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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91화 (92/1,336)

#091

구으으으응-

때마침 들려오는 하늘 고래의 울음소리!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봤다.

장벽 위 하늘.

초대형 마탄의 마력을 낼름낼름 받아먹던 하늘 고래는,

어느새 고산 마을의 장벽 위 하늘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거대한 지느러미를 휘저어 푸른 하늘 높이 날아올라.

구으으으으응-

천지를 떨어 울리는 울음소리와 함께 떨어져 내린다.

이 순간 거대한 지느러미에서 흩날리는 황금빛 불꽃.

하늘 고래의 궤적을 따라서 황금빛 불꽃이 길게 이어진다.

생명체라고는 믿기지 않는 이 거대한 고래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름다운 불꽃의 춤을 추고 있었다.

하늘 고래가 춤추는 하늘 아래 장벽,

수많은 헌터들이 이 춤을 보고 있었다.

대부분의 헌터는 넋을 잃은 듯 우두커니 서서 하늘 위 거대한 산악 같은 하늘 고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 고래라는 경이로운 신비 앞에서 다가오는 몬스터와 마수 무리마저 잊은 듯한 모습이다.

천문석은 이들의 심정이 이해가 같다.

높은 산, 넓은 호수 같은 압도적인 자연은 그 존재만으로도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황금빛을 뿌리며 하늘을 나는 거대한 고래.

이 고래의 존재는 압도적인 자연처럼,

보는 사람의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뭔가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해야 할 일을 할 때.

천문석은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송 화물, 금속상자를 묶은 로프를 확인하고,

장벽 위로 던져 올릴 로프를 오크의 뼈 도끼에 단단히 묶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장벽,

여전히 거리가 있는 몬스터와 마수.

시간은 충분했다.

"문석아! 차 장벽 어디에 붙일까!?"

"가장 가까운데 붙여요! 그리고 바로 보안관 두 분, 여기 지붕 위로 올려 주세요!"

천문석은 철수형의 외침에 대답하고 장벽을 올려다봤다.

20미터가 넘어가는 높이의 장벽.

사람 힘으로 로프를 던지기에는 너무 높다.

그러나 지금의 자신이라면 충분히 던져 올릴 수 있었다.

천문석은 뼈 도끼를 잡고 천천히 돌렸다.

장벽에 붙이는 순간 바로 던져 올린다!

끼이이익, 쿵-

그리고 화물차가 방벽에 바짝 붙는 순간,

천문석은 내력을 끌어모아 뼈 도끼를 장벽 위로 던져 올렸다.

으아악-

휘이잉-

기합과 함께 허공을 가르고 솟아올라 장벽 위로 떨어지는 뼈 도끼!

탕, 타당, 탕-

"으엇! 이거 뭐야? 도끼!?"

"잡아! 로프 달렸잖아!"

"저 아래 화물차에서 던진 거야! 잡아!"

"아니···. 이걸 왜 던져?"

"뭔 이유가 있겠지! 잡았다."

“로프 거기에 묶어 거기! 빨리!”

...

장벽 위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올 때,

천문석은 철수형이 올려 주는 보안관 두 명을 화물차 위로 끌어 올렸다.

그리고 철수형의 손을 잡고 끌어올렸다.

으아악-

보안관 두 명보다 더 무거운 철수형.

김철수는 앞뒤로 배낭을 멘 채,

오리온 길드에서 빌린 소총과 무기까지 모두 챙긴 상태였다.

역시 철수형!

자신이 깜빡한 배낭마저 빠트리지 않고 챙겼다.

“문석아. 네 배낭은 내가 챙겼는데. 혹시 더 챙길 것 있냐?”

“아뇨! 그거면 돼요. 바로 올라가죠!”

천문석은 바로 로프와 철수형의 하네스를 연결하고 장벽 위 헌터들에게 향해 외쳤다!

“신호하면 바로 당겨주···. 어?”

이때 쑥 내려오는 무언가.

"..."

장벽 위에서 네모난 판이 내려오고 있었다.

"문석아. 이거···."

네모난 판 모서리에 연결되어 중심에서 하나로 묶인 밧줄.

이 밧줄은 길게 위로 이어져 장벽 위 승강 도르래로 연결됐다.

그리고 장벽 위에서 들려오는 외침.

"간이 기중기 내렸다! 거기에 타고 신호해라!"

내려오는 네모난 판은 화물 이동용 간이 기중기였다.

"...아 젠장."

어이없었지만 잘 된 상황이다.

"형! 보안관부터 옮겨 주세요! 전 화물 챙길게요!"

"알았다!"

김철수가 보안관을 네모난 화물용 판으로 옮기는 동안,

천문석은 화물차 지붕에 뚫린 구멍 아래로 뛰어내렸다.

끼릭, 끼리릭-

금속상자를 고정한 고정 벨트를 풀어낸 천문석.

천문석은 바로 화물차 지붕으로 돌아와 금속상자를 묶은 로프를 잡아당겼다.

“으아악!”

천천히 올라오는 금속상자.

금속상자는 100kg 정도의 무게였다.

"도와줄까!?"

"아뇨! 금방 끝납니다! 으아악!"

악을 쓰며 로프를 잡아당기는 천문석.

곧 금속상자가 구멍을 지나 화물차 지붕으로 올라왔다.

쿵-

"같이 들자!"

다급히 달려온 김철수.

천문석과 김철수는 금속상자를 들어 화물용 판으로 옮겼다.

그다지 넓지 않은 화물용 판에 두 명의 보안관과 금속상자, 김철수와 천문석이 올라섰다.

이때 장벽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준비 다 됐어?!"

"네! 됐습니다! 바로 올려 주세요!"

천문석은 바로 대답했다.

스르륵-

도르래 아래 길게 늘어진 밧줄이 팽팽히 당겨지고,

화물용 판이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천문석은 내심 한숨을 내쉬며 점점 멀어지는 장벽 앞 대지를 봤다.

붉은 해일처럼 밀려오는 몬스터와 마수들.

어제 저녁때부터 지금까지 끝없이 싸우던 녀석들이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천문석은 문득 장벽 위를 봤다.

기중기 도르래 너머,

파동이 퍼져나오는 장벽 위.

헌터들 사이사이에 재금 보안이라고 적힌 강화 전투복을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재금 그룹의 계열사 재금 보안의 직원들.

신서울에서 받은 화물 배송 의뢰의 수령인들이 장벽 위에 있었다.

이들을 보자 곤두선 신경이 가라앉고,

이제야 일이 끝났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어제와 오늘, 미친듯이 달렸던 재금 그룹의 화물 배송일 쿠팡맨이 이제 곧 끝난다.

이때 들려오는 한숨 소리.

"하- 뭐 이리 빡세냐···."

밀려오는 마수와 몬스터들을 보며 고개를 젓고 있는 철수형.

철수형의 말대로였다.

별것 아닌 일이라고 생각했던 이세계 배송일은 엄청나게 빡셌다.

갑자기 튀어나온 늪지 트롤과 마스터 오크.

그 뒤를 줄줄이 따라온 마수와 몬스터들···.

그리고 이들의 표적이었던 트롤러 하늘 고래까지.

이번 배송일은 쿠팡맨이 아니라 무장 배송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세계 무장 배송일도 이제 곧 끝이다.

이 금속상자는 인수자에게 넘어갈 테고,

하늘 고래, 마수와 몬스터들은 재금 그룹 사람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천문석의 시선이 금속상자로 향했다.

금속상자는 여전히 파동을 흘려···.

"...?"

순간 천문석은 이상함을 느꼈다.

갑자기 뇌리를 긁는 무언가.

자신이 뭔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지? 내가 뭘 놓치고 있지?'

문득 고개를 들어 올린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장벽 위!

장벽 위에서 파동이 퍼져 나오고 있었다!

다시 고개를 내렸다.

여전히 파동이 퍼져나오는 금속상자가 보였다.

위, 아래에서 동시에 퍼져나오는 두 개의 파동!

천문석의 시선이 파동을 따라 움직였다.

두 파동은 물결처럼 중첩되어 커지고 있었다!

파동이 중첩되는 곳은 장벽 위 하늘.

그리고 그곳에서는 하늘 고래가 날고 있었다!

구으으으으으응-

순간 천지를 떨어 울리는 하늘 고래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이번 울음소리는 전과 달랐다.

울음소리에서 전해지는 강렬한 심상!

하늘 고래의 심상이 마음에 닿아 울림을 주고 있었다.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전법륜인을 짚고 하늘 고래에게 마음을 두었다.

두근, 두근, 두근-

하늘 고래의 거대한 심장 소리가 느껴지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강렬한 심상이 선명해진다.

-반가움, 즐거움, 행복함. 그리움, 그리움, 그리움···.

아득한 그리움이 전해져,

마음속에 깊은 울림을 불러일으킨다.

하늘 고래의 울음소리에는 아득한 그리움이 담겨있었다.

이때 다시 한번 하늘 높이 날아올라 떨어져 내리며 빙글빙글 회전하는 하늘 고래!

부우으으으으응-

거대한 뿔피리 소리가 울리고,

하늘 고래의 숨구멍에서 안개가 쏟아졌다.

지금까지 쏟아낸 안개는 아무것도 아닌 엄청난 양!

하늘 고래의 거대한 모습이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안개는 몽글몽글 형체를 유지한 채 폭포처럼 쏟아졌다!

"으아악-"

"이거 뭐야!?"

"안개?! 무슨 안개가 이래!"

...

장벽 위에서 다급한 비명이 터져 나올 때,

폭포처럼 쏟아진 안개가 대지에 가득 깔렸다.

이 순간 전법륜인을 짚고 있던 천문석은 경악했다.

"...!"

하늘 고래가 안개를 쏟아내는 것은 몇 번이나 봤다.

그러나 안개를 직접 맞은 건 처음이고,

이번 안개는 형체가 만져지는 듯 진했다.

이 안개에서 기의 흐름이 느껴졌다.

너무나 정순하여 존재한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기의 흐름!

천문석은 깨달았다.

영맥!

하늘 고래의 안개에는 엄청난 양의 영맥이 담겨있었다!

---

천문석의 시선이 대지로 향했다.

천천히 올라가는 기중기 아래,

안개의 바다처럼 변해가는 대지.

이 대지에 차오르는 안개는 영맥이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왜 갑자기 하늘 고래가 영맥을 쏟아내는지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영맥이 느껴지는 순간,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전법륜인을 다시 짚었다.

대지에 쏟아지는 영맥에 마음을 두고 혼백을 실어 부른다.

와라-

순간 영맥이 천문석의 혼백에 호응했다.

대지에 가득한 안개, 영맥!

영맥에 일기일원공의 흐름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리고 일기일원공의 흐름을 따라서 기가 흘러들어온다.

똑, 똑, 똑-

방울방울 흘러들어온 기는 영육과 혼백의 사이,

심상 공간에 만들어진 기경팔맥으로 흘러갔다.

기경팔맥에 새겨진 수로,

일기일원공을 따라 흐르기 시작하는 진기.

그러나 엄청난 영맥에 비해,

인도되는 진기가 너무 적다.

천문석의 시선이 땅 위에 자욱하게 깔린 안개, 영맥을 훑었다.

느껴지는 영맥의 질과 양은 엄청나지만,

일기일원공에 이끌려 들어오는 진기의 양은 한 줌이다.

'왜 이러지?'

의문을 가지는 순간,

몸을 스쳐 지나가는 영맥의 흐름이 느껴지고.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이 영맥은 그 정순함 만큼이나 결집력이 대단했다.

그래서 직접 접촉하기 전에는 영맥이 담겼다는 것도 알 수 없었다.

지금도 천문석의 부름에 호응해서 흐름이 만들어졌지만.

결집력 때문에 그 흐름을 따라서 흘러들어오는 진기의 양은 많지 않았다.

'해결책은?'

생각하는 순간 답이 머리에 떠올랐다.

엄청난 결집력을 가진 영맥.

그러나 영맥 내부에서는 그 결집력이 발휘되지 않는다.

자신이 직접 저 영맥 속으로 들어가면 된다.

천문석이 답을 얻는 순간.

크르르르륵-

와우우우-

크아아-

...

수많은 몬스터와 마수의 포효에 안개의 바다는 요동쳤다.

영맥을 이용해 일기일원공의 내력을 쌓으려면,

몬스터와 마수, 마스터 급 오크와 늪지 트롤이 있을 저 안개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일기일원공의 내력을 끌어올리려면,

생명을 걸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것이다.

"...!"

순간 천문석은 벼락 치듯 깨달았다.

기연(奇緣)을 만났다!

그리고 이 기연에는 하늘이 준비한 마장(魔障)이 같이 있었다.

기연은 하늘 고래가 뿜어낸 엄청난 영맥.

마장은 저 영맥 속 가득한 마수와 몬스터들.

이 기연을 잡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고 마장을 넘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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