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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5화 (96/1,336)

#095

천문석은 장벽에서 3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멈춰섰다.

딱 좋은 위치!

장벽 위에서 사격하기에도 좋고,

도망치기에도 좋다.

천문석은 검을 뽑고, 등 뒤에 걸어놨던 두 번째 방패를 들었다.

검으로 돌진하는 오크를 가리키는 천문석!

오크는 이글거리는 오러를 불꽃처럼 휘감고 있었다.

엄청난 위용이지만,

전혀 두렵지 않았다.

천문석의 뒤,

장벽 위에는 엄청난 화력을 지닌 헌터들이 있었으니까!

다구리에 장사 없다고,

아무리 마스터 급 오크여도 뒤질 때까지 마탄을 맞으면 죽는 건 마찬가지다!

크아아아아-

이때 돌진하는 오크가 함성을 지르며 뼈 도끼를 들어 올렸다!

폭발하듯 치솟는 투기!

오크의 강렬한 투기가 전신으로 쏟아질 때,

천문석은 검으로 방패를 때려 오크를 도발했다.

쾅-

"와라!"

크아아아아-

뼈 도끼를 앞세운 오크는 엄청난 속도로 돌진했다.

쿵, 쿵, 쿵-

천문석은 검을 까닥이며,

오크에게 쏟아질 마탄 사격을 기다렸다.

100미터.

80미터.

60미터.

...

빠르게 가까워지는 오크.

그러나 여전히 조용한 장벽 위.

“...?”

천문석은 힐끗 장벽 위를 봤다.

장벽 위 헌터들은 소총을 내린 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뭐지? 왜 안 쏴?’

천문석이 고개를 갸웃하며 의아해하는 순간.

크아아아-

함성을 지른 오크가 뼈 도끼를 앞세워 단숨에 뛰어들었다!

쏘아진 화살처럼 돌진하는 오크!

오크의 몸에 실린 엄청난 투지와 기세!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늦었다!

지금 마탄 사격이 쏟아져도 저지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등을 돌리면,

주도권을 주고 끌려다니다가 앗- 하는 순간에 죽는다!

상황을 확인하는 동시에 움직이는 천문석.

쿵-

천문석은 땅을 박차고 마주 뛰어들어갔다.

비스듬히 사선으로 세운 강철방패,

그 뒤에 숨긴 검!

순식간에 가까워진 천문석과 오크가 격돌했다.

오러가 실린 뼈 도끼와 사선으로 세운 강철방패가 충돌한다.

콰아아앙-

굉음이 터지고.

오크의 뼈 도끼에서 뻗어 나온 오러가 두꺼운 강철방패를 갉아냈다.

끼기기긱-

갈려 나가는 강철,

쏟아지는 불꽃!

후두둑- 쇳가루가 떨어지는 순간.

천문석은 무릎을 굽히며 강철방패를 눕혔다.

그르르륵-

눕힌 방패를 타고 떨어지는 뼈 도끼!

뼈 도끼가 방패에서 떨어지는 순간.

방패 뒤에 숨은 검이 일점으로 쏘아졌다.

핑-

극한의 쾌검이 오크의 머리가 있는 공간을 찌른다.

깡-

그러나 기대와는 다른 소리가 커졌다.

어느새 머리 앞에 세워진 뼈 도끼!

뼈 도끼가 천문석의 쾌검을 막아냈다.

“...!”

전에 상대했을 때보다 몇 배나 빠른 속도!

순간 오크의 전신이 크게 회전했다.

회전력에 기세를 실어 내려찍는 뼈 도끼!

꽝-

일격을 막는 순간 이격이!

이격을 막는 순간 삼격이 쏟아진다!

꽝, 꽝, 꽝, 꽝, 꽝-

전신의 힘과 회전력을 실어 떨어지는 도끼!

작은 허점은 신경도 쓰지 않는,

오크의 맹공이 연이어 쏟아진다.

천문석은 방패를 흔들어 타점을 흘리며,

오크의 허점에 쾌검을 연속해서 찔러 넣었다.

핑, 핑, 핑-

공기를 찢는 날카로운 소리가 커질 때마다,

폭발하듯 흩날리는 피!

오크의 털가죽 갑옷은 순식간에 피로 범벅이 됐다.

그러나 오크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크아아아아-

쾅, 쾅, 쾅, 쾅-

자잘한 상처는 무시하고,

포효와 함께 전력을 다해 내려치는 뼈 도끼!

엄청난 기세와 투기!

폭풍같이 몰아치는 공격!

연이어 터지는 충격량에 타점을 흘렸는데도 강철방패를 잡은 손이 마비된다.

이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이 오크의 진정한 힘은 이 폭풍같이 몰아치는 투지다!

그리고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도 깨달았다.

일기일원공이 이성에 달했기에 할 수 있는 전투법이 있다.

능유제강(能柔制强)!

지금의 천문석이라면 부드러움으로 능히 이 오크의 강함을 제압할 수 있었다.

"..."

그러나 문득 보게 된다.

크아아아아-

피를 끓게 만드는 포효.

대기를 태울 듯 일렁이는 투기.

전신을 피로 물들인 채 쏟아내는 강격.

자신의 모든 걸 태워 폭풍처럼 몰아치는 오크!

이 모습이 천문석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쿵, 쿵, 쿵-

심장이 무겁게 뛰는 순간,

가슴속에서 불같이 일어나는 열기!

오크의 뒤를 보지 않는 맹공이,

전생 천마의 호승심에 불을 붙였다!

콰아앙-

이때 연이은 공격을 받은 강철방패가 쪼개졌다.

콰지직-

두 동강 나 떨어져 나가는 강철방패!

강철방패를 쪼갠 뼈 도끼가 땅속 깊이 파고들었다.

콰앙-

도끼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게 박힌 뼈 도끼!

크아아아-

이 순간 오크는 뼈 도끼를 회수하지 않고,

다급히 오러가 실린 주먹부터 휘둘렀다.

도끼를 회수하는 동안,

천문석이 도망칠 것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천문석은 도망치지 않았다.

빙글 손을 돌려 스스로 검을 땅에 박아 넣고.

쾅-

방패가 들려있던 왼손을 털어낸다.

파르르륵-

손에 남은 충격파를 흘리며 가볍게 말아쥔 왼 주먹.

천문석의 왼 주먹이 오크의 오러가 실린 주먹을 향해 뻗어 나갔다.

주먹 대 주먹!

체격이 2배 이상 차이 나는,

인간과 오크의 근접 박투가 시작됐다.

오크의 광기 어린 눈에 비웃음이 실린 순간.

천문석의 주먹과 오크의 주먹이 잇달아 충돌했다.

쾅, 쾅, 쾅-

순간 강철과 강철이 맞부딪히는 굉음이 터졌다!

천문석은 부르르 떨리는 주먹을 흔들어 여력을 흘리며,

스치듯 발을 움직여 오크에게 오른쪽 어깨를 밀고 들어갔다.

왼 주먹이 흔들릴 때,

오른손은 등 뒤로 감춰진다.

발은 스치듯 대지를 스치고,

무릎을 부드럽게 움직여 중심을 이동한다.

휘이잉-

바람처럼 전진해.

다시 격돌!

쾅, 쾅, 쾅-

천문석의 왼 주먹과 오크의 주먹이 부딪히는 매 순간에 터져 나오는 굉음!

어깨와 어깨가 충돌하고,

몸과 몸이 부딪혀 갈린다!

쿵, 쿵, 쿵-

오크의 강철 같은 근육에서 엄청난 힘이 쏟아질 때.

천문석은 생사팔문의 보법을 밟아,

쏟아지는 힘을 밀고 당기고 흘리고 돌렸다.

천문석의 일기일원공의 내력이 실린 육체!

오크의 강맹한 오러의 기운이 실린 육체!

두 육체가 끊임없이 충돌했다.

크르르륵-

폭발하듯 증폭되는 투기와 맞닿아 흩날리는 내력과 오러!

대기가 아지랑이 지듯 일렁이고,

천문석과 오크의 육체는 맷돌처럼 맞부딪혀 돌아가며 서로의 내력과 오러를 깎아냈다.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수십 번 맞부딪히는 천문석과 오크!

순간 오크 괴성이 터져 나왔다.

크아아아아-

자신보다 작은 인간을 근접 박투에서 압도하지 못하자 내지른 분노어린 괴성!

순간 오크의 광기와 흉성이 폭발했다.

오크는 전신에 폭발하는듯한 오러를 두르고 펄쩍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휘이잉-

대기를 가르며 떨어지는 맞잡은 주먹.

폭발하는 기세가 실린 태풍 같은 공격!

천문석은 직감했다.

물러나 피하는 순간 주도권이 넘어간다!

천문석은 제자리에서 빙글 몸을 회전해 태풍 같은 주먹을 흘렸다.

파바바바-

오크의 주먹이 방검방탄복을 스치는 순간,

연쇄적으로 반발력을 쏟아내는 강화 패드!

저릿저릿한 충격파가 방검방탄복과 강화 전투복을 넘어 육체 내부를 뒤흔든다.

울컥 터져 나오는 피!

오러에 실린 충격파에 경련하는 육체!

천문석은 피를 삼키며,

오크가 만들어내는 태풍 속으로 오히려 들어갔다.

콰아아앙-

오크가 땅에 떨어져,

먼지가 훅- 치솟아 오르는 순간.

천문석의 왼 주먹이 오크의 가슴을 두들겼다.

둥-

북 치듯 작게 울리는 타격음!

별다른 타격이 없을듯한 소리였다.

그러나 임팩트 순간.

천문석의 주먹에 실린 침투경이 오크의 오러를 뚫고 내부로 퍼져나갔다.

겨울 바다에 떨어진 듯 경직되는 근육!

그러나 오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연이어 공격을 쏟아부었다.

후우웅-

오크의 주먹이 공간을 부수고 다가오는 순간.

천문석은 다시금 완전히 피하지 않고,

방검 방탄복으로 오크의 주먹을 흘렸다.

콰지직-

빗겨 흘렸음에도 깨져나가는 강화 패드!

두둥-

순간 천문석의 침투경을 실은 주먹이 다시 한번 오크의 가슴을 두들겼다.

어깨와 어깨를 닿을듯한 거리.

서로의 숨소리마저 들릴 근거리에서 한층 치열해진 근접 박투가 이어졌다.

광분한 오크의 오러가 실린 주먹이 미친듯이 쏟아지고,

천문석의 침투경이 실린 주먹이 오크의 가슴을 북 치듯 계속 때렸다.

파바바바바-

오크의 주먹에 깨져나가는 강화 패드, 육체로 쏟아지는 충격파!

둥, 둥, 둥, 둥-

천문석의 주먹에 맞는 순간 울려 퍼지는 북소리와 침투경!

천문석은 수세에 몰리지 않기 위해 공격을 완전히 피하지 않고 반쯤 흘리며 맞싸웠고.

오크도 폭발하는 광기와 오러를 담아 태풍처럼 몰아쳤다.

강(强) 대 강(强)의 대결!

어느새 천문석과 오크는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입으로는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누적된 충격에 내부가 망가지기 시작한 것!

그러나 천문석과 오크 둘 다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주먹을 내질렀다.

크아아아-

으아아악-

인간과 오크는 근성으로 버티며 끝없이 싸웠다.

그리고 오크의 인내심이 먼저 바닥났다.

오크와 천문석의 주먹이 동시에 휘둘러지는 순간.

후웅-

휘잉-

서로의 주먹이 동시에 서로의 어깨를 가격했다.

동시에 터지는 타격음!

콰지직-

두두둥-

천문석은 강화 패드로 충격을 줄였으나,

오크의 조잡한 털가죽 갑옷은 침투경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

내부를 헤집는 침투경에 축 늘어지는 팔!

오크는 경악한 눈으로 천문석의 어깨와 자신의 어깨를 번갈아 봤다.

천문석은 오크에게 맞은 팔을 들어 보이며 승리의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강 대 강으로 치고받는 오크와의 근접 박투!

승리자는 천문석이었다.

승리의 결정적 요인은 장비 빨!

천문석은 아무리 구형이라도 강화 전투복과 방검방탄복을 입고 곳곳에 강화 패드를 착용했다.

오크의 장비는 곳곳에 구멍이 뚫린 털가죽 갑옷 하나뿐이다.

천문석은 통쾌하게 웃으며 입고 있는 방검방탄복을 두들겼다.

탕, 탕탕-!

"보이냐? 이게 바로 현대 문명의 힘이다!"

크아아아-

순간 괴성을 지르며 몸을 돌려 달리는 오크!

오크는 자신의 뼈 도끼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순간 천문석의 눈이 번뜩였다!

‘기다리던 기회!’

탁, 탁, 탁-

천문석은 일부러 한 박자 늦게 오크를 따라붙었다.

어느새 등 뒤에 숨긴 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오른손이 앞으로 나와 흔들리기 시작했다.

천문석의 오른 주먹은 돌을 던지는 슬링처럼 빙글빙글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크가 뼈 도끼를 잡는 순간.

훙-

뼈 도끼에서 치솟는 강맹한 오러!

크아아아-

오크의 포효가 터지고,

오러가 실린 뼈 도끼를 훅 다가올 때.

미약한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휘이이-

천문석이 빙글빙글 돌리던 오른 주먹!

이 오른 주먹이 부드럽게 나아가 오크의 가슴을 향했다.

부드럽게 뼈 도끼를 지나 가슴에 닿는 오른 주먹.

툭-

충돌 순간 아주 작고 가벼운 소리가 울렸다.

그러나 이 순간 오크의 몸에 쌓이고 쌓인 침투경이 터졌다!

“...”

우뚝 멈춰선 채 멍한 표정이 된 오크!

잠시 후.

툭, 투두둑-

오크의 눈, 코, 입, 귀···.

전신의 모든 구멍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강맹한 오러가 실린 뼈 도끼를 잡은 손이 힘없이 축 늘어져 내렸다.

이 순간 천문석은 천천히 뒷짐을 지며 여유로운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오크를 가리키며 오연하게 외쳤다.

"쓰러져라!"

크아아앙-

그러나 쓰러지지 않고 괴성을 지르는 오크.

오크는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피를 줄줄 쏟아내며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

천문석은 여전히 뒷짐을 진 채 도망치는 오크를 서늘한 눈으로 바라봤다.

도망치는 적을 보내주는,

절정 고수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겉모습과 달리 천문석은 내심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시바, 시바! 괜히 주먹으로 싸워서는···!'

천문석의 슬픈 눈이 자신의 팔다리와 전신을 향했다.

마스터 급 오러를 지닌 오크와 정면으로 맞부딪힌 팔다리와 육체를 하나하나 살핀다.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

'이거 설마 부러진 거 아냐?'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전신에 멀쩡한 곳이 없었다.

격전의 아드레날린이 치솟는 지금도 들끓는 통증이 전신에서 느껴졌다!

천문석은 당장이라도 피를 토하고 픽 쓰러질 것만 같은 고통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당연했다.

오러는 여러 각성 능력 중,

신체 내구도 상승에서는 가장 뛰어난 힘!

무공이 범용성이 높은 능력이라고 해도,

이성(二成)의 일기일원공으로 마스터 급의 오러 능력을 갖춘 오크와 근접 박투라니.

미친 짓이었다!

지금의 천문석은 도망치는 적을 그냥 보내주는 절정 고수 그런 게 아니었다.

오크가 도망치지 않고 돌아와서 뼈 도끼를 휘두르면 끝장이다!

허세!

천문석은 간신히 허세를 부려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슬픈 눈으로 빠르게 멀어지는 오크를 보는 천문석.

오크의 손에 들린 뼈 도끼,

전리품으로 점 찍은 오러를 견디는 뼈 도끼가 빠르게 멀어지고 있었다.

"..."

상처뿐인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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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빠르게 멀어지는 오크의 머리 위에서 섬광이 번뜩였다.

콰아아앙-

섬광이 번뜩이는 순간 들려오는 폭음.

하얀 섬광이 도망치는 오크에게 떨어졌다!

크아아아-

오크의 끔찍한 비명을 잡아먹는 섬광이 연이어 터졌다

쾅, 쾅, 쾅, 쾅-

명멸하는 빛!

끝없이 이어지는 폭음!

전신의 털이 훅 일어나고,

매캐한 냄새가 확 느껴지는 순간.

“컥-”

간신히 고수를 연기하던 천문석은,

폭발력에 날아가며 정신줄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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