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6화 (67/1,336)

#066

천문석은 깔끔한 정장을 입고,

선물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지하철을 탔다.

목적지는 꼬맹이의 집이 있는 서울숲역.

집 근처 지하철역에서 환승을 한 번 하고 30분쯤 걸리는 거리다.

문득 드는 의문이 있었다.

'이 녀석은 집 근처에도 키즈 카페도 있을 텐데 왜 멀리까지 매일 온 거지?'

그러나 애초에 이해하기 힘든 꼬맹이,

천문석은 문득 든 의문을 그냥 접어뒀다.

그리고 30분 후.

천문석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번에 정차할 역은 서울숲역입니다···.

지하철에서 내린 후 도보로 2분,

인도에 드리워진 거대한 그림자가 있었다.

그림자를 향해 고개를 들어 올리니 보였다.

태양을 가리는 거대한 건물.

지상 71층의 타워 팰리스.

저곳에 꼬맹이 집이 있었다.

그것도 타워 팰리스의 꼭대기 층인 71층에.

처음 주소를 듣고 로드뷰로 검색했을 때도 놀랐지만,

직접 보니 화면으로 본 것보다 더 대단했다.

척 봐도 엄청 비싸 보일 것 같은 타워 팰리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저 타워 팰리스 안에는 각종 편의시설뿐 아니라,

자체적인 보안팀이 24시간 상주해 입주민의 안전을 책임진다고 한다.

이번 서울사태 때도 타워 팰리스 인근 지역 전체를 보안팀이 지켰다고 한다.

그것 때문인지 인터넷 뉴스도 몇 개나 떠 있었다.

그런 만큼 이 타워 팰리스는 가격이 엄청날 것이다.

게다가 꼬맹이가 사는 71층은 층 전체를 한 집이 쓰는 단독세대.

71층 전체가 꼬맹이 집이었다.

천문석은 새삼 감탄했다.

경호 차량과 함께 다닐 때부터 짐작했지만,

직접 이렇게 보니 장민 대표의 엄청난 재력이 다시 한번 실감 났다.

천문석은 괜스레 옷을 한번 살피고 타워 팰리스 1층 로비로 바로 들어갔다.

로비 접수대.

이미 출발 전 장민 대표와 통화를 한 상황,

천문석은 장민 대표의 이름을 말하고 신분증을 내밀었다.

"71층 방문객. 천문석입니다."

"..."

로비 직원은 신분증과 천문석의 얼굴을 몇 번이나 확인하더니 몸을 일으켰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방문객님."

직업적 미소를 띠고 친절히 말하는 직원.

로비 직원은 프로였다.

신분증 사진과 다른,

천문석의 빡빡 밀린 머리를 보고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저를 따라서 오시면 됩니다."

로비 직원이 앞장서 길을 안내하고 보안 요원이 천문석의 뒤를 따라 걸었다.

곧 공항 검색대 같은 게이트가 나왔다.

로비 직원이 보안 요원을 봤고,

보안 요원은 게이트 직원에게 말했다.

"바로 열어주세요. 대표님 손님이십니다."

천문석은 검색 없이 게이트를 통과해 가장 안쪽 엘리베이터에 탔다.

로비 직원은 보안 카드를 엘리베이터 패널에 접촉하며 설명했다.

"제 카드로는 70층까지밖에 이동이 안 돼서. 70층에서 다시 안내를 드리겠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순식간에 70층에 도착했고,

문이 열리자 제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제임스는 천문석에게 고개를 까닥이더니 보안 요원에게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안내하겠다."

"알겠습니다. 팀장님."

로비 직원과 보안 요원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고,

천문석은 제임스의 안내를 받아 안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제임스는 엘리베이터 앞 통로를 걸어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으로 가는 70층 복도,

통유리로 된 벽 안쪽으로 사무실이 보였다.

타워 팰리스 70층은 주택이 아닌 사무 공간이었다.

파티션으로 나눠진 사무실 안,

회사원으로 보이는 사람들과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몇몇 경호원은 헌터, 군 경력자 특유의 분위기가 풍겼다.

말로만 듣던 PMC, 민간 군사기업 같은 분위기의 사무실이었다.

'타워 팰리스 70층에 사무실이라고?'

천문석이 의아해하는 순간,

의문을 눈치챈 듯 제임스가 말했다.

"이 층은 이 타워 팰리스 관리회사와 우리 회사의 경호실, 비서실 직원들이 같이 사용하고 있다."

“타워 팰리스 관리회사요?”

“이 타워 팰리스, 대표님 소유다.”

“...70, 71층이 말인가요?”

천문석의 질문에 제임스는 고개를 젓고 짧게 대답했다.

"아니. 이 타워 팰리스 전체."

'...아니 무슨 유통 회사가 타워 팰리스를 소유하고 있어?!'

상상을 뛰어넘는 대답에 천문석이 어이없어하는 사이, 계단에 도착했다.

무장한 경호원 두 명을 지나,

계단을 한 층 올라가 도착한 71층.

가정집 같지 않은 커다란 현관문 옆에는 데스크가 있고,

비서로 보이는 직원 두 명이 일어선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장민이 보였다.

하얀 리넨 셔츠에 검은 롱스커트를 입고,

틀어 올린 머리카락을 나무 비녀로 고정한 장민.

편안한 옷을 입은 장민은 천문석의 얼굴을 보더니,

자연스럽게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정중히 인사했다.

"며칠 사이에 더 멋있어지셨네요. 알바씨."

훕-

순간 데스크 뒤에 서 있던 비서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삼키고,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장민은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는 듯이 현관문을 열고 천문석에게 말했다.

"알바씨. 어서 들어오세요. 초대에 응해주셔서 감사해요."

"네. 저도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문석은 장민이 열어준 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다.

검은 대리석이 깔린 현관을 지나,

신발을 벗고 나무 바닥에 올라가자 탁 트인 창밖 풍경이 보였다.

한 장의 커다란 유리로 이뤄진 창.

커다란 창 너머로 서울숲과 넓은 한강, 그 뒤로 도심지와 멀리 산까지 한눈에 보였다.

생각 이상으로 좋은 뷰에 감탄하는 순간.

반가움 가득한 외침이 들려왔다.

"알바! 특급 헌터 집에 왔구나!"

거실 안쪽에서 들려오는 돌머리 꼬맹이의 외침.

잠시 후 꼬맹이가 나타났다.

"알바!"

사뿐, 사뿐, 사뿐-

돌머리 꼬맹이는 발뒤꿈치를 들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넓은 거실을 가로질러 다가오고 있었다.

"...너 뭐 하냐?"

“알바, 층간소음 몰라? 우으으, 우어으- 엄청 무서워!”

꼬맹이는 두려움 가득한 얼굴로 천장과 바닥을 가리키더니, 계속 사뿐사뿐 천천히 걸어왔다.

“...”

초고가의 타워 팰리스에서 층간소음이라니··· 이게 말이 되나?

순간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아래층은 통째로 회사 사무실로 쓰고 있다고 했는데?’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장민에게 고개를 돌렸다.

장민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장난기 어린 눈으로 윙크했다.

쉿-

작게 들려오는 소리.

"..."

이번에도 꼬맹이는 엄마의 손바닥에서 놀아나고 있었다.

천문석이 감을 잡는 순간.

다가오던 꼬맹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알바···. 뭔가···. 뭔가···. 이상한데?"

눈을 부릅뜨고 천문석을 노려보는 꼬맹이.

"알바. 뭔가 달라졌어···. 앗!"

순간 꼬맹이의 깜짝 놀란 외침이 잇달아 들려왔다.

"머리! 알바 머리! 어떻게 된 거야!?"

"문어 머리가 됐잖아!?"

흡-

순간 간신히 참고 있던 장민이 다급히 숨을 들이켰다.

장민은 몸을 뒤로 돌린 채,

어깨를 들썩이며 웃음을 삼켰다.

흐흡흫-

“...”

꼬맹이는 천천히 사뿐사뿐 걸어오며 잇달아 외쳤다.

"알바. 어떻게 된 거야!"

"누가 머리카락 뽑아간 거야?"

"나랑 같이 딸기 요거트 스무디 먹었을 때는 안 그랬잖아!"

"앗! 내가 텔레비전 보니까. 소림사 헌터 머리가 알바랑 똑같던데?"

"알바 팔에 용 그림 생겼어?"

"알바도 소림사 헌터 된 거야?"

꼬맹이의 반짝이는 눈에는 기대감이 점점 차오르고 있었다.

"..."

문득 시선을 느끼고 돌아보니,

얼마나 웃었는지 눈가에 눈물까지 글썽이는 장민이 보였다.

눈물이 글썽이는 눈에 가득한 장난기.

장민은 입을 가린 채 어깨를 들썩이며 천문석에게 질문했다.

"알바씨. 진짜 소림 무공을 각성하신 건가요? 흡-"

다시 한번 빵 터져서 입을 가린 채 어깨를 들썩이는 장민.

"..."

"진짜야? 알바 이제 소림사 헌터야? 삼촌 방에서 쌍절곤 가져올 테니까 아뵤- 한 번 해주면 안 될까? 용 그림좀 보여줘!"

뒤죽박죽 섞인 꼬맹이의 이야기.

천문석은 어이없어했다.

넌 도대체 뭘 본 거냐?

소림 무공을 각성했다고 팔에 용 그림이 생길 리가 없었다.

십팔동인을 통과하고 두 팔로 달궈진 화로를 옮겨 생기는 용 모양 화상.

소림 고수의 상징, 용 문신 모두 영화와 드라마에서 나온 상상의 산물이었다.

애초에 스님이 팔에 용 문신을 할 리 없지 않은가?

"...!"

그런데 문득 생각해 보니.

무당파 무공의 각성몽을 꿨다고,

이름까지 도명으로 개명하는 사람도 있었다.

당장 천문석 자신이 사는 건물에도 있지 않은가?

대한 정통 무당파의 관장, 통천 도사.

성이 뭐였더라···.

그 할아버지 김 씨였던가?

김통천 관장님이던가?

이렇듯 세상은 넓고 개성 있는 사람들은 많다.

어쩌면 소림 무공의 각성몽을 꾸고 팔에 용 문신을 새긴 사람도 있지 않을까?

"..."

천문석이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문득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어느새 드넓은 거실을 사뿐사뿐 지나와 천문석 앞에 쪼그려 앉은 꼬맹이.

꼬맹이는 화상을 입을 것 같은 뜨거운 눈으로 천문석이 손에 든 쇼핑백을 보고 있었다.

"알바···. 알바···."

쇼핑백을 본 꼬맹이는 목이 메는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꿀꺽-

꼬맹이는 침을 삼키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

"알바···. 이거···. 내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

꼬맹이는 사랑에 빠진 연인을 가리키듯 살며시 쇼핑백을 가리키며 물었다.

천문석은 검치호와 싸웠을 때 이상으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드디어 이 순간이 왔다!

특급 헌터 꼬맹이에게 선물을 주는 순간!

천문석은 꼬맹이에게 쇼핑백을 내밀었다.

"맞아. 이거 내가 특급 헌터에게 주는 선물이다."

"...!"

---

"...!"

쇼핑백을 받고 잠시 말을 잇지 못하는 꼬맹이.

그것도 잠시.

으아아아-

꼬맹이는 탄성을 지르며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눈부실 정도로 환하게 빛나는 꼬맹이의 얼굴!

쿵-

꼬맹이는 특급 헌터답게 단숨에 쇼핑백을 뒤집어 선물 상자를 꺼낸 후.

찌이익, 찍, 찍, 찍-

박력 있게 선물 포장을 북북북- 찢었다.

과감한 손길에 순식간에 포장이 뜯기고 선물 상자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

꼬맹이는 정지했다.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본 사람처럼.

꼬맹이는 찢긴 포장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상자 겉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

그리고 한참이 지난 후,

꼬맹이는 손가락으로 상자 위 글자를 하나하나 짚으며 읽었다.

"명.품. 안.동. 간. 고.등.어."

꼬맹이의 시선이 글자 아래 그림으로 향했다.

찢긴 포장지 사이로 드러난.

하얀 소금이 뿌려진 고등어 그림.

"고등어···."

"..."

"..."

드넓은 타워 팰리스 거실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선물 상자 앞에 쪼그려 앉은 꼬맹이는 한참 동안 말을 잊었다.

"..."

어느 순간 문득 고개를 든 꼬맹이.

꼬맹이는 떨리는 눈으로 안동 간 고등어 선물 상자와 천문석을 번갈아 봤다.

휙-

눈을 비비고 손가락으로 상자에 적힌 글자를 짚으며 다시 한번 읽는다.

"안동 간 고등어."

휙-

다시 눈을 비비고, 천문석을 확인한후.

손가락으로 쿡, 쿡- 자기 다리를 찔러본다.

"진짜야? 꿈 아냐?"

휙, 휙-

휙, 휙-

꼬맹이는 몇 번이나 고개를 움직여 상자와 천문석을 번갈아 확인했다.

브루투스의 칼을 맞은 시저가 그러할까?

점점 시간이 지나자 충격으로 멍해진 얼굴에,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경악에 찬 표정이 생겨났다.

"으어, 으어- 알바. 알바······."

꼬맹이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 맺히고,

크나큰 상실감에 가슴속에 차오르는 말이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할 때.

장민의 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물 받으면, 뭐라고 해야 하지?"

흐아, 흐아-

꼬맹이는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일어섰다.

그리고 배꼽에 손을 올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감···. 감···. 감···."

차마 이어지지 않는 목소리,

차마 숙어지지 않는 허리.

"..."

천문석이 웃음을 삼키며 기다릴 때,

마침내 꼬맹이의 말문이 트였다.

"감···. 감사할 리가 없잖아! 내가! 고등어! 사 온 사람한테! 감사할 리가 없잖아! 으아악!"

버럭 소리친 꼬맹이는 돌머리로 천문석의 배를 받아 버렸다.

터억-

그러나 미리 준비한 천문석의 손바닥에 막히는 돌머리.

으아악-!

분노한 특급 헌터가 짧은 팔을 마구 흔들 때.

하-

장민이 한숨을 쉬며 이마를 짚었고,

천문석은 씨익 웃으며 선물 상자를 가리켰다.

"뭐야? 이거 너 생각해서 고른 건데. 맘에 안 들어?"

"으아악! 특급 헌터는 엄청나게 분노하고 있다! 으아아악!"

꼬맹이가 소리치는 순간 장민이 엄한 어조로 말했다.

"층간소음!"

"으아- 분노한다. 특급 헌터는 분노한다. 으아-"

흠칫 놀라 순식간에 목소리를 확 낮추는 꼬맹이.

천문석은 머리가 막힌 채, 짧은 팔을 열심히 휘두르는 꼬맹이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야. 너 상자 안 열어보냐? 선물은 원래 포장보다 속이 중요한 거야! 너도 나한테 선물할 때 그랬잖아?"

"..."

순간 버둥거리던 꼬맹이가 멈췄다.

의심스러운 눈으로 천문석과 선물 상자를 보는 꼬맹이.

꼬맹이는 시큰둥한 얼굴로 주저앉아 상자를 감싼 남은 포장을 뜯어냈다.

"고등어구이, 맛없어. 고등어조림, 맛없어. 고등어찜, 맛없어. 고등어 파이, 맛없어. 고등어 푸딩, 맛없어. 고등어 식해. 고등어···."

꼬맹이가 분노를 노래하며 남겨진 포장을 뜯어내고 상자를 여는 순간.

"어!?"

꼬맹이는 깜짝 놀라 눈을 비볐다.

"어, 어? 어!"

꼬맹이의 시선이 어지럽게 움직였다.

상자 속 내용물.

상자 뚜껑에 그려진 고등어 그림.

천문석의 의기양양한 표정.

장민의 어쩔 수 없다는 듯 웃는 얼굴.

주위를 훑어본 꼬맹이는 몇 번이나 눈을 비비고,

부릅뜬 눈으로 상자 안의 선물을 샅샅이 살폈다.

콕, 콕, 콕-

킁, 킁, 킁-

손으로 찔러보고,

코로 냄새를 맡고.

내용물을 꺼내 다시 확인까지 한 후.

마침내 꼬맹이는.

우와아아아-

환호성을 질렀다.

꼬맹이는 선물 상자를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리며 외쳤다.

"한우!! 으아악-"

기쁨의 환호성을 터트리는 꼬맹이.

"알바! 난 단 한 순간도! 알바를 믿지 않은 적이 없어!"

꼬맹이는 천문석의 다리를 꼭 붙잡고 외쳤다.

"정말로?"

"당연하지!"

크게 고개를 끄덕인 꼬맹이는 선물 상자를 들고 거실을 사뿐사뿐 뛰어다니며 기쁨을 노래했다.

"한우 조아! 정말 조아!"

으아아아아-!

"맛있는 한우! 맛있는 소고기!"

으아아아아아-!

...

천문석은 꼬맹이를 보며 웃었다.

상상을 뛰어넘는 리액션을 보여주는 꼬맹이를 보니,

선물을 준비한 보람이 느껴졌다.

천문석이 준비한 안동 간 고등어 상자 안에는 한우 선물 세트가 들어있었다.

백화점에서 안동 간 고등어 상자만 구한 후,

그 안에 다른 매장에서 산 구이용 한우 선물 세트를 넣은 것이다.

7개월 동안 고등어만 먹은 꼬맹이에게 차마 내용물까지 고등어를 줄 수는 없었다.

'고등어 상자만으로도 보고 싶었던 표정은 봤고 말야. 큽-'

천문석이 속으로 웃음을 삼킬 때.

꼬맹이는 초코파이 한 상자를 받은 훈련병처럼 한우 상자를 두 손으로 번쩍 들고 계속 환호성을 질렀다.

"한우 조아조아조아!"

으아, 으아아아-!

"맛있는 소고기 너무 좋아!"

으어, 으어어어어-!

...

띠리리릭-

이때 현관문이 열리고 장철이 나타났다.

"왔냐? 야, 특급 헌터···. 어?"

장철은 천문석에게 아는 체를 하고 조카를 부르려다가 장민에게 물었다.

"쟤, 왜 저러냐?"

입을 가린 장민이 웃으며 대답했다.

"알바씨가 선물을 가져왔는데. 그게 너무 맘에 들었나 보네요."

"아니. 뭘 줬길래 애가 저렇게 좋아해?"

장철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하더니,

천문석을 향해 손에든 보자기를 내밀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내가 가져온 선물을 보면. 저 녀석 지금보다 두 배는 더 좋아할 거다."

"...네?"

천문석에게 내민 장철의 손에는 커다란 보자기에 싸인 상자가 들려있었다.

"봐라. 얼마나 좋아하는지."

장철은 천문석을 보며 자신 있게 웃더니,

거실을 사뿐사뿐 뛰어다니는 조카에게 외쳤다.

"야! 특급 헌터! 삼촌이 너 좋아하는 고등어 사 왔다. 그냥 고등어가 아니라, 30년 간잽이 명인이 만든 안동 간 고등어다!"

장철의 외침을 듣는 순간,

우뚝 멈춰선 꼬맹이.

꼬맹이는 들고 있던 한우 세트를 조심조심 살며시 내려놓고.

으아악-!

분노한 특급 헌터가 되어!

번개같이 달려와 장철의 배를 들이박아 버렸다!

커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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