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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16화 (117/1,336)

#116

천문석은 장갑 버스 맨 뒷자리에 앉는 두 남자를 슬쩍 봤다.

이 두 남자와 인연이 묘하게 얽히고 있었다.

하늘의 인과는 헤아리기 힘든 법.

이 두 녀석은 선연일까, 악연일까?

천문석이 고심하는 순간.

장갑 버스는 재금 빌딩 주차장을 빠져나와 광화문 게이트 입구로 이동하고 있었다.

곧 게이트 입구에서 검문검색 후 게이트 지역으로 들어가는 장갑 버스.

장갑 버스는 멈추지 않고 달려 광화문 게이트로 들어가는 열차에 실렸다.

그리고 게이트를 지나 이세계 거점 도시 신서울에 도착했다.

천문석은 시계를 확인했다

6:46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15분 남짓.

오리온 길드보다 빠르고,

재금 보안보다는 느렸다.

게이트 통과 시간으로 장갑 버스를 운용하는 주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대형 길드,

오리온 길드보다 상위권의 대형 길드라는 감이 왔다.

그리고 장갑 버스가 신서울의 도로를 달리기 시작할 때.

인솔자가 다시 버스 앞에 섰다.

"지금부터 외부 시야를 차단하겠습니다."

말이 끝나는 동시에 투명한 좌우 창이 불투명해지고 버스 정면의 유리도 불투명해졌다.

순간 장갑 버스 뒤쪽에서 비명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아니! 운전은 어떻게 하려고!?"

늦게 도착한 두 남자 중 한 명,

6번 남자의 외침.

"운전석에서 카메라로 외부 확인하며 운전 중입니다."

인솔자는 짧게 대답하고 좌석의 사람들을 확인했다.

"이번 기수 6명이 모두 오셨군요. 그럼 게이트 투어 설명을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게이트 투어? 어, 우리 잘못 탄 거 아냐?"

의아해하는 6번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인솔자는 이 목소리를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보통 헌터들의 각성은 '각성 후 각성몽'을 꾸면서 완성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각성 후에 각성몽을 통해서 '오러, 초능력, 무공, 마력 등' 다양한 계통의 능력을 얻게 되고 자신이 각성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내용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각성 스팟에서는 보통과 반대로 '각성몽을 꾸고 각성'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얻게 되는 능력 계통도 각성 스팟의 종류에 따라서 보통 한두 계통으로 결정이 됩니다."

이때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혹시 마력 각성이 가능한 각성 스팟도 있습니까?"

마력 각성자는 각성자 중에서도 귀족.

모두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인솔자에게 향했다.

"그건 제가 말해 드릴 사항이 아니군요. 그리고 질문은 뒤에 받겠습니다."

인솔자는 짧게 고개를 젓고 원래 이야기로 돌아갔다.

"지금 가는 각성 스팟에서는 한가지 계통의 각성몽만 꾸게 됩니다. 그리고 당연히 얻는 능력 계통도 한가지입니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항이었다.

"무공."

...

좌석 곳곳에서 무공이란 목소리가 들려오자,

인솔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설명을 이어갔다.

"네. 이곳에서는 무공 계통 각성몽만을 꿉니다. 더욱 정확히는 한 무인의 삶을 '꿈꾸고' 그 무인의 '무공'을 얻게 됩니다."

"보통 각성몽을 꿈꾸는 중에 꿈에 너무 몰입하는 경우 본래의 성격이 변하는 부작용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가는 무림 던전 안에서는 그 부작용이 일어날 확률이 일반적일 때보다 매우 적습니다."

이미 들은 내용인지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인솔자는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을 훑어본 후 강연하듯이 길게 말을 이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복잡하기도 하고 지금 그 이유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어떤 '무공'을 각성할 지입니다.”

“삼재검, 칠상권, 뇌음도. 어떤 무공을 가진 무인의 각성몽을 꾸게 될지는 무작위지만, 여기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있습니다."

순간 버스 안의 모든 사람은 인솔자에게 집중했다.

같은 각성이라도 어떤 무공을 각성했는지에 따라,

로또 1등과 5등만큼의 차이가 있었다.

인솔자는 바로 말했다.

"무공 비급."

“무공 비급이 각성몽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칩니다. 무림 던전 안에서 화산의 무공을 익힌다면, 화산파 무인의 각성몽을 꿀 확률이 높아집니다. 당연히 화산의 무공을 익힐 가능성도 커지고요.”

아-

버스 안 곳곳에서 탄성이 터지고 누군가 다급히 질문했다.

"무공 비급을 저희가 고를 수 있는 겁니까?"

지금 이 순간 모두가 궁금해하던 사항이었다.

명문 거파의 무공을 익힌다면,

각성몽을 통해서 얻을 무공의 수준도 높아진다.

무공의 수준이 올라간다는 것은 각성 후 받을 대우가 달라진다는 의미!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이 인솔자에게 모이자,

인솔자는 태블릿을 들어 보이며 대답했다.

"여러분에게 제공될 무공 비급은 이미 결정됐습니다."

"네? 그게 무슨···?"

"결정이 났다고요?"

"아니 누가 그걸 결정해!?

"어떤 방식으로 결정한 겁니까?"

...

인솔자는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 바로 설명했다.

"이 각성 스팟에 여러분을 추천하신 분들의 지분과 기여분으로 이미 결정이 났습니다. 안으로 입장하시면 관리자가 익힐 무공과 체류 기간을 설명하실 겁니다."

"아···."

"에휴-"

"하- 당연히 그래야지!"

"일 처리가 아주 합리적이네!"

...

몇몇 사람은 한숨을 내쉬고,

다른 몇몇은 탄성을 터트리며 기뻐했다.

"이제 곧 전신 스캔을 할 장소에 도착합니다. 그 전에 질문받겠습니다."

천문석은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손을 들었다.

"질문 있습니다."

"네. 질문하세요."

"지금 가는 각성 스팟이 던전이라고 했는데···."

"네. 던전 맞습니다."

"그런데 클리어 조건을 못 들었습니다."

"클리어 조건이요?"

의아해하는 인솔자에게,

천문석은 다시 질문했다.

"실수로라도 클리어하지 않으려면, 클리어 조건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

순간 인솔자가 침묵하고,

좌석 곳곳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어, 그러고 보니···."

"이 각성 스팟, 던전이잖아?"

"던전을 혹시라도 클리어하면?"

"던전이 사라지잖아?"

"...!"

순간 의아한 시선들이 인솔자에게 모였다.

혹시라도 발생할 사고를 막기 위해 꼭 필요한 설명이 빠진 것이다.

던전 클리어 조건이라는 설명이.

인솔자는 좌석의 사람들을 쭉 훑어보더니,

질문한 천문석을 바라봤다.

순간 인솔자의 얼굴에 그려지는 미소.

인솔자는 무미건조하던 전과 달리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 가는 각성 스팟, 무림 던전의 클리어 조건은 거의 확실히 특정됐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클리어를 걱정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린지?"

...

사람들이 웅성거리자,

인솔자는 한 사람의 이름을 말했다.

"단혈철검. 주호."

"...?"

"이 각성 스팟, 무림 던전의 클리어 조건은 단혈철검 주호를 이기는 겁니다. 포션, 마탄, 강화 전투복 같은 헌터용 장비 없이 검이나 창 같은 냉병기만 가지고 말이죠."

사람들의 얼굴에 떠오르는 의아한 표정들.

던전 클리어 조건이 거대괴수, 상급 마수 같은 보스인 경우는 많다.

그러나 보스로 나온 건 사람 이름이었다.

"다구리치면 되는 거 아냐···?"

누군가의 의문이 담긴 목소리가 들려올 때,

인솔자는 천문석을 보면서 대답했다.

“단혈철검 주호는 상급 헌터 아홉 명의 합격을 십합만에 꺾었습니다.”

상급 헌터 아홉 명의 합격!

믿을수 없는 이야기에 장갑 버스 안 예비 각성자들 사이에 경악이 퍼져 나갔다.

이때 인솔자가 다시 말했다.

“이 던전의 입장 제한은 열 명입니다. 누군가 실수로 주호를 이겨서 던전을 클리어한다라···. 그게 가능하다면, 그 모습을 저도 꼭 보고 싶네요."

인솔자가 웃으며 고개를 저을 때,

천문석은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단혈철검 주호.'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 별호와 이름.

어쩌면 마도 18문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문석은 내심 잘됐다고 생각하며 이 이름을 기억했다.

'단혈철검 주호.'

주호의 주위를 캐면 전생의 자신으로 이어지는 흔적이 나올 수도 있었다.

---

장갑 버스는 외부 시야를 가린 채,

한 시간 정도 달린 후 멈춰섰다.

시간상 아직 신서울을 빠져나오기에는 이른 시간.

곧 장갑 버스 문이 열리고 지하 주차장이 보였다.

지하 주차장에는 이미 대기 중인 사람들이 있었다.

완전 무장한 헌터 십여 명.

이들이 전신 스캐너를 설치하고 장갑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예비 각성자들은 한명 한명 전신 스캔을 받고,

가지고 있던 옷과 소지품을 담은 주머니를 제출했다.

"보관함 비밀번호를 적어주세요. 이 주머니는 광화문 게이트 지역 물품 보관함에 보관될 예정입니다."

곧 다섯 명이 스캔과 주머니 제출을 끝내고 한 명만 남았다.

가장 늦게 스포츠카를 타고 주차장에 도착한 5번 남자.

이 남자가 스캐너에 들어가는 순간 경보가 울렸다.

삐이-

순간 날카로운 인상의 헌터가 다가와 짧게 말했다.

"소지품 제출하세요."

"기계 오작동 아닙니까?"

5번 남자가 능청스럽게 대꾸하자,

날카로운 인상의 헌터가 인솔자를 봤다.

바로 걸어오는 인솔자.

인솔자는 짧게 말했다.

"지금 제출하지 않고 스캐너가 한 번 더 울리면 여기서 입장을 취소합니다."

5번 남자의 불만스러운 시선이 천문석에게 향했다.

"아니, 쟤는 검도 가지고 가잖아요!?"

"저 검은 사전 허락을 받은 물품입니다. 5초 안에 제출하세요."

“네?”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하는 순간,

인솔자는 카운트다운을 했다.

"5, 4, 3, 2."

남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인솔자에게 넘겼다.

차르륵-

인솔자의 손에 떨어진 건 묵직한 노란 동전들이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한눈에 이게 무엇인지 알아봤다.

금화.

날카로운 인상의 헌터가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찼다.

"쯧-"

"이건 무기도 아니고. 금이니까 큰 문제도···."

순간 변명하는 남자의 머리로 떨어지는 주먹!

남자가 경악하는 순간,

주먹은 머리에 닿기 직전에 멈췄다.

파아앙-

폭발하듯 터지는 공기.

머리카락이 미친 듯 흩날리고 남자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할 때.

인솔자는 경고했다.

"한 번만 더 눈에 밟히면 버린다."

인솔자의 냉정한 눈빛이 쏘아지자,

남자는 단숨에 분위기를 파악했다.

인솔자의 눈에 떠오른 감정들.

귀찮음, 권태로움.

어이없음, 가소로움.

눈앞의 인솔자는 괜한 허세로 버리고 간다고 말하는 게 아니었다.

인솔자에게서 당장이라도 자신을 제외할 권한이 있다는 게 느껴졌다.

5번 남자는 말 없이 장갑 버스를 탔다.

모든 예비 각성자가 전신 스캔 후 장갑 버스에 타자.

사방이 불투명하게 변한 장갑 버스 안에 불이 밝혀졌다.

마지막으로 장갑 버스로 오른 인솔자는 다시 한번 경고했다.

"모든 외부 물품은 이곳에 놓고 가셔야 합니다. 혹시라도 중간에 발견되면 경고 없이 입장 취소 처리합니다."

“...”

“혹시 내리실 분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여기서 내려야 합니다. 이 장갑 버스는 중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멈추지 않습니다.”

인솔자는 천장과 버스 앞쪽을 가리켰다.

“천장에 마수가 떨어져도, 몬스터와 마수 무리가 나타나도 멈추지 않습니다. 무조건 목적지까지 달립니다.”

굳은 얼굴의 예비 각성자들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인솔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운전석에 명령했다.

“출발하세요.”

그리고 출발한 장갑 버스.

장갑 버스는 어디로 이동하는지 알리지 않기 위해서 시야가 차단된 상태로 이동했다.

시계조차 꺼져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가늠이 안 된다.

쿵, 쿠쿵, 쿵, 쿵-

비포장도로의 거친 노면에서 전해지는 진동음만이 장갑 버스가 달리고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장갑 버스는 쉴 새 없이 달렸고,

인솔자는 사람들에게 몇 시간에 한 번씩 도시락을 제공했다.

도시락을 먹고 장갑 버스 내부의 샤워실에서 씻은 후 좌석에 파티션을 치고 잠든다.

편하지만 무료한 시간이 이어졌다.

그리고 장갑 버스 안에 갇혀 있는 탑승자들의 신경은 점점 날카로워졌다.

이때 천문석은 파티션이 쳐진 좌석에 앉아 무릎 위에 검을 올리고 천천히 검혼을 깨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5번째 식사를 마쳤을 때,

바닥에서 끝없이 전해지던 진동이 멈췄다.

천천히 멈춰서는 장갑 버스.

모두는 직감했다.

무림 던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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