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55화 (56/1,336)

#055

으아악-

최후식이 고함을 지르며 검치호를 방패로 때렸다.

콰아앙-

피투성이가 된 검치호가 방패로 머리를 얻어맞고 휘청 쓰러지는 순간.

으아아악-

최후식은 검치호를 방패로 밀어붙여 거대한 나무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방패와 나무 사이에 검치호가 고정된 순간.

핏-

점멸로 달라붙는 한경석과 천문석.

팟, 팟, 팟-

고정된 검치호 위를 한경석이 송곳 단검을 꽂으며 이동하고.

쾅, 쾅, 쾅-

천문석이 망치로 송곳 단검을 내려치며 뒤따라갔다.

노가다판에서 단련된 망치질!

기다란 송곳 단검들은 검치호의 푸른 반발장을 꿰뚫고 단숨에 육체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검치호의 반발장이 흐릿해지는 순간,

정수리에 박힌 송곳 단검에 떨어지는 망치!

쾅, 쾅, 쾅-

천문석의 숙달된 망치질에 순식간에 송곳 단검이 검치호의 두개골을 꿰뚫었다.

크아아-

검치호의 포효가 뚝 끊기자.

전신에서 힘이 빠지고 반발장이 완전히 사라졌다.

최후식이 방패를 치우자,

10미터가 넘는 거대한 검치호가 나무에 달라붙은 채 고정됐다.

끈끈이에 달라붙은 동물처럼 접착액을 뿜는 이끼에 착 달라붙은 검치호.

이놈이 마지막 검치호였다.

전신이 땀으로 푹 절은 천문석과 한경석, 최후식 세 사람은 다섯 마리의 검치호를 처리했다.

최후식이 검치호의 어그로를 잡고,

한경석의 단검이 반발장을 깎아낸다.

천문석은 다른 검치호를 끌고 도망치며 더럽게 짜증 나는 견제기를 넣는다.

탱커 최후식.

딜러 한경석.

부탱겸 딜러겸 이것저것 다한 천문석.

세 사람은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춘 한 팀처럼 순식간에 검치호 다섯 마리를 끝장냈다.

최후식은 수통을 끌러 천문석에게 던졌다.

"헌터용 드링크다. 마시고 쉬어라."

천문석은 최후식이 던져주는 수통을 받아서 열었다.

순간 확 올라오는 강렬한 허브향.

한 모금 마시자, 혀가 아린 엄청난 쓴맛이 느껴졌다.

이때 들려오는 최후식의 목소리.

"그냥 참고 삼켜. 그거 효과 좋다."

억지로 삼키자 뜨겁게 달아오른 몸으로 확 퍼지는 화한 느낌.

쏟아지던 땀이 뚝 그치고,

머리로 뻗치던 열기가 단숨에 사라졌다.

"이거···?"

천문석이 드링크의 효과에 깜짝 놀랄 때,

주변 풍경과 동화된 실루엣이 다가왔다.

카멜레온 은신 망토를 입은 헌터.

'저 헌터 이름이 뭐였더라?'

천문석이 전에 들었던 이름을 떠올릴 때,

실루엣에서 변조된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그거 좀.]

이때 이름이 기억났다.

한경석.

암살검 한경석이라는 헌터였다.

천문석이 한경석에게 수통을 건네주자,

최후식의 명령이 들려왔다.

"한경석! 정찰부터!"

최후식은 거대한 나무 위를 가리키며 한경석에게 명령했다.

천문석에게서 수통을 건네받은 한경석이 움찔했다.

한경석은 천천히 몸을 돌려 말없이 최후식을 봤다.

[...]

"검치호 더 있다. 나무 위로 올라가서 탈출로 확인해라."

[...]

"외곽 정찰 실패한 7, 8팀 48시간 연속으로 뺑뺑이 돌릴 건데. 너도 같이 뺑뺑이 돌려줄까?"

최후식의 말을 듣는 순간 한경석은 바로 움직였다.

타다닥- 빠르게 달려 땅을 밟고 뛰어올라 점멸.

핏-

한경석은 단숨에 나무 위 10미터 높이에 나타나, 발로 줄기를 박차고 손으로 단검을 박으며 빠르게 위로 올라갔다.

순식간에 거대한 나무 위로 사라지는 한경석.

"야! 철저히 확인해!"

최후식은 크게 외치고 검치호의 칼날 송곳니를 회수하기 시작했다.

끄득-

입을 벌리고 방패를 송곳니 뿌리에 박아넣고 주먹을 내려친다.

쾅-

최후식의 엄청난 힘에 칼날 송곳니는 금세 뚝 떨어져 나왔다.

천문석도 칼날 송곳니를 회수하기 시작했다.

검치호의 입을 벌리고 첨단이 부러진 박도를 잇몸으로 박아넣고 들어 올린다.

끄드득-

그리고 망치로 쾅, 쾅, 쾅 내려치자,

쑥, 쑥 튀어나오는 송곳니.

뚝-

오래지 않아 검치호 입에서 칼날 송곳니가 떨어져 나왔다.

천문석과 최후식은 검치호 다섯 마리의 칼날 송곳니를 모두 회수했다.

회수한 칼날 송곳니는 40-70cm 정도 길이의 9개.

온전한 칼날 송곳니 6개와 부러지고 깎여나간 손상된 송곳니 3개였다.

송곳니 한 개는 완전히 으스러져 회수하지 못했다.

최후식은 단단한 강화 섬유 천으로 9개의 칼날 송곳니를 둘둘 말고 끈으로 묶어서 포장했다.

"이 칼날 송곳니. 무기의 날이나 헤드 부위로 사용된다. 마력장을 흐트러트리는 성질이 있거든. 검치호는 마석보다 이 송곳니가 비싸."

최후식은 설명하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천문석을 봤다.

"이건 나가서 정산해 줄게."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에 천문석은 깜짝 놀랐다.

"네? 정산이요?"

최후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헌터 업계는 배분이 철저하다. 목숨 걸고 몬스터 피밥 먹는데 당연한 거지. 그리고 너 한 사람 몫 충분히 했다."

툭-

어깨를 치는 묵직한 손.

"잘했다. 신입 헌터."

최후식의 무심한 듯 던진 한마디.

“...”

이 순간 천문석은 묘한 감흥을 느꼈다.

아직 헌터 라이센스도 없는데.

선배 헌터의 인정을 받는 진짜 헌터가 된듯한 묘한 감흥을···.

최후식이 널브러진 검치호 사체를 보며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검치호 저놈들 마석을 뽑아야 하는데. 마석 탐지기가 장갑 버스에 있어서···. 여기서 지금 사체를 헤집을 수도 없고 아깝네. 혹시 모르니 심장이라도 쪼개봐야 하나···."

천문석의 시선이 검치호에게 향했다.

거대한 나무 주위에 널브러진 검치호 다섯 마리.

반발장이 완전히 사라진 검치호 사체에서는 여전히 마력이 느껴졌다.

천문석은 직감했다.

마석이다!

몬스터의 몸 안 마석의 위치는 개체마다 다르다.

그렇기에 마석을 예민하게 느끼는 상급 마력 각성자나 훈련된 동물, 정제 마석을 사용하는 마석 탐지기가 있어야 마석의 정확한 위치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나 상급 마력 각성자는 헌터 업계 귀족 중의 귀족이고.

훈련된 동물은 전투 현장에 부적합해서 안전한 거점 도시의 소매 상인들이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마석 탐지기는 본체 가격도 비싸지만, 동력원으로 값비싼 정제 마석을 사용한다.

셋 모두 하급 헌터들이 사용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도시 괴담처럼 떠도는 이야기가 있었다.

하급 헌터가 몬스터의 육체 속 마석의 위치를 정확히 감지하는 능력을 얻고,

버려진 몬스터 사체에서 상급 마석을 찾아내 대박을 친 이야기.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유명한 이야기였다.

지금 천문석은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된 것만 같았다.

검치호가 마석을 품고 있는 위치가 정확히 파악된다.

천문석은 직감했다.

일기일원공 때문이었다.

천문석의 영육에 쌓인 내력은 아직 일천하나,

혼백에 새겨진 상승 무리와 무학의 깨달음은 깊었다.

혼백에 새겨진 깨달음으로 일기일원공은 그 일천한 내력 이상의 경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것도 그 효능 중 하나.

천문석은 마수가 품은 마석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가 있었다.

인간 마석 탐지기인가?

피식 웃은 천문석은 박도와 망치를 들고 검치호 사체로 걸어갔다.

최후식이란 헌터는 공정한 사람이었다.

아직 헌터 면허조차 없는 자신에게도 정산을 약속했다.

신의에는 신의로.

당연히 그 정산에는 마석도 포함돼야 했다.

"뭐하냐?"

최후식이 물음에,

천문석이 대답하려 할 때.

핏, 핏, 핏-

익숙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향해 고개를 들어 올리는 순간.

점멸로 나무 위에서 내려온 한경석이 천문석의 검대를 잡았다.

[빨리! 도망!]

다급함이 느껴지는 한경석의 외침.

"무슨···?"

"야, 뭐야?"

천문석과 최후식이 외치는 순간,

숲이 일순 어두워졌다.

"어?"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자 보였다.

"...!"

나뭇잎 사이로 드러난 하늘을 가리는 실루엣.

핏-

순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

한경석은 천문석을 잡은 채 점멸로 최후식에게 이동 최후식의 검대도 잡았다.

양손에 천문석과 최후식을 잡은 한경석은 연속적인 점멸 이동을 시작했다.

핏, 핏, 핏, 핏-

"야! 한경석! 너 뭐 하는 거야? 두 명은 안 돼. 이렇게 연속이동하면 마력 반동으로 탈진해! 그만해!"

최후식이 깜짝 놀라 한경석을 제지했지만,

한경석은 멈추지 않고 계속 점멸로 이동했다.

[도망! 도망!]

그리고 순식간에 숲에서 빠져나와 시계 청소된 검은 땅으로 들어서는 순간.

들려왔다.

끼이이익-

쿠아아앙-

하늘을 긁는듯한 날카로운 울음!

전투기가 음속으로 나는 듯 대기가 찢어지는 진동!

소리가 유형의 물질처럼 육체를 때리는 순간.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저릿저릿하게 굳는 몸!

"피어···!"

천문석은 경악했다.

피어가 섞인 울음소리라고!?

반사적으로 하늘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보였다.

금속질 피막으로 덮인 거대한 날개.

송곳처럼 우뚝 솟은 금속 질감의 부리.

태양 빛을 반사하는 검은 광택의 비늘.

...

"강철 와이번!"

최후식의 비명 같은 외침이 터져나올 때.

쐐애애애앵-

검은 와이번이 날개를 접고 수직으로 내려꽂혔다!

방금 전까지 세 사람이 서 있던,

거대한 나무를 향해서!

순식간에 내려꽂힌 강철 와이번이 거대한 나무를 긁으며 활강했다.

콰지지직-

콰르르륵-

엄청난 낙하 에너지가 실린 강철 와이번의 금속질 육체와 접촉하는 순간.

지름 20미터가 넘는 거대한 나무 표면은 분쇄기에 갈리듯 톱밥을 쏟아냈다.

거대한 끌로 나무 표면을 파내는 것처럼,

단숨에 산산조각나 사방으로 흩날리는 나뭇조각들!

파아아앙-

순간 거센 바람이 불어오고.

나무에 거대한 흔적을 남긴 와이번이 다시 날아올랐다.

휘이이잉-

미친듯이 바람이 요동치고,

순식간에 멀어지는 와이번.

그러나 와이번이 빠르게 멀어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쿵, 쿵, 쿵-

심장이 빠르게 뛰고,

전신의 털이 모조리 곤두선다.

와이번의 엄청난 살기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천문석은 깨달았다.

저 와이번은 세 사람을 노리고 있었다!

---

핏, 핏, 핏-

연속된 점멸 이동으로 순식간에 숲을 빠져나온 세 사람.

한경석은 숲을 빠져나온 후에도,

공터를 내려다보는 바위 언덕을 향해 직선으로 점멸 이동하고 있었다.

“한경석! 야! 광산으로 직선 이동하면 안 돼! 점멸 멈춰! 지금 우리 개활지로 나가잖아! 야 한경석!”

최후식이 다급하게 외쳐 한경석을 제지했으나,

한경석은 패닉에 빠진 듯 멈추지 않고 계속 점멸 이동하고 있었다.

핏, 핏, 핏-

5에서 10미터.

점멸 이동할 때마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

파슥, 파스슥-

연속된 점멸로 풍경이 바뀔 때마다,

검은 땅에 가득한 숯과 재가 바스러지고 있었다.

천문석은 멀리서 날아오는 와이번을 살폈다.

와이번을 따돌리지는 못했지만,

거리가 가까워지지도 않았다.

잘하면 이대로 도망칠 수 있겠다고 생각할 때.

피이잇-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고.

선두에서 두 사람을 잡은 채 점멸이동하던 한경석이 휘청- 앞으로 고꾸라졌다.

주변 환경과 동화된 한경석의 카멜레온 은신 망토가 기능을 잃고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반짝이는 비늘로 덮인 카멜레온 은신 망토.

한경석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망토를 덮고 있었다.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쓰러지는 한경석을 잡았다.

"하필이면 지금 마력 반동이!"

최후식은 탄식하며 재빨리 와이번을 살폈다.

빠르게 가까워지는 검은 와이번!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먼 북쪽, 냉기 포자가 흩날리는 극랭지.

그곳의 바위 절벽에 사는 상급 마수, 강철 와이번이다.

강철 와이번은 상급 마수 중에서도 최상위,

게다가 지금 나타난 개체는 약하지만 피어까지 지르는 놈이다.

첫 공격은 한경석의 점멸로 피했지만,

지금 한경석은 점멸 이동의 반동으로 기절한 상황.

게다가 지금 세 사람은 시계 청소된 개활지 한 가운에 있었다.

최후식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저 강철 와이번은 거대한 나무마저 한순간에 갈아버리는 마수다.

준비도 안 된 세 사람이 이런 개활지에서 상대할 수 있는 놈이 아니다.

최대한 빨리 나무가 솟은 숲으로 들어가야 한다.

최후식은 재빨리 방패를 펼치며 외쳤다.

"천문석. 너 얘 업고 달릴 수 있겠냐? 저기 숲까지 달려야 한다! 여기 위험하다!"

천문석은 바로 한경석을 어깨에 걸쳐 맸다.

은신 망토를 뒤집어쓴 한경석은 생각보다 작고 가벼웠다.

0.8 류세연 정도.

이 정도면 충분히 업고 뛸 수 있었다.

"가능합니다!"

"먼저 달려라! 내가 뒤에서 뛴다!"

천문석은 한경석을 어깨에 메고 달렸고,

최후식이 방패를 펼쳐 들고 거리를 두고 뒤에 붙었다.

끼이이익-

순간 와이번의 피어가 섞인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에 크게 원을 그리던 놈이 급격히 하강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가까워지는 와이번!

최후식은 다급히 외쳤다.

"절대 멈추지 말고 달려라! 저 숲을 지나 바위 언덕까지 달려서 경석이 통신기···."

파아아앙-

순간 엄청난 바람이 천문석과 최후식의 전신으로 쏟아졌다.

"달려!"

최후식의 외침과 함께.

한경석을 어깨에 멘 천문석과 최후식은 거센 바람 속을 달렸다.

휘잉, 휘이잉-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바람!

"뒤돌아보지···. 직선으로···!"

최후식의 외침이 강풍에 먹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끼이이익-

이때 강풍을 꿰뚫는 와이번의 울음소리가 터지고,

울음에 섞인 피어가 전신을 저릿저릿하게 긁었다.

천문석은 직감했다.

와이번의 활강공격이 시작됐다!

순간 최후식의 엄청난 고함이 들렸다.

"숙여-!!"

한경석을 업고 달리던 천문석이 몸을 숙일 때.

최후식은 몸을 돌려 전력으로 바람을 뚫고 돌진했다.

빠르게 천문석과 한경석에게서 멀어지는 최후식.

최후식은 각성력을 모은 방패를 들어 올리며 외쳤다.

으아아악-

"와라-!!"

최후식의 고함이 터지는 순간,

거대한 종이 깨지는듯한 금속성 굉음이 터졌다.

콰아아앙-

산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듯한 엄청난 충격파!

콰르르르릉-

최후식에게서 시작된 충격파가 부채꼴로 퍼져 나갔다.

대지를 갈아엎는 충격파에 땅에 가득 쌓인 숯과 검은 잿가루가 폭발하듯 치솟았다!

엄청난 잿가루가 태양을 가려,

일순간에 밤이 된 것처럼 어두워졌다.

이 순간 천문석은 기절한 한경석을 몸으로 가린 채 땅 위로 나뒹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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