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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2화 (83/1,336)

#082

헉, 허억-!

"저 새끼 뭐야!?"

화물차를 따라 달리는 헌터들은 숨을 몰아쉬며 다급히 외쳤다.

육체계열 각성자,

탱커 게릭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화물차에서 떨어졌다!

근접전의 전문가 탱커가 방패를 들었는데도,

창을 든 헌터에게 버티지도 못하고 완전히 농락당한 것이다!

이들의 리더 엠마는 문득 드는 생각에 옆에서 달리는 클릭스에게 외쳤다.

"저 새끼. 상급, 아니 네임드 헌터 아냐?! 게릭이 순식간에 나가떨어졌어!"

"헉, 헉! 상급 헌터는 아냐. 게릭 저 멍청한 새끼가 섬광탄 맞고, 어리바리하다가 떨어진 거다."

폴리머도 고개를 끄덕였다.

"게릭. 이 멍청한 새끼! 허억!"

이때 화물차에서 떨어진 게릭이 몸을 일으키는 게 보였다.

게릭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뒤쪽을 보더니 기겁한 표정이 되어 앞으로 달렸다.

엠마는 자신도 모르게 뒤를 봤다.

크르르르르륵-

순간 터져 나오는 늪지 트롤의 소름 돋는 포효!

그 뒤를 이어 해일처럼 몰려오는 마수들의 뒤죽박죽 뒤엉킨 포효가 터진다.

크와하으끼에레가악-!

마수들의 너무나 기괴한 포효가 터지자.

흐아아악-

엠마는 반사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야, 같이 가! 헉, 허억!"

"시발! 존나 힘드네! 으아아악!"

엠마 뒤를 따라 달리는 클릭스와 폴리머.

세 헌터는 죽을 힘을 다해 화물차를 향해 달렸다.

상급 각성 헌터의 엄청난 속도.

조금씩 조금씩 화물차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속도를 계속 유지하는 건 각성 헌터에게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급격히 떨어지는 체력.

체력 물약, 아니 물과 고열량 칼로리 바만 있어도 버틸 수 있는데,

장갑 SUV가 전복되고 마수 해일이 몰려와 몸만 빠져나왔다.

이 상태로는 길어야 20분!

그 후에는 나가떨어져 마수의 해일에 삼켜진다!

"엠마! 지금이라도 옆으로 빠지는 건 어때!?"

클릭스가 일행의 리더인 엠마에게 외쳤다.

"안돼! 지금 평야로 빠졌다가, 마수 무리에 휩쓸리면 끝장이다!"

폴리모가 뒤이어 외쳤다.

"저 화물차를 타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어!"

"빌어먹을! 한국 오자마자 이게 뭐야!? 젠장!!"

엠마는 바로 소리쳤다.

"닥쳐! 클릭스! 너 마탄 몇 발 있냐!?"

"탄창 한 개. 20발!"

"폴리머. 너는?"

"권총탄 13발!"

"하. 새끼들! 탄창 좀 제대로! 챙겨 다니라니까!"

엠마가 외치는 순간,

클릭스와 폴리머의 어이없어하는 눈이 마주쳤다.

"..."

"..."

정작 리더이자 원거리 딜러인 엠마는 뒤집힌 장갑 SUV에 주무장인 활도 놓고 탈출해 부무장인 단검만 가지고 있었다.

으아아악!

쿵, 쿵, 쿵-

이때 들려오는 엄청난 기합 소리!

탱커 게릭이 코뿔소처럼 화물차로 돌진하고 있었다.

"너 이 새끼! 잡히면 죽는다!"

돌진하는 게릭 너머,

한쪽만 열린 화물칸 문이 보였다.

그리고 그 열린 문 뒤에는 섬광탄으로 게릭을 농락해서 굴린 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엠마는 다급히 명령했다.

"클릭스, 폴리머! 견제 사격 준비! 게릭이 올라타기 직전. 15도 위로 사격한다! 차량에 손상 가면 안 된다!"

다급히 클릭스와 폴리머가 소총과 권총을 꺼내 조준할 때,

엠마는 각성력을 담아 외쳤다.

"게릭! 하이웨이맨 작전이다!!"

"알았다!!"

대답하는 순간,

게릭은 방패로 전면을 가리고 단숨에 속도를 올렸다!

으아아악-

---

화물칸에 선 천문석에게 들려오는 목소리.

"...하이웨이맨 작전이다!!"

멀리서 달려오는 헌터가 외친 순간,

방패를 앞세워 악을 쓰며 돌진하는 탱커가 보였다.

으아아악-

쿵, 쿵, 쿵-

기합을 지르며 땅을 짓밟고 돌진하는 탱커!

놀랍게도 커다란 방패까지 든 사람이 전속력으로 달리는 화물차를 따라잡고 있었다!

"역시 각성자! 이야! 너 엄청 잘 달린다!"

화물칸에 선 천문석이 감탄하자,

탱커의 분노한 목소리가 들렸다.

"너 이 새끼! 잡히면 허리를 뒤로 접어 주마!"

탱커의 협박을 듣는 순간,

천문석은 어쩐지 신선했다.

마기가 골수에 사무친 마인들도,

자신 앞에서는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는데···.

이런 협박이라니!

아주 오랜만에 듣는 협박은 아주 신선했다.

파바박-

순간 천문석은 영화 속 총잡이처럼 퀵드로우로 리볼버를 꺼내,

탱커의 얼굴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엄청난 속도!

돌진하던 게릭은 반사적으로 방패로 얼굴을 가리고 몸을 숙였다.

이때 들려오는 소리.

"빵야- 빵야-!"

"어?"

게릭이 멍한 얼굴로 고개를 들자,

입으로 총소리를 낸 천문석은 리볼버 총구를 훅- 불며 말했다.

"쫄기는. 이거 2만 원짜리 마탄 들어있는 리볼버야. 내가 마탄 아깝···."

말을 하던 천문석은 재빨리 바닥에 몸을 숙였다.

타다당-

탕, 탕, 탕-

탱커 뒤에서 쏟아진 마탄이 천문석이 서 있던 위치를 지나 화물차 천장을 뚫었다!

으아악-

순간 방패를 앞세운 게릭이 단숨에 뛰어올랐다.

하이웨이맨 작전.

익숙한 노상강도 작전!

동료가 견제해준 틈에 적의 차량을 빼앗는다!

이때 게릭의 앞으로 쏘아지는 점!

천문석은 엎드린 채로 창을 찌르고 있었다.

게릭은 방패로 쏘아지는 점을 때렸다.

힘과 속도로 단숨에 튕겨내고 뛰어오른다!

충돌의 순간.

허공으로 펼쳐지는 붉은 술.

파르르륵-

붉은 술이 시야를 가리는 순간,

게릭은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후우웅, 땅-

엄청난 힘으로 휘둘러지는 방패에 부러 질듯이 밀려나는 창!

콰아아앙-

땅을 박차고 뛰어오르는 육체계열 각성자의 엄청난 힘!

‘몸이 가볍다! 됐다!’

게릭은 그 어느 때보다 가볍게 쭉 뻗어 나가는 몸에 성공을 확신했다.

"이 새끼 잡았다!"

게릭이 외치는 순간,

동료들의 경악한 외침이 들려왔다.

"게릭! 이 미친 새끼야!"

"어디로 뛰는 거야!? 게릭!"

"정신 차려! 거기 아냐! 앞! 앞으로!"

"어?"

방패 밖으로 고개를 내민 게릭은 깨달았다.

분명 앞으로 뛰었는데···.

자신의 몸은 옆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이때 화물칸에 선 천문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뭐하냐?"

구인창으로 감각을 교란해,

게릭이 엉뚱한 방향으로 뛰게 한 천문석.

천문석은 게릭과 그 뒤의 세 헌터를 향해 어이없다는 듯이 외쳤다.

"너희들 뭐하냐? 지금 날 웃겨서 죽이려고 하는 거냐?"

"으아악-"

"저 시발 새끼!"

"게릭 혼자 가지 마라! 같이 들어간다!"

...

헌터들을 도발한 천문석은 재빨리 마수의 해일을 확인했다.

여전히 속도가 죽지 않는 마수의 해일!

좌우로 펼쳐진 넓은 평야가 있는데도,

마수들은 흩어지지 않고 비포장도로 위를 직선으로 달리고 있었다.

슬슬 마수의 속도를 줄일 때가 왔다.

천문석은 화물칸 안,

강화 플라스틱 상자에 담긴 묵직한 종이 포대를 꺼내 준비했다.

우선은 이거면 된다.

그리고 잠시 후,

네 명이 헌터가 다시 화물차를 따라붙어 외칠 때.

"으악, 헉, 허억!"

"게릭과 같이! 한 번에 들어가!"

"동시에! 동시에 들어가야 한다."

"뭐 웃긴다고?! 그 입을 찢어주마!"

...

천문석은 닫힌 화물칸 문 한 짝 뒤에 숨어서 내심 웃었다.

그리고 네 명의 헌터가 동시에 화물칸으로 뛰려는 순간.

준비한 물체를 화물차 뒤로 부었다.

쏴아아악-

비포장도로 위로 쏟아지는 쌀!

"으엇! 이거 뭐야!?"

"발! 발 조심해!"

"쌀, 쌀이다!"

"저 얍삽한 새끼!?"

...

그러나 전원 각성 헌터,

쌀에 균형을 잃어도 넘어지는 헌터는 한 명도 없었다.

"아앗! 내 비장의 수가!"

순간 천문석의 경악한 외침이 터지고,

네 헌터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천문석에게 향한 순간.

천문석의 얼굴은 외침과 달리 웃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눈앞에서 천문석의 두 손바닥이 맞부딪혔다.

짝-

"조심···."

게릭이 미처 외치기도 전에,

굉천수의 섬광과 우레가 터졌다.

콰르르릉, 쾅-

눈앞에 떨어진 벼락처럼.

단숨에 시력과 청력을 앗아가는 굉천수!

쏴아아아악-

이때 다시 한번 쌀이 쏟아졌고,

청력을 잃어 균형감각이 확 떨어진 네 명의 헌터는 쌀을 밟고 뒤엉켜 미끄러졌다.

"으아아악-"

"시발, 시발! 개씨발!"

"으악, 으아악! 저 얍삽한 새끼!"

"일어나지 말고! 옆으로 굴러 옆으로!"

...

화물차와 쓰러진 헌터들과의 거리가 확 벌어지고,

쓰러진 헌터들에게 마수의 해일이 빠르게 밀려왔다.

천문석은 외쳤다.

"그러게 헬멧을 써야지! 야! 너희들 빨리 일어나! 뒤에 늪지 트롤 온다!"

크르르르르륵-

순간 나무를 비비는듯한 늪지 트롤의 포효가 터졌다.

뒤이어 날아오는 멧돼지 마수!

꿰에에엑-

늪지 트롤이 던진 멧돼지 마수가 몸을 일으키려던 헌터들을 덮쳤다.

"왼쪽! 왼쪽으로 뛰어라!"

"위험해!! 숙여 머리 들지 말고 기어라!"

...

역시 각성 헌터!

이들은 감각이 죽은 상태에서도 날아오는 멧돼지 마수를 피해냈다!

그리고 곧 감각을 회복하는 헌터들.

헌터들은 어느새 감각을 회복해 선두에서 밀려오는 마수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일부러 굉천수의 위력을 줄인 천문석의 계획대로 완벽하게 됐다!

악당 헌터, 인간 방파제들이 성공적으로 마수의 해일을 막아내고 있었다.

이제는 최선을 다해서 달릴 시간이었다.

---

천문석은 재빨리 화물칸 문을 잠그고,

금속 상자를 밟고 뻥 뚫린 천장으로 뛰어올랐다.

탱커가 방패로 뚫어놓은 천장으로 올라와,

운전석으로 이동해 몸을 숙이는 천문석.

천문석은 유리창을 두들기며 말했다.

똑, 똑-

"철수형! 시간 벌었습니다. 조수석 창문 내려줘요."

"알았어!"

김철수는 바로 조수석 창문을 내렸고,

천문석은 창을 통해 조수석으로 미끄러지듯이 들어왔다.

"문석아! 너 얼굴!?"

조수석에 앉자,

얼굴에서 후두둑 쏟아지는 땀.

긴장이 풀리자 쏟아지는 땀이었다.

여유 있게 싸운 것 같지만,

상대를 기만하기 위한 허세였다.

천문석은 칼날 위를 걷듯 바짝 긴장한 채,

여유 있는 모습을 연기해 적을 기만하며 싸웠다.

지금의 천문석에겐 육체계열 각성자, 탱커를 1대1로 정면에서 압도할 힘이 없었다.

고작해야 버티는 게 전부.

그러나 탱커에게 발목이 잡히면 다른 세 헌터의 공격에 끝장날 뿐이다.

긴장이 풀린 지금 한계까지 쥐어짜진 육체에 반향이 돌아오고 있었다.

"별거 아니에요. 좀 긴장해서 그래요."

천문석은 수건으로 얼굴의 땀을 닦아내고,

물을 마시고 칼로리 바를 씹었다.

단숨에 2L 생수가 목을 넘어가 바짝 마른 몸에 흡수되듯이 사라졌다.

"철수형. 형도 시간 날 때. 먹어 둬요."

"..."

대답이 들려오지 않아 고개를 돌리자,

복잡한 얼굴의 김철수가 보였다.

그리고 예상한 질문이 들려왔다.

"...너 혹시 각성한 거야?"

"각성 비슷한 거 했습니다."

천문석의 대답에 김철수는 탄성을 냈다.

"하- 역시!"

김철수는 고개를 젓더니 다짐하듯 말했다.

"이 의리 있는 녀석! 각성까지 했는데, 나랑 같이 일한 거냐? 내가 너는 절대 안 잊는다!"

천문석은 피식 웃었다.

비슷한 처지의 알바 동지인 철수형의 다짐.

어째선지 지금 철수형의 다짐이 재벌 회장의 ‘기억하겠다.’라는 말을 듣는 것처럼 든든했다.

천문석은 웃으며 대답했다.

"철수형. 형이 재벌 3세였으면 더 좋았을 텐데."

김철수도 마주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다. 나도 내가 재벌 3세였으면 좋겠다. 재벌보다 재벌 2, 3세가 더 좋은 거 같아."

이미 여러 번 힘든 알바를 하며 철수형과 나눴던 날먹 감성이 가득한 이야기다.

자수성가하느라 고생하는 재벌보다,

이미 놓인 레일 위를 편하게 가는 재벌 2, 3세가 더 되고 싶다는 이야기.

천문석과 김철수는 비슷한 장래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래도 이 배송 의뢰 잘 끝나면, 재금 그룹 협력업체 될 가능성이 있잖아요?"

"그렇지!"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김철수.

천문석은 대시보드에서 지도를 꺼내며 말했다.

"협력업체 되면 재금 그룹에서 마력 물품을 공급받을 수 있으니 그것만 거래해도 차액이 엄청날걸요?"

"처음부터 그걸 노리긴 했는데···. 그래도 기존 업체들 텃세가 세서 잘 될지 모르겠다."

철수형의 걱정은 합리적이지만,

그 문제는 이미 해결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부사장 천문석 뒤에는 헌터 업계의 거물 중 하나, 장강 유통의 장민 대표가 있었으니까.

그러나 마수 해일에 쫓기는 지금 할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천문석은 지도와 시계를 살피며 다음 마을까지의 거리를 확인했다.

"다음 마을까지 30분쯤 걸릴까요?"

김철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속도를 많이 올려서. 그 정도면 도착할 것 같다."

천문석은 주위를 훑어봤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수풀과 나무.

텅 빈 비포장도로 위를 질주하는 화물차.

문득 천문석은 이상함을 느꼈다.

"어···?"

뭐지 뭐가 이상한 거지?

천문석은 재빨리 주위를 다시 훑었다.

물결치는 수풀,

탁 트인 평야 너머 드문드문 보이는 나무.

아무것도 없이 텅 빈 비포장도로와 뒤에서 들려오는 마수의 포효.

그리고 마수와 싸우면서 간신히 도망치는 악당 방파제들의 희미한 외침까지.

"으악···. 시발···"

"...이런 빌어먹을······."

"...누가 한국 오자고 한 거야!?"

“닥쳐···.”

...

아무것도 특이한 게 없었다.

이때 김철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좀 이상하지 않냐?

"네?"

천문석이 반문하자,

김철수가 창밖을 가리켰다.

"왜 어두워지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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