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23화 (124/1,336)

#123

“사기도박!?”

"우리한테 사기를 친 거라고!""

...

도박꾼들이 외치는 순간.

수십 명의 흑사회 무사들이 사방에서 밀고 들어와 도박꾼들을 거칠게 밀어냈다.

"입 닥쳐라!"

"이 새끼들이! 뭔 헛소리야!?"

"으악!"

"어, 어어!"

...

사방으로 나뒹구는 도박꾼들.

그러나 도박꾼 사이에도 고수는 있었다.

쾅-

밀고 들어오던 흑사회 무사가 오히려 튕겨 나가고,

붉게 충혈된 눈의 청년이 우뚝 일어서서 외쳤다.

"야, 이 새끼들아! 내가 강남 7우다. 감히 내 돈을 사기도박으로 따가!?"

청년은 단단한 의자를 들고 괴성을 지르며 돌진했다.

으아악-

쾅, 쾅, 쾅-

흑사회 무사들이 자칭 강남 7우 청년의 의자에 맞고 쓰러지는 순간.

붉게 충혈된 눈의 도박꾼들이 쓰러진 흑사회 무사들에게 달려들었다.

"내 돈 내놔라! 새끼야!"

“물지 마! 물지 말라니까! 이런 개 같은! 으악-”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함성.

도박장 안은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했다.

실력은 흑사회 무사들이 강했으나,

도박꾼들은 수가 많았고 사기도박에 돈을 잃었다는 분노에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다.

게다가 도박꾼 사이에서 나타나는 몇몇 무인들.

분노한 무인들은 흑사회 무사들을 압도했다.

도박꾼들과 흑사회의 싸움은 박빙!

천문석은 흥미진진하게 이 싸움을 구경했다.

이때 한 도박꾼이 천문석에게 달려들었다.

천문석이 딴 은자와 전표가 가득한 면포 주머니를 노리는 것!

이야악-

도박꾼은 부러진 의자 다리를 앞세워 붉게 충혈된 눈으로 달려들었다.

"제가 막겠습니다!"

갑작스러운 난장판에 어리둥절한 표정이던 젊은 무사.

그러나 누군가 천문석에게 달려들자 재빨리 천문석의 앞을 막고 검을 뽑으려 했다.

순간 천문석은 젊은 무사의 검 손잡이를 두들겼다.

우웅-

거칠게 진동하며 순식간에 검집으로 들어가는 검.

난장판이 됐으나 흑사회나 도박꾼들 모두 마지막 선을 넘지는 않고 있었다.

지금 피를 보면 난장판이 통제할 수 없는 살육의 장이 된다.

"지금 피 보면 안 된다."

천문석은 짧게 말하고 달려드는 도박꾼의 옷소매를 낚아챘다.

그리고 빙글 돌려 던져 버렸다.

으아아아-

순식간에 허공을 날아가 흑사회 무사와 뒤엉켜 쓰러지는 도박꾼!

"내 뒤로 바짝 붙어라."

천문석은 생사팔문의 보법을 밟아 길을 뚫기 시작했다.

쿵, 쿵, 쿵-

머리 위로 의자와 잡동사니가 날아다니고,

술과 음식들이 비 오듯 쏟아진다.

흑사회와 도박꾼의 고함과 울부짖음, 괴성이 뒤섞여 들려왔다.

그러나 천문석은 거친 물살을 가르는 사공처럼 순식간에 이 난장판을 뚫고 도박장 끝 창문에 도착했다.

탁-

창이 있는 벽에 도착하는 순간.

젊은 무사가 재빨리 창을 열어 밖을 확인하고 말했다.

"이곳으로 빠져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야, 여기 5층···."

천문석은 말을 하다 말고 웃음을 터트렸다.

하-

젊은 무사의 손에 들린 밧줄.

이 녀석 난장판을 헤쳐오며 어느새 밧줄을 챙겼다.

"그 밧줄은 어디서 챙겼냐?"

커다란 탁자에 단단히 매듭을 지으며 대답하는 젊은 무사.

"흑사회 놈들 밧줄 가지고 다니던데요? 이것도 겸사겸사 챙겼습니다."

젊은 무사는 목소리를 낮추며 은자가 담긴 면포 주머니를 슬쩍 열었다.

면포 주머니에는 자잘한 돈주머니 너덧 개가 들어있었다.

천문석은 한눈에 알아봤다.

흑사회 놈들의 돈주머니다!

천문석은 진심으로 눈앞의 젊은 무사에게 감탄했다.

그 짧은 시간 흑사회 놈들 품을 뒤져 밧줄과 돈주머니까지 챙기다니!

눈치와 실행력이 보통이 아니다.

게다가 위험한 순간에 먼저 앞으로 나서는 용기와 순발력까지.

문득 아직 이 젊은 무사의 이름도 묻지 않았다는 게 떠올랐다.

"너, 이름이···."

천문석이 이름을 묻는 순간,

도박장 입구에서 엄청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

그리고 다급히 울리는 발소리.

쿵, 쿵, 쿵, 쿵-

수십 명의 흑사회의 무사들이 도박장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들려오는 내력이 실린 외침!

"멈춰라!"

공기가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순간.

다른 흑사회 무사들과는 확연히 다른,

보는 순간 한 가닥 한다는 느낌을 주는 거한이 난장판으로 뛰어들었다.

으악-

으아악-

커어어억-

...

거한은 압도적인 힘으로 사방에서 달려드는 도박꾼들을 던져 버렸다.

도박꾼이 날아가는 순간,

흑사회 무사들이 재빨리 달려들어 쓰러진 도박꾼을 입구로 밀어냈다.

"오늘 영업 끝이다! 꺼져라!"

도박꾼들은 거칠게 계단으로 떠밀렸고,

도박장의 난장판은 금세 잦아들기 시작했다.

이때 젊은 무사가 재빨리 외쳤다.

"줄이 2층까지 내려갔습니다! 빨리! 줄 타고 내려가세요. 제가 뒤를 막겠습니다!"

천문석은 웃으며 젊은 무사의 어깨를 툭 쳤다.

"됐어. 다 내 계획대로 돼가고 있다. 너 먼저 가라."

"네?"

얼빠진 표정으로 되묻는 순간,

천문석은 젊은 무사가 들고 있는 면포 주머니 2개를 챙겼다.

젊은 무사의 손에는 가장 큰 면포 주머니 한 개가 남아있었다.

"그거 오늘 고생한 값이다. 얼른 도망가라. 저기 흑사회 간부 온다."

말을 끝마친 천문석은 몸을 돌려 도박장을 봤다.

처음 의자를 들고 달려들던 강남 7우 라던 청년이 흑사회 간부의 주먹을 맞고 쓰러지고 있었다.

기절한 채 질질 끌려가는 청년.

어느새 도박장의 난장판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이때 흑사회 놈들이 간부에게 달려가 천문석을 손가락질하는 게 보였다.

이 모든 난장판을 만든 범인이 천문석이라고 고해바치는 것.

그러나 이거야말로 바라던 바다!

천문석이 웃는 순간.

흑사회 간부의 고리눈이 치켜떠지고 살기가 쏟아졌다!

도박꾼들을 상대할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

이 순간 천문석은 고개를 까닥이며 손에 들린 은자 주머니를 도발하듯이 흔들었다.

쩔그렁-

바로 흑사회 간부가 움직이고,

이 뒤로 흑사회의 무사들이 뒤따랐다.

흑도 방파 특유의 거칠고 흉포한 살기가 천문석에게 쏟아졌다.

천문석은 롱소드의 폼멜을 문지르며 생각했다.

좀 두들겨 패고 갈까?

이때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흑사회 쟤네들 엄청 끈질겨요. 지금이라도 튀시죠."

"너 아직도 안 갔냐?"

문득 뒤를 돌아보니,

줄에 매달려 창문으로 머리만 내민 젊은 무사가 보였다.

"... 너 안 가고 거기서 뭐 하냐?"

"혹시 생각이 바뀌실까 해서···."

이때 창문 밖으로 이어진 밧줄을 본 흑사회 무사들이 다급히 계단으로 달려가는 게 보였다.

전각 주위를 포위하기 위해서 달려가는 것이다.

흑사회의 의도를 깨달은 젊은 무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천문석은 젊은 무사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야, 올라와라. 이대로 내려가다가는 너 발에 구멍 뚫리겠다."

"네···."

천문석은 침울한 표정으로 올라온 녀석에게 면포 주머니를 건넸다.

"잘 챙기고 내 뒤에 바짝 붙어라."

천문석은 흑사회 간부를 향해 당당히 외쳤다.

"이제 가자!"

순간 발걸음을 멈추는 흑사회 간부.

"뭐···?"

흑사회 간부가 되묻는 순간.

천문석은 다시 한번 당당히 말했다.

"흑사회주한테 가자고."

---

텅 빈 5층 도박장.

수십 명의 흑사회 무사들이 천문석을 둘러쌌다.

험상궂은 얼굴,

팔다리, 목으로 뻗어 나온 검은 뱀 문신!

천문석이 흑사회주한테 가자고 말한 후,

이들이 무시무시한 눈으로 천문석을 노려보고 있었다.

젊은 무사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금이라도 거기서 왔다고 말하죠?"

천문석은 젊은 무사의 발을 툭 건드리며 낮게 대답했다.

"자물쇠."

"..."

젊은 무사가 찔끔해서 입을 닫는 순간.

흑사회 간부가 입을 열었다.

"회주님께 너를 왜 데려가야 하냐?"

천문석은 박살 난 도박장을 쓱 훑어보며 대답했다.

"도박장 아작났잖아? 사기도박 한다고 소문나서 한동안 영업도 못할 텐데?"

순간 사방에서 쏟아지는 살기 어린 외침들!

"야, 이 새끼가!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향주님! 저놈 당장 요절을 내죠!"

"하- 저 미친 새끼!"

...

천문석은 손을 들어 흑사회 무사들을 진정시키며 외쳤다.

"잠깐! 지금 나를 요절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뭐?"

얼빠진 반문이 터져 나온 순간,

천문석은 재빨리 이들을 설득했다.

"잘 생각해봐. 사기 도박했다는 소문이 났으니 오랫동안 도박장 수입이 줄 거 아냐?"

"...그렇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흑사회 무사들.

동감을 끌어내는 순간,

천문석은 재빨리 말을 이었다.

"그런데 위에 높으신 분들이. 수입이 줄었다고 하면, '그건 어쩔 수 없지.' 하고 넘어갈까?"

"..."

천문석은 탁자를 주먹으로 내려치며 외쳤다.

쿵-

"당연히 아니지!"

"이 도박장 수입감소에 대해서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단 말이지!"

"그런데 누가 책임을 질까?"

천문석은 손가락을 뻗어 흑사회 무사들을 하나하나 가리켰다.

천문석의 손가락이 향할 때마다,

몸을 부르르 떨며 사색이 되는 흑사회 무사들.

이들 모두 흑사회주의 처벌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천문석의 손가락은 어느새 흑사회 무사들을 쭉 한 바퀴 돌아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

순간 천문석을 포위한 흑사회 무사들 모두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설마···?"

천문석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그 책임을 내가 진다는 거야! 이제 나를 회주에게 왜 데려가야 하는지 알겠지?"

"..."

"내가 가서 흑사회주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차근차근 잘 설명할게. 그리고 나에게 흑사회주도 혹할 비장의 물건도 있다!"

병 준 놈이 약도 주겠다는 어이없는 말.

그러나 흑사회 무사들은 묘한 설득력을 느끼고 있었다.

흑사회 무사들의 시선이 간부에게 모였다.

"왕웅 향주님 어떻게 할까요?"

왕웅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리눈을 치켜뜨고 천문석을 봤다.

"너 이름이 뭐냐?"

천문석은 어깨를 으쓱하며 태연히 대답했다.

"천검 이세기다."

---

왕웅 향주가 고심하는 순간.

천문석은 재빨리 젊은 무사에게 지시했다.

"은자 잘 챙겨라. 이제 곧 이동할 거다."

"네!"

젊은 무사는 낮고 강하게 대답하며,

천문석을 존경스러운 눈으로 봤다.

당장이라도 사생 결단이 날 것 같았는데, 순식간에 흑사회 놈들을 진정시켰다!

게다가 마지막 순간에도 이놈들을 감쪽같이 속였다.

천검, 이세기라니!

오늘 종일 찾았던 사람 아닌가?

젊은 무사는 감탄하고 감탄했다.

엄청난 도박 실력에 말빨,

마지막 순간에 눈탱이를 때리고도 태연한 저 모습!

이때 흑사회 향주, 왕웅이 명령했다.

"이 녀석들을 회주님께 데려간다."

이 순간 천문석을 둘러싼 흑사회 무사들이 일제히 움직여 길을 열었다.

천문석이 있는 창가에서 계단이 있는 입구까지 생겨난 길.

"따라와라."

왕웅이 외치는 순간,

천문석은 당당히 흑사회 무사들이 열어준 길로 걸어갔다.

젊은 무사는 재빨리 은자가 담긴 면포 주머니를 챙겨 천문석 옆으로 바짝 달라붙었다.

당장 칼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흉흉한 분위기.

섬뜩한 살기가 사방에서 쏟아졌다.

그러나 천문석은 당당한 걸음으로 왕웅을 따라갔다.

천문석과 젊은 무사.

두 사람은 수십 명의 흑사회 무사들에게 둘러싸여 도박장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수십 명의 적에게 둘러싸인 채 이동하는 천문석.

도시의 밤을 지배하는 흑사회주를 만나러 가는 길이지만,

천문석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아니 걱정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흑사회주를 만났을 때의 대비는 끝난 상황.

천문석은 젊은 무사가 든 묵직한 면포 주머니 세 개와 자신의 검대에 걸린 롱소드를 번갈아 봤다.

하늘 고래의 힘이 담긴 삑삑이 롱소드!

이 검 덕분에 일이 쉽게 풀리고 있었다!

퐁, 퐁, 퐁-

삑삑이 롱소드에서 나오는 하늘 고래의 파동은 도박에 최적화됐다.

좀 전의 도박장,

천문석은 하늘 고래의 파동을 이용해서 잔 속의 주사위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었다.

그 결과 장일 총관에게 받은 은자는 열 배가 넘게 불어났다!

천문석의 머릿속에는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봤던 오래전 홍콩 영화가 떠올랐다.

도신(賭神)!

이 삑삑이 롱소드를 가지고 조금만 기술을 다듬으면 진짜 도박의 신이 될 수도 있었다.

이 순간 무림 던전을 나가면 갈 곳이 떠올랐다.

인천 송도에서 출발하는 헌터 전용 카지노 크루즈!

전생과 마찬가지로 도박은 절대 하지 않았던 천문석.

그러나 승리가 예정되어 있다면 그건 도박이 아니었다.

물론 카지노에는 각성력을 이용한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수많은 장치가 되어있다.

그러나 천문석은 직감했다.

퐁, 퐁, 퐁-

하늘 고래의 힘!

이 힘은 막지 못한다!

흑사회주에게 끌려가는 이 순간 천문석은 미래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