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00화 (101/1,336)

#100

옥상에 펼쳐진 파라솔 아래,

돗자리가 깔리고 신문지가 펼쳐졌다.

천문석이 요리를 하는 동안,

능숙하게 상을 차리는 류세연.

꼬맹이는 열심히 음료수와 식기를 날랐다.

잠시 후 이른 저녁 식사 준비가 끝났다.

불판에서 자글자글 구워진 삼겹살,

버섯을 팍팍 넣은 된장찌개.

상추와 썬 마늘, 고추.

파무침과 장까지.

"맛있어! 아주 훌륭해! 이건 최고의 삼겹살이야!"

꼬맹이는 연신 감탄하며 열심히 구운 삼겹살만 먹었다.

"...얘 괜찮은 거 맞아?"

신기한 표정으로 꼬맹이를 보는 류세연.

"얘는 원래 그래."

천문석은 간단히 설명하고,

꼬맹이의 앞 접시에 파무침을 잔뜩 올려줬다.

"이거랑 같이 쌈 싸서 먹어라. 삼겹살은 이렇게 먹는 게 국룰이다."

그리고 시범을 보이는 천문석.

상추 위에 잘 익은 삼겹살을 올리고 살짝 장을 묻힌 마늘과 파무침을 올린다.

천문석은 이렇게 싼 쌈을 꼬맹이 입에 넣어줬다.

순간 동그래지는 눈!

꼬맹이는 입안 가득한 쌈을 꼭꼭 씹으며 존경스러운 눈으로 천문석을 봤다.

"...!"

뭐지? 이 으쓱한 기분은.

이때 옆에서 들려오는 류세연의 목소리.

"아-"

"...너 뭐하냐?"

"나도 쌈 사줘. 아-"

"네가 꼬맹이냐?"

"월세 올린다!"

"..."

천문석은 건물주 대리의 폭거에 굴복해 쌈을 싸서 넘겼다.

"으아악! 매워! 맵잖아!?"

잔뜩 들어간 청양고추와 생마늘에 고통스러워하는 류세연!

천문석은 고통스러워하는 류세연에게 선언했다.

"본좌는 협박에 굴복하지 않는다!"

"아이씨!"

"...는 협박에 굴복하지···. 메모. 메모."

어이없어하는 류세연,

수첩을 꺼내 무언가를 열심히 적는 꼬맹이.

휘이이이-

때마침 불어오는 시원한 산바람.

어쩐지 이제야 집에 돌아온 실감이 나는 것 같았다.

천문석이 문득 웃을 때,

들려오는 목소리.

"삼촌. 아 해!"

류세연이 주먹만 한 쌈을 싸서 내밀고 있었다.

상추 사이로 튀어나온 고추와 하얀 마늘!

감이 왔다.

저 속에는 고기는 없다!

고추와 마늘만 들어있다!

"아- 하라니까!"

쑥 밀려오는 상추쌈을 손으로 막으며,

천문석은 단호히 말했다.

"누가 싸주는 거 먹어도 되는 건 10살까지가 국룰이야."

"아이씨!"

"...10살 국룰. 메모. 메모."

---

이른 저녁 식사가 끝나고 뒷정리까지 끝났다.

선풍기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옥탑방 거실.

천문석이 장민과 통화를 하는 동안,

류세연과 꼬맹이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 러브 시그널을 보고 있었다.

볼록 솟은 배를 두들기며,

엄마와 통화하는 천문석을 보는 꼬맹이.

꼬맹이는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알바는 좋겠다."

"왜?"

류세연의 질문에 꼬맹이는 바로 대답했다.

"집도 있고, 고기도 맨날 먹고. 집 앞에 경주장도 있잖아."

"너희 타워팰리스가 더 좋은 거 아냐? SNS에 올라온 거 보니까 엄청 넓어 보이던데? 거기 테라스 정원도 있다며?"

류세연이 휴대폰을 흔들며 말했다.

그러자 시큰둥하게 대답하는 꼬맹이.

"난 우리 집. 별로."

"왜?"

"우워어- 층간 소음도 무섭고. 창문이 안 열리잖아."

"층간 소음? 최상층인데 층간 소음이 있어? 그리고 베란다 정원에 바람불지 않아? 공조장치 있는 것 같던데?"

"층간 소음 무서워. 그 정원도 별로야. 전반적으로 그닥."

"왜?"

꼬맹이는 손가락을 하나하나 짚으며 대답했다.

"바람에서 숲 냄새도 안 나고. 사슴벌레도 없고, 새도 없고 고양이도 없어. 알바네 옥상이 더 좋은 거 같아. 고기도 구워 먹고. 고양이도 찾아오고. 새도 놀러 오잖아. 사슴벌레가 없는 건 좀 아쉽지만. 그건 내가 나중에 가져다 놓으면 되니까. 여기가 더 좋은 것 같아. 우리 집이랑 바꾸면 좋겠다."

생각지 못한 이야기에 류세연은 꼬맹이를 다시 봤다.

이 꼬맹이는 오빠에게 놀러 오란 이야기를 들었다고 매일매일 옥상을 찾아와서 놀았다.

문을 열어주고 집안에 들어가서 놀라니까 고개를 저으며 하던 말.

'알바가 없잖아.'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럽던 꼬맹이가 이제야 그 나이 또래 아이로 보였다.

사슴벌레, 고양이, 숲 바람, 새···.

이런 것 때문에 타워팰리스의 최고층 펜트하우스보다 동네 산 앞에 있는 옥탑방이 좋다니···.

류세연은 빙그레 미소지으며 특급 헌터 꼬맹이를 봤다.

이때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고양이?'

"여기 옥상에 고양이가 있어?"

꼬맹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비닐 포장지에 쌓인 반만 남은 칼로리 바.

"이거 엄청 좋아해. 그래서 오늘도 내가···."

"누가 뭘 좋아한다고?"

이때 휴대폰을 든 천문석이 다가왔다.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는 꼬맹이.

"알바! 어떻게 됐어?!"

"..."

"장민이 뭐라고 해?! 나 여기서 자고 가도 되는 거야?"

두 손을 꼭 쥔 채 조마조마한 얼굴, 간절한 목소리로 묻는 꼬맹이.

천문석은 아직 끊기지 않은 휴대폰을 꼬맹이에게 내밀었다.

"여기 직접 받아봐. 엄마다."

꼬맹이는 휴대폰을 받더니 바로 외쳤다.

"장민. 나 자고 가도 되는 거 맞지? 맞다고! 알았어!"

다다다- 말을 쏟아내고,

휴대폰 화면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손가락!

꼬맹이가 전화를 끊기 전!

천문석은 재빨리 휴대폰을 낚아챘다.

특급 헌터는 방심할 수 없는 상대,

천문석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앗, 아앗!"

다급히 휴대폰을 뺏으려는 꼬맹이.

천문석은 등을 돌려 꼬맹이를 막으며 통화를 했다.

"네. 대표님 어떻게 할까요?"

“...”

"아뇨. 전 괜찮습니다."

“...”

"네, 네. 하하-"

“...”

"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

“아뇨. 별일 아닙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

천문석은 전화를 끊고 꼬맹이를 내려다봤다.

꼬맹이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간절하게 천문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문석은 냉정하게 말했다.

"신발 신어라. 나가자."

"...그렇지.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장민은 짠돌이···."

천문석은 피식 웃었다.

"엄마가 자고 가도 된다고 했어."

"...이가 아니거든! 난 항상 믿고 있었어!"

두 손을 번쩍 들고 기뻐하는 꼬맹이.

"그런데 신발? 우리 어디가?"

"목욕탕 가자. 샤워로는 안 되겠다. 가서 뜨거운 물에 몸 좀 담가야지. 전신이 뻐근하네."

천문석의 말이 끝나자, 류세연이 몸을 일으켰다.

"나도 목욕탕 가야겠다. 목욕 바구니는 내가 준비할게."

꼬맹이는 화장실을 가리키며 고개를 갸웃했다.

"목욕탕? 저기?"

"너 목욕탕 한 번도 안 가봤냐? 사우나 몰라?"

"사우나!?"

사우나라는 소리를 듣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변하는 꼬맹이.

꼬맹이는 아주 단호히 선언했다.

"난 절대! 절대로! 사우나는 안가!"

"너 사우나에서 무슨 일 있었냐?"

꼬맹이는 맹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장민이랑! 사우나 갔다가 죽을 뻔했다니까!"

"그건 또 뭔 소리야?"

꼬맹이는 손가락을 쫙 펼쳐 흔들며 외쳤다.

“이렇게 오랫동안! 물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녹색 때 타올로 빡빡- 문질렀어!”

“엄청 맵고! 뜨겁고! 차갑고! 쓰라리고! 아팠어!"

"엉엉 울어도 장민은 절대로 안 봐줬어!”

---

두려운 표정으로 동네 목욕탕 앞에선 꼬맹이.

꼬맹이는 천문석을 올려다봤다.

"진짜! 진짜로! 목욕탕은 괜찮은 거 맞아?"

“그렇다니까. 여긴 네가 간 사우나랑은 달라. ‘목욕탕’하고 ‘사우나’는 완전히 다른 거야.”

“내가 간 데랑 다르긴 한데···.”

꼬맹이는 오래된 동네 목욕탕의 허름한 외관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천문석의 시선이 류세연에게 향했다.

“세연아. 네가 말해줘라. 사우나랑 목욕탕은 다르지?”

류세연은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당연히 6성 호텔 사우나랑 동네 목욕탕은···.”

천문석은 재빨리 류세연의 말을 가로챘다.

“들었지? 아니면···. 혹시 특급 헌터가 겁먹은 거냐?”

“그럴 리 없잖아!”

꼬맹이는 당당히 외치고 앞장서 걸어갔다.

그리고 목욕탕 건물로 들어가기 전,

뒤를 돌아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얼른 와! 같이 가야지!”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앞장서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여탕으로 내려가는 계단 앞,

류세연은 꼬맹이에게 목욕 바구니를 내밀었다.

"그럼 이따가 보자. 여기 샴푸랑 트리트먼트, 바디워시 전부 써서 깨끗이 씻어야 한다."

꼬맹이는 뚫어질 듯 목욕 바구니를 보더니,

재빨리 녹색 때 타올을 꺼내 내밀었다.

"이건 절대 필요 없어!"

"아니 절대 필요하다."

천문석은 녹색 때 타올과 목욕 바구니를 챙기고,

꼬맹이의 허리를 잡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럼 한 시간 있다가 보자."

"특급 헌터. 이따가 봐."

류세연이 손을 흔들며 계단을 내려가고,

천문석과 꼬맹이는 계단을 올라 남탕으로 들어갔다.

낡았지만, 깨끗하게 관리되는 탈의실.

천문석은 꼬맹이가 벗은 옷을 사물함에 넣고 잠금 키를 팔에 걸어줬다.

"들어가자."

"...알바 진짜 괜찮은 거 맞아?"

여전히 불안해하는 꼬맹이.

"야. 나만 믿으라니까! 내가 사 갔던 한우 기억 안 나? 그 날 어땠지?"

순간 침을 꿀꺽 삼키는 꼬맹이.

"한우 엄청 맛있었어! 맞아! 그렇지! 난 알바를 믿어!"

꼬맹이는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문석을 따라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텅 빈 목욕탕,

두 사람만의 목욕이 시작됐다.

-30초 만에 비누칠하고 샤워를 끝낸 후.

-쏟아지는 폭포수를 맞고.

"으아아- 몸이 부들부들 떨려!"

-긴 냉수 탕에서 헤엄을 친다.

"훗, 훗- 알바 빨리 따라와!"

-뜨거운 열탕에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까지 기다렸다가.

“으, 으- 몸에서 열이나!”

-차가운 냉탕으로 단숨에 쏙 들어간다.

"내 손 봐! 찌릿찌릿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쑥 냄새가 가득한 한증막과 벽에 성애가 잔뜩 붙은 얼음 가마를 들어가면 끝.

이 사이클을 세 바퀴 돌렸을 때,

꼬맹이는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알바. 한 바퀴 더 돌까? 좀 아쉽지?"

"야, 시간 다 됐어. 이제 씻고 나가자."

이렇게 천문석과 꼬맹이 두 사람은.

50분 동안 재밌게 놀고.

5분 동안 재빨리 머리를 감고 이를 닦고 때를 밀고 탈의실로 나왔다.

천문석은 꼬맹이에게 바나나 우유에 빨대를 꽂아 넘겨주며 말했다.

"원래 목욕 끝내면 이거 마시는 게 국룰이다."

"이게 국룰이라고?"

꼬맹이는 발갛게 달아오른 볼로 쭉 바나나 우유를 마셨다.

단숨에 사라지는 바나나 우유.

아저씨 같은 탄성을 흘리는 꼬맹이.

"흐어어- 시원하다."

천문석은 피식 웃으며 꼬맹이에게 수건을 던져 줬다.

"얼른 물기 말리고 옷 입자."

타타타탁-

천문석은 수건으로 물기를 터는 시범을 보였다.

타타타탁-

타타탁-

강풍으로 돌아가는 선풍기 앞에서 물기를 말리는 두 사람.

옷을 다 입은 후 나가기 전,

천문석은 꼬맹이에게 말했다.

"우리 한 시간 동안 열심히 씻은 거다. 알지?"

꼬맹이는 반짝이는 눈으로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당연하지! 우리 엄청 열심히! 재밌게! 씻었어!"

순간 동시에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

카카캬카-

우히히히-

천문석과 특급 헌터, 두 공범은 웃으며 주먹을 마주쳤다.

탁-

두 사람은 정확히 한 시간이 됐을 때 밖으로 나왔다.

---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돌돌 감은 채,

천문석에게 안겨 있는 꼬맹이.

어느새 꼬맹이는 잠들어 있었다.

아이답게 높은 체온에 가슴이 뜨근뜨근했다.

여름이지만 서늘한 바람이 부는 저녁,

포근하게 느껴질 정도의 적당한 열감이었다.

"재밌었나 보네?"

문득 들려오는 류세연의 목소리.

류세연은 잠든 꼬맹이를 보며 웃고 있었다.

"원래 이 나이 때면 동네 목욕탕이 재밌잖아?"

"삼촌이 더 재밌게 논거는 아니고?"

"뭐 그런 면도 있지."

천문석은 웃으며 긍정했다가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다.

"그런데 옥상에 그건 뭐야? 자전거 경주장을 만들어 놨던데."

류세연은 손으로 V자를 그리며 답했다.

"특급 헌터랑 나랑 같이 만든 거야. 무슨 대회 나간다고 하더라고. 앙꼬? 앙꼬 대장이랑 겨루기로 했다는 거 같던데···. 혹시 누군지 알아?"

"앙꼬는 알지. 매일 막대사탕 빨며 다니는 아이. 특급 헌터가 좋아하는 애. 앙꼬 대장은 직접 본 적은 없고."

순간 알겠다는 표정이 된 류세연.

"앙꼬가 좋아하는 아이였구나···."

류세연은 특급 헌터를 보며 미소지었다.

"어쩐지 열심이더라니."

"그래서 옥상에 자전거 경주 트랙 그린 거야? 너희 집 괜찮냐? 시끄럽지 않아?"

"전혀. 혹시나 해서 다른 층도 확인해봤는데 문제없더라고."

"야! 우리 집은 확인 안 하냐? 바로 집 앞에 경주 트랙이 생겼는데?"

천문석이 어이없어하자, 피식 웃는 류세연.

"왜 그래? 아까 보니까 엄청 재밌어하던데."

"..."

반박할 수가 없었다.

재밌긴 했다.

류세연은 천문석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다음에는 나랑도 한번 붙어."

"뭐?"

류세연은 손가락으로 'V'를 그리며 말했다.

"내가 챔피언이거든. 전적은 31전 29승 2무로 압도적 승리!"

"네가 얘냐?"

천문석이 어이없어하자,

더 어이없어하는 류세연.

"헐. 삼촌은 꼬맹이 이기겠다고 반칙까지 해놓고는!"

"..."

그렇다. 불과 몇 시간 전에 그랬다.

이상하게 이 꼬맹이는 승부욕을 자극하는 그런 게 있었다.

뭐든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서 그런가?

"그보다 일은 잘 끝난 거야?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네? 내일이나 모레쯤 올 줄 알았는데."

천문석은 어쩐지 아련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이번에 넌 상상도 하지 못할 일들을 겪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데?"

류세연은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노을 지는 거리를 지나 집으로 가는 길.

천문석은 직접 겪고도 믿기지 않는 이세계 쿠팡맨 4일의 여정을 이야기했다.

시작은 임팩트 있게!

"너 하늘을 나는 엄청엄청엄청! 커다란 고래 본 적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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