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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54화 (155/1,336)

#154

"흑기당이 벌써?"

천문석이 깜짝 놀라는 순간.

"장주님!"

능선에서 나타난 검은 무복을 입은 사람이 외쳤다.

천문석은 이 세 사람의 정체를 알아챘다.

철검장의 무사들!

잘됐다!

주호는 이 녀석들에게 맡기면 된다.

천문석은 반대쪽 능선으로 달리며 철검장의 무사들에게 외쳤다.

"여기에 단혈철검 주호 대협이 있다!"

"장주님!"

철검장 무사들은 다급히 주호를 향해 달려왔다.

이 순간 천문석은 잇달아 외쳤다.

"역시 단혈철검 주 대협의 이름은 명불허전!"

"나 금권 대협은 주 대협께 패배했다는 걸 인정한다!"

"..."

순간 철검장 무사들의 시선이 주호와 천문석 사이를 오갔다.

기절한 주호와 두 발로 달리고 있는 천문석.

그런데 두 발로 달리는 천문석이 졌다고?

철검장 무사들은 의문을 품은 채 주호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경악했다.

전신에 피 칠갑을 한 채 쉴 새 없이 몸을 떠는 주호.

게다가 한쪽 팔과 한 다리마저 완전히 뒤틀려 있다!

"쿨럭, 쿨럭-"

주호는 피를 토해내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얼핏 봐도 금권 대협이 말한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철검장 무사들이 다급히 주호의 입에 물을 흘려 넣을 때.

주철 총관이 소리쳤다.

"저놈부터 잡아라! 놓치면 안 된다!"

"뭐!? 야, 내가 졌다니까! 뭘 잡아!?"

천문석은 달리다 말고 반사적으로 말을 쏟아냈다.

"너희 장주! 단혈철검 주 대협이 이겼어! 비무 끝났으니까! 이제 우리는 볼일 없다!"

무사들이 움찔하는 순간,

물을 마신 주호의 갈라진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큭. 저 새끼···. 저 새끼부터 잡아라!"

"주 대협! 패배를 인정한 사람에게 이러시면 안 되죠!"

천문석이 외치는 동시에.

"뭐! 크억-"

부르르 떨며 피를 토하는 주호.

주철 총관은 다시 한번 명령했다.

"빨리 저놈부터 잡아라! 장주님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릴 생각이냐!"

"알겠습니다! 총관님!"

무사들이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분통을 터트리며 도망치는 속도를 높였다.

"야 이 사파 놈들아! 정정당당한 비무에 끼어들다니! 그것도 진 사람을 핍박해!? 내가 졌다니까! 오지마!"

이때 섬뜩한 살기가 번뜩이고,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끄억-

꺼억-

천문석은 생각도 못 한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철검장의 총관!

강기가 치솟은 검을 든 총관이 천문석을 쫓으려던 두 무사의 등에 검을 박아 넣었다!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등 뒤에서 날아온 검에 절명한 두 무사.

"강기?! 주철! 네놈 도대체 무슨 짓을···?"

경악한 주호의 외침이 터지는 순간.

천문석과 주철 총관의 눈이 마주쳤다.

두 눈에 서린 단호한 결심!

천문석은 한 번에 상황을 알아챘다.

주호가 극심한 내 외상을 입고 쓰러져 있으니 딴생각을 한 것!

부하 단속도 제대로 못 하다니! 주호 이 멍청한 놈!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주호를 향해서 달리며 나오는 대로 외쳤다.

"야! 멈춰! 선생님 그러시면 안 됩니다! 나 진짜 화낸다! 그러면 안 돼! 철검장 밀어버린다! 야! 사실은 내가 엄청난 사람이야!"

그러나 주저 없이 움직이는 총관의 검!

"주철! 네 놈이 감히!"

주호가 노성을 터트리는 순간,

천문석은 다급히 품 안에 손을 넣어 잡히는 대로 내공을 실어 던졌다.

쒜에에엑-

엄청난 파공음!

주호에게 검을 박아넣던 주철 총관이 깜짝 놀라 검을 수평으로 휘두르는 순간.

허공을 직선으로 날아온 구리통이 잘려나갔다.

그리고 구리통 안에 가득 담긴 달아오른 숯이 폭발하듯 흩날렸다.

파아앙-

검은 숯가루와 불티가 주철에게 쏟아질 때.

천문석은 롱소드를 뽑아 들고 엄청난 속도로 뛰었다.

퐁, 퐁, 퐁-

하늘 고래의 소리와 진동이 퍼져나가는 순간.

주저 없이 흩날리는 숯가루와 불티 속으로 몸을 던진다!

핑-

천문석의 검이 숯가루를 뚫고 뻗어 나갈 때.

천지를 양단하는 기세로 휘둘러지는 섬광!

쾅-

검과 강기가 부딪히는 순간.

폭음이 터지고 엄청난 경력이 쏟아졌다.

쿨럭-

단혈장에 엉망이 된 가슴을 헤집는 경력!

그러나 천문석은 바로 알아챘다.

강기의 밀도가 낮다!

상대는 절정에 간신히 발만 걸친 상태.

압도하지는 못해도 버틸 수는 있다.

천문석은 바로 구인창을 펼쳐 검을 흘렸다.

감각을 교란하는 구인창에 미세하게 틀어지는 주철의 검!

쾅, 쾅, 쾅-

연이은 폭음과 함께 주철이 전진하고 천문석이 물러섰다.

순식간에 10합을 겨루는 검!

천문석은 물러서는 순간 깨달았다.

허점을 만들어 반격하려 했으나,

내력의 소모가 너무 빠르다.

이대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이놈의 주의를 돌릴 미끼가 필요했다.

그래서 천문석은 외쳤다.

"주호! 잘한다! 더 빨리 도망쳐라!"

순간 천문석과 검을 맞댄 주철이 깜짝 놀라 뒤를 봤다.

폭발하는 숯가루와 뒤이은 격전에 잊고 있던 주호!

주호는 한쪽 팔로 힘겹게 설원을 기어 도망치고 있었다.

천문석은 걱정하는 듯 외쳤으나 오히려 멕이는 상황.

"야, 이 새끼야!"

주호가 천문석을 향해 분통을 터트렸고.

주철은 당황했다.

어느새 멀리 기어간 주호.

자신의 발목을 잡은 천문석.

철검장 무사들 중 반 이상을 포섭했지만, 아직 장주 주호에게 충성하는 무사들이 남아 있었다.

그 무사들과 주호가 만나기라도 한다면?

생각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상황이 벌어진다!

주철은 다급히 검을 휘둘러 천문석을 떼어내고 주호에게 달려가려 했다.

이 순간 뒤통수로 날아오는 무언가!

반사적으로 검을 휘두르는 순간.

파아앙-

눈 뭉치가 폭발하고 하얀 눈이 흩날린다.

지금 중요한 건 주호를 끝장내는 것!

주철은 날아오는 눈 뭉치를 무시하고 주호에게 달렸다.

휘이잉-

퍽, 퍼퍽-

쏟아지는 눈 뭉치를 맞으며 달리는 주철.

이때 등 뒤에서 느껴지는 미약한 살기!

주철은 바로 알아챘다.

‘눈 뭉치 사이에 살기를 품은 검을 숨겼구나!’

순간 주철의 눈이 도망치는 주호를 훑는다.

피를 토하며 한쪽 팔, 한 다리로 간신히 눈 위를 기어가는 주호!

주철은 순식간에 계획을 세웠다.

'끌어들여서 금권 대협! 이놈부터 처리한다!'

주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눈 뭉치 사이로 다가오는 살기를 기다리다가.

휘이잉-

살기가 검 간격에 들어오는 순간.

번개같이 몸을 돌리며 검을 뿌렸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가르는 주철의 검.

주철이 고개를 들어 적을 보는 순간.

롱소드로 구인창을 펼쳐 감각을 교란하던 천문석의 두 손이 부딪쳤다.

콰아앙-

엄청난 섬광이 주철의 눈으로 쏟아졌다.

굉천수!

처음 겪으면 99% 당하는 굉천수의 눈뽕에 주철이 맞았다!

---

"으아아악- 어디냐!? 이런 사술이라니! 죽여버리겠다!"

주철이 외치는 순간,

설원을 기던 주호는 외침만 듣고도 상황을 짐작했다.

자신도 몇 번이나 당했던 섬광!

금권 그놈의 섬광을 주철이 맞았다!

주호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으하하- 잘했다! 커억-"

주호가 웃음을 터트리다 피를 토할 때,

섬광에서 뛰어나오는 천문석이 보였다.

설신을 신고 설원 위를 달려오는 천문석.

탁, 타다닥-

주호는 상황도 잊고 감탄했다.

멀쩡한 곳이 없을 정도로 격전을 벌였는데,

언제 체력과 내공을 회복했는지 저놈은 벌써 달리고 있었다.

이때 들려오는 천문석의 외침.

"입 다물어 혀 씹는다!"

"뭐···?"

주호가 반문하는 순간.

천문석은 주호의 옷소매를 낚아채 달렸다.

쓰으으윽-

마대자루 끌듯 주호의 팔을 잡고 설원 위를 달리는 천문석!

순간 엄청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아아악! 내 팔! 야! 돌아간 팔이잖아! 새끼야!"

천문석은 바로 팔을 바꿔 잡으며 외쳤다.

"참아! 뒤지게 생겼는데! 아프다고 징징거리기는!"

발끈한 주호가 욕을 쏟아내려 할 때.

터져 나오는 엄청난 외침!

"금권 대협! 멈춰라! 주호만 놓고 가라! 그냥 보내 주겠다!"

주호가 마른침을 삼키며 올려다보는 순간.

음흉한 웃음을 띤 천문석과 눈이 마주쳤다.

주호는 다급히 입을 열어 외쳤다.

"여기서 벗어나면! 은자 일만 냥을 주겠다!"

천문석은 바로 주철을 향해 외쳤다.

"야! 주호가 은자 1만 냥 준다는데?!"

즉시 되돌아오는 대답!

"난 은자 3만 냥을 주겠다!"

"은자 5만 냥!"

"은자 8만 냥!!"

곧 경쟁이 격화되고 주호가 피를 토하듯이 외쳤다.

"은자 100만 냥! 아니, 철검장의 모든걸 넘기겠다!"

휘이이-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휘파람을 불었다.

서녕시의 패자 철검장.

그러나 철검장의 장원과 이권을 모두 합쳐도 100만 냥은커녕 20만 냥도 안 될 것이다.

'이 새끼 급하다고 막 지르는구나!'

"...!"

그러나 이 순간 천문석의 머리에 떠오르는 한 가지 생각!

천문석은 주호에게 물었다.

"야, 철검장은 필요 없고 100만 냥 진짜 줄 거냐?"

"내 명예를 걸고 맹세하겠다! 100만 냥 주겠다!"

"명예는 됐고, 사자련에서의 신분. 그러니까 사자련이 지급보증할 수 있냐?"

주호는 주저 없이 외쳤다.

"나 주호! 사자련, 청해성 지부장의 이름으로 은자 100만 냥을 지급하겠다! 당연히 사자련이 지급을 보증할 거다!"

“뭐!? 주호! 그 무슨 개소리냐!”

주철이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뒤를 확인했다.

아직 굉천수의 눈뽕에서 시력을 회복하지 못한 주철.

주철은 강기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절정에는 발만 걸쳤다.

같은 절정이지만 극음도 이열보다 한참 못한 수준이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었다.

천문석은 즉시 달리던 걸 멈추고 옷을 부욱 찢어 내밀었다.

"그거 여기다가 바로 적고 수결해라."

"뭐? 도망치다 말고 뭐 하는 짓이야! 이 미친놈아!?"

"그냥 넘기고 쟤한테 돈 받을까?"

"하- 시바···."

천문석은 주호를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걸 모르는 주호는 이를 갈며 찢어진 옷에 피로 지급 문서를 적고 수결했다.

[철검장주 단혈철검 주호는 이 문서를 가져오는 이에게 은자 100만 냥을 지급하겠다.]

[사자련 청해성 지부장이 사자련의 이름으로 이 지급을 보증한다.]

"야, 됐냐! 어서 움직여라!"

피로 적힌 지급 문서를 잘 접어 품 안에 넣고 다시 달리기 시작한 천문석.

천문석은 주호를 힐끗 봤다.

100만 냥!

자신의 모든 것을 날리게 생겼는데도 오히려 안도한 표정인 주호!

순간 천문석은 내심 웃음이 터졌다.

주호는 이번 위기만 모면하고 배를 째려는 생각이겠지만.

철검장에는 은자 100만 냥이 없어도,

사파 연합 사자련에는 당연히 100만 냥이 있었다.

하지만 사자련에서 100만 냥을 받아내는 건 소림 방장이나 무당 장문인이라 해도 불가능했다.

눈앞의 위기만 모면하려는 주호의 생각이 빤히 읽혔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천문석은 사자련에서 100만 냥을 받아낼 수 있는 '사람'을 알고 있었다.

단신으로 사자련에 쳐들어가 돈을 받아낼 수 있는 '고수'를!

그 정도 고수라면 돈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100만 냥의 반 아니 1/100, 1만 냥만 떼어준다고 해도 이 '사람'은 바로 움직인다!

복잡한 과정도 필요 없다.

단지, 서신 한 장과 이 지급 문서만 보내면 아주 깔끔하게 처리해줄 거다.

천문석은 확신했다.

이 사람 이 고수를 자신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흐흐흐-

마도 18문의 지존,

천마 천문석!

사자련은 피눈물을 흘리며 은자 100만 냥을 토해낼 것이다!

카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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