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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25화 (126/1,336)

#125

흑사회주 여량위가 묻는 순간.

천문석은 품 안에 손을 넣어 책을 잡았다.

지금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할 때다!

유흥가를 찾아가던 도중에,

책방에 들려서 산 빈 책!

이 책 안에는 천문석이 준비한 비장의 한 수가 담겨 있었다.

이걸 보면 여량위의 생각이 순식간에 바뀔 것이다!

이때 여량위가 손을 들어 천문석의 행동을 막았다.

“잠깐!”

“...?”

여량위는 은접시에 담뱃재를 털며 천문석에게 미소 지었다.

“생각해보니까. 이유를 듣기 전에 도박장 계산부터 끝내야겠다.”

“...계산?”

천문석의 반문에 여량위는 담뱃대로 탁자 위에 놓인 면포 주머니를 가리켰다.

“도박장에 있던 내 돈이 잘 있는지 확인부터 해야지?”

천문석은 어이없어하는 눈으로 돈주머니를 봤다.

은자와 전표가 가득 든 면포 주머니가 세 개나 있다.

남으면 남았지 모자랄 리가 없었다.

“얼마든지.”

천문석이 어깨를 으쓱하자,

여량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돈이 모자라면 은자 한 냥에 살점 한점씩이다. 야. 확인해라!”

여량위가 외치는 순간 들려오는 섬뜩한 쇳소리.

스르렁-

흑사회의 무사가 커다란 칼을 들고나와 탁자에 박아 넣었다.

쾅-

이 순간 주판을 든 사람들이 잽싸게 튀어나와,

탁자 위에 은자와 전표를 쏟아붓고 확인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은자와 전표 확인이 끝나고, 주판을 든 남자들이 계산 결과를 적은 종이를 여량위에게 바쳤다.

여량위는 종이를 쓱 훑어 숫자를 확인하더니 뭉쳐서 화로에 던졌다.

화르륵-

종이가 불타는 순간,

여량위가 나른하게 웃으며 말했다.

"도박장 돈이 조금 부족하네. 은자 천 냥쯤?"

천문석은 여량위의 말을 듣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은자와 전표가 가득 담긴 면포 주머니가 세 개.

세 개의 면포 주머니에는 도박꾼들의 돈이 들어있었다.

당연히 모자랄 리가 없었다.

여량위의 저 말은 그냥 구실이었다.

천문석을 손 봐줄 구실!

이때 분위기를 읽은 젊은 무사가 재빨리 검을 뽑아 천문석의 앞을 막았다.

“제가 길을 열겠습니다!”

젊은 무사가 비장하게 외친 순간.

쿵, 철렁, 스르렁-

사방에서 들려오는 무기 뽑는 소리!

수십 명의 흑사회 무사들이 살기를 뿜어내고,

선실 안은 당장이라도 피를 볼 듯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툭, 툭-

하아아아-

여량위의 담뱃대 터는 소리와 나른하게 연기 내뿜는 소리.

스르렁, 쿵, 쿵-

무기 부딪히는 섬뜩한 소리와 사방에서 쏟아지는 살기!

이질적인 두 소리가 뒤섞일 때.

“돈이 모자라니 어쩔 수 없네.”

여량위는 나른하게 미소지으며 두 눈에 잔인한 살기를 드러냈다.

흑사회주 여량위가 명령하는 순간.

수십 명의 흑사회 무사들이 일제히 달려들 것이다.

천문석은 손에 들고 있던 비장의 한 수가 담긴 책을 품에 넣었다.

이걸로 해결할 때는 이미 지났다.

천문석은 천천히 롱소드에 손을 가져갔다.

'검강 롱소드!'

유형화된 강기라는 절대적인 무위를 떨칠 순간이 왔다!

그러나 이때 문득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

좀 규모가 있는 흑도 방파에는 마도 18문의 사자가 주기적으로 보내진다.

혹시 마도 18문의 접선 방법이 먹히지 않을까?'

천문석은 즉시 왼손의 검지와 중지를 모아 하늘을 가리키며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흑천을 건너왔다."

"흑천?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순간 침을 찍- 뱉으며 비웃는 흑사회 무사!

'역시 안 통하나···.'

천문석이 내심 혀를 차며 롱소드를 뽑으려는 순간.

쿵-

바닥을 울리는 커다란 진동!

흑사회주 여량위가 어느새 일어나 발을 구르며 외쳤다.

"모두 나가라!"

"네?"

"아니···. 무슨?"

...

피를 보기 직전에 내린 명령에,

흑사회 무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회주를 바라봤다.

이때 여량위가 손을 휘저었다.

파르르-

바닥에 침을 뱉은 무사의 옷자락이 여량위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순간 옷자락을 낚아채는 여량위.

무사는 단숨에 끌려와 여량위의 손에 잡혔다.

으아앗-

무사가 다급한 비명을 지를 때,

여량위는 자기 두 배는 되는 무사를 무릎 꿇리고 주먹을 내려쳤다.

새하얀 여량위의 주먹이 무사의 머리에 닿는 순간.

탁-

위력이라고는 없을 것 같은 가벼운 소리가 울렸다.

그러나 픽- 바닥에 쓰러져 파르르 경련하는 흑사회 무사.

내가중수법!

"이놈 데리고 당장 나가라!"

여량위가 다시 한번 외친 순간.

하얗게 질린 흑사회 무사들은 쓰러진 동료를 업고 도망치듯이 선실에서 빠져나갔다.

이제 선실에 남은 것은 천문석과 여량위 그리고 젊은 무사뿐이었다.

여량위의 시선이 젊은 무사에게 향했다.

흑사회주의 무위를 본 젊은 무사는 마른침을 삼키며 비스듬히 천문석 앞을 가로막았다.

"얘는 괜찮다."

천문석이 말하는 순간.

여량위가 천문석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정중한 어조로 물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천문석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수미산에서 전륜 법왕의 수레를 타고 흑천을 건너왔다."

천문석이 대답한 순간 여량위의 얼굴이 핼쑥하게 변했다.

"..."

여량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천문석을 바라봤다.

분위기가 바뀐 걸 눈치챈 천문석은 의자에 털썩 앉으며 거만하게 외쳤다.

"여량위? 하- 흑사회주의 허리가 이토록 뻣뻣하다니!"

분노한 듯 파르르 떨리는 여량위의 몸!

젊은 무사가 격전을 대비해 마음을 다잡는 순간.

쿵-

여량위는 바닥에 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흑사회주 여량위가 마도의 하늘. 18 대천의 사자를 뵙습니다."

“...!”

흑사회주가 머리를 조아리는 순간.

젊은 무사는 경악했다!

마도의 하늘,

18 대천의 사자!

이렇게 불릴 곳은 강호에 하나밖에 없었다.

구파일방의 어느 대문파라도 단숨에 밀어 버릴 힘을 지닌 단체!

수천 마인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무인을 거느린 곳.

강호에서 가장 강한 단체 '마도 18문'!

자신이 모신 손님은 마도 18문의 사람이었다!

"...!"

결론을 내린 순간,

젊은 무사는 이게 사실일 리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가장은 철권 대협이 만드신 장원이고.

철권 대협은 무림맹과도 교분이 깊은 인물이었다.

그분의 손님이 마도 18문의 사람일 리가 없는 것이다.

젊은 무사는 불현듯 깨달았다.

오늘 하루 몇 번이나 일어났던 일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사기!

자신이 모시고 있는 장가장의 손님은 또 한 번 사기를 치고 있었다.

그것도 흑사회주에게!

---

흑사회주와 젊은 무사가 저마다의 이유로 경악에 빠진 이 순간.

천문석은 거만하게 앉은 모습과는 달리,

내심 의아해하고 있었다.

'희한하네···. 시간이 엄청 흐른 것 같은데···. 접선 방법은 왜 그대로 유지를 한 거야?'

천문석은 힐끗 흑사회주 여량위를 살폈다.

내가중수법을 사용할 정도의 고수.

강호의 고수는 부러질지언정 숙이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여량위는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여량위는 천문석이 아닌 그 뒤에 있을 마도 18문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것.

저 모습을 보니 확신할 수 있었다.

흑사회주는 자신이 전륜 법왕의 수레를 타고 흑천을 건너온 마도 18문의 사자라고 완전히 믿고 있었다!

지금 상태라면 정보를 듣는 것뿐만이 아니라,

크게 한 재산 뽑아낼 수도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카캬카-'

내심 웃음이 터졌으나,

구라는 언제나 짧고 간결하게 끝나야 하는 법!

천문석은 이곳에 온 목적. 지금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마도 18문의 지금 상황을 말해봐라."

"네?"

순간 여량위의 눈에 떠오르는 의혹.

마도 18문에서 온 사자가 마도 18문의 상황을 물으니 당연히 가질 의혹이었다.

그러나 천문석은 거만하게 고개를 까닥하며 말했다.

"내가 본산을 비운 동안 마도 쟁투가 일어났다. 어떻게 된 건지 자세히 설명해라."

"..."

천문석이 나름의 이유를 말했으나,

여량위는 대답 없이 의혹 어린 눈으로 천문석의 전신을 훑어봤다.

천문석은 내심 감탄했다.

이 녀석 눈치가 장난이 아니다.

묻는 순간 의심부터 하다니!

그러나 천문석은 마도 18문의 능구렁이들을 잔머리로 압도했던 전생 천마다.

흑사회주쯤 속여먹는 건 일도 아니었다.

천문석은 왼손은 롱소드 폼멜에 놓은 채,

오른손으로 젊은 무사의 검을 뽑았다.

“잠시 빌리겠다.”

휭-

가볍게 허공을 가르는 천문석의 일 검.

여량위는 처음에는 의혹 어린 눈으로 천문석을 봤다.

휭, 휭, 휭-

그러나 천문석의 검이 세 번 허공을 가르는 순간.

여량위는 눈을 부릅떴다!

서리!

천문석의 검에 서리가 맺히고 있었다.

순식간에 새하얀 서리에 뒤덮인 검!

검의 궤적을 따라 서리가 눈송이처럼 흩날렸다.

휘잉-

문득 바람이 불어오고,

흩날리는 서리가 허공에서 충돌한다.

파지지직-

서리가 굳어 만들어지는 빛나는 얼음덩어리!

찬란한 얼음덩어리가 허공을 수놓는 순간.

천문석은 검을 탁자에 박아 넣었다.

쾅, 우드드득-

엄청난 냉기에 단숨에 얼어붙는 탁자!

순간 여량위는 탄성을 터트렸다.

"극음도!"

너무나 유명한 마도 18문의 절기, 극음도!

강호의 풍문으로 들었던 위력 이상의 극음도가 눈앞에서 펼쳐졌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무공이야말로 무인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눈앞의 남자는 마도 18문,

극음도의 사자였다.

그것도 엄청난 위력의 극음도를 펼칠 정도의 고위직!

그런 사람을 의심하다니!

바짝 긴장한 여량위는 머리로 바닥을 두들기며 외쳤다.

쿵, 쿵, 쿵-

"흑사회의 여량위가 18 대천, 극음도의 사자를 뵙습니다!"

순간 여량위의 어깨에 놓이는 손.

여량위가 움찔하는 순간,

천문석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나라."

"..."

여량위가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순간,

천문석은 근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나는 무인에게 과도한 예를 받는 사람이 아니다. 당당히 자리에 앉아라!"

천문석은 여량위의 몸을 일으켜 의자에 앉혔다.

별것 아닌 말과 행동.

그러나 이 순간 여량위는 진심으로 감복했다.

사자의 정체를 의심하는 무례를 범했는데도.

마도 18문, 극음도의 사자께서 나를 직접 일으키고 무인이라 칭하시다니!

여량위는 재빨리 몸가짐을 가다듬고 모든 사실을 털어놨다.

"갑자기 일어난 마도 쟁투라 정보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확실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홍청방에 의뢰했습니다."

홍청방.

기억에 있는 이름이다.

하오문에서 꺼리는 위험한 강호 문파의 정보를 거래하는 녀석들.

'걔네들이 아직도 있었어?'

천문석은 내심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물었다.

"그래서 홍청방에서 어떤 정보가 넘어왔나? 이번 마도 쟁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지?"

여량위는 쩔쩔매며 대답했다.

"그게 사실은···. 경쟁이 붙어서 아직 정보를 얻지 못했습니다."

‘경쟁? 이건 또 뭔 소리야?’

천문석이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자,

여량위는 재빨리 대답했다.

"홍청방 이놈들이. 저희 흑사회랑 흑기당 사이에서 자꾸 의뢰금액을 올리고 간을 봐서. 결국, 모두가 모여서 경매로 정보를 사기로 했습니다."

"정보를 경매로 구매해?"

천문석이 어이없어하며 묻자,

여량위가 입가에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홍청방 놈들은 오늘 경매를 할 거로 믿고 있지만, 흑기당과는 이미 합의를 봤습니다. 도박으로 승부를 가리기로 했습니다."

'하- 역시 흑도 놈들 잔머리는.'

천문석은 내심 감탄하며 바로 질문했다.

"도박에서 이기는 쪽에서 정보를 사기로?"

"맞습니다."

"그 승부 언제, 어디서 하기로 했지?"

천문석이 묻는 순간,

선실 밖에서 들려오는 외침.

"회주님! 흑기당에서 왔습니다. 승부를 가리러 왔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홍청방에서도 사람이 왔습니다!"

이 순간 천문석과 여량위의 눈이 마주쳤다.

천문석은 여량위의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금 이곳 흑사회의 도박선에서 승부를 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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