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
"다행히 모근은 살아있다."
후레쉬로 머리를 샅샅이 살펴본 최후식의 말에 천문석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러면···?"
기대 어린 천문석의 질문에,
최후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보기엔 머리카락 다시 자란다!"
최후식이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는 순간,
뒤이어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
[모발. 전문가.]
"야! 너! 손 제대로 들어라!"
최후식은 한경석에게 버럭 소리 지른 후 말했다.
"모발에 관해서는 내가 전문가니까···. 믿어라···."
어쩐지 힘 빠진듯한 최후식의 목소리.
천문석은 기대를 담아 질문했다.
"저 혹시···. 머리에 포션을 바르면 머리카락이 바로 자라지 않을까요?"
"포션은 머리에 절대! 절대로! 쓰면 안 돼!"
"네?"
최후식은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최악의 포션 부작용 중 하나다. 머리에 포션 쓰면···. 가끔 막힌다···."
무엇이 막히는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최후식이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천문석은 바로 알아들었다.
막힌다···.
모근 구멍이!
모근 구멍이 막히면 일시적 손상이 아닌 영구적 손상이 된다.
"...!"
상상만으로도 두려웠다.
이래서 전생의 경지를 훔치는 걸 주저했다.
하늘의 저울이 인과로 무엇을 가져갈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최악의 경우 무공을 가져갈 거로 생각했는데···.
머리카락을 가져가다니?!
‘하늘의 저울은 누구도 속이지 못한다.’
이 말대로 하늘의 저울은 상상도 하지 못한 뜬금없는 것을 가져갔다.
“...?”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전생의 경지, 생사팔문의 보법 일부가 거스름돈으로 남았다.
머리카락을 영구적으로 가져간 것도 아니고,
그냥 한번 빡빡 민 것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이거 뭔가 계산이 안 맞는 것 같은데···?’
의아해하는 순간 등골을 달리는 소름!
혹시 다른 것도 가져간 거 아냐?!
천문석은 재빨리 몸을 움직이며 일기일원공을 전신으로 퍼트렸다.
‘#$ @#$ @#!’
상상조차 끔찍한 대가들이 머리에 떠오른다.
그러나 몸은 내외부 모두 멀쩡했다.
...뭐지? 처음이라 봐준 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
천문석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의아해할 때,
멀리 두 손을 들고 있던 한경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망토. 줄까?]
"하- 그러니까 저게 무슨 말이냐면···."
최후식이 한경석의 말을 풀어 설명할 때,
천문석은 이미 한경석의 말을 이해하고 있었다.
카멜레온 은신 망토를 입고 다니면 머리카락이 안 보인다는 이야기다.
하, 하하-
어이없는 해결책에 허탈하게 웃던 천문석은 깨달았다.
장비!
헌터용 장비가 모조리 박살 났다!
"...이사님 장비···."
최후식은 문득 고개를 들더니 의아한 눈으로 천문석을 봤다.
"장비라니 무슨 소리야?"
"길드에서 현장 면접 장비로 받은 박도와 방검복, 강화 전투복···. 모조리 아작났는데."
"뭐···?"
최후식은 헛웃음을 터트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천천히 벽으로 걸어가더니 금속벽장의 키패드를 눌렀다.
띠, 띠, 띠, 띡-
기이잉-
모터 구동음이 들리고 열린 금속벽장.
벽장 안에는 헌터용 강화 전투복과 장비 수십 벌이 걸려있었다.
"저기 문 안쪽에 샤워 시설 있으니까. 샤워하고 이 장비로 갈아입어라."
"...아니 그게 아니라. 면접용으로 입고 있던 장비가 망가져서···. 그리고 지금 몸 상태 보니까 포션 사용하신 거 같은데···."
"됐어. 목숨값을 빚졌는데 장비에 포션이라니. 그런 건 걱정하지 말고. 우선 씻고 나와. 밥부터 먹자."
이때 멀찍이서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
[할부. 가능.]
“야! 이!”
순간 최후식이 분노한 호랑이처럼 달려가 한경석의 뒤통수를 때렸다.
핏-
그러나 손바닥이 닿기도 전에 점멸로 아무렇지도 않게 피한 한경석.
으으윽-
무리하게 움직인 최후식은 깊은 신음을 흘리며 외쳤다.
"야! 너 그 '가능' 하지 말라고 했지!"
분노한 최후식에게 한경석은 바로 대답했다.
[불가능.]
"...하"
최후식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천문석에게 말했다.
"미안하다. 얘가 각성몽을 너무 깊게 꿔서 이래···."
[암살검!]
"...암살검 각성몽을 너무 깊게 꿔서 성격이 이상하게 변했다. 네가 이해해줘라."
"아닙니다. 한경석 헌터님 덕분에 와이번 습격을 피했는데요."
[맞음.]
한경석이 자랑스럽게 대답하는 순간,
최후식은 기가 차서 웃었다.
하-
"...이해해줘서 고맙다. 우선 씻고 나와라. 밥 먹으면서 이야기하자."
천문석은 옷을 챙겨 샤워장으로 들어갔고,
최후식과 한경석도 샤워를 끝냈다.
간단한 옷으로 갈아입은 세 사람은 식사를 시작했다.
"강철 와이번은 어떻게 피한 거야? 각성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최후식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
그러나 천문석은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제가 사실은 전생에 천마라서 전생의 무공을 이 머리카락이랑 바꿔서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놀린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최후식은 대답하지 못하는 천문석을 보더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정이 있나 보네. 그것보다 감사를 먼저 해야지. 구해줘서 고맙다."
최후식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고,
한경석도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고마워.]
뭔가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인터넷에서나 봤던 대형 길드의 간판 헌터에게 정중한 감사 인사를 받다니···.
천문석도 고개를 숙이고 감사 인사를 했다.
"저도 감사드립니다. 검치호와 와이번 기습 때. 최후식 헌터님과 한경석 헌터님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최후식은 손을 저었다.
"됐어. 당연한 거지. 말뿐인 감사는 그렇고···. 마침 장소가 좋네. 여기가 어딘지 들었지?"
바로 머리에 떠오르는 지명.
"개미굴 광산이라고 들었습니다."
최후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개미굴 광산. 내가 지금 말하는 것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이다. 대충 다른 길드도 아는 내용인데···. 직접 말하고 다니면 문제가 생길 수 있거든."
"알겠습니다."
천문석이 약속하자,
최후식은 지금 있는 장소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이곳 개미굴 광산은 뒤집힌 나무처럼 생겼다."
테이블 위에 떨어지는 물방울.
최후식은 테이블 위에 떨어뜨린 물로 굵은 선을 하나 그었다.
"이게 줄기."
그리고 굵은 선에서 뻗어 나가는 가는 선들.
"이게 가지."
최후식이 물방울로 그린 그림은 무성한 나무가 뒤집힌 것 같은 모양이었다.
"이곳이 지금 우리가 있는 거점이다. 대형 금고처럼 완전히 밀폐된 은신처지."
최후식은 줄기가 시작되는 부분을 짚은 후 말을 이었다.
"이곳 개미굴 광산에는 특이한 개미들이 산다. 이름은 유령 개미. 이름 대로 실체가 없다. 크기는 1미터 정도. 다른 습성은 일반 개미랑 비슷한데. 이 유령 개미는 특이한 특징이 하나 있다."
[수집.]
갑자기 끼어드는 한경석.
"맞아. '수집.' 유령 개미는 온갖 것들을 어디선가 모아들여."
"그럼 광산이란 건?"
감을 잡은 천문석이 묻자,
최후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 개미들이 모아들이는 물건 때문에 붙은 명칭이다. 이곳은 광석을 캐는 광산이 아니라. 개미들이 모아들인 물건. 그중에서도 '아이템'을 캐는 광산인 거지."
"네···? 아이템요?"
갑자기 나온 단어에 천문석은 깜짝 놀랐다.
던전에서 나오는 아이템.
아이템은 게임 속 아이템처럼 수많은 옵션이 붙는다.
별 쓸모없는 옵션에서 엄청난 가치를 지닌 옵션까지.
당연히 아이템의 가치도 천차만별이다.
아이템은 던전에서만 나온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이템이 이곳에서 나온다고?!
툭-
이때 최후식이 테이블 위에 금속 손잡이를 올려놨다.
부서진 금속판이 붙은 손잡이.
천문석은 한눈에 알아봤다.
강철 와이번의 활강 공격을 흘려낸 최후식의 방패다!
"알아보겠지? 이 방패도 이곳에서 얻은 아이템이야. 옵션은 형태 변형, 근력 증가, 사용자 무게 증가, 충돌하는 힘의 일부 반사···. 옵션이 탱커용으로 딱 좋았는데 아쉽게도 아작이 났다."
하하-
최후식은 아쉽다고 했지만,
그 웃음에서 아쉬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쟤가 입고 있는 카멜레온 은신 망토. 점멸 반지도 여기서 나온 거야."
최후식은 한경석을 가리키더니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이곳 개미굴 광산, 관리는 오리온 길드에서 하지만 지분을 모두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그런데 마침 개미굴 광산의 채굴주기가 돌아왔고. 나한텐 이번 주기에 아이템을 하나 채굴할 권리가 있다."
"...!"
천문석은 최후식이 말하려는 게 뭔지 감을 잡았다.
'설마···!?'
그러나 믿기지 않았다.
각성자만 사용할 수 있는 마력 무구와 달리,
아이템은 일반인이라도 정제 마석으로 충전만 하면 사용할 수 있다.
아이템이면 못해도 수천은 한다!
한경석이 장비한 점멸 반지 같은 인기 있는 옵션이 달린 장신구면 수십억 이상!
그 유명한 패닉 장신구, 몬스터 상대로 기척과 어그로를 완전히 줄이는 장신구라도 하나 구하면?
아이템 하나가 안정화 권역 건물 2, 3채 값을 넘을 것이다!
대박을 짐작한 천문석은 바짝 긴장했고,
최후식은 가슴을 가리키며 진지하게 말했다.
"목숨값은 목숨으로만 갚을 수 있지. 그건 여기에 새겼다. 하지만 헌터 업계 선배로서, 목숨을 구해준 후배에게 추가적인 감사를 하겠다."
최후식은 땅을 가리키며 선언했다.
"내 권리를 주겠다. 이곳 개미굴 광산에서 아이템을 캐내라. 그게 무엇이든. 그 아이템은 네 거다!"
"...!"
천문석은 놀라움에 입을 떡 벌렸다.
오리온 길드를 쪼잔하다고 욕했던 게 미안할 지경이다.
아이템이라니?
마력 무구도 아닌 아이템을 주겠다니!
“감사합니다!”
천문석은 벌떡 일어나 감사 인사부터 했다.
“목숨값에 비하면 별거 아니다. 다시 한번 고맙다.”
최후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한경석은 고개를 저으며 작게 속삭였다.
[감사. 노노. 노노···.]
그리고 2시간 후.
천문석은 아이템을 캐내기 위해 개미굴 광산을 기어가고 있었다.
---
뚝-
습기가 뭉쳐 떨어진 미적지근한 물방울.
떨어진 물방울은 땅을 기고 있는 천문석의 얼굴에 맞았다.
쓰르륵-
땀이 가득 솟은 얼굴을 흐르는 물방울.
간지럽다.
그러나 얼굴을 닦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
천문석은 기계적으로 팔을 당기면서 발로 땅을 밀었다.
쓰윽, 쓰으윽-
엎드린 몸이 땅을 스치고 나아가는 소리가 들려올 때.
천문석의 몸은 땅에 점점히 뿌려진 유령 개미의 반짝이는 흔적 위를 나아갔다.
땅에서 훅- 올라오는 열기와 주위에 가득한 습기.
공기 중 습도가 너무 높아 빗속을 걷는 것처럼 축축해진 몸.
겉옷뿐만 아니라 속옷까지 전신이 물속에 들어갔다 나온 듯 젖었다.
게다가 이 냄새!
천문석은 한약을 1만 배쯤 농축한 냄새가 나는,
유령 개미를 속이기 위한 페로몬 망토를 입고 있다.
그리고 지름 1미터가량의 완만하게 아래로 경사진 좁은 개미굴 속을 기어가고 있었다.
2시간 동안!
아이템을 준다는 말에 천문석은 엄청나게 기뻐했다.
하늘은 복과 화를 같이 내린다더니,
머리카락을 가져가고 아이템을 주는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한경석 헌터가 어쩐지 힘 빠진 듯한 목소리로 고개를 저으며.
[감사. 노노. 노노···.]
이렇게 말하고.
최후식 이사가 한경석 헌터에게도 아이템을 캐오라고 시켰을 때.
[진짜? 지금? 나도?]
이렇게 되물었을 때.
그때 눈치챘어야 했다.
이곳 개미굴 광산에서 아이템을 채굴하는 방법은 유령 개미와의 전투, 곡괭이질 그런 게 아니었다.
이때 손목에 감긴 팽팽히 당겨지던 줄이 축 늘어졌다.
유령 개미가 멈췄다!
줄에 붙어 있는 미끼를 물고 앞에서 이동 중이던 유령 개미가 멈춘 것이다.
천문석은 재빨리 기던 걸 멈추고,
숨소리조차 죽이고 기다렸다.
잠시 후,
유령 개미가 다시 움직이고 줄이 당겨졌다.
천문석은 재빨리 줄을 따라 다시 기어가기 시작했다.
쓰윽, 쓰으윽-
혹시라도 미끼를 버리고 유령 개미가 사라지면,
지난 2시간 동안 개미굴 속을 박박 기었던 일이 모두 허사가 된다.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것이다.
처음부터 다시 하다니!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천문석은 2시간 전,
최후식에게 개미굴 광산의 아이템 채굴법을 듣던 때를 떠올렸다.
///
1. 개미굴 광산 입구 방에 줄이 달린 미끼를 놓아두고, 페로몬 망토를 입고 기다린다.
2. 유령 개미가 유령처럼 나타나 미끼를 물고 개미굴 안으로 이동하면 미끼와 연결된 줄을 잡고 따라간다.
3. 유령 개미가 저장 창고 일명 보물방으로 들어가면 따라 들어가 아이템을 고른다.
채굴방법을 설명한 후, 뒤이어 말한 주의 사항.
1. 유령 개미에게 걸리면 유령 개미는 미끼를 버리고 사라져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2. 보물방에서 꺼낼 수 있는 아이템은 한 개뿐이다.
///
개미굴 광산에서 아이템을 채굴하는 방법은 생각외로 간단했다.
그냥 유령 개미를 따라 열심히 기어가면 되는 것이다.
설명을 끝낸 최후식은 이렇게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현상계에 걸쳐진 생명체, 유령 개미.
유령 개미가 벽을 통과해 보물방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한 후.
그 벽을 부숴도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이 나오거나 흙으로 꽉 찬 공간이 나타난다.
유령 개미의 저장 창고, 일명 보물방에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오리온 길드가 고안해낸 방법이 이것이었다.
유령 개미가 보물방으로 들어갈 때 몰래 따라 들어가 아이템을 가져오는 채굴법.
말이 채굴이지 실제 하는 건 낚시와 비슷했다.
차이점이라면.
물 밖에서 낚싯대를 잡은 낚시와 달리,
줄을 잡고 미끼를 문 유령 개미를 따라 굴속을 기어야 한다는 점이다.
최소 10분에서 최대 5시간까지.
“...”
쓰윽, 쓰으윽-
천문석이 몸을 움직이자,
망토에 덧댄 두꺼운 가죽이 화강암 바닥을 쓸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페로몬 망토의 팔꿈치와 무릎에 덧댄 두꺼운 가죽은 이것 때문이었다.
잘 기어가기 위해서.
개미굴 속을 기는 것?
처음에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유령 개미의 공격성은 0, 제로.
단단한 화강암 속에 만들어진 개미굴이 무너질 염려도 없다.
위험이 없는 채굴 작업,
그냥 참고 기어가기만 하면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이런 개꿀이라니!
천문석은 환호했었다.
그러나 예민한 유령 개미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선 본신의 힘만으로 굴속을 기어야 했다.
“...”
이 순간 천문석은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다.
사람은 걸어 다니게 만들어졌다.
걸음마를 뗀 아이들이 더는 기어 다니지 않는 이유는 그냥 기어 다니는 게 힘들어서다.
흐어어-
입안에서 터지는 앓는 소리!
상급 포션으로 치료한 허리뿐 아니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2시간 동안 굴속을 기어가니,
온몸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몸을 일으켜,
허리를 쭉 펴고 기지개를 켜고 싶었다!
그러나 지름 1미터가량의 좁은 굴속에서 몸을 일으킬 수는 없었다.
가끔 몸을 움직일만한 지름 2, 3미터의 공간이 나오지만,
유령 개미가 타이밍 좋게 멈추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쓰윽, 쓰으윽-
헌터는 몬스터와 싸워 마석을 캐는 광부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헌터 일은 상상한 것과 아주 달랐다.
개미굴 속을 기어가는 게 헌터 일이라니!
천문석은 고통을 잊기 위해 평소 힘들 때면 하던 생각을 했다.
시급 계산.
아이템이 천만원이고 3시간 만에 회수하면?
시급 666만원!
아이템이 3억이고, 4시간 만에 회수하면?
시급 7500만 원!!
아이템이 10억이고, 5시간 만에 회수하면?
'아···. 시바. 5시간은 너무 길잖아!'
천문석은 마음속으로 투덜대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길어질 일은 없었다.
천문석과 한경석 두 사람이 페로몬 망토를 입고 채굴을 시작하기 전.
최후식은 말했다.
"아무리 오래 걸려도 5시간 안에는 끝난다. 그리고 기어가는 시간이 길수록 찾는 아이템도 좋을 가능성이 크다. 깊은 곳에 있는 아이템이 많이 쌓여있는 창고로 내려가거든. 나도 이 방패 찾을 때 3시간 기었다."
문득 뒤이어 한경석이 말했던 게 생각난다.
[꽝도 있음.]
"..."
만약 5시간 풀로 채워 기었는데 꽝이 나오면.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건 나중일.
지금은 저 유령 개미를 따라가야 했다.
천문석은 땀을 뻘뻘 흘리며 개미굴 속을 열심히 기었다.
쓰윽, 쓰으윽-
대박 아이템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만 같았다.
한방에 건물주가 될 수 있을 대박 아이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