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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37화 (138/1,336)

#137

구우우웅-

대기가 요동치는 순간,

경천동지할 힘을 담은 극음도가 천문석에게 쏘아졌다.

엄청난 내력에 폭발적으로 치솟은 강기!

당장이라도 극음도의 강기가 천문석을 두 조각 낼 것만 같았다.

그러나 오히려 롱소드를 부드럽게 움직이는 천문석.

퐁, 퐁, 퐁-

하늘 고래의 힘과 이세기의 검혼이 담긴 롱소드가 움직인 순간.

이열의 극음도와 천문석의 롱소드가 충돌했다.

콰아아앙-

충돌 순간 강기의 빛이 폭발했다.

쾅, 쾅, 쾅-

뇌전이 연이어 떨어지는 듯한 굉음과 섬광!

순식간에 수십 합의 격돌이 이어졌다.

인간의 싸움이 아닌,

신화 속 격전 같은 전투가 이어질 때.

퐁, 퐁, 퐁-

생경한 소리와 진동이 울려 퍼졌다.

순간 이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세기! 진지하게 싸워라! 퐁, 퐁? 이게 무슨 짓이냐!? 나를 희롱하는 거냐!?"

"...이게 나도 어쩔 수가 없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싸워라. 듣다 보면 은근히 괜찮아."

천문석은 진실을 말했으나 이열은 믿지 않았다.

검강을 만들어내는 초절정의 고수!

천하 18성의 고수가 소리하나 통제하지 못한다고!?

"어디까지 나를 기만할 생각이냐!? 으아아악-"

분노한 이열은 더 크고 강하게 강기를 키워 휘둘렀다.

강기가 끓어오르는 극음도.

파스스슥-

소리와 진동이 더 크게 퍼져나가는 롱소드.

퐁, 퐁, 퐁, 퐁-

극음도와 롱소드가 충돌할 때마다.

쾅, 쾅, 쾅-

충돌의 폭음이 터지고.

퐁, 퐁, 퐁, 퐁, 퐁-

폭음을 덮을 정도로 더 큰 소리와 진동이 퍼져나갔다.

“...”

천문석은 슬쩍 이열을 살폈다.

"이세기 이 새끼···! 그만 하라니까!"

이열은 검에서 밀리고 있다는 것보다 ‘퐁, 퐁, 퐁-’ 소리에 더 빡쳐 보였다.

천문석은 이열의 심정이 이해가 갔다.

마종권, 굉천수, 구인창 같은 온갖 방법으로 싸워왔던 천문석.

천문석은 사람과 몬스터를 빡치게 하는 온갖 치사한 무공과 기술에 익숙했다.

그런 자신도 대결 상대가 검으로 '퐁, 퐁' 거리면 머리끝까지 화가 날 것이다.

퐁, 퐁, 퐁-?

놀리는 것도 아니고, 진지한 승부에 무슨 미친 짓이란 말인가?

"..."

그 미친 짓을 자신이 하고 있었다.

‘...미안하다.’

천문석은 내심 사과하며 최대한 빨리 끝내기 위해서 열심히 롱소드를 휘둘렀다.

그리고 80합이 지났을 때,

여전히 하늘 고래의 소리와 진동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퐁, 퐁, 퐁-

...

---

이열은 끊임없이 들려오는 퐁, 퐁, 퐁- 소리에 이성을 잃기 시작했다.

“으악, 으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진원마저 뽑아내 강기의 크기를 키운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이열의 극음도!

그러나 천문석의 롱소드에 맺힌 검강의 크기는 오히려 줄어들었고 그 움직임도 점점 더 부드럽게 변해갔다.

그리고 천문석은 어느새 권태로운 표정으로 롱소드를 움직이고 있었다.

이열과의 승부가 80합이 넘어가며,

천문석은 전투의 흥분이 착 가라앉은 상태였다.

이열은 유형화되지 못한 뚝뚝 끊기는 강기에 내력을 쏟아부어 파괴력만 올리고 있었다.

지금 이열의 검은 무인의 검이 아니었고,

이 전투는 절정 무인과의 전투가 아니었다.

검에 뜻이 담기지 않는다면.

그 검에 강기, 하늘 아래 가장 강한 기운이 담겼다고 해도 무의미했다.

뜻 없이 힘만 담긴 검이란 쏟아지는 폭우, 몰아치는 태풍과 다를 게 없었다.

퐁, 퐁, 퐁-

천문석은 한 수 한 수 바둑돌을 놓듯 롱소드를 움직이며 생각에 빠져들었다.

하늘 아래 가장 강한 기운, 강기.

파천의 기운을 담은 강기에는 그 무엇이든 베어낼 힘이 담겼다.

그러나 연약한 인간의 몸은 강기가 아닌 철검으로도 베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강기로 무엇을 해야 할까?

천문석은 오래전 이 질문의 답을 이미 얻었고.

그 답을 승부가 결정되는 이 순간에 펼쳤다.

마지막 일검!

퐁, 퐁, 퐁-

천문석의 롱소드가 빙글 부드럽게 하늘에서 떨어지는 순간.

깡-

강철이 부러지는 맑은 쇳소리가 울렸다.

이열의 극음도.

폭발하는 강기가 서린 극음도가 부러졌다.

100합!

천문석이 공언했던 그대로의 결과가 나왔다.

새하얀 소금 덩어리에 날아가 박힌 부러진 도신!

이열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부러진 도신을 보며 피 끓는 외침을 토해냈다.

"이럴 리가···! 이럴 리가 없다! 강기가! 강기가 부러진다고!?"

울컥 피를 토한 이열의 눈이 천문석에게 닿을 때.

천문석은 롱소드를 까딱이며 대답했다.

"금강석도 무쇠 망치로 때리면 깨진다. 능유제강 모르냐?"

"능유제강, 능유제강···."

이열은 멍해진 눈으로 전신을 파르르 떨다가 무너지듯이 쓰러져 기절했다.

무리해서 내력을 뽑아 쓴 반동이 온 것!

천문석은 기절한 이열을 한심하게 바라봤다.

이열은 강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가 오히려 강했다.

강기에 의지하면서 오히려 퇴보한 극음도 이열.

무엇이든 벨 수 있는 강기는 금강석이나 마찬가지다.

무엇이든 자를 수 있는 단단한 금강석도 무른 무쇠 망치로 때리면 부서지듯.

강기에 담아야 할 것은 강맹함과 예기가 아니었다.

부드러움.

이것이 전생의 천문석이 구한 답 중 하나였다.

'능유제강.'

하늘 아래 가장 강한 기운,

강기에 담겨야 할 것은 강함이 아니라 부드러움이었다.

돌고 돌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무리.

극음도 이열, 절정의 무인은 강기의 힘에 홀려.

검을 잡는 순간 배우는 가장 기초적인 무리조차 잊고 있었다.

하-

순간 웃음을 터트리는 천문석.

어리석은 이는 눈앞에 지고의 보물이 지나가도,

두 손에 쥔 구리 동전을 놓지 못해 잡지 못한다.

마도 18문의 일문 극음도가 그랬다.

대수롭지 않은 무공 극음도에 홀려,

눈앞에 있는 지고의 무리를 알아보지 못한다.

극음도 놈들이 괜히 수백 년 동안 바로 눈앞에 있는 ‘관음천수도’를 찾지 못한 게 아니었다.

이 순간 천문석은 문득 든 생각에 이열의 손에 쥐어진 부러진 칼 위로 롱소드를 가져갔다.

거래의 기본은 정직.

이열은 몇 번이나 기만당하다가 허무하게 져버렸다. 3만 냥짜리 지급문서 값은 치러야 했다.

천문석은 검강을 일으켜 부러진 칼의 검신에 글을 새겼다.

[관음을 보았는가?]

너무나 간단한 화두(話頭).

이 화두가 관음천수도를 찾는 열쇠였다.

이열은 이 화두를 깨뜨리고 관음천수도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천문석은 기절한 이열에게 말했다.

"은자 3만 냥에 관음천수도를 찾을 화두라니! 이거 내가 엄청 손해 보는 거다."

3만 냥의 은자 값을 이열의 칼에 새긴 천문석은 웃으며 동쪽 청해 호수로 몸을 돌렸다.

소금 벌판 너머, 푸른 호수에 줄지어 늘어선 배들.

흑사회의 도박선에서 무사들이 환호할 때.

흑기당의 무사들은 패배한 이열에 혼란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직 응룡채의 거선은 나타나지 않았다.

천문석은 흑기당의 쾌속선을 향해 내력을 담아 소리쳤다.

“야! 당무! 얘 데려가라!”

천문석은 기절한 이열을 들어 올려 쾌속선이 다가오는 호수를 향해 던졌다.

휘이이잉-

내공이 실려 부드럽게 날아가 떨어지는 이열.

잠시 후 흑기당의 쾌속선 한 척이 천천히 다가왔다.

어느새 여명이 밝아오는 호수.

이제는 장가장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퐁, 퐁, 퐁-

즐거운 하늘 고래의 소리와 진동이 들려오는 롱소드를 장난감처럼 흔들며.

천문석은 마차가 있는 언덕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굳어졌다.

“...!”

마차가 늘어선 언덕으로 가는 길.

이곳에 여량위가 서 있었다.

여량위는 주먹을 움켜쥔 채 허망한 얼굴로 천문석을 보고 있었다.

천문석은 직감했다.

‘들켰구나!’

---

여량위의 허망한 얼굴을 보고 굳어버린 천문석.

천문석은 홀로 서 있는 여량위를 보니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이열과의 격전 중에 혹시라도 일이 생기면 돕기 위해 온 것.

여량위는 자신을 돕기 위해 왔다가 진실을 알게 된 것이다!

"..."

천문석은 차마 열리지 않는 입을 열었다.

"야, 괜찮냐?"

순간 허망한 여량위의 얼굴에 표정이 생겨났다.

순수한 분노!

"야, 이 사기꾼아! 으아아악!"

모든 것을 깨달은 여량위가 분통을 터트리며 달려왔다.

파스스스슥-

단단한 소금 덩어리를 짓밟으며 달려오는 여량위!

"야! 잠깐만! 내가 잘 설명할 수 있어!"

천문석이 다급하게 외쳤지만,

여량위는 이미 눈이 돌아갔다.

으아아악-

여량위는 괴성을 지르며 분노한 황소처럼 돌진했다.

엄청난 기세!

그러나 삑삑이 검강 롱소드의 봉인을 푼.

지금의 천문석에게는 가소로운 공격이었다.

천문석은 돌진하는 여량위를 단숨에 쓰러트릴 수 있었다.

“...”

그러나 여량위는 천문석을 돕기 위해 왔다.

천문석의 머릿속에서 어젯밤부터 여량위와 엮였던 일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도박선에서의 승부,

청해 호수에서의 추격전.

...

여량위는 자신의 모든 걸 걸고 신의를 다해 자신을 도왔다.

그 결과 흑사회주 여량위는 이열과 마도 18문의 일문 극음도의 분노를 샀다.

즉 여량위는 흑사회라는 기반을 송두리째 날리고 목숨마저 위협받을 처지가 된 것이다.

"..."

자신 때문에 이런 처지에 빠진 여량위를 차마 공격할 수가 없었다.

하하하-

천문석은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롱소드를 검집에 넣었다.

그리고 팔을 넓게 펼쳤다.

무방비한 모습.

손녀의 재롱을 받아주는 할아버지처럼,

천문석은 여량위의 주먹을 그냥 얻어맞을 준비를 하고 외쳤다.

"와라! 여량위! 네가 원하는 만큼! 분이 풀릴 만큼 때려라!"

천문석이 외치는 순간!

으아아악-

여량위는 괴성을 지르며 몸을 날렸다!

쒜에에엑-

발에 채인 단단한 소금 덩어리가 날아오고.

휘이이잉-

섬뜩한 일 권이 허공을 꿰뚫었다!

콰아아앙-

날아오던 소금 덩어리가 몰아치는 내력에 박살 날 때!

눈처럼 흩날리는 새하얀 소금 속에서,

내력이 실린 무거운 권이 튀어나왔다!

번개처럼 쏘아져 전신 요혈을 노리는 내가중수법!

이 순간 천문석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여량위의 권이 몸에 닿는 순간,

천문석의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날아오는 권을 밀어내는 손등과 바닥을 쓰는 발!

여량위의 내력이 반발하는 순간,

힘은 허깨비처럼 사라지고.

갑자기 사라진 힘에.

비틀-

여량위가 순간적으로 휘청일 때.

천문석의 발이 여량위의 발목을 후렸다.

휘리릭-

제자리에서 붕 뜬 채 빙글빙글 회전하는 여량위!

이때 천문석의 권장지법이 벼락같이 쏟아졌다.

무겁게 떨어지는 주먹,

가볍게 밀어내는 손바닥.

그리고 예리한 검처럼 쏘아지는 손가락!

타다다다다다닥-

여량위는 공중에 뜬 채,

수십 초의 권장지법을 얻어맞고 날아갔다.

으어어어억-

쿵, 파스스슥-

허공을 날아 소금 벌판에 처박혀 데굴데굴 구르는 여량위.

"앗!"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움직인 몸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여량위의 공격을 그냥 맞아주려 했는데,

몸에 남은 검강의 기운이 저절로 움직여 반격을 가했다.

심마!

어느새 마음에 스며든 심마 때문이다!

천문석은 다급히 소금 벌판을 구르는 여량위를 쫓아가며 해명했다.

"야! 괜찮냐!? 이거 내 본의가 아냐!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다 심마 때문이다!"

으아아악-

순간 괴성을 지르는 여량위!

"오지 마라! 오지 마! 너 때문에 다 망했다! 으아아악!"

소금 벌판에 쓰러진 여량위는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분통을 터트렸다.

무림 고수가 아닌 좌절한 꼬맹이 같은 모습!

처음 만났을 때의 카리스마 있는 흑사회주는 사라지고,

거듭된 좌절에 절망한 천문석 또래의 젊은 여성만 남았다.

"..."

이때 젊은 무사가 마차 말고삐를 잡고 난감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순간 천문석과 젊은 무사의 눈이 마주쳤다.

'그냥 튀죠?'

젊은 무사가 입 모양으로 말하는 순간.

천문석은 차마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었다.

어느새 극음도 이열을 데리고 떠나가는 흑기당의 쾌속선이 보였다.

"..."

극음도 이열의 충격적인 패배에 흑기당주 당무는 정신을 차리지 못할 거다.

그러나 이열이 정신을 차리면 여량위와 흑사회는 끝장이다.

그렇다고 이열을 죽였으면 극음도의 일문이 아닌 마도 18문 전체의 정예가 몰려왔을 거다.

지금 흑사회와 여량위는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

신의를 다한 여량위에게 어떻게든 살길을 열어줘야 했다.

천문석은 재빨리 머리를 굴려 한 가지 방법을 찾아냈다.

그리고 확신 어린 어조로 외쳤다.

"여량위. 나한테 좋은 방법이 있다!"

"...!"

순간 분통을 터트리던 여량위의 몸이 멈췄다.

눈물이 줄줄 흐르는 눈으로 천문석을 바라보는 여량위.

"...?"

여량위의 눈에 막연함 기대감이 어릴 때.

천문석은 입을 열었다.

"이참에 흑사회 은퇴하는 게 어떨까? 마침 저기 도박선도 있겠다. 저 범선 타고 바로 여기서 튀는 거지!"

"....뭐?! 야, 이 사기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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