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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81화 (82/1,336)

#081

천문석이 갑자기 터진 불운에 어이없어할 때.

"...!"

섬뜩한 살기가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앞으로 데굴 구르는 천문석.

천문석이 있던 위치를 각성력이 담긴 방패가 갈랐다.

후웅-

공기가 요동칠 정도로 엄청난 힘!

구르면서도 모골이 송연해지는 순간,

깜짝 놀란 외침이 들려왔다.

"이걸 피해?!"

강화 전투복에 달린 번역 기능을 통해 들려오는 외침.

천문석은 앞으로 구르면서 외침이 들려오는 위치를 확인했다.

전신에 흙먼지와 나뭇잎이 가득 붙은 헌터!

헬멧 없이 강화 전투복만 입은 헌터가 어느새 방패를 들고 화물차 지붕에 서 있었다!

순간 헌터의 손이 허리로 움직인다.

무장 벨트에 있는 검!

천문석은 화물차 지붕을 구르던 자세 그대로,

등 뒤에 붙였던 방패를 뽑아 타고 지붕을 연이어 박찼다.

탁, 탁, 탁-

크르르르륵-

방패를 타고 지붕 위를 미끄러지듯 돌진하는 천문석!

"엇! 이 새끼 뭐야!?"

깜짝 놀란 외침과 함께 각성력을 담은 방패가 수직으로 떨어졌다.

쿵-

천문석이 방패로 지붕을 때려 옆으로 구르는 동시에,

각성력을 머금은 헌터의 방패가 화물차 지붕을 꿰뚫고 박혔다.

콰아앙-

종이처럼 찢어져 뻥 뚫린 화물차 지붕!

"어라, 이것도 피하네? 하, 너 잘 피한다? 쥐새끼처럼!"

헌터가 놀리는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순간,

천문석은 방패로 헌터의 다리를 찍었다.

깡-

임팩트 순간,

빛과 함께 확 줄어드는 충격량.

강화 전투복의 충격 감쇄 기능이다!

파앙-

다음 순간 사커킥이 머리로 날아왔다.

천문석은 사커킥을 방패를 기울여 막았다.

쿠웅-

단숨에 몸이 들리는 엄청난 힘.

충격파가 방패를 뚫고 방검복을 때렸다!

천문석은 붕 떠서 뒤로 날아갔다.

"잘 가라. 하하-"

헌터는 장난스럽게 말하고 운전석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나 이 순간 날아가는 천문석은 이미 보법을 밟고 있었다.

쾅, 쿵, 쿡, 툭, 득-

보법의 매 걸음 흩어져 사라지는 충격파.

천문석은 순식간에 충격파를 흩어 버리고,

기척을 죽인 채 등을 돌린 헌터에게 몰래 접근해.

속삭였다.

"나, 아직 안 갔다."

흠칫 놀라 헌터가 몸을 돌리는 순간.

짝-

방심한 헌터의 맨 얼굴 앞에서 굉천수가 터졌다!

콰아앙-

눈앞에서 터진 굉천수의 벼락에,

섬광탄을 맞은 듯 헌터의 시력과 청력은 사라졌다.

"으아악!"

생각도 못 한 공격을 당한 헌터는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방패를 휘둘렀다.

후웅, 후우웅-

엄청난 힘이 실린 방패가 섬뜩한 파공음을 내며 허공을 갈랐다.

그러나 천문석은 이미 멀찌감치 떨어져,

창으로 헌터를 장난치듯 건드리고 있었다.

툭, 툭, 툭-

창대와 창날, 붉은 술이 닿는 매 순간,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엄청난 반발력과 힘!

파르륵-

창날 아래 매달린 붉은 술이 터질 듯이 흩날린다.

천문석은 한눈에 알아봤다.

'부럽다. 내 것보다 최소 10배는 비쌀 것 같은 강화 전투······.'

아니, 이게 아니라···.

최소 중급이상의 헌터!

아마도 육체계열 각성 헌터로 탱커 포지션일 거다.

그만큼 창에서 전해지는 견고함이 대단하다.

하지만, 탱커의 진정한 힘은 압도적인 순발력으로 주도권을 잡고 전투를 자신의 의지대로 이끄는 것.

그러나 이 탱커는 굉천수에 당해 시력과 청력이 사라진 상황.

탱커는 무의미하게 방패를 휘두르며,

천문석의 창에 농락당하고 있었다.

“으아악! 어디냐!? 제대로 붙자!”

천문석은 어린아이가 나뭇가지로 지렁이를 가지고 놀듯,

창날과 창대, 붉은 술로 각성 헌터의 전신을 밀고, 때리고, 콕콕 찔렀다.

천문석이 가지고 있는 내력은 한 줌이다.

하늘에서 거대한 고래가 날고 등 뒤에서 마수의 해일이 밀려오는 지금, 내력을 낭비 할수는 없었다.

그래서 천문석은 구인창으로 자신을 공격한 헌터를 상대하고 있었다.

구인창(蚯蚓槍).

전생의 천문석이 나뭇가지로 지렁이를 괴롭히는 어린아이를 보고 만든 창술.

구인, 지렁이라는 이름대로,

이 창술 또한 굉천수처럼 별다른 공격력은 없다.

그러나 이 창술이 전생 천마의 손에서 펼쳐지면 천하의 둘도 없는 절기가 된다.

감각을 극도로 교란하는 창술, 구인창!

내력이 적어 전생의 천마처럼 압도적인 위력을 보이지는 못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지렁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어린아이의 나뭇가지를 벗어나지 못하듯이.

굉천수를 맞고 이 창에 걸려든 순간,

자신을 기습 공격한 각성 헌터는 줄에 매인 꼭두각시가 된 거나 마찬가지다.

시력과 청력을 상실한 헌터는 괴성을 지르며 사방으로 방패를 휘둘렀지만.

구인창, 감각을 속이는 유령 같은 창술에 홀려 1미터도 안 되는 공간에서 뱅뱅- 돌고 있을 뿐이었다.

"으아아악-! 이 새끼 어디야!?"

"정정당당히 싸워보자!!"

"이 겁쟁이 새끼!"

...

"하, 이 어이없는 새끼. 기습공격하고 정정당당히 싸우자고? 너 바보냐?"

천문석은 당연히 정정당당히 싸울 생각이 전혀 없었다.

몬스터나 마수 같은 사냥감도 아니고.

탱커와 정정당당히 싸우는 바보가 어딨단 말인가?

탱커한테 어그로가 끌리면 뒤통수로 마탄과 마법이 날아오는 법!

천문석은 구인창으로 계속 헌터를 희롱하며 주위를 살폈다.

하늘에서 경이로운 고래가 날고,

뒤에서 늪지 트롤과 마수의 해일이 밀려오는데.

갑자기 헌터가 화물차 위에 나타나 기습공격을 했다.

이 헌터가 어디서 나타났는지는 안 봐도 뻔했다.

장갑 SUV!

이 녀석 갑자기 화물차 범퍼로 밀고 들어왔다가,

하늘에서 떨어진 나무를 맞고 뒤집힌 장갑 SUV에 타고 있던 놈이다!

'그렇다면 혼자가 아닐 텐데?'

이때 들려오는 간절한 외침.

"차 좀 세워주세요!"

"여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

"거기 선생님! 여기 좀 보세요!"

...

화물차 뒤 100여 미터,

강화 전투복을 입은 채 힘겹게 달려오는 헌터 세 명이 보였다.

천문석은 직감했다.

장갑 SUV를 타고 있던 헌터들이다!

하-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웃음.

이 육체계열 각성 헌터를 먼저 보내고,

기척을 죽이고 몰래 따라오던 헌터들이다.

저 녀석들은 화물차를 뺏으려고 하다가 안 될 것 같으니까 인정에 호소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평범한 악당들이다.

천문석은 내심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긴 그동안 좀 이상하긴 했다.

어디를 가던 괜찮은 사람의 수는 많지 않다.

헌터 업계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괜찮은 사람들만 만났다.

장철, 장민.

최후식, 한경석.

...

이들과 달리 정말 오랜만에 만난 평범한 악당들.

'어떻게 할까?'

천문석이 구인창을 톡톡톡- 내지르며 고민할 때.

"으아악! 이 새끼! 잡히면 뒤진다!"

“제발 같이 가요!"

“여기 사람 있다니까요!”

“선생님! 여기요! 같이 좀 가요!"

울분에 가득 찬 육체계열 헌터의 외침과

뒤쫓아 달리는 헌터들의 애절한 외침이 동시에 들려왔다.

순간 천문석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거대한 산악 같은 고래는 마수를 쏟아지게 하더니 구름 속을 유유히 유영하고 있었다.

이 고래는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문제는 땅,

해일처럼 밀려오는 늪지 트롤과 마수 무리다.

이 해일에 삼켜지면 끝장이다.

천문석의 시선이 주위를 훑었다.

화물차 위에서 구인창을 맞으며 맴맴 제자리에서 도는 육체계열 각성 헌터.

화물차를 쫓아 힘겹게 달리는 세 명의 각성 헌터들.

방패 삼아 달리던 장갑 버스는 어느새 사라졌고,

빠르게 어두워지는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도 더는 보이지 않는다.

화물차는 홀로 거대한 마수의 해일에 쫓기고 있었다.

천문석은 멀리 보이는 늪지 트롤과 마수 무리와 화물차의 거리를 가늠했다.

조금씩이지만 가까워지고 있다.

이대로 달리면 결국 저 해일처럼 밀려오는 늪지 트롤과 마수 무리에게 삼켜진다.

지금 천문석의 수준으로는 저 해일에 삼켜지는 순간 끝장이다.

철수형과 같이 몸을 피하기는커녕,

앗! 하는 순간 죽는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주위를 훑던 천문석의 시선이 화물차를 뺏으려던 평범한 악당 헌터들에게 향했다.

천문석은 잠시 이 헌터들을 자세히 살폈다.

원래 악당은 실력 없이는 하기 힘든 법.

이 헌터들은 놀랍게도 두 발로 뛰어 질주하는 화물차를 조금씩이지만 따라잡고 있었다.

이 정도면 될 것 같았다.

천문석은 결정했다.

"너희들 인간 방파제가 돼라."

---

"방파제? 뭐라는 거야!? 이 새끼 잡히면 뒤진다!"

천문석을 말을 들은 헌터가 눈을 깜빡이며 외쳤다.

역시 육체계열 각성 헌터, 탱커!

벌써 굉천수의 섬광에서 회복하고 있었다.

이 순간, 천문석은 구인창을 연달아 찔렀다.

톡, 톡, 톡-

으아, 으아악-

감각을 교란당한 헌터는 자신도 모르게 화물차 가장자리로 스스로 걸어가 뚝 떨어졌다.

무의식중에 손을 뻗어 화물차를 잡으려는 순간.

내력을 실어 쏘아지는 창!

천문석의 창과 탱커의 반응장갑 충돌하고 반응장갑의 충격파가 터졌다.

파아앙-

육체계열 각성 헌터는 반응장갑의 충격파에 뒤로 밀려나 도로로 굴러떨어졌다.

동료가 떨어지는 순간,

터져 나오는 비명 같은 외침들.

으아악-

"안돼!"

"저 시발놈!"

"총 쏴! 지금 쏴!"

"안돼! 몇 발 없어!"

"쏘지 마! 저 화물차 손상되면 끝장이다!"

뒤를 쫓던 헌터들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올 때,

천문석은 시계부터 확인했다.

많은 일이 있던 것 같은데,

처음 토끼가 날아오고 불과 10분이 지났다.

해가 질 때까지는 20분 정도 시간이 남았다.

그러나 이미 노을이 사라지고 어둑어둑해지고 있다.

조만간 빛이 모두 사라지고 밤이 될 것이다.

천문석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다음 거점 마을까지는 1시간 20분,

뒤에서는 마수 해일이 밀려오고 있다.

마수 해일에 따라잡히기 전에,

방어 설비가 된 거점 마을로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그냥 달려서는 거점 마을에 도착하기 전에 마수 해일에 삼켜진다.

최소 한 번 이상,

저 마수 해일의 예봉을 꺾고 속도를 줄여야 한다.

그때 필요한 게 저 악당 방파제들!

"문석아!"

이때 들려오는 철수형의 다급한 목소리.

천문석은 바로 운전석으로 달려가 몸을 숙였다.

운전석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얗게 질린 김철수.

김철수는 천문석이 나타나자, 다급히 유리창을 내리며 외쳤다.

"문석아! 뒤에 몬스터! 어떻게 할까? 도로 밖으로 빠질까?"

김철수는 나무가 드문드문 서 있는 비포장도로 바깥쪽 평야를 가리켰다.

얼핏 보기에 화물차가 달릴 수 있을 것만 같은 평야가 있었다.

하지만 억센 풀과 나뭇가지, 도로의 굴곡은 겉으로 보는 것 이상이다.

저 평야로 들어가면 100미터도 달리지 못하고 화물차가 멈출 것이다.

시야가 트인 평야에서 화물차가 멈추면 마수 무리를 피할 방법이 없었다.

천문석은 문득 고개를 들어 뒤를 봤다.

뚜두두둑-

거대한 늪지 트롤과 마수들의 돌진에 비포장도로가 진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 죽을힘을 다해 달리는 악당 헌터들, 인간 방파제가 보였다.

천문석은 빠르게 말했다.

"숲은 안됩니다. 차가 멈추면 끝장입니다. 이대로 다음 마을까지 달려야 해요."

"알았다!"

김철수는 두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천문석은 강화 전투복에 달린 후레쉬를 깜박이며 말했다.

"속도 일정하게 유지하고 도로 중앙에서 정면으로 달리는 겁니다. 철수형. 혹시 사이드미러에 제 불빛 신호 보이면 속도 늦춰 주세요."

"뭐? 속도를 늦추라고?"

김철수가 다급히 외치자,

천문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의 경우에요. 신호 없으면 그대로 최고속도로 달리면 됩니다.”

“뭐!? 너 안 들어올 생각이야!?”

천문석은 뒤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대로면 따라 잡혀요! 저 뒤 마수들 한 번 이상 막아야 합니다.”

"어···?!"

김철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너 혹시···? 저기로 뛰어들려고?! 차라리 뒤에 화물칸에 화물들을 버려! 뭘 어떻게 하려고?!"

"철수형."

천문석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저한테 아주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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