별처럼 반짝이는 순간.
천문석은 말했다.
"장민 대표님이 조심해서 잘 놀고 오래."
"...!"
바닥에 내려진 특급 헌터는 천문석의 다리를 꼬옥 안고 연이어 외쳤다.
"알바!"
"믿고 있었어!"
"알바가 해낼 줄 난 알았어!"
"키즈카페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알고 있었어!"
이때 건물 입구 현관에서 류세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뭘 믿어? 뭘 알고 있었다고?"
순간 세연을 향해 외치는 특급 헌터.
"알바가 특급 알바라는 걸 말야! 어?"
소리치던 특급 헌터가 멍한 얼굴이 되어 류세연을 봤다.
"세연 괜찮아?"
"아무 문제 없어!"
낑낑거리며 현관을 지나 화물차로 다가오는 류세연.
“...”
천문석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류세연은 양손에 캐리어를 두 개씩 잡고 앞뒤로 배낭을 메고 힘겹게 걸어오고 있었다.
"삼촌. 이거 좀 받아줘."
천문석은 류세연의 배낭을 받으며 외쳤다.
"야, 뭔 짐이 이렇게 많아! 하루짜리 캠핑이라니까? 이사하냐!?"
류세연은 즉각 항의했다.
"최소한으로 넣은 거야! 필수적인 것만 챙겼다니까!"
"..."
천문석은 특급 헌터를 봤고.
특급 헌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커다란 배낭을 내려놨다.
"나 짐 좀 뺄게. 생각해보니까 짐이 너무 많은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