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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30화 (131/1,336)

#130

"야, 이! 빡대가리 새끼야!"

남자가 외치는 순간,

마일도가 깜짝 놀라 여량위를 힐끗거렸다.

“야! 너 말하면 들킨다며!?”

“...”

하아-

우두커니 선체 깊은 한숨을 내쉬는 남자.

마일도의 외침대로였다.

가면을 썼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지만,

내가 기공의 고수인 여량위는 홍청방 사자의 목소리를 바로 알아챘다.

"네 놈! 거기에 있었구나!"

여량위가 손을 드는 순간,

흑사회 무사들이 무기를 꺼내고 살기를 끌어 올렸다.

스르렁, 철렁-

여량위의 행동을 본 당무도 낯선 남자의 정체를 눈치채고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흑기를 올려라!"

검은 깃발이 달린 장대가 갑판에 꼿꼿이 서는 순간,

도박선 주위를 감싼 십여 척의 쾌속선 위에도 흑기가 올랐다.

순간 한겨울 칼바람을 뚫고 들려오는 진동!

쿵, 쿵, 쿵-

장대로 뱃전을 두들기는 소리가 하나로 합쳐져 하늘을 울린다.

흑사회와 흑기당!

두 흑도 방파의 무사들이 살기를 끓어 올리자,

응룡채주 마일도가 두툼한 칼을 뽑아 들며 외쳤다.

"그래! 진작에 이렇게 했어야지! 싸워서 결판을 내자! 신호를 보내라!"

부우우우웅-

마일도가 타고 있는 거선의 망루에서 울려 퍼지는 뿔피리 소리!

응룡채의 수적들이 칼과 검을 뽑아 들고 방패를 앞세울 때.

멀리서 대답하듯이 뿔피리 소리가 돌아왔다.

부우우웅-

부우우우웅-

...

멀리서 다가오는 거대한 배 두 척.

응룡채의 거선이었다!

여량위, 당무, 마일도.

셋 모두 거친 흑도 방파의 바닥에서 시작해 우두머리까지 오른 인물들.

피보기를 두려워하는 이들은 하나도 없었다.

일촉즉발!

세 흑도 방파 간의 격전이 벌어지려 할 때.

마일도에게 속삭이던 남자, 홍청방 사자가 앞으로 나섰다.

"우리가 이렇게 싸울 필요는 없지 않나? 여량위, 당무?"

"뭐?!"

"하-"

여량위가 어이없어하고,

당무가 헛웃음을 터트릴 때.

홍청방 사자는 차분히 대답했다.

"약속대로 정보를 넘겼지 않나?"

"누구나 아는 그 헛소문 값이 은자 이천냥이란 말인가?"

당무가 기막혀하자.

홍청방 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중한 어조로 대답했다.

"홍청방의 정보는 저잣거리의 정보와는 다르다."

"뭐? 이런···!"

당무가 버럭 소리 지르려는 순간.

“잠깐!”

묘한 기색을 느낀 여량위가 손을 들어 당무의 외침을 막고 질문했다.

"지금 그 말은. 그 헛소문이 설마···?"

홍청방 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가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마도 18문의 지존. 18 대천의 천마 위에 오르신 분의 사문은 그곳이 맞다."

순간 여량위와 당무는 충격을 받고,

마일도는 눈을 끔벅거렸다.

강호에 위명이 자자한 극음도나 화염도와 달리 처음 들어보는 곳.

'하늘에 묻는다.'

이곳이 진짜로 마도 18문의 지존, 천마의 사문이라고?!

"야, 너희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사람이 알아듣게 차근차근 말을 해야지!"

마일도가 버럭 소리를 질렀으나,

여량위는 이미 마일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진짜 정보를 넘기고는 왜 도망쳤지?!'

홍청방 사자는 여량위의 생각을 짐작한 듯 쓰게 웃었다.

"눈앞에서 ‘벽력탄’이 터지려는데···. 당연히 도망쳐야지."

"벽력탄이라고?"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느껴지는 철렁함!

한겨울 얼음물에 빠진 듯한 한기가 등골을 타고 오른다!

“...!”

전신의 솜털이 치솟고,

무인의 직감이 경고한다.

고수!

엄청난 고수가 나타났다!

여량위.

당무.

마일도.

일류를 넘어 절정의 벽을 두들기는 셋의 시선이 동시에 한곳으로 모였다.

갑판 계단.

이곳에서 가짜 극음도,

이열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열이 나타난 순간.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는 흑사회와 흑기당의 무사들!

이들 모두의 눈에는 경악의 빛이 떠올라 있었다.

"...결국, ‘벽력탄’이 왔구나···."

이 순간 홍청방 사자의 탄식이 들려오고,

뒤이어 마일도의 경악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강기! 시발! 저거 강기 아냐!?"

가짜 극음도 이열의 칼에 맺힌 서릿발 같은 새하얀 빛!

유형화되지도 면면부절 끊임없이 흐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새하얀 빛을 보는 모두는 한눈에 알아봤다.

강기!

유형화되기 직전의 강기다!

극음도 이열은 초절정의 벽에 도전하는 고수였다.

당무는 깨달았다.

초절정의 벽을 두들기는 고수.

그런 고수가 타인을 사칭하는 가짜일 리 없었다.

이열은 진짜 극음도인 것이다!

경악한 마일도와 당무를 보는 이열의 눈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떠올랐다.

이제 이열의 시선은 흑사회주 여량위에게 향했다.

그러나 여전히 한줄기 의심을 지우지 못한 여량위.

여량위는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세기라 이름을 밝힌 그분이 펼친 놀라운 극음도!

그리고 그 당당함과 포용력.

그분이 가짜일 리가 없었다!

여량위의 표정을 보는 순간 이열의 얼굴에 떠오르는 냉소.

이열은 자신의 칼을 검집에 넣고 품 안에서 패를 꺼내 내공을 주입했다.

내공이 들어가는 순간,

새하얀 빛을 발하는 패!

"한옥!"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올 때,

이 패를 보는 모두는 깨달았다.

내공을 주입하면 빛과 냉기를 발하는 한옥(寒玉)!

한옥으로 만든 패다.

이때 빛에 휩싸인 패에 푸른 두 글자가 떠올랐다.

여량위는 믿기지 않은 눈으로 패에 떠오른 글자를 읽었다.

"극음(極陰)."

이 순간 들려오는 진동.

쿵-

"홍청방에서 극음도의 후계자를 뵙습니다!"

홍청방 사자가 무릎을 꿇고 조아리며 외치자,

일제히 머리를 숙이는 홍청방 무사들.

극음도의 후계자란 말이 터지는 순간.

사방에서 들려오는 외침들.

쿵-

"흑기당에서 마도의 하늘을 뵙습니다!"

쿵-

"응룡채주 마일도! 명을 받들겠습니다!"

뒤이어 당무와 마일도가 무릎을 꿇고 흑기당의 무사들과 응룡채의 수적들이 머리를 조아렸다.

이제 이 갑판 위에 서 있는 것은 흑사회주 여량위와 흑사회의 무사들뿐.

모두의 시선이 흑사회주 여량위에게 모이는 순간.

이열은 외쳤다.

"이세기! 어디에 있나! 지금 여기서 승부를 가리자!"

절정고수의 쩌렁쩌렁한 외침이 하늘을 가르는 순간.

모두의 시선이 주위를 훑었다.

"..."

그러나 이세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열은 명령했다.

"찾아라!"

명령 순간 사방으로 흩어지는 무사들.

잠시 후 망루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북쪽! 배 한 척이 섬 뒤로 들어갑니다!"

이열은 단숨에 돛대를 밟고 망루로 뛰어올라 멀어지는 배를 확인했다.

삼각돛에 가득 바람을 받고 섬으로 움직이는 작은 배!

배 뒤쪽 선미에 서서 키를 잡은 이의 뒷모습이 눈에 익었다.

털모자, 털 가죽옷!

이열은 까마득히 먼 남자를 향해 살기를 쏘아 보냈다.

무언가 느낀 듯 문득 머리를 돌리는 남자.

이열은 남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이세기!

극음도의 정수를 펼쳤던 이세기가 도망치고 있었다!

이열은 단숨에 갑판으로 뛰어내려 명령했다.

"저 배를 쫓아라! 이세기를 잡아라!"

“존명!”

당무와 마일도가 외치는 순간.

대치하던 배들이 일제히 북쪽, 도망치는 배를 향해서 움직였다.

흑기를 올린 수십 척의 쾌속선, 흑기당.

커다란 돛을 펼친 세 척의 거선, 응룡채.

이열과 함께 응룡채의 거선에 탄 채 덩달아 끌려가는 홍청방 사자.

모든 배가 천문석을 쫓을 때.

홀로 멈춰선 도박선 위에는 흑사회주 여량위가 돌이라도 된 듯 우두커니 서 있었다.

"...회주님···?"

한 향주가 조심스럽게 묻자,

문득 고개를 드는 여량위.

여량위의 두 눈에서는 푸른 귀화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꿀꺽-

여량위의 모습에 모두가 마른침만 삼킬 때.

들려오는 차분한 목소리.

"우리가 잡아야 합니다. 어서 출발하세요."

여량위의 존댓말에 흑사회 향주 들과 무사들의 안색이 변했다.

분노할수록 오히려 차분해지는 흑사회주 여량위.

여량위가 극도로 분노했다!

흑사회 무사들은 다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박꾼을 배에 실어 호수에 내리고 거대한 돛대에 돛을 올렸다.

여량위가 홍모귀들에게 도박으로 따낸 범선, 흑사회의 도박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순간 사방으로 날아가는 전서구.

여량위는 선수 갑판에 서서 멀리 북쪽을 응시했다.

섬 그늘로 사라지는 배!

저 배에 그가 있었다.

자신을 감쪽같이 속인 이세기 그자가!

---

휘이이이잉-

바다같이 드넓은 호수 위로 불어오는 한겨울 칼날 바람!

이 바람에 삼각돛이 한껏 부풀어,

작은 배는 날 듯이 호수 위를 나아가고 있다.

1차 목적지, 점점이 북쪽으로 이어지는 섬이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천문석은 섬이 가까워지자 문득 남쪽을 봤다.

이제야 움직이기 시작하는 배들!

천문석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운이 좋았다!'

조금만 늦었어도 뒷덜미를 잡힐 뻔했다.

흑사회와 흑기당.

그리고 새롭게 나타난 응룡채.

갑판에 올라와서 본 상황이 너무나 흥미진진했다.

무협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상황에 잠시 구경할까도 생각했지만.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이는 법!

원하던 정보는 모두 얻은 천문석은 모두의 주의가 응룡채주 마일도에 팔린 틈에 재빨리 갑판에 준비된 배를 내려 도망쳤다.

때마침 남풍이 불어오고,

행적을 숨기기 좋은 섬들이 북쪽으로 점점이 이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어린 나이임에도 키를 잡을 줄 안다는 젊은 무사.

천문석도 전생에 한동안 뱃일을 해서 키를 잡은 경험이 있었다.

문제는 돛이 걸린 활대 줄을 조정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건데.

이것도 문제가 없었다.

휘이이잉-

천문석의 시선이 거센 남풍에 부풀어 오른 삼각돛으로 향했다.

삼각돛이 걸린 활대 줄을 조정하고 있는 건.

흑사회 향주,

왕웅이었다.

---

"시발, 시발. 개시발!"

왕웅은 활대 줄을 조정하며 쉴 새 없이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천문석 옆에 선 젊은 무사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놈. 정말 괜찮을까요?"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뒤를 가리켰다.

“당연히 괜찮지. 저기 봐라.”

환하게 밝혀진 보름달 아래 불을 밝힌 수많은 배가 움직이고 있었다.

밤의 호수 위를 달리는 수많은 배는 별이 달리는듯한 장관을 만들어냈다.

이 장관을 만들어낸 배들 모두가 자신이 탄 배를 쫓고 있었다.

꿀꺽-

젊은 무사가 질린 얼굴로 마른 침을 삼킬 때,

천문석은 왕웅에게도 들리도록 큰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를 흑사회주에게 데려간 게 누구냐?"

"아···. 왕웅!"

젊은 무사가 깨달음의 탄성을 터트릴 때.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왕웅을 가리켰다.

"왕웅! 쟤가 우리를 데려갔잖아. 흑사회주한테 잡히면! 우리는 몰라도 왕웅 쟤는 전신이 갈가리 찢겨서 죽는 거다!"

천문석은 손으로 전신을 긁는 시늉을 하며 왕웅의 목소리를 흉내 내 외쳤다.

“으악, 으악. 으아악! 엄청 아파!”

열이 뻗친 왕웅은 울분을 담아 외쳤다!

"이 새끼야!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순간 천문석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구해줬잖아? 하여튼 힘내라. 열심히 하면 보상도 줄게."

"뭐? 보상을 줘!? 하-"

왕웅이 기가 찬다는 듯이 헛웃음을 터트리는 순간,

천문석은 옆에선 젊은 무사에게 손을 내밀었다.

젊은 무사는 천문석이 원하는 것을 바로 알아채고,

몸에 둘둘 묶어둔 주머니를 하나 끌러 천문석의 손에 올렸다.

천문석은 손에 들린 주머니를 흔들었다.

철그렁-

주머니에서 전해지는 묵직한 은자 부딪히는 소리!

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왕웅의 얼굴이 극적으로 변했다.

울분과 안도.

기쁨과 슬픔.

이 모든 감정이 뒤섞인 복잡한 얼굴처럼 왕웅의 머릿속도 복잡하게 뒤엉켰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흑사회와 응룡채 양쪽에 찍힌 이상,

더는 이 도시에서 살 수 없었다.

어떻게든 도망쳐 저 은자를 받고 새 삶을 살아야 했다!

으아악-

"시발, 시발. 개시발!"

왕웅은 괴성을 지르며 조금이라도 바람을 더 받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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