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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3화 (84/1,336)

#083

"왜 어두워지지 않지?"

"...!"

김철수의 말을 듣는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그렇다!

주위가 밝았다!

해질 시간이 한점 전에 지났는데,

오히려 노을이 질 때보다 더 밝다.

천문석은 빠르게 주위를 훑어봤다.

앞에 펼쳐진 도로와 좌우의 평야.

주위의 모든 것들이 낮처럼 잘 보였다!

"...!"

순간 뇌리를 흐르는 알 수 없는 직감!

천문석이 하늘로 고개를 드는 순간 엄청난 진동이 느껴졌다.

구으으으으으-

파르르르-

부서질 듯 요동치는 유리창.

순간 태양이 구름에서 나오듯 주위가 확 밝아졌다.

하늘을 날던 그 고래다!

천문석은 조수석 유리창을 내리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예상대로 구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고래가 있었다.

고래의 모습은 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거대한 몸에서 엄청난 황금빛을 뿜어내는 고래!

이 고래는 태양처럼 빛을 뿜어내며 비포장도로 위 하늘을 날았다.

이 빛에 주위가 환하게 밝혀지고 있었다.

"...고래! 빛의 고래야! 고래가 하늘을 난다고! 너도 보이는 거 맞지?!"

김철수는 고래의 모습을 보며 기겁했고,

천문석은 하늘을 가리키며 비장하게 말했다.

"철수형. 아무래도 저 다시 나가봐야 할 것 같네요. 최대한 빨리 마을까지 달려요."

"..."

김철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

그리고 잠시 후.

천문석은 화물차 지붕에 편하게 누워, 하늘을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불안감에 밖으로 나온 지 벌써 10분이 넘게 지났다.

그러나 태양처럼 밝은 황금빛을 뿜어내는 거대한 고래는 지느러미를 휘휘 저으며 여전히 하늘에서 날고 있었다.

날고만 있었다.

부으으으-

가끔 거대한 뿔피리 소리가 울리면,

고래의 숨구멍에서 뿌연 빛을 머금은 안개가 솟구친다.

자욱한 안개를 휘감고,

자유롭게 하늘을 유영하는 고래.

거대한 빛의 고래는 위협적인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냥 안개를 휘감은 채, 거대한 지느러미를 휘저으며 화물차 위 하늘을 날고만 있다.

하늘을 나는 이 고래를 보니 문득 오래전 봤던 다큐멘터리가 생각난다.

오래전 범선 시대.

커다란 범선이 대양을 항해하면 동료가 지나간다고 생각한 고래들이 범선을 따라 헤엄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비슷한 경우일까?

문득 생각났지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하늘을 나는 고래에 비하면,

자신이 탄 화물차는 1/100 크기도 되지 않았다.

저 거대한 고래에게는 잘 보이지도 않는 크기일 것이다.

그런데도 고래는 처음 나타난 이후,

계속 화물차와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도로를 따라 달려서, 화물차를 따라오는 것 같은 건가?"

문득 의문이 들었지만,

어쩐지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을 유영하는 이 거대한 황금빛의 고래를 보고 있으면 의문을 품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휘이이잉-

부드럽게 불어와 전신을 휘감는 바람.

거대한 고래는 부드럽게 밤하늘 높이 솟아올라,

빙글빙글 지느러미를 휘저으며 떨어져 내렸다.

거대한 고래의 전신을 휘감은 황금빛에서 흩날리는 무수한 불꽃들.

마치 거대한 별이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듯한 환상적인 광경이었다.

때마침 들려오는 천지를 뒤흔드는 울음소리.

구으으으으으-

천지를 떨어 울리는 진동과 함께.

거대한 고래는 마치 하늘이 바다라도 되는 듯 황금빛 불꽃의 춤을 추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경이로웠다.

거대한 산 같은 고래가 황금빛 불꽃을 흩날리며 끝없이 별이 펼쳐진 밤하늘을 나는 광경이라니···!

아무리 이세계라지만,

이런 걸 볼 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헌터용 녹화 장비를 준비하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로 환상적인 장면이었다.

이때 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깨는 외침이 들려왔다.

"으아악! 야! 좀 서라!"

"돈 준다니까! 좀 세워!"

"체력 포션만 있었으면!"

“선생님! 우리 대화로 해결해요!”

...

화물차 지붕에 누운 천문석은 고개만 돌려 뒤를 봤다.

4인조 헌터들이 보였다.

화물차를 탈취하려다가 실패하고,

인간 방파제가 되어 마수 무리의 속도를 줄여준 녀석들.

이들은 장갑 SUV를 타고 다닐만한 실력자가 맞았다.

제대로 된 장비도 없어 보이는데,

기어이 마수 해일을 뿌리치고 다시 화물차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정상으로 보이는 녀석은 하나도 없었다.

게릭이라고 불린 탱커는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상태.

다른 두 헌터는 몸이 기울어진 채 달리고,

여성 헌터는 팔을 다쳤는지 축 늘어트리고 있었다.

네 명의 헌터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모습이다.

그렇지만 저 엄청난 마수 해일을 뿌리쳤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했다!

역시 전생의 마도 18문처럼 사방에서 원한을 사는 나쁜 놈들은 유능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나쁜 놈들의 사회는 능력 위주의 치열한 경쟁 사회인 것이다!

내심 감탄한 천문석은 열심히 달리는 헌터들에게 외쳤다.

"모두 힘내! 마을 거의 다 왔어! 화이팅!"

"저런 시발놈!"

"으아악! 이 거지 같은 새끼!"

"선생님! 같은 헌터를 모른 척하면 안 돼요!"

"돈 준다니까! 1인당 1억씩 헌터 계좌로 쏴준다고!"

...

천문석은 벌떡 일어나,

지붕에 뚫린 구멍으로 들어가 화물칸 문을 열었다.

덜컹-

"어···?"

"설마···?"

"선생님! 태워 주시는 건가요!?"

...

헌터들의 기대감 어린 목소리가 들려올 때.

휙, 휙, 휙-

헌터들에게 날아오는 물체!

반사적으로 잡는 순간,

헌터들은 바로 그 정체를 알아챘다.

작은 생수병과 칼로리 바.

"그거 먹고 힘내서 뛰어라. 마수 해일 가까워진다."

"...저런···. 시발놈···."

엠마는 욕설을 삼키며,

칼로리 바를 씹고 생수를 들이켰다.

지금은 먹고 힘을 내야 한다.

반드시! 반드시!

여기서 살아나가 저 새끼를 뒤질 때까지 패줄 것이다!

천문석은 헌터들에게 생수와 칼로리 바를 계속 던져줬고.

네 명의 헌터들은 생수를 단숨에 들이켜고 칼로리 바를 씹어 삼키며 의지를 불태웠다.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눈!

천문석은 헌터들의 생각을 짐작하고 웃었다.

와신상담.

월왕 구천처럼 말없이 생수와 칼로리 바를 씹으며,

분노가 끓어오르는 얼굴로 자신을 보는 악당 헌터 4인방.

전생의 천문석은 수많은 마인과 정사마의 저열한 인간군상을 오랫동안 겪었다.

당연히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손 위에 놓고 들여다보듯이 알 수 있었다.

악당 중의 악당 마인.

그런 마인들의 챌린저 티어가 마도 18문이다.

그리고 마도 18문 중에서도 손에 꼽히던 열 명의 초고수와 뱃속에 구렁이가 열 마리쯤은 들어앉은 노회한 장로들.

이들을 무력과 정치력에서 압도한 게 전생의 자신.

마도 18문의 지존 천마였다.

문득 떠오른 기억에 웃음이 지어진다.

전생의 자신은 천마신공은 별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보다 효과적인 무공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종권과 굉천수, 구인창!

무인은 그 명성과 권위에 대한 집착이 상상을 초월한다.

이러한 성향은 그 무공이 고강해지고 명성과 신분이 올라갈수록 더욱 강해진다.

구파일방의 장로급 정도가 되면, 나려타곤으로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 공격을 피하느니 차라리 한칼 맞는 걸 선택할 정도다.

그래서 전생의 천문석은 종마권과 허풍수, 지렁이 창술이라 천시당하는 구인창으로 이들을 데굴데굴 굴리고 꿈틀꿈틀 지렁이처럼 땅을 기게 했다.

참관인이 있는 연무장.

일반인이 가득한 시장바닥.

그리고 진흙 구덩이와 마굿간, 돼지우리에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구르는 무인들!

당하는 무인뿐만 아니라,

비무를 지켜보는 무인들도 경악한 천마의 만행!

천마에게 호기롭게 도전한 고수들은 시장바닥과 진흙 구덩이를 굴러 명예와 권위가 실추당하고 웃음거리가 됐다.

이렇게 당한 몇몇 무인들은 끓어오르는 울분에 심마에 들어 폐인이 되기도 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자,

전생의 천마에게 도전하는 혈기 넘치는 고수들은 더는 없었다.

천마 신공으로 압도적으로 승리하면 도전의식을 가지고 다시 달려들던 놈들이.

마종권으로 넘어뜨리고,

굉천수로 데굴데굴 굴리고,

구인창으로 꿈틀꿈틀 지렁이처럼 기어 다니게 했더니.

감히 눈을 마주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건 마인도 마찬가지였다.

마인이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웃음거리가 되는 순간, 그 사회적 생명이 끝장난다.

돼지우리에서 지렁이처럼 꿈틀꿈틀 기어 다닌 마인은 그 누구에게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하-

순간 천문석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절정의 무인이, 공포의 대상인 마인이 진흙 구덩이를 구르고 비웃음 좀 샀다고 심마에 들다니!

그때 천문석은 깨달았다.

배우는 무공의 종류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름 높은 무공을 배웠다고 강한 무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심지가 굳고 본성 자체가 단단한 사람이 일심으로 정진해야 진정 강한 무인이 된다.

수십 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

돈을 벌어 부모를 모시고 아이를 길러내는 사람.

무공을 위해 무공을 익히는 사람이 아닌,

삶을 위해서 매일매일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이 진정 강한 사람이었다.

전생의 천문석은 무공 자체의 명성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무공의 명성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전생의 천문석이 역대 천마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다.

마도 18문의 지존공.

천마신공의 10성에 달하고,

마침내 전인미답의 경지 천마신공의 12공 대성을 이뤄낸 것이다!

'그러면 뭐하겠는가?'

결국, 마지막은 끓어오르는 천마 신공에 한 방에 훅- 갔는데.

역시 마공은 끝이 안 좋다.

천문석이 씁쓸한 과거 회상에서 벗어나는 순간.

"···?"

어느새 악당 헌터 놈들이 화물차에 가까워진 게 보였다.

물과 칼로리 바를 먹고 기운을 차려,

기척을 죽이고 야금야금 거리를 좁힌 것이다!

"하···. 새끼들."

순간 천문석은 헛웃음을 흘리며 재빨리 두 손을 마주쳤다.

흐아악!

순간 굉천수를 맞은 기억에 기겁해서 눈을 가리고 고개를 돌리는 헌터들!

짝, 짝-

짝, 짝, 짝-

그러나 굉천수는 터지지 않고 박수 소리만 들려왔고.

거리를 좁혔던 헌터들은 박수가 터질 때마다 멀어졌다.

"..."

네 헌터가 허탈하게 서로를 볼 때,

들려오는 웃음소리.

"풉- 너네 그렇게 간이 작아서. 악당 하겠냐?"

천문석의 비웃음이 들려온 순간.

엠마와 게릭,

클릭스와 폴리머.

남미에 악명이 자자한 네 명의 헌터들은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기필코! 저 새끼를 잘근잘근 씹어주겠다!'

천문석은 장난스럽게 손을 흔들고.

"그럼 모두 수고!"

화물차 문을 잠그고 지붕으로 올라가 앉았다.

그리고 느긋하게 육포를 씹으며 밤하늘을 나는 황금빛의 고래를 구경했다.

'이제 마을이 멀지 않았다!'

그리고 20여 분 후,

황금빛 고래가 하늘 가득히 깔린 구름 속으로 들어갔을 때.

드디어 목표로 삼은 거점 마을이 나타났다!

그러나 거점 마을을 보는 천문석은 돌처럼 굳어졌다.

“...”

마침내 도착한 거점 마을은,

오크 무리의 공격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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