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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38화 (139/1,336)

#138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여량위는 벌떡 일어나 고함을 터트렸다.

'말이 좋아 좋은 방법이지, 그냥 도망치라는 것 아닌가!?'

그러나 천문석이 찔끔하는 순간,

여량위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

마도 18문의 일문이라고 자신을 속였지만,

눈앞의 남자가 만들어낸 검강은 진짜였다!

퐁, 퐁, 퐁-

뭔가 아주 이상하긴 했지만.

이 남자는 진짜 극음도 이열, 절정고수마저 일방적으로 이긴 초절정의 고수였다.

초절정, 천하 18성급의 고수에게 막말을 하다니!

여량위는 스스로의 행동에 놀라고 두려워 몸을 파르르- 떨었다.

거듭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분노와 울분에 눈이 돌아갔던 여량위는 이제야 정신을 차렸다.

강호는 고수가 법이자 규칙이다!

초절정의 고수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욕설까지 내뱉었다.

당장 죽어도 할 말이 없을 무례!

아무리 분노해도 자신이 이런 미친 짓을 했다니!

공포와 두려움에 여량위의 몸이 점점 크게 떨릴 때.

천문석은 난감해하고 있었다.

파르르르-

쉴새 없이 떨리는 여량위의 몸.

'하- 얘 엄청 빡쳤네. 진정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이때 젊은 무사가 동쪽 호수를 가리키며 입 모양으로 말하는 게 보였다.

'얼른 튀어야 합니다.'

이제 시간이 없었다.

다른 날파리가 꼬이기 전에 움직여야 했다.

천문석은 그냥 지르기로 하고 여량위를 불렀다.

"여량위!"

순간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여량위.

여량위의 기세가 누그러진 게 보이자,

천문석은 재빨리 품 안에서 책을 꺼내 여량위의 손에 쥐여 줬다.

갑자기 손에 들어온 책에 굳어버리는 여량위.

“이건···. 무슨?”

여량위의 눈에 의문이 생길 때.

천문석은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야, 그냥 무작정 도망가라는 게 아니야! 그거 내가 만든 무공비급이다!"

"그 비급 가지고 저기 배. 그래 저, 도박선 타고 물길로 도망치란 거야!"

"어차피 도박선 영업은 여기보다 저기 강남이 낫지 않겠냐?"

"게다가 저 도박선 범선이니 바다로 나서서 무역이랑 금은 재정거래···."

"맞아! 금은 재정거래! 그걸 하는 거다!"

"그거 진짜 장난 아냐. 엄청난 부자가 되는 거야!"

“그때쯤 되면 진작 흑사회 때려쳐야 했다고 생각···.”

...

되는대로 말을 하다 보니 어쩐지 그럴듯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천문석은 범선을 이용한 금은 재정거래와 무역의 장점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량위는 천문석의 말을 제대로 듣고 있지 않았다.

경악한 여량위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책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초절정 고수의 무공비급을!

---

무공비급!

여량위는 지금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초절정 고수,

천하 18성과 동격인 고수의 비급이 손에 있다!

여량위는 격동으로 몸을 떨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는 초절정 고수.

여량위는 초절정 고수에게 깊게 고개를 숙이며 외쳤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천문석은 말을 멈추고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금은 재정거래와 무역의 장점을 설명한 게 제대로 먹혔구나! 하긴 도박선으로 벌어들이는 이익이라 봐야 여기에 비하면 보잘것없지.'

천문석은 다시금 목소리를 가다듬고 여량위에게 마지막 충고를 건넸다.

"여량위!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네, 네! 세이경청 하겠습니다!"

여량위가 몸가짐을 바로 하고 집중하는 순간.

천문석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설명했다.

"극음도 이열은 한 이틀은 정신을 못 차릴 거다. 그래도 언제 마도 18문의 무사들이 나타날지 모른다!"

"네!"

"늦어도 오늘 떠나야 한다. 욕심을 부리지 말고 당장 가지고 갈 수 있는 것만 도박선에 챙겨서 도망치는 거다."

"네!"

"잊지 마라. 오늘 떠나야 한다! 오늘은 흑기당, 당무 모두 제정신이 아니겠지만, 내일만 돼도 하나둘 정신을 차리고 난리가 날 것이다."

"네!"

"3년! 넉넉잡고 3년만 도망쳐라. 그 이후에 마도 18문은 완전히 변한다! 마도 18문 놈들은 사는 게 힘들어져서. 여량위 네게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거다!"

“...사는 게 힘들어진다고요?”

문득 반문하던 여량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마도 18문!'

마도의 하늘, 마도 18문!

그곳에서도 수위를 다루는 극음도의 후계자를 건드렸다!

후한이 끝이 없을 일이다!

이제야 여량위는 방금 들은 충고가 뼈에 와 닿았다.

'당장 도망쳐야 한다!'

여량위는 몸을 돌려 도박선으로 달리려다가 문득 멈춰서 고개를 돌렸다.

"야, 뭐해. 얼른 튀어! 시간 없다!"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장난스럽게 손을 흔드는 남자.

이 남자 때문에 흑사회라는 기반을 날리게 됐다.

그러나 살인 멸구라는 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고,

자신에게 살길을 열어주고 무공비급까지 전해줬다.

천하 18성,

초절정 고수의 무공비급을!

순간 울컥 치솟는 마음.

초절정 고수의 무공비급은 가치로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난 보물이다.

새옹지마!

너무나 큰 은혜를 입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여량위는 깊게 읍을 하며 진심을 다해 말했다.

"다음에 만나면 일생의 은인으로 모시겠습니다. 부디 이름을 말씀해 주십시오."

천문석은 이채를 띠었다.

이미 무림 던전에서 목표했던 것은 모두 얻었다.

던전에 다시 올 일은 없었고,

여량위를 다시 만날 일도 없었다.

그러나 여량위의 진심이 느껴지는 순간,

천문석은 문득 마음이 움직임을 느꼈다.

"천문석."

천문석은 진짜 이름을 말한 후 말을 이었다.

"그 비급을 일심으로 익혀라. 훗날 선연이 이어져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 뒤를 가르쳐 주겠다."

"...뒤라 하심은?"

"일기공."

천문석은 왼쪽 다리를 툭 치며 말했다.

"내 모든 정화가 녹아든 무공이다."

여량위는 감격한 얼굴로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쿵, 쿵, 쿵-

여량위의 머리가 단단한 소금 덩어리를 연신 때렸다.

수십 번의 절.

강호의 예법에 맞지 않는 예다.

그러나 여량위의 진심에 천문석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천문석은 소금으로 이마가 하얗게 변한 여량위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여량위. 언제나 협(俠)을 잊지 마라."

"뼈에 새기겠습니다!"

새하얀 소금에 엉망이 된 여량위는 날듯이 가벼워진 몸으로 흑사회의 도박선으로 달려갔다.

---

여량위가 떠나가자,

젊은 무사가 마차 말 고삐를 끌고 오며 투덜거렸다.

"아니. 흑사회주에 무슨 무공비급을 줘요."

말하는 순간. 스스로에게 깜짝 놀라는 젊은 무사.

이 분은 초절정에 달한 고수.

그런 분께 선을 넘어 말을 편하게 하다니!

젊은 무사의 얼굴이 하얗게 질릴 때,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젊은 무사의 등을 두들겼다.

"야, 됐고. 너도 얼른 튀어라. 그 마차 타고 먼저 가."

"네? 튀라고요? 아니 그게 무슨."

당황하는 젊은 무사에게 천문석은 고개를 저었다.

"생각보다 일이 너무 커졌어. 일이 이렇게 커질 줄 알았으며, 끌어드리지 않는 건데···.”

“그냥 장가장으로 돌아가면 괜찮지 않을까요?”

“극음도 이열, 흑기당, 흑사회, 응룡채, 홍청방.”

천문석이 하룻밤 동안 얽힌 이들을 하나하나 말하자,

젊은 무사의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

이 손님과 함께 상황을 헤쳐나올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는데···.

모든 일이 끝나고 상황을 돌아보니,

지난밤이 얼마나 위험했는지 이제야 깨달을 수가 있었다.

“그래도 장가장은 철권 대협의 장원인데···.”

“공개적으로야 건드릴 수 없겠지.”

젊은 무사는 천문석의 말을 바로 알아들었다.

자신은 장가장의 무사, 하루에도 몇 번이나 시전으로 나간다.

얼굴을 알아볼 흑도 방파의 인물들과 만날 일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젊은 무사의 얼굴이 더욱 어둡게 변하자,

천문석은 무사의 어깨를 툭 쳤다.

“이거 받아라.”

“네?”

천문석의 손에 들린 책 한 권!

젊은 무사는 한눈에 알아봤다.

손님이 만드신 비급!

그러나 분명 여량위한테 줬는데!?

젊은 무사는 경악한 얼굴로 다급히 물었다.

"흑사회주! 여량위한테 준건 가짜비급인가요?!"

천문석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혹시 몰라서 2권을 만들었다.”

“네?”

“흑사회주잖아? 욕심이 많아서 한 권으로 만족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우선 한 권 주고 안 먹히면 한 권 더 주려고 했지. 아, 내용은 같아. 그냥 순서만 조금 바꿔놨다.”

하하하-

천문석이 웃음을 터트릴 때,

젊은 무사는 격동에 몸을 떨었다.

어제저녁 이 비급을 만드는 손님을 볼때는 시큰둥했다.

서점에서 빈 책을 사서 직접 만든 비급서.

그런 비급서가 뭐가 대단하랴 싶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 이 비급의 가치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 무공비급은.

정체를 모르는 무사가 적당히 만든 비급이 아닌.

초절정 고수, 천하 18성에 달하는 초고수가 만든 비급인 것이다!

이 순간 들려오는 천문석의 물음.

“뭐야? 비급은 별로냐? 그냥 은자를 더 챙겨 줄까?”

젊은 무사는 기겁해서 외쳤다.

“아닙니다! 전 비급이 훨씬 좋습니다!”

탁-

마침내 젊은 무사의 손에 놓이는 비급!

엄청난 기연!

인세에 다시 만나지 못할 기연에 젊은 무사는 희희낙락하며 즉시 비급을 펼쳤다.

"뭘. 여기서 보냐."

천문석이 어이없어하자,

젊은 무사는 겸연쩍게 머리를 긁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이런 기연은 처음이라···. 원래 이런 데서 읽으면 안 되는 거겠죠?"

"됐어. 상관없다."

천문석의 말에 젊은 무사는 상기된 얼굴로 펼쳐진 비급을 읽었다.

“...굴러라! 누구보다 빠르게! 데굴데굴-.”

젊은 무사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이거 구결이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제대로 적으신 것 맞나요?”

“제대로 적은 거 맞다. 내 경험상 아주 쓸모가 많고 유용한. 훌륭한 회피기술이지.”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 어린 어조로 대답하는 천문석.

“...”

젊은 무사는 비급의 중간중간을 펼쳐 읽었다.

"...튼튼한 허리와 허벅지에서 생겨나는 힘으로···."

...

잠시 후 젊은 무사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경악한 외침!

"...아니 이거! 종마권 이잖아요!?"

“어, 뭐야?”

천문석은 깜짝 놀라 되물었다.

"너 종마···. 아니 마종권은 어떻게 아는 거야?"

"어렸을 때 엿을 준다고 해서 가끔 가서 마보를···.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설마 여량위한테 준 비급도 이거랑 같은 건가요? 마종권이요?!"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같은 거다."

"...!"

이 순간 젊은 무사는 머리에 벼락이 떨어진 것만 같았다.

'하! 사람을 속이려면 이렇게 속여야 하는구나!'

최후의 순간.

그 감동적인 분위기에 한 번 더 속이다니!

자신도 감쪽같이 속았다!

이제는 여량위가 불쌍할 지경이었다.

흑사회주 여량위는 속아서 마도 18문의 극음도와 싸워 흑사회의 기반을 통째로 날리고 목숨마저 위협을 받게 됐다.

그런데도 천하 18성급의 초고수에게 비급을 받았다고 엄청 좋아하며 절까지 하고 떠나갔다.

강호의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그랬을 거다.

초절정 고수의 무공비급에는 그 정도 가치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무공비급의 정체가 마종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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