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9화 (100/1,336)

#099

킥, 키키킥-

'이런 멍청한 하늘 고래!'

천문석이 화물차 지붕에서 잠드는 순간,

터져 나온 분노한 울음소리.

분노한 울음소리는 화물칸 구석에 있는 배낭 속에서 들려왔다.

배낭 속.

눈을 번쩍 뜬 새끼 다람쥐가 분통을 터트리고 있었다.

킥킥, 키키키킥-

'도토리 범인 찾으라니까! 뭘 한 거야!'

킥, 킥, 키키킥-

‘지금 나오면 100번만 물고 봐줄 테니까 빨리 나와!’

새끼 다람쥐는 연이어 분통을 터트리다가 이상함을 느꼈다.

하늘 고래는 나타나지 않고,

자신은 어딘가 좁은 곳에 있었다!

순간 새끼 다람쥐는 직감했다.

'이 녀석 도망쳤구나!?'

새끼 다람쥐의 몸이 부르르 떨리고,

그 눈에 황금빛 섬광이 번뜩였다.

순간 머리에 선명히 떠오르는 복수 명단!

1순위. 보물 도토리 143개 범인.

2순위. 소환한 다음 도망친 마법사.

3순위. 바가지를 씌운 지하세계 마법사.

...

새끼 다람쥐의 복수 명단이 갱신됐다.

1순위. 멍청한 하늘 고래!

파스스슥-

새끼 다람쥐는 두 팔을 펼쳐 빛의 날개를 만들고,

하늘 고래가 항상 숨는 도토리 숲 옹이구멍으로 도약하려 했다.

"....!"

순간.

코끝에 느껴지는 냄새!

그 어디서도 단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천상의 냄새가 느껴졌다!

새끼 다람쥐는 홀린 듯이 배낭 속을 파고 들어갔고,

천상의 냄새가 풍겨오는 갈색의 길쭉한 무언가를 발견했다.

할짝-

한 번 핥는 순간,

경련하며 픽- 쓰러진 새끼 다람쥐!

새끼 다람쥐는 파르르 전신을 떨며 감각의 폭풍에 휩싸였다.

짜고 달고 매콤하고 알싸한!

폭풍 같은 맛과 향이 전신을 휘감는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새끼 다람쥐는 경악했다.

도토리보다 맛있는 음식이 있다니!

새끼 다람쥐는 미친듯이 최고급 소고기 육포를 핥기 시작했다.

어느새 하늘 고래도 보물 도토리도 잊어버린 새끼 다람쥐.

소고기 육포에 흘린 케페니안 황금 다람쥐는,

재금 보안의 트레일러에 실려 신서울의 게이트를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

이세계 쿠팡맨 임무를 끝내고 마침내 다시 돌아온 광화문.

화물차를 탄 천문석과 김철수 두 사람은.

순식간에 게이트를 넘고 검문을 통과해 광화문으로 나오고 있었다.

이렇게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던 건 재금 보안과 같이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천문석은 새삼 감탄했다.

역시 초거대기업, 재금 그룹이다!

대형 길드, 오리온 길드의 장갑 버스를 탔을 때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였다.

멈추거나 기다릴 필요 없이 게이트 열차에 탑승했고, 검문도 순식간에 끝났다!

"이야 엄청 빠르다! 갈 때랑은 비교가 안 되네!"

화물차 운전석의 김철수도 연신 감탄하고 있었다.

이때 광화문 광장이 보였다.

"철수형. 저기 세워주세요."

"알았어."

광화문 광장 한쪽에 차를 세운 천문석과 김철수.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몸을 쭉 펴며 탄성을 질렀다.

"으아아-"

"흐어어-"

"...생각보다 엄청 빡셌다. 한 3주는 구른 것 같다."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는 김철수.

천문석도 동감이었다.

대략 4일 정도 걸렸는데. 하도 겪은 일이 많으니, 20일은 지난 것만 같았다.

"철수형. 전 그럼 이만 가볼게요."

천문석은 화물칸에서 꺼낸 배낭을 메며 말했다.

이미 대여한 무기와 장비는 모두 반납한 상황.

리볼버도 광화문 게이트 지역 안, 맹호 건 스미스 지점에 영치했다.

파손된 무기의 배상과 획득한 전리품의 통관과 처분 문제가 남아있었지만, 이 일은 철수형이 처리하기로 했다.

"밥이라도 먹고 가지? 바로 가려고?"

천문석은 시계를 봤다.

오후 2:30분.

야지에서 하도 굴렀더니 지금은 집에 가서 씻고 에어컨 아래 늘어지게 누워있고 싶었다.

"밥은 집에 가서 먹을게요. 장민 대표님한테는 오늘 연락해둘 테니까. 내일쯤 연락하면 될 겁니다."

"그래 알았다. 조심해서 들어가라."

김철수는 손을 한번 흔들고 화물차를 타고 출발했다.

쿠르, 쿠르릉-

요란한 진동을 내며 도로를 달리는 화물차.

수많은 마수와 몬스터의 공격을 버텨낸 화물차는 당장이라도 퍼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목적지인 재금 빌딩은 바로 앞,

화물차는 금세 재금 빌딩 주차장으로 사라졌다.

화물차를 보던 천문석은 웃으며 몸을 돌렸다.

혹시라도 퍼지면 달려가서 밀고 갈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무사히 들어갔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천문석은 커다란 배낭을 메고, 여전히 헌터들로 붐비는 광화문 광장을 가로질러 버스 정류장에 섰다.

언제나처럼 273 버스를 타는 천문석.

오늘은 운이 안 좋게도 빈자리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4일 만에 돌아온 옥상.

두 손 가득 종량제 봉투와 커다란 수박을 들고 있던 천문석은 깜짝 놀랐다.

“이게 뭐야!?”

어이없어하는 천문석의 시선이 옥상 한곳으로 향했다.

"너 뭐하냐?"

---

동그란 안전 헬멧.

두꺼운 멜빵 바지.

손에는 목장갑을 끼고,

발에는 운동화를 신었다.

그리고 무릎과 팔꿈치에 착용한 보호대들.

당장이라도 경주에 나갈 것 같은 옷을 입고 옥상에 있는 사람은.

특급 헌터 꼬맹이였다.

"알바! 왔어!"

반갑게 손을 흔들더니 화분을 끌어당기는 꼬맹이.

으아아악-

그르르륵-

커다란 화분을 열심히 끌어당겨 바닥에 그려진 하얀 선 위에 놓는다.

그리고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특급 헌터.

"완벽해!"

"..."

뭐가 완벽하다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천문석은 묻지 않았다.

아니 물을 정신이 없었다.

“이게 다 뭐야···.”

집을 나갔다 온 지 4일이 지났을 뿐이다.

그러나 4일 만에 돌아온 옥탑방 앞 옥상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옥상 바닥 전체에 그려진 구불구불한 하얀 선!

이 선 위 곳곳에 놓인 화분들!

그냥 화분도 아닌, 푸른 잎이 우거진 나무가 심어진 화분들이 옥상 곳곳에 있었다.

"이거 뭐냐? 이렇게 맘대로 선 그리고 그러면 안 돼."

"이거 허락 맡고 한 건데?"

"허락? 누구 허락?"

꼬맹이는 척 품 안에서 종이를 꺼내 내밀었다.

천문석은 꼬맹이가 내미는 종이를 펼쳤다.

[특급 헌터 하고 싶은 거 다 해. - 건물주 대리, 류세연.]

"...류세연 이 녀석···."

천문석이 어이없어할 때,

들려오는 신나는 목소리.

"알바! 빨리 와 이제 달릴 때야!"

특급 헌터는 어느새 세발자전거를 탄 채 천문석을 부르고 있었다.

"달리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이거! 이 자전거 빨리 타"

특급 헌터는 자기 옆에 있는 핑크빛 어린이 자전거를 가리켰다.

눈에 익은 자전거,

류세연이 초등학생일 때 타던 세발자전거였다.

"알바 빨리! 빨리 와! 세연이 누나 오기 전에 연습해야 한다니까!"

천문석은 엉겁결에 핑크빛 어린이 자전거를 탔다.

어른이 타기에는 작았지만, 어떻게든 탈수는 있었다.

"그럼 출발한다! 3, 2, 1. 땅! 출발!"

이야야얍-

입으로 소리를 내며,

페달을 밟는 특급 헌터!

기이이잉-

천문석도 페달을 돌렸다.

끼익, 끼이이익-

천문석은 앞서 달리는 특급 헌터를 따라 세발자전거로 옥상을 달렸다.

이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바닥에 그려진 구불구불한 하얀 선은 트랙이었다.

지금 자신과 특급 헌터는 자전거 경주를 하는 것이다!

‘아니 여기서도 경주야?’

내심 어이없어하는 순간,

들려오는 우렁찬 기합 소리.

"얍, 얍! 이야얍!"

특급 헌터는 입으로 소리를 내며 엄청난 속도로 페달을 돌렸다.

단숨에 가속해 직선주로를 주파!

빙글 회전해서 코너로 진입하는 세발자전거!

"뭐가 이리 빨라!?"

꼬맹이가 모는 세발자전거는 예전에 백화점에서 만났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는 세발자전거!

이 모습을 보는 순간,

천문석의 승부욕이 끓어 올랐다!

단숨에 페달에 싣는 힘을 올린다.

끼익, 끼익, 끼이익-

그러나 너무 오래된 세발자전거.

류세연의 세발자전거는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천문석에게는 이성에 달한 일기일원공이 있었다.

생사결에 임한 듯 초집중 상태로 돌입하는 천문석!

끼익, 끽-

끼이익, 끽-

천문석은 절묘하게 페달에 싣는 내력과 힘을 조절하고, 중심을 이동하여 특급 헌터를 따라잡았다.

"앗!"

천문석이 순식간에 따라잡자,

깜짝 놀라는 특급 헌터!

천문석이 특급 헌터를 추월하려는 순간!

얍, 얍얍 이야야얍-

특급 헌터는 입으로 소리를 내며 세발자전거를 지그재그로 몰아 진로를 막았다!

끼, 끼익-

끼이이익-

추월에 실패한 천문석은 특급 헌터의 뒤에 바짝 따라붙어 치고 나갈 기회를 노렸다.

그러나 세발자전거로 능숙하게 진로를 막는 특급 헌터!

노련한 전문 드라이버 같은 모습이다.

"너, 이거 얼마나 연습한 거냐?"

천문석이 어이없어하며 묻자,

팔을 흔들며 크게 외치는 특급 헌터!

"엄청, 엄청! 열심히 했어! 알바는 나한테 안돼!"

이야야야얍-

도발하듯 외치고 입으로 기합을 내는 특급 헌터!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집중했다.

뽀미한테도 졌는데,

특급 헌터에게까지 질 수는 없었다!

끽, 끽, 끽, 끽-

부서질 듯 거칠게 돌아가는 페달.

그러나 내구력 때문에 이 이상 속도를 낼 수는 없었다.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결승선 바로 앞, 곡선 구간!

특급 헌터가 라인 안쪽에 바짝 붙는 타이밍에 승부를 건다!

그리고 마지막 곡선 구간에 진입하는 순간.

노리던 기회가 왔다.

“이야압! 특급 헌터가 승리한다!”

꼬맹이가 크게 외치며 라인 안쪽에 바짝 붙는 타이밍!

타, 타다다닥-

천문석은 재빨리 어린이 자전거를 다리 사이에 끼우고, 내력이 실린 두 발로 땅을 박차고 달렸다.

"으앗!"

특급 헌터가 경악했을 때,

천문석은 단숨에 특급 헌터를 지나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었다.

하하하하하-

천문석은 통쾌하게 웃으며,

뒤늦게 들어오는 특급 헌터를 가리켰다.

“특급 헌터! 네가 졌다!”

“...”

“알바인 내가 이겼다!”

"..."

특급 헌터는 말없이 푹 고개를 숙인 채 결승선을 통과해 천문석 앞에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말했다.

"...알바···."

‘이 녀석 좀 불안한데?’

천문석이 돌머리 공격을 대비할 때,

번쩍 고개를 들고 잇달아 외치는 특급 헌터!

"알바! 엄청 대단해!"

"어떻게 한 거야? 그 기술 뭐야!"

"혹시 소림사 헌터 되고 배운 거야?"

"나도 할수 있을까? 가르쳐 주면 안 돼?"

"머리 빡빡 깎으면! 나도 소림사 제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생각과 전혀 다른 열렬한 반응이 돌아왔다.

"..."

반칙으로 승리한 양심이 아려올 때,

어이없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한다."

옥탑 입구.

황당한 표정의 류세연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

특급 헌터는 류세연을 발견하자 타다닥- 달려가며 외쳤다.

"방금! 알바가 엄청난 거 했어! 자전거를 다리에 끼우고 탁, 탁, 탁- 개구리처럼 달렸어! 엄청나다니까!"

류세연의 한심스러워하는 표정.

"삼촌. 그렇게 꼬맹이를 이기니까 재밌습니까?"

"..."

바로 반박해야 하는데 반박할 수가 없었다.

사실 좀 많이 재밌었다···.

---

"실례하겠습니다!"

옥탑방으로 들어오자 큰 소리로 인사하고,

쪼그려 앉아서 신발부터 정리하는 꼬맹이.

"너 다음부터는 놀러 오면 집에 들어와 있어. 여름인데 햇빛에 얼굴 다 탔다."

천문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신발을 신발장에 넣는 꼬맹이.

탁, 탁-

"알바. 이 신발장 완전히 안 닫히는데?"

"그거 상태가 안 좋아서 그래. 그냥 놔둬도 돼."

"알았어."

꼬맹이는 몸을 돌려 옥탑방 안을 본 순간 깜짝 놀라 외쳤다.

"알바! 집이···!"

"너무 좁다고?"

"너무 훌륭해!"

꼬맹이는 바닥에 깔린 장판을 손으로 쓱쓱 만져 보더니, 화장실과 방을 확인했다.

"훌륭해! 아주 훌륭해!"

자기 집 1/10 크기도 안 되는 옥탑방 곳곳을 확인하며 연신 감탄하는 꼬맹이.

"너 뭘 그리 감탄하냐? 너희 집이 더 넓고 좋잖아?"

꼬맹이는 아니라는 듯 열심히 고개를 흔들었다.

"청소가 금방 끝나잖아! 그리고 창에서 바람 들어와! 숲 냄새가 나!"

거실 창을 열고, 흐뭇한 얼굴로 산바람을 맞는 꼬맹이.

천문석은 꼬맹이가 감탄하는 이유가 짐작됐다.

류세연이 보여준 SNS.

꼬맹이는 왁스 걸레로 열심히 광을 내고 있었다.

그 넓은 타워팰리스 거실 바닥을.

"..."

천문석은 잠시 아련하게 꼬맹이를 보다가 말했다.

"가서 손 씻고 와라. 밥 먹자."

순간 흐뭇한 표정이 굳어지는 꼬맹이.

꼬맹이는 긴장된 얼굴로 천문석을 바라봤다.

"반찬이 뭔가요? 혹시 고등어면···. 제가 바쁜 일이 있어서···."

이때 냉장고에 마트에서 사 온 식품을 넣던 류세연이 말했다.

"고등어? 너 고등어 좋아하니? 고등어 많은데 그거 먹을래?"

꼬맹이가 분노한 특급 헌터가 되기 전,

천문석은 재빨리 말했다.

"오늘은 삼겹살 구워 먹자. 많이 사 왔어."

순간 환하게 피어나는 얼굴.

“나 바쁜 일 전혀 없어!”

특급 헌터는 손을 씻으러 가며 신나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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