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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26화 (127/1,336)

#126

'...아니, 뭐가 이렇게 공교로워?'

자신이 묻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흑기당과 홍청방에서 나타났다.

뭔가 사건 진행이 영화 같았다.

"...저 어떻게 할지···?"

순간 흑사회주 여량위의 조심스러운 질문이 들려왔다.

'오늘 밤 끝장을 본다!'

천문석은 마음의 결정을 하고 여량위에게 명령했다.

"먼저 가서 계획대로 진행해라. 나도 그 승부를 보겠다.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믿어주십시오!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여량위가 깊게 허리를 숙여 보이고 문으로 빠져나가는 순간.

천문석은 넋 나간 표정의 젊은 무사의 허리를 툭 건드렸다.

"...네?"

젊은 무사가 얼빠진 목소리로 되묻는 순간.

천문석은 젊은 무사에게 눈짓하며 손가락으로 탁자를 가리켰다.

"네···?"

그러나 멍청한 표정만 짓고 있는 젊은 무사.

천문석은 젊은 무사의 귀에 속삭였다.

"야. 은자랑 전표 챙겨야지! 저거 챙겨서 바로 내 뒤로 딱 붙어라. 우리 호랑이굴로 들어왔어! 정신 차려!"

"...!"

천문석은 여량위가 나간 문으로 걸어나가며 연신 입 모양으로 말했다.

'싸.그.리.챙.겨.'

젊은 무사는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을 차렸다.

사자련.

마도 18문.

극음도.

하나하나가 무시무시한 이름들이다.

그러나 지금 걱정할 것은 눈앞의 칼, 흑사회였다!

이미 자신은 거듭 사기를 치고 있는 손님과 하나로 묶였다.

눈앞에 드리워진 흑사회의 칼날을 피하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젊은 무사는 탁자 위에 가지런히 정리된 은자와 전표를 단숨에 면포 주머니에 쓸어 담았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화려한 선실을 쓱 훑어보는 젊은 무사.

젊은 무사의 두 눈이 위험하게 빤짝였다.

그리고 한참 후 흑사회주의 선실에서 나온 젊은 무사가 천문석을 쫓아 달려갔다.

---

흑사회 도박선의 넓은 특실.

백여 명에 달하는 흑사회와 흑기당, 홍청방 무사가 벽에 늘어선 가운데.

흑사회주 여량위와 흑기당주 당무가 중앙의 커다란 탁자에 마주 앉았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 앉은 홍청방의 사자.

가면을 쓴 홍청방의 사자는 탁자 위에 봉인된 검은 두루마리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

쇳소리를 긁는 듯 변성된 목소리.

"이게 두 분이 원하시던 정보입니다."

홍청방의 사자는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번 마도 쟁투에서 승리하신 18 대천의 지존. 그분에 대해 홍청방에서 알아낸 모든 게 이 안에 담겨 있습니다."

홍청방 사자의 말이 끝나는 순간 들려오는 외침.

"은자 천 냥!"

흑기당주 당무가 먼저 가격을 부르고 은자가 가득 담긴 상자를 탁자에 올렸다.

쿵-

홍청방의 사자의 눈이 흑사회주에 향하는 순간.

흑사회주 여량위도 입을 열었다.

"은자 천 냥."

그리고 여량위 앞에도 묵직한 상자가 올라갔다.

홍청방 사자는 두 사람이 가격을 올리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묵묵부답 답이 없는 당무와 여량위.

"...?"

홍청방 사자가 의아해하는 순간.

당무가 말했다.

"입찰 가격이 같으니 다른 거로 승부를 가려야겠군."

"이를테면 주사위 같은 거로 말이지."

그리고 태연하게 당무의 말을 받는 여량위.

순간 홍청방 사자는 당했음을 깨닫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양쪽에서 쏘아지는 살기!

“...!”

당무와 여량위가 미소 지은 채 홍청방 사자를 보고 있었다.

"어디를 가시나?"

"돈 받아 가야지?"

그리고 사방에서 섬뜩한 병장기 꺼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쿵, 스르렁, 철렁-

흑기당과 흑사회의 무사들이 살벌한 기세를 쏟아내며 좌우에서 홍청방의 무사들을 압박했다.

가면 속 홍청방 사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흑사회, 흑기방, 홍청방.

백여 명의 무사들이 살벌한 기세를 키우며 대치하는 상황.

그러나 이미 흑사회와 흑기당은 손을 잡았다.

두 배가 넘게 차이 나는 머릿수.

칼부림이 시작되면 홍청방은 순식간에 밀릴 것이다.

게다가 지금 있는 곳은 넓은 호수 한가운데 흑사회의 도박선.

설령 이 선실에서 빠져나가도 도망칠곳은 없었다.

스스로 함정에 걸어들어온 쥐 꼴이라니!

홍청방 사자는 한참 동안 머리를 굴리다가 결국 두 손을 들고 털썩 의자에 앉았다.

이 순간 여량위와 당무가 부하들에게 손짓했다.

스르렁, 철렁-

쿵, 쿵, 쿵-

꺼냈던 무기를 집어넣고 뒤로 물러서는 흑사회와 흑기당의 무사들.

여량위가 나른한 어조로 말했다.

“은자 천 냥이면 충분하잖아?”

“...”

가면을 쓴 홍청방 사자는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소.”

이 순간 여량위가 외쳤다.

"주사위와 잔을 가져와라!"

탁자 위에 두 개의 잔과 두 개의 주사위가 놓이고.

여량위와 당무는 각자 잔과 주사위를 앞에 두고 마주했다.

이제 승부를 가를 시간!

흑사회와 흑기당, 홍청방.

모두의 시선이 탁자로 모일 때,

천문석도 흑사회 무사 틈에 껴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탁자를 보고 있었다.

---

당무가 잔으로 주사위를 덮으며 물었다.

"승부 방법은 어떻게 할까?"

"높은 수."

여량위는 짧게 대답하고 잔으로 주사위를 덮었다.

"단 판?"

"당연하지!"

합의가 끝나는 순간,

번개같이 움직이는 잔!

타다다다다닥-

흔들리는 잔 속에서 주사위가 엄청난 속도로 회전했다.

천문석은 이 순간 롱소드 폼멜을 잡고 기감을 주사위를 향해 뻗었다.

여량위는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지만,

천문석은 여량위만 믿고 있을 생각이 없었다.

오늘 하루 고생의 결과가 이 순간 결정된다.

반드시 승리해서 마도 18문의 정보를 손에 넣어야 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자신에게는 주사위 눈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삑삑이 롱소드가 있었으니까.

이 롱소드만 사용하면 승리는 따놓은 당상!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이 삑삑이 롱소드의 힘을 쓸 때면,

필연적으로 하늘 고래의 소리가 들려온다는 것이다.

'퐁, 퐁, 퐁-'

도박장에서 이런 생경한 소리가 들려오면 모두의 의심을 산다!

이 소리를 감춰야 했고,

이미 방법도 생각해 뒀다.

천문석은 옆에선 젊은 무사의 허리를 쿡 찔렀다.

“네?”

젊은 무사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재빨리 명령하는 천문석.

"야, 환호성 질러."

"네···?"

젊은 무사는 뜬금없는 명령에 얼빠진 목소리로 되물었다.

다급한 상황!

천문석은 젊은 무사의 이마에 전법륜인 딱밤을 날렸다.

으아아악-

젊은 무사의 비명이 터지는 순간,

천문석은 이 비명에 환호성을 더했다.

으아아와와와-

그리고 외친다.

"우리 회주님이 승리하신다!"

천문석이 외친 순간,

발끈하는 흑기당 무사들.

"무슨 소리! 우리 당주님이 이기신다!"

우와아아아아-

흑기당 무사들은 더 크게 외치고 더 큰 함성을 내질렀다.

곧 경쟁이 붙은 흑사회와 흑기당의 무사들은 넓은 특실이 흔들릴 정도로 서로에게 고함과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우와아아-

"우리가 이긴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함성과 환호성!

이 정도면 삑삑이 롱소드의 소리와 진동은 묻힌다!

천문석은 눈을 반짝이며 롱소드 폼멜을 잡은 손에 심상을 담았다.

'아득한 그리움.'

퐁, 퐁, 퐁-

하늘 고래의 힘을 담은 소리와 진동이 엄청난 함성과 환호성을 사이로 은밀히 퍼져 나갔다.

그리고 이 소리와 진동이 흑사회주와 흑기당주가 앉은 탁자에 닿는 순간.

탕-

여량위의 잔이 탁자에 떨어져 내리고.

탕-

당무의 잔이 뒤이어 탁자에 내려졌다.

뒤집힌 두 개의 잔!

여량위와 당무의 눈이 서로를 응시했고.

다음 순간 뒤집힌 잔이 동시에 들렸다!

[4].

[2].

여량위가 [4],

당무가 [2].

"역시 우리 회주님!"

"우리가 이겼다. 으하하-"

...

흑사회가 승리하는 순간,

엄청난 환호성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여량위는 환호성 속에서 느긋하게 일어나 은자가 가득 든 상자를 홍청방 사자에게 밀었다.

쓰윽-

그리고 봉인된 검은 두루마리로 손을 가져갔다.

이때 다급히 외치는 당무.

"여량위! 멈춰라!"

"뭐야? 지고서 강짜 부리는 거냐? 천하의 당무가?"

여량위는 피식 웃으며 검은 두루마리를 잡으려 했다.

이 순간 들려오는 섬뜩한 파공음!

쒜에에엑-

대경한 여량위가 손을 빼는 동시에,

단검이 검은 두루마리를 꿰뚫었다.

“당무!”

여량위가 분노해서 고개를 돌리자 보였다.

냉막한 인상의 젊은이가 손을 앞으로 한 채 탁자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당무! 내 배에서 이런 짓을 하다니! 네가 죽고 싶구나!? 하-"

분노한 여량위가 손을 펼치는 순간,

흑사회 무사들이 일제히 무기를 뽑아 들었다.

이 순간 방 밖으로 뛰어나가 사방으로 달리는 흑사회 무사들!

곧 천장과 바닥에서 요란한 발 구름 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쿵-

심장을 옥죄는 발 구름 소리가 사방에서 북 치듯 들려올 때.

냉막한 인상의 젊은이는 탁자 앞에 멈춰섰다.

당무는 재빨리 이 젊은이 옆에 공손히 서서 여량위에게 외쳤다.

"여량위! 어서 무릎을 꿇어라! 이분은···!"

순간 손을 들어 당무의 말을 막은 냉막한 젊은이.

그는 돌연 검대에 걸린 날렵한 도를 뽑아 번개같이 내려쳤다.

픽-

여량위의 주사위가 섬전 같은 일격에 반으로 쪼개졌다.

그리고 쪼개진 주사위에서 자라나는 얼음!

얼음을 보는 순간 흑사회 무사들은 경악했다.

너무나 유명하여 모를 수가 없는 무공!

"극음도!"

누군가의 비명 같은 외침이 터지는 순간,

당무가 다시 한번 외쳤다.

"어서 꿇어라. 여량위! 18 대천에서 오신 극음도의 사자시다!"

18 대천,

극음도의 사자!

충격을 받은 흑사회의 무사들이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설 때.

냉막한 젊은이의 오연한 시선이 여량위에게 닿았다.

넓은 특실 전체에 아찔한 침묵이 흐르고,

모두의 시선이 흑사회주 여량위에게 모였다.

흑사회주 여량위는 충격으로 굳어진 듯 무표정한 얼굴로 우뚝 선 채 미동도 없었다.

잠시 후 무표정한 여량위의 얼굴에 문득 웃음이 생겨났다.

비웃음!

냉막한 젊은이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당무가 대경실색하는 순간.

여량위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 이런 멍청한 가짜 놈이 있나!"

이 순간 선실 안의 모두는 굳어졌다.

마도 18문, 극음도의 사자에게 가짜라니!

이때 여량위는 냉막한 젊은이를 노려보며 외쳤다.

"여기에 진짜 극음도의 사자가 계시다! 이 멍청한 가짜 놈아!"

여량위는 빙글 몸을 돌려 성큼성큼 흑사회 무사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깜짝 놀라 길을 여는 흑사회 무사들.

여량위는 흑사회 무사들을 지나 한 사람 앞에서 멈췄다.

순간 깊게 허리를 숙이며 외치는 여량위!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극음도의 사자시여! 저 가짜 놈을 당장에 박살 내겠습니다!"

소리 없는 경악이 퍼져 나가고.

흑사회, 흑기당, 홍청방.

백 명에 달하는 무사들의 경악한 시선이 여량위가 허리를 숙인 사람에게 모였다.

흑사회주 여량위 앞에는,

털모자를 눌러쓴 강렬한 인상의 청년이 있었다.

천문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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