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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63화 (164/1,336)

#163

비밀 수련장을 나오는 길,

주호가 일행 뒤로 따라붙었다.

"너 뭐야? 다른 곳에 숨으려고?"

천문석의 질문에 어이없어하는 주호.

"너희 나가면 입구 폐쇄해야지. 주철 그놈이 여기 위치 알고 있다고 했잖아."

“주철은 입구 여는 방법 모르냐?”

“이곳 기관 작동법은 대대로 가주에게만 전해진다. 주철이 아버지도 몰라.”

하아-

주호는 돌연 한숨을 쉬더니 천문석을 노려봤다.

“그걸 네놈이 본 거다.”

천문석은 피식 웃었다.

“야, 네가 얍삽하게 굴지 않았으면 그럴 일도 없었어.”

주호가 분노하려는 순간,

천문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너 진짜 여기서 버티게. 뚫리면 죽은 목숨인데···. 혹시 다른 출구가 있냐?”

주호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통로 벽을 두들겼다.

탁탁탁-

육중하고 둔탁한 소리.

"다른 출구는 필요 없다. 여기 호수 아래야. 게다가 이 벽 화강암이다. 입구 주위는 통짜 암반이고. 입구만 막으면 절대로 못 뚫는다."

"..."

천문석은 자신만만한 주호를 유심히 봤다.

단혈철검 주호.

이 녀석은 처음 비무를 했을 때부터 사파 무사답게 잔머리를 엄청나게 굴렸다.

그러나 천문석이 보기에는 허술한 점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이 녀석 조만간 골로가는 거 아냐?'

상당히 불안했지만, 거래는 끝났고 천문석은 오늘 던전에서 나간다.

앞으로의 일은 주호가 알아서 해야 했다.

천문석은 주호에게서 신경을 끊고 이세기를 불렀다.

"이세기."

"응?"

문득 고개를 돌리는 이세기에게 날아가는 작은 상자.

"엇!?"

이세기는 기겁해서 날아오는 상자를 받았다.

대환단이 들어있는 상자!

이세기는 경악한 눈으로 상자와 천문석을 번갈아 봤다.

"이건 왜?!"

"너 내공 약하잖아."

"...너, 설마···."

천문석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이세기의 어깨를 툭 쳤다.

"어렸을 때 보내준 쌀과 보리, 장작값이다. 그 값으로 대환단은 좀 많이 부족하지만. 할인해줘."

"..."

이세기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자.

천문석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앗! 혹시 모르니까. 그 섬에는 꼭 가봐라! 그거 있을 수도 있어."

이세기는 말없이 천문석을 바라봤다.

소림 대환단.

무림인 누구나 원하는 보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건네주는 천문석.

이세기는 문득 어젯밤 천문석과 설원에서 떠나던 때가 기억났다.

내공이 약하다고 했을 때,

불같이 화를 내던 친우의 모습!

'돌멩이. 나를 걱정해서 화를 낸 거구나. 나 때문에 이 일을 한 거구나!'

이제야 모든 사실을 깨달은 이세기의 가슴이 뭉클해지는 순간.

천문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발도 스님. 드리기로 한 보수. 이 대환단 한개로 퉁치면 안될까요? 이게 사실 무림인에게는 무가지보입니다!"

"허허허- 시주. 농담이 지나치시군요."

"마차를 끼워 드려도 안 될까요?"

"허허허- 시주. 목탁으로 머리 좀 때려드릴까요?"

하-

무가지보 대환단으로 흥정을 하는 천문석.

이세기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나이를 먹고,

얼굴이 달라지고,

무공을 익혀 무림인이 됐어도.

자신의 친우,

돌멩이 천문석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이 순간 이세기는 비무행에 나서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창천문을 나와 천하에 나서지 않았다면 옛 친우를 만나지 못했을 테니까.

"고맙다."

이세기가 깊은 마음을 담아 말하는 순간,

문득 고개를 돌려 이세기를 보는 천문석.

"고맙긴."

천문석은 감사를 듣는 상황이 어쩐지 겸연쩍었다.

자신이 친 사고를 수습한 건데 고마워하는 친구라니.

이때 주호의 어이없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내 물건으로 잘들 논다."

천문석은 주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야. 어떻게 대환단이 네 거냐? 당연히 소림사 물건이지. 그보다 너 이거 어떻게 훔친 거야? 소림사 약제당 경비가 장난 아니었을 텐데. 거기 장경각보다 더 철저히 지키지 않냐?"

주호는 피식 웃었다.

"대환단이 약제당에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 게 맹점이다."

"뭐?! 그럼 소림 대환단이 어디 있는 데?"

천문석이 깜짝 놀라는 순간,

주호는 어느새 도착한 입구 석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됐고. 문 열어줄 테니까. 어서 가라. 우리 다시는 보지 말자. 가급적 청해성 안으로도 들어오지 마라."

“생각해보고.”

천문석이 피식 웃으며 대답할 때,

주호는 기관을 작동시켰다.

쿠르르릉-

그리고 무심결에 천문석이 문밖으로 나가는 순간.

후두두두둑-

화살이 비처럼 쏟아졌다.

---

초절정의 상징 검강.

천문석은 초절정의 상징인 유형화된 강기, 검강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초절정의 무인과 같은 힘과 속도, 민첩성과 반사신경도 보여줬다.

그 결과 여러 가지 꼼수가 동원됐지만,

진짜 초절정의 무인 단혈철검 주호와 싸워서도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천문석 본신의 내력은 초절정은커녕 일류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내력이 일류에도 미치지 못하는 천문석이 초절정의 무위를 펼칠 수 있었던 건.

모두 한 자루 롱소드 덕분이었다.

삑삑이 검강 롱소드.

하늘 고래의 힘과 천검의 검혼이 담긴 롱소드!

그렇기에 검혼을 깨우지 않았을 때,

천문석의 무위는 급격히 떨어진다.

후두두두둑-

화살이 비처럼 쏟아지는 지금처럼!

무심결에 나서는 순간,

좁은 입구로 쏟아지는 화살 비!

‘...!’

자신이 피하면 뒤에 있는 이세기가 맞는다!

좆됐다는걸 깨닫는 순간.

롱소드를 잡으며 외쳤다.

"적이다!"

퐁-

롱소드에서 소리와 진동이 퍼져나가기도 전 전신으로 파고드는 섬뜩한 예기.

화살!

'늦었다!'

늦었다는 걸 깨달은 천문석이 몸을 비틀어 화살이 급소에 맞는 것만 막으려 할 때.

파아아앙-

폭발하는듯한 일진광풍이 등 뒤에서 튀어나왔다!

휘이이잉-

핏, 핏, 핏피핏-

소용돌이치는 광풍에 사방으로 튕겨 나가는 화살들!

이세기가 순간적으로 튀어나와 쏟아지는 화살을 막아냈다.

"피해라! 돌멩이!"

이세기가 다급히 외쳤지만,

천문석은 피하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달려나갔다.

피할 곳 없이 사방에서 쏟아지는 화살.

이세기라 해도 오래 버티지는 못한다!

잠시라도 공격을 끊어야 한다.

데구르르-

천문석은 잽싸게 바닥을 구르며 굉천수의 내력 운용에 목소리를 실어 외쳤다.

"내가 천문석이다!"

쿠르르릉-

하늘을 놀라게 하는 굉천수에 실린 외침!

벼락이 떨어질 듯 하늘이 요동치고,

숲이 진동해 쌓인 눈이 우수수 쏟아졌다.

순간적으로 화살 비가 약해지는 순간.

천문석은 직감했다.

'시선이 모두 모였다!'

“나를 봐라!”

천문석은 두 손에 내력을 모아 전력을 다한 굉천수를 터트렸다.

콰아아앙-

굉천수의 엄청난 섬광이 터지고 우레가 천지를 뒤흔드는 순간.

"이게 뭐야?!"

"내 눈, 내 눈이!"

...

으아악-

멀리서 쏟아지는 다급한 비명!

"이세기 튀자!"

천문석은 재빨리 이세기의 검대를 잡고 통로 안으로 미끄러지듯이 뛰어들었다.

이 순간 들려오는 피 끓는 외침!

"...당황하지 말고! 발사해라!"

주철!?

천문석이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확인하는 동시에 석문이 닫히고 굉음이 터졌다!

쾅, 쿠르르릉-

쾅, 쾅, 쿠르르릉-

입구가 무언가에 맞아 무너질 듯 흔들리고 있었다.

천문석은 마지막 순간 본 물체를 떠올렸다.

대포!

대포까지 가져오다니 이런 미친놈들!

이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무거운 대포를 끌고 뒤를 쫓았을 리 없다.

주철 총관!

저 녀석은 처음부터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비밀 수련장.

주호가 이곳에 올 것을 짐작한 것이다!

하, 어쩐지 관도에 흑도 조무래기들만 잔뜩 깔아놨더라니.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가지?

굉천수를 터트리는 짧은 순간에도 주위를 확인한 천문석.

생각과 동시에 주변 상황이 머리에 그려졌다.

출구가 있는 석비는 절벽 위에 있었다.

뒤는 절벽과 호수로 막혔고,

앞은 언덕 위에 자리한 대포와 궁수들로 막혔다.

출구는 좁고 적은 주위를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있다.

나가는 순간 좁은 공간으로 화살과 대포가 쏟아진다.

“하- 시바. 외통수에 걸렸네!”

천문석이 탄식하는 순간.

바라카스의 경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주!?"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었다가 굳어졌다.

이세기의 팔에 꽂힌 화살!

"이세기. 너!"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이세기가 경악했다.

“야! 너···!”

“입 열지 마라! 화살 뽑고 치료부터 하자!”

이세기의 화살을 뽑으려 다가갈 때.

다급히 달려와 천문석의 어깨를 잡는 바라카스.

“시주 괜찮은가? 정말로?”

“네, 그게 무슨?”

순간 천문석은 일행들을 봤다.

바라카스, 이세기, 주호.

경악한 세 사람의 시선이 향한 곳은.

자신의 가슴!

가슴?

“...이게 왜 여기에 있어!”

가슴을 보는 순간 절로 터져 나오는 외침!

화살!

화살이 가슴에 꽂혀 있었다!

그것도 심장 부위에!

---

으아아아악-

순간 터져 나온 처절한 비명!

"지혈부터!"

"금창약 있습니다!"

바라카스와 이세기가 치료하기 위해 다급히 움직일 때.

뚝 멈추는 비명.

"어···?"

비명을 지르던 천문석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거 왜 안 아프지?"

천문석이 말한 순간,

바라카스가 급하게 외쳤다.

"시주. 그 화살 옷에 박힌 거 아닌가!?"

휘이잉-

순간 이세기의 검이 움직이고,

천문석의 겹겹이 입은 옷이 단숨에 잘려나갔다.

후두둑- 떨어져 내리는 가죽옷과 천 조각들.

그러나 화살대는 천문석의 가슴에 박혀 있었다.

"...!"

경악한 사람들.

"시주. 괜찮은가?"

"야, 너 숨 쉴 수 있어?"

"너, 이 새끼! 강시였구나!"

...

천문석은 쏟아지는 외침을 무시하고 화살이 꽂힌 부위를 만졌다.

몽글, 몽글.

탄성 있는 젤리를 만지는듯한 감촉!

‘이거 전에 만져 봤던 촉감인데?’

생각과 동시에 귀에 들려오는 소리.

퐁, 퐁, 퐁-

천문석의 시선이 롱소드로 향했다.

"...!"

이 순간 천문석은 촉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작아진 하늘 고래.

하늘 고래의 영체를 만졌을 때의 감각이다!

하늘 고래의 힘이 담긴 롱소드.

하늘 고래의 몸처럼 영체화된 육체.

"...!"

감을 잡은 천문석은 단숨에 화살을 뽑아냈다.

으아악-

"뭐 하는 거야!?"

다급한 비명이 터져 나오는 순간.

아무 저항 없이 쑥 뽑혀 나오는 화살!

순간 경악한 사람들의 시선이 천문석의 가슴으로 모였다.

화살이 뽑혀 나온 천문석의 가슴에는 구멍은커녕 상처 흔적조차 없었다.

"너 괜찮은거야?"

"시주! 지금 그 소리?!"

"너 진짜로 강시였구나!"

...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올 때,

천문석은 롱소드를 바라봤다.

삑삑이 검강 롱소드!

천문석은 이 순간 이 롱소드에 담긴 또 다른 힘을 깨달았다.

거대한 산악 같던 하늘 고래와 한자 크기로 줄어든 작은 하늘 고래 영체.

하늘 고래는 '육체'와 '영체'를 오갔다.

이 롱소드에 하늘 고래의 그 힘이 담겨있었다.

퐁, 퐁, 퐁-

즐거운 소리와 진동이 퍼져 나온다고 어이없어했는데.

이런 기능이 있었다니!

천문석은 롱소드를 보며 내심 외쳤다.

하늘 고래.

이 멋진 녀석 고맙다!

"뒤질 뻔했네!"

천문석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들려오는 이세기와 주호의 목소리.

"너 진짜 괜찮은거야?"

“이런 강시 같은 놈이랑 내가 싸웠다니!”

이때 바라카스 발도는 천문석의 검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퐁, 퐁, 퐁-

검에서 생경한 소리와 진동이 퍼져 나오고 있었다.

바로 앞에서 이 파문에 닿자,

가슴 속에서 피어나는 그리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기록에서 몇 번이나 읽었다.

념(念)!

이 소리와 진동, 파문에 담긴 건 기원으로 현상을 변화시키는 힘, 념이다!

순간 념을 가진 생명체가 머리에 그려지고,

이 생명체의 거대한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구으으으응-

발도 가문의 선조가 남긴 기록에 등장하는 생명체.

거대한 산악 같은 육체로 하늘을 유영하며.

[모든 걸 풍요롭게 하리라.]

생명을 키우는 념(念)이 담긴 안개를 쏟아내는 경이로운 생명체.

하늘 고래!

하늘 고래가 사는 곳은 단 한 곳뿐이다.

허공도(虛空島).

상과 함께 사라진 풍요의 대지다!

이 순간 바라카스의 전신이 격동으로 떨렸다.

수많은 세계를 헤매도 찾지 못한 허공도의 흔적을 마침내 찾았다!

한 자루 검에서!

"시주! 그 검 어디서···."

바라카스가 다급히 천문석에게 묻는 순간.

"...이런 젠장!"

갑자기 버럭 소리친 주호가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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