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
"내가 마도 지존, 천마다!"
콰아아앙-
비처럼 쏟아지는 화살 소리를 묻어버리는 엄청난 고함!
이 순간 광풍이 몰아쳤다.
휘이이잉-
부서진 잔해와 쌓인 눈이 하늘로 치솟고,
엄청난 상승 기류에 비처럼 쏟아지던 화살 비가 반으로 쩍 갈라졌다.
"...!"
경악한 모두의 시선이 모이는 순간.
치솟는 잔해 속에서 나타나는 한 자루의 검!
주철은 한눈에 알아봤다.
천문석이 사용하던 십자 형태의 기형검!
"마도 지존?! 하! 잔머리를 굴리는구나! 모두 공격을 쏟아부어라!"
주철이 외치는 동시에 기형검이 하늘을 가리켰다.
쿠르르릉-
우렛소리가 들려오고.
휘이이잉-
바람이 거세진다.
엄청난 먹구름이 모여들어 순식간에 어두워지는 하늘.
“이건 대체!”
“하늘에 구름이 모여든다!”
...
돌연한 기사에 모두가 경악하는 순간.
“정신 차리고! 대포를 발사해라!”
상관의 명령에 포수들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콰아앙-
콰아아앙-
...
십여 문의 대포가 일제히 포격을 가했다.
이 순간 천천히 떨어져 내리는 기형검!
파아아아-
귀가 먹먹해지는 순간,
몸이 주저앉을 듯 거센 바람이 하늘에서 쏟아지고.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던 대포알들이 쏟아지는 바람에 일제히 땅에 처박혔다.
쾅, 쾅, 쾅-
단단한 화강암을 깨뜨리고 구르는 대포알들!
궁수와 포수들은 경악했다.
화살 비를 반으로 가르고,
쏟아지는 대포알마저 땅에 처박다니!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엄청난 위용.
"모두 공격을 계속해라!"
주철이 발작적으로 외치는 순간.
떨어지던 기형검이 문득 앞으로 겨눠졌다.
100여 장이 넘는 언덕 아래에서 겨눠진 검!
그러나 검이 겨눠지자.
목 앞에 검이 놓인 듯 섬뜩하고,
하늘에서 쏟아지던 바람의 방향이 변했다.
휘이이잉-
언덕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순간,
엄청난 위압감에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는 전신!
주철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이 순간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다급한 비명.
허억-
커억-
언덕 위에 깔린 수백의 궁수와 포수가 사색이 된 얼굴로 일제히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주철이 다급히 명령을 내리려는 순간.
언덕 위로 불어오던 거센 바람이 변했다.
휘이이잉-
거세게 비틀려 소용돌이치는 바람!
콰아아앙-
언덕 위에 폭풍이 몰아쳐,
깃대가 날아가고 눈과 돌이 솟구쳤다.
이때 누군가의 경악한 외침이 터졌다.
"저기. 저 사람!"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사람들은 돌이라도 된 듯 굳어졌다.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곳.
열십자 기형검을 든 사람 형체가 움직이고 있었다.
혼자서 수백 명의 무사와 궁수, 포수가 있는 언덕을 향해 걸어오는 한 사람.
언덕 위의 수백 명은 이 한 사람에게 압도됐다.
"지금···!"
"저 사람···?"
"하늘을 걷고 있어?!"
마치 땅인 것처럼 허공을 밟고 걸어오는 사람이라니!
자신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떠는 순간.
휘이이잉-
눈보라가 몰아치고.
후두두둑-
우박이 갑자기 쏟아져 내렸다.
마치 신장이 강림한듯한 엄청난 위압감!
이 순간 언덕 위의 병사들과 무사들 모두는 같은 생각을 했다.
폭풍을 휘감고 하늘을 걷는 존재!
저 존재가 언덕에 도착하는 순간.
모두 죽는다!
---
쿠르르, 쾅-
이 순간 섬광이 번뜩이고,
천둥 벼락이 떨어졌다.
이게 결정타가 됐다.
으아악-
"요괴가 나타났다!"
"마물이 나왔다. 도망쳐라!"
다급한 비명과 함께 언덕 위 병사들이 일제히 몸을 돌렸다.
어차피 뇌물을 받은 상관 때문에 끌려온 싸움.
병사들은 목숨을 걸고 싸울 생각이 전혀 없었다.
활과 대포조차 버리고 병사들이 도망치자.
철검장 무사가 다급히 달려와 주철 앞에 부복했다.
"대공자! 몸을 피하셔야 합니다!"
"이럴 리가···. 이럴 리가 없다···."
주철은 넋이 나간 얼굴로 허공을 걷는 사람을 봤다.
엄청난 폭풍에 흐릿하게만 형체만 보이는 사람.
그러나 들고 있는 십자 기형검 만큼은 너무나 분명히 보였다.
천문석!
폭풍을 휘감고 하늘을 걷다니,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기사!
천문석이 저 정도의 고수라고!?
짐작도 못 한 상황에 주철의 전신이 덜덜덜 떨릴 때.
머릿속에서 번개처럼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섬광이 터지기 직전,
하늘을 뒤흔드는 외침이 들려왔다.
[내가 마도 지존, 천마다!]
주철은 벼락 치는듯한 깨달음을 얻었다.
"마도 지존 천마!"
주철이 외치는 순간 하늘을 걷는 이의 정체를 깨달은 무사들.
천마!
주철은 돌연 광기 어린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며칠 밤을 새우며 일생일대의 기회를 거머쥐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화룡점정의 순간 마도 지존, 천마가 나타나다니!
“하늘이 내가 죽기를 바라시는구나! 하하하-”
주철은 광소를 터트리다가 기혈이 뒤집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대공자!"
쓰러지는 주철을 붙잡은 무사들은 서로를 봤다.
대공자가 기절한 지금.
마도 지존이 다가오고 있다.
목숨을 걸고 싸우기로 맹세했지만, 상대는 마도 지존 천마!
감히 뭘 어떻게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뿐.
그러나 어디로 도망친단 말인가?
이때 한 무사가 다급히 외쳤다.
"배! 수군이 타고 온 배가 있다! 우선 배를 타고 청해 호수를 빠져나가자!"
철검장 무사들은 쓰러진 주철을 업고 다급히 달렸다.
거센 폭풍이 몰아치고 우박이 쏟아지는 언덕 위에 진을 친 병사들과 무사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쳤다.
순식간에 텅 비어가는 언덕 위에는 십여 문의 대포와 엄청난 수의 활과 화살, 방책만이 남겨졌다.
이 언덕을 향해 폭풍을 휘감은 한 사람이 하늘을 걸어 다가가고 있었다.
휘이이잉-
후두두둑-
---
수백 명의 병사와 철검장 무사들이 어지럽게 뒤섞여 도망칠 때.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은 부러진 석비가 움직였다.
쿠르르-
천천히 석비가 회전하며 열린 비밀통로.
거센 바람과 우박 속으로 슬쩍 얼굴을 내미는 사람이 있었다.
“먹혔겠지?”
팔을 들어 우박을 막으며 재빨리 주위를 확인하는 사람.
천문석이었다.
밤이 된 듯 어두워진 하늘.
먹구름 속을 지렁이처럼 기어 다니는 뇌전이 보이고.
겨울 폭풍이 몰아치듯 거센 눈발이 흩날리고 우박이 쏟아졌다.
게다가 석비 주변 화강암 암반지대에 흩어진 엄청난 수의 화살과 대포알.
천문석은 통로 안에서 소리로 듣던 것 이상의 엄청난 공격이 쏟아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런 미친놈들!”
어이없어하는 천문석의 시선이 언덕으로 움직였다.
주철이 모아들인 궁수와 포수들이 모여있던 언덕.
언덕 위의 병사와 무사들은 사방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하하하-
천문석은 돌연 웃음을 터트리며, 언덕으로 다가가는 사람을 봤다.
폭풍을 휘감고 하늘을 걷는 엄청난 위용의 사람.
이세기.
이세기는 그야말로 천검의 이름에 걸맞은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주고 있었다.
'계획대로!'
천문석은 씨익 웃으며 통로 안으로 외쳤다.
"계획대로 됐습니다! 안전하니까 나오세요!"
"시주 그게···. 됐다고요?"
"너 구라 아냐?"
어리둥절한 표정의 발도 스님과 의심스러워하는 주호가 입구에서 나왔다.
두 사람은 거센 바람과 우박에 의아해하며 천문석을 봤다.
"이세기 시주가 혼자서 적을 물리쳤다고요?"
"그 병신같은 계획이 진짜로 먹혔다고?"
"하- 제가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제 계획은 완벽합니다!"
천문석은 강하게 항의하면서 언덕 방향을 가리켰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린 두 사람은 경악했다.
휘이이잉-
거대한 폭풍을 휘감고 하늘을 걷는 한 사람!
제대로 형체가 보이지는 않지만,
들고 있는 십자 검이 눈에 익었다.
천문석의 검.
"설마···. 저 폭풍 속에 있는 사람이!?"
"야! 진짜로 저 사람이 이세기라고!?"
두 사람은 눈을 몇 번이나 비비며 몰아치는 폭풍 속을 살폈다.
거대한 폭풍을 휘감고 하늘을 걷는 사람 형체, 이세기!
이세기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너무나 압도적이라 경외심마저 느껴졌다.
마치 하늘의 신장이 내려온 듯한 엄청난 위용!
"아미타불···. 이건 마치 전설의 샤 같지 않은가!"
"이럴 리가···. 이럴 수가···. 시바! 이럴 리가 없어!"
바라카스와 주호가 경악할 때,
천문석은 통쾌하게 웃었다.
하하하-
"내가 뭐라고 했습니까! 이건 먹힌다고 했죠?! 하하하-"
천문석은 방금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임기응변이 아닌 진정한 실력이 필요할 때가 찾아온다.
그러나 이때 필요한 진정한 실력이 꼭 내 실력일 필요는 없었다.
사지에 몰린 위기 상황!
그러나 천문석 앞에는 이세기가 있었다.
사람의 인지를 넘어서는 존재 마도 지존 천마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고 알려진 정파 유일의 고수.
천검(天劍), 이세기.
그러나 이세기가 천검이라고 불리는 건 먼 훗날의 이야기다.
지금의 이세기는 내력이 너무나 약하고,
그 경지 또한 천검(天劍)이라 불릴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래서 천문석은 이세기의 진정한 실력을 깨웠다.
대환단과 롱소드로.
대환단을 내공약처럼 써서 일시적으로 내력을 격발시키고,
자신의 삑삑이 검강 롱소드를 이세기에게 쥐여준다.
삑삑이 검강 롱소드.
여기에는 '검혼'이 담겨있었다.
검혼(劍魂).
검사가 검을 처음 잡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평생에 걸쳐 자신의 혼과 심득을 담아 키워내는 분신.
검혼을 완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경지는 초절정.
그러나 천문석의 롱소드에 담긴 검혼은 초절정 검사의 것이 아니었다.
천검의 검혼이었다!
천검의 검혼에 담긴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경지.
당연히 세상 그 어떤 기재라도 천검의 검혼을 잡자마자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
천문석 또한 천검의 검혼을 내력을 압축하는 용도로만 썼다.
그러나 천하에 단 한 명, 천검의 검혼을 잡는 순간 이해하지 못해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이세기.
당연했다.
천검의 검혼은 이세기의 영과 혼(靈魂) 그 자체.
천검의 검혼은 먼 미래의 이세기가 평생을 걸쳐 키워내고 완성한 분신이었으니까!
하하하-
천문석은 이세기를 보며 다시 한번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세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위용을 보였고,
적들은 감히 상대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치고 있다!
다시 한번 자신의 계획이 완벽히 맞아떨어졌다.
무림 던전에 들어오고 이상할 정도로 모든 게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었다.
'뭐지, 하늘의 저울이 고장 난 건가?'
하늘을 바라보며 실없는 생각을 하는 천문석.
하늘의 저울이 고장 나다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천문석은 하늘을 향해 외쳤다.
"이제야 내 운이 트이나 보구나!"
카캬카-
---
천문석이 웃음을 터트리고.
발도와 주호가 경악한 눈으로 이세기를 보고 있을 때.
하늘을 걷는 이세기는 생각에 잠겨있었다.
적에게 둘러싸인 채 비밀통로 안에 갇힌 상황.
천문석은 진지한 얼굴로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었다.
'이세기 혼자 밖에 나가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 적을 쫓아버리라는 말도 안 되는 계획.'
내심 어이없음을 감추고 질문했었다.
"...대환단으로 내력을 격발하라고? 그러면 일시적으로만 내공이 늘 텐데."
"맞아. 내가 준 대환단은 나중에 먹고 이 대환단을 먹어라. 이거 하나면 충분하다."
대환단을 단순한 내공약으로 쓰라는 어이없는 이야기.
그러나 이세기는 천문석의 말을 따랐다.
그러자 자신의 십자 기형검을 건네는 천문석.
"...뭘 어떻게 하라고?"
"그리워하라고. 돌아가고 싶은 고향. 그리운 부모님. 뭐가 됐든 아득한 그리움을 담아 불러."
뜬금없는 요구에 당황하기도 잠시,
이세기는 이번에도 천문석이 시킨 대로 했다.
순간 시야가 암전되고 감각이 사라졌다.
놀라기도 잠시.
문득 한 조각 불빛과 온기가 느껴졌다.
너무나 친숙하게 영과 혼에 스며드는 불빛과 온기.
정신을 차리는 순간,
자신의 몸을 휘도는 친숙한 바람이 느껴졌다.
휘이이-
"창천무흔?"
말하는 순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나 친숙한 바람.
그러나 너무나 아득하여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경지가 담긴 바람!
다음 순간 혼백, 존재의 본질로 상상도 하지 못한 경지의 무리가 쏟아져 들어왔다.
이해할 수 없으나 사용할 수는 있는 무리라니!
고양되는 정신 속에서 이세기는 깨달았다.
천문석의 홀로 나가 적을 쫓아버리라는 말, 그건 무리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세기는 주저 없이 나섰고,
자신조차 상상하지 못한 위용에 적들을 감히 상대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도망치고 있었다.
탁-
이때 이세기의 발이 언덕에 닿았다.
언덕 위에는 대포와 화살, 깃대들이 버려져 있을 뿐 남아있는 적은 한 명도 없었다.
이세기는 몸을 돌려 하늘과 땅을 바라봤다.
쿠르르릉-
사방에서 몰려든 먹구름과 그 안에서 꿈틀거리는 뇌전.
휘이이잉-
후드드득-
거대한 나무를 뽑아버릴 듯 소용돌이치는 바람과 쏟아지는 우박.
이세기는 문득 검에 마음을 두고 하늘을 가리켰다.
쿠르르, 쾅!
순간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는 벼락!
일반적인 무공의 상리를 벗어난 자연마저 호응하는 엄청난 위용!
직접 이 모든걸 해낸 이세기조차 믿을 수 없었다.
'세상에 이런 검이 있다니!'
요마괴이전에 나오는 법보(法寶) 같지 않은가?!
이세기는 천문석이 건네준 검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석비 방향을 봤다.
순간, 하늘을 향해 웃음을 터트리는 친구가 바로 눈앞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카캬카-
비밀통로 입구가 열린 순간.
자신이 마도 지존 천마라고 외쳤던 천문석은 한탕 한 악당처럼 신나게 웃고 있었다.
이세기는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돌멩이. 너 어디서 뭘 하고 다닌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