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66화 (167/1,336)

#166

"드디어 모든 게 끝났다!"

천문석은 하늘을 향해 외쳤다.

병사들과 철검장의 무사들 모두가 이세기의 엄청난 위용에 놀라 모두 도망쳤다.

이세기의 위용에는 시간제한이 있었고 이제 곧 끝나지만 상관없었다.

“이제 나는 집으로 갈 거니까! 하하하-”

처음 던전에 들어왔을 때 예상한 것 이상으로 얻은 게 많은 알차고 보람찬 무림 던전이었다!

하하하-

천문석이 통쾌하게 웃을 때, 주호는 죽을상을 한 채 되뇌고 있었다.

"시바···. 시바···."

반으로 뚝 부러진 석비,

주위 암반 위에 쏟아진 대포알과 화살들.

여기에 무언가가 있다는 흔적이 너무나 분명하게 남았다!

게다가 수백 명의 병사와 무사들이 비밀통로 입구가 열리는 것을 봤다.

이제 이곳은 더 이상 '비밀' 수련장이 아니게 됐다!

이것만으로도 빡치는데,

통로에 가득 들어찬 호숫물!

입구가 열리면서 수위가 올라온 게 눈으로 보일 정도다.

으아아악-

주호는 괴성을 질렀다.

비밀 수련장에 있는 비급과 영약, 대환단을 모두 잃게 생겼다!

순간 분노한 주호의 몸이 빙글 돌아갔다.

이 모든 일의 원흉을 향해서.

천문석!

주호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담아 외쳤다.

"야, 이 새끼야! 너 때문에 이게 뭐야!?"

천문석은 흠칫 놀랐다.

눈에 핏발이 선 채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주호!

천문석은 순식간에 주호의 사정을 파악했다.

물이 찬 비밀 수련장.

주호는 비급과 영약 그리고 대환단을 모두 잃었다.

"야, 그러니까. 왜 호수 아래에다가 비밀 수련장을 만들어? 그냥 마제사 은신처처럼 적당히 산에다가 만들어야지. 쯧쯧쯧-"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의 시작이자 원인 제공자 천문석이 혀를 차는 순간.

주호는 머리끝까지 뻗쳐 오르는 열기에 시야가 붉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야, 이 씹!"

주호는 괴성을 지르며 달려가 천문석과 사생 결단을 내려 했다.

으아악-

그러나 주호가 달려가는 동시에 들려오는 불호 소리.

"아미타불···."

바라카스가 어느새 천문석 앞을 막아섰다.

"주 대협. 우선 진정하고···."

"끼어들지 말고 비켜라! 이 중놈아!"

분노한 주호가 버럭 소리 지르는 순간.

쾅-

눈앞에서 별이 번쩍였다.

주호는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지 못했다.

충격에 주춤주춤 물러서는 순간 불쑥 눈앞으로 튀어나오는 물건.

목탁!

바라카스가 산적같이 험상궂은 얼굴로 목탁을 두들기며 웃었다.

"허, 허, 허- 주 대협. 정신이 좀 번쩍 드시는지요? 딱, 딱, 딱-"

주호는 이제야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저 목탁에 머리를 맞은 것이다!

순간 눈물이 핑 돌고 가슴속에서 서러움이 밀려왔다.

'이런 쌍! 이제는 중놈한테까지 두들겨 맞다니!'

단혈철검 주호!

사자련의 청해성 지부장이자 철검장의 장주인 자신이 이제는 한낱 중에게 목탁으로 두들겨 맞는 처지가 됐다.

비무 한번 잘못 받아들였다가.

이게 무슨 개 같은 경우란 말인가?!

이게 모두 저놈 때문이다!

금권 개새끼, 천문석!

"야! 너, 이···!"

그러나 천문석을 노려보는 순간,

주호의 뇌리에 번뜩이는 게 있었다.

대환단.

아직 남은 대환단이 있었다!

눈앞의 천문석,

이 녀석이 대환단을 가지고 있다.

"천문석! 아니 금권 대협! 부탁이 있습니다!"

주호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간절히 외치자,

천문석은 호탕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그래 뭐든지 부탁해봐라!"

"그럼···."

기대감 어린 목소리가 들려올 때,

품 안에서 쓱 상자를 꺼내 드는 천문석.

"대환단 달라는 것만 빼고."

카캬카-

천문석의 비열한 웃음이 들려오는 순간,

주호는 말문이 턱 막혔다.

'이런 씹! 더럽게 눈치 빠른 새끼!'

주호가 다시 허리를 숙이며 어떻게든 비벼보려 할 때,

천문석의 깜짝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앗! 너 이럴 때가 아냐!"

"네?"

"지금 주철이 튀었잖아? 너 빨리 철검장으로 돌아가서 장원을 장악해야지!"

"...!"

주호는 깜짝 놀라 허리를 폈다.

가문의 비밀 수련장이 물에 잠기고 대환단을 잃어버린 충격에 깜박하고 있었다.

철검장!

주철이 도망친 사이에 철검장의 실권을 다시 잡아야 한다.

주호는 바로 몸을 돌려 달려가려다가 문득 멈춰섰다.

천문석이 들고 있는 상자에 꽂히는 주호의 간절한 눈빛.

대환단 없이 심마를 넘고 내상을 회복하려면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었다.

주호는 다시 한번 깊게 허리를 숙이며 평생에 걸쳐 가장 공손한 어조로 말했다.

"대환단을 빌려주시면 평생의 은인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대환단을 2배! 아니, 5배로 갚겠습니다! 그게 아니면 조금만 도와주시면 지금 당장이라도 대환단을 구할 방법이···."

“...”

천문석은 말없이 허리 숙인 주호를 봤다.

주호는 소림사 대환단을 언제든 꺼내올 수 있는 물건처럼 말하고 있었다.

하- 이 새끼.

마인드가 무인이 아니라 완전 도둑놈이네.

대환단 5개. 솔직히 좀 혹하긴 했다.

그러나 대환단은 하나만 있으면 되고 자신은 오늘 무림 던전에서 나간다.

신의 없는 주호에게서 대환단을 받아내기 위해 더는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허리 숙인 주호를 보니 아주 끈질기게 달라붙을 것 같다는 감이 왔다.

그래서 천문석은 발도 스님에게 눈짓했다.

척하면 척!

바로 목탁을 두들기는 발도 스님.

딱, 딱, 딱딱딱-

"허, 허, 허- 시주. 다시 한번 정신이 번쩍 들게 해드릴까요?"

순간 바로 옆에서 거드는 천문석.

"제가 보기에도 주호 이 녀석은 좀 맞아야 정신을 차릴 것 같습니다. 스님 앞에서 도둑질을 하겠다니! 그것도 선종의 본산 소림사를!"

쯧쯧쯧-

“...”

“야! 그리고 네가 양심 있으면 하나 있는 대환단을 빌려달라고 할 수가 있냐? 그렇지 않나요? 발도 스님.”

“아미타불···. 부처님이 보시기에도 그건 좀 아니죠.”

'이런 시바 새끼들!'

손발이 척척 맞는 천문석과 발도의 모습에.

주호가 모든걸 포기하고 철검장으로 달려가려 할 때.

문득 하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돌멩이. 이 대환단 돌려주겠다."

세 사람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려오는 하늘로 향했다.

이세기!

후광처럼 바람을 휘감은 이세기가 계단을 밟듯 허공을 밟고 내려오고 있었다.

초절정의 무인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가능하다는 능공허도!

이세기는 능공허도의 경공을 펼치면서도 자연스럽게 입을 열어 말까지 하고 있었다.

천문석은 내심 감탄했다.

아무리 자신의 검혼이 담긴 검을 가지고 있어도 저렇게 자유자재로 사용하다니.

역시 불세출의 천재 이세기!

천문석이 새삼스럽게 감탄할 때,

바라카스는 뚫어질 듯 이세기가 들고 있는 검을 바라봤다.

하늘 고래의 념이 담긴 천문석의 검!

...그런데 뭔가가 변했다?

바라카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열려는 순간.

털썩-

누군가 주저앉는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뒤이어 터져 나온 절절한 외침.

“이세기 대협! 감사합니다! 대환단을 양보해주시겠다니!”

아니, 이게 뭔 개소리야!?

“야, 누가 뭘 양보해?”

천문석이 어이없어하며 몸을 돌리는 순간 이어지는 주호의 절절한 외침.

“저 단혈철검 주호! 비무에서의 패배를 인정하여! 이세기 대협의 명성이 강호에 진동하도록 하겠습니다!”

천문석은 경악해서 주호를 봤다.

주호! 이 미친놈이 이세기에게 무릎을 꿇고 감동한 표정으로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제가 졌습니다! 패배를 인정합니다!”

순간 머리에 박히는 단어!

‘패배! 인정!’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려는 욕설.

그러나 욕을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우선 저 입을 막아야 한다!

천문석은 한달음에 뛰어 주호의 대갈통부터 갈겼다!

쾅-

크억-

"갑자기 왜 때려! 이 미친놈아!"

"주호! 그 말 당장 취소해라! 아니 그냥 기절해라!"

천문석은 미친듯이 주먹을 휘둘렀다.

쾅, 쾅, 쾅-

컥, 크억, 크아악-

그러나 주호는 계속 비명만 지를 뿐 기절하지 않았다.

"더럽게 튼튼한 새끼!"

천문석은 버럭 소리치는 순간 깨달았다.

'아차- 검혼의 힘을 안 깨웠구나!'

그러나 롱소드를 잡는 건 늦다!

천문석은 재빨리 주위를 훑었다.

바로 옆 넋 나간 얼굴로 서 있는 발도 스님의 손에 들린 목탁!

천문석은 바로 목탁을 낚아채 전력을 다해 주호의 대갈통을 후려쳤다.

콰아앙-

단단한 대추나무 목탁이 박살 나는 순간.

주호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부르르 떨다가 사지를 쭉 뻗고 쓰러졌다.

쿵-

"돌멩이. 너 갑자기 왜···?"

"시주. 주호는 왜···?"

이세기와 바라카스가 놀라 외칠 때,

천문석은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똑같은 하늘,

똑같은 느낌!

천문석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휴- 깜짝 놀랐네. 다행히···."

그러나 이 순간 기절한 주호에게서 느껴지는 감각!

“...!”

기절한 주호에게서 무언가가 떠나가고 있었다.

보이지 않지만 느낌이 온다!

-택시를 잡았는데 새치기를 당하고.

-승강장으로 달렸는데 지하철 문이 눈앞에서 닫힌다.

-그리고 우산 없이 동네 슈퍼에 왔는데 돌아가는 순간 쏟아지는 소나기.

이런 느낌을 천 배쯤 더한 감각!

가슴이 쿵, 쿵, 쿵- 울리고,

등골을 타고 소름이 달린다.

그리고 쭈뼛 솟아오르는 머리카락과 전신의 털!

불길한.

압도적인 불길함이 느껴졌다!

순간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하늘을 봤다.

이미 환한 대낮.

보일 리 없는 별들,

느껴질 리 없는 천기.

그런데 별이 보이고 천기가 느껴졌다.

“...!”

천문석은 깨달았다.

좆됐다!

주호가 진심으로 패배를 인정하는 순간.

'던전이 클리어됐다!'

이때 쓰러질 듯 휘청이는 바라카스 발도.

바라카스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하늘과 땅을 바라보며 외쳤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길이 끊기고 있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발도 스님? 돌멩이? 괜찮은거야? 갑자기 왜···?"

놀란 이세기가 외쳤지만,

천문석은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아서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

설원을 12시간이 넘게 달리고 온갖 개고생을 하며 막으려 했던 던전 보스 주호의 패배.

그게 지금 이 순간 이뤄졌다.

주호는 대환단을 얻기 위해 스스로 이세기에게 패배했음을 인정했고 던전은 클리어됐다.

허, 허, 허, 허-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때 귀에 들려오는 걱정스러운 목소리.

"돌멩이! 천문석! 너 괜찮냐?"

"..."

고개를 돌리자 걱정 가득한 얼굴로 자신을 보는 이세기가 보였다.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

진인사대천명.

최선을 다했으나 던전이 닫혔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천문석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미 무림 던전에 들어온 목적은 모두 이뤘다.

전생에 대한 의문을 해소했고,

정말 괜찮은 무림인 젊은 무사 이원과 흑사회주 여량위도 만났다.

게다가 덤으로 대환단을 얻고,

다시 보지 못하리라 생각한 전생의 친우 이세기도 다시 만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롱소드의 검혼을 깨웠으니까. 괜찮다!"

하하하하하-

천문석이 억지로 웃음을 터트릴 때.

흠칫 놀라는 이세기.

"어···?"

천문석은 의아한 얼굴로 눈앞의 친구를 살폈다.

뭐지, 이 불길함은?

이세기는 후광 같은 바람을 몸에 휘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는 롱소드를 들고 조용히 서 있었다.

보는 순간 느껴지는 이상한 껄끄러움.

"뭔가, 뭔가? 이상한데?"

천문석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이세기가 난처한 표정으로 다가와 롱소드를 내밀었다.

"천문석. 내 친구야. 할 말이 있다···."

“이세기, 너 뭐야? 갑자기 간지럽···?”

순간 천문석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롱소드.

삑삑이 검강 롱소드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이세기의 몸에서 후광 같은 바람이 느껴지는데,

롱소드에서는 퐁, 퐁- 하늘 고래의 소리와 진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천문석은 잽싸게 롱소드를 낚아채,

아득한 그리움이 담긴 단어를 외쳤다.

"내 통장!"

...미동도 하지 않는 롱소드!

천문석은 절절한 그리움이 담긴 단어들을 잇달아 외쳤다.

"통장! 일억원! 정산금! 정제 마석! 각성 헌터!"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는 롱소드!

천문석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꿈에도 그리던 자신의 최종 목적을 외쳤다!

"건물주!!"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게 대체 무슨···."

무림 던전이 클리어되더니,

이제는 롱소드에 담긴 검혼과 하늘 고래의 힘마저 대답하지 않는다!

"이게 무슨 일이야!?"

경악한 천문석이 하늘을 향해 외치는 순간.

이세기가 침통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올렸다.

휘이이-

이세기의 손에서 불어오는 바람.

시작된 곳 없이 불어오고,

끝나는 곳 없이 사라지는 바람.

이세기의 성명 절기, 창천무흔.

천문석은 한눈에 알아봤다.

롱소드를 잡고 있지 않은데도,

창천무흔의 수준이 확 올라갔다!

“너, 그거! 설마···!?”

천문석이 이세기를 보는 순간,

이세기는 참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빌려준 그 십자 검에 있던 무언가가 내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

순간 천문석은 어떻게 된 것인지 깨달았다.

자신의 롱소드에 담긴 검혼은 천검의 검혼이다.

천검, 이세기의 검혼.

이세기의 혼과 백, 마음이 담긴 분신!

수많은 빗방울이 모이면 하나의 강이 되듯.

천검의 검혼은 그 원류 이세기의 본질, 영혼육백과 하나가 됐다.

순간 떠오르는 의문.

아니, 그러면 하늘 고래의 힘은 왜 사라진 거야?

하늘 고래 이 녀석···.

설마 얼떨결에 같이 흡수된 건가?

순간 퐁, 퐁- 거리며 몬스터에게 이리저리 치이던 작은 하늘 고래의 모습이 떠오른다.

천문석이 모든걸 깨닫는 순간.

데에엥-

머리에서 종이 울렸다.

하늘이 기울어지고,

땅이 솟구치는듯한 감각이 느껴진다.

천문석은 엄청난 현기증에 쓰러질 듯 비틀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운이 트였구나, 좋아했는데···.

하늘의 저울이 이렇게 큰 한 방을 준비하고 있었다니!

"이런 쌍!"

천문석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터트리려 할 때.

휘유우우우-

너무나 익숙한 매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원을 그리는 매!

천문석은 화를 내려는 것도 잊고 굳어졌다.

흑기당!

흑기당이 움직였다면 당연히 극음도도 같이 움직인다.

극음도 이열이 근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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