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44화 (45/1,336)

#044

오리온 길드 면접장.

30대로 보이는 각성 헌터,

최후식 현장팀 총괄 이사가 책상에 기대 서 있었다.

"솔직히 여기서 이렇게 신입 헌터 면접 보는 게 의미가 있습니까?"

최후식 오리온 길드 현장팀 총괄 이사의 도발적인 말과 눈빛.

면접관으로 대기 중이던 지원팀, 운영팀 총괄 이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말이 심하시군요. 최후식 이사님. 오리온 길드가 인력 사무소도 아니고···."

운영팀 총괄 이사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젓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 길드에서 신입을 채용할 때는 당연히 절차가 있는 겁니다."

최후식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시선을 길드장에게 돌렸다.

"경욱이 형. 우리가 스펙 좋고, 잘 생기고, 서류 업무 잘하는 회사원이 필요한 게 아니잖아? 안 그래?"

"길드장이라고 불러라."

"알았어. 길드장 형."

김경욱 길드장은 피식 웃고 최후식을 봤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고?"

최후식은 눈을 번뜩이며 웃었다.

"길드장 형. 그냥 옛날처럼 하자고. 우리가 언제부터 양복 입고, 서류 들여다보고 면접에서 장래희망을 물어보고 그랬어?"

김경욱 길드장은 말없이 고개만 까딱였다.

"당장 현장에서 총 쏘고. 칼로 찌르고. 피 뒤집어쓰고. 달릴 애들인데. 서류에 적힌 토익점수, 해외 연수 경험, 사격 점수 같은 스펙으로 뽑는다고? 이게 뭔 지랄이야? 지금 같으면 경석이 같은 애는 면접에도 못 올라와. 한경석 그 비실비실한 녀석, 형은 그때 왜 뽑았어?"

김경욱 길드장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눈이 좋았지."

최후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렇지! 형 말대로. 그 새끼 눈에 독기 때문에 뽑은 거잖아?!"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이번 신입 채용은 눈에 독기를 보고 뽑을까요? 최후식 이사님?"

운영팀 총괄 이사의 비꼬는 말에 최후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독기만 보고 뽑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데.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최후식은 창밖, 분리 필드로 뒤덮인 광화문 게이트 지역을 가리켰다.

"동대문 게이트 소멸하고 저기 건너편 난장판인 거 아시죠?"

"...신동대문 지역이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건 왜요?"

"지금 면접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게 면접이랑 상관이 있습니까?"

두 총괄 이사가 의아해하자, 최후식은 바로 설명했다.

"그 여파로. 저기 게이트 너머, 우리 길드 개미굴 광산에 고블린 무리가 접근 중입니다. 뭐 그리 큰 무리는 아니에요. 200마리쯤? 떠돌이 고블린은 돈도 안 되고 헌터부 상점도 짠 골칫덩인데. 이게 혹시나 개미굴 광산 안으로 흩어지면 문제가 커져서. 경석이가 7, 8팀 애들 데리고 대기 중입니다."

"...고블린 무리요?"

운영팀 총괄 이사가 되묻자,

최후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고블린 무리. 마침 잘됐잖아요?"

순간 지원팀 총괄 이사가 최후식의 말에 담긴 의미를 짐작하고 깜짝 놀랐다.

"설마···!?"

최후식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무실에서 이러지 말고. 옛날 방식대로 가죠. 오늘 면접 보겠다는 헌터 지망생 애들한테 강화 전투복 입히고, 칼 몇 자루 쥐여주고 고블린 무리에 던지는 겁니다. 근성 있고 제대로 싸울 줄 아는 헌터를 뽑는 거죠!"

"..."

하-

두 총괄 이사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이야기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저런 방식으로 헌터를 뽑았을 때가 있긴 있었다.

게이트 전쟁 때!

그러나 지금은 소형 길드도 저런 방식으로 신입 헌터를 뽑지 않는다!

두 총괄 이사가 어이없어했지만,

최후식 현장팀 총괄 이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설명을 계속했다.

"마침 길드장 형님도 있고. 나도 있고. 경석이도 7, 8팀 데리고 게이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사고는 안 터질 겁니다. 뭐 혹시 모르니. 상급 포션도 몇 개 가져가고요."

휘이-

최후식은 돌연 휘파람을 불더니,

번득이는 눈으로 길드장을 봤다.

"역시 쓸만한 헌터 뽑는 데는 이게 최고잖아? 몬스터 피밥 먹고 사는 게 우리 헌터들인데. 당연히 몬스터 피를 봐야지. 길드장 형?"

운영팀과 지원팀, 두 총괄 이사는 즉각 반발했다.

"말도 안 됩니다!"

"맞습니다. 가뜩이나 우리 길드 이미지도 안 좋은데!"

“그러면 당장 인터넷에서 난리가 나요.”

“내일이면 방송에서도 취재가 나올 겁니다!”

"이딴 게 채용 방법이라고?!"

"정신 나간 인간 같으니라고!"

...

고성이 쏟아지자 최후식은 어깨를 으쓱하고 웃었다.

"이번 서울 사태 때, 신입 애들이 어땠더라?"

순간 터지는 헛웃음.

하-

최후식은 으르렁거리는 맹수처럼 위압적으로 외쳤다.

"헌터가! 강화 전투복까지 입은 새끼들이! 대형 마수도 아니고! 랩터 무리에 포위 좀 됐다고! 벌벌 떨어? 시발! 작년에 뽑은 신입, 2년 차 애들까지! 반이 그 지랄을 하더라!"

최후식은 기대있던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쾅-

두꺼운 책상 상판이 단숨에 박살 나는 순간.

최후식은 작정한 듯 말을 쏟아냈다.

"하- 시발. 내가 참다 참다 말한다. TV 봤냐? 꼬맹이가! 어 10살도 안 된 꼬맹이가! 랩터 무리 끌고 친구들 구한다고! 1급 경보가 떨어진 서울 도로 위를 장난감 자동차로 달렸다더라!"

"하- 각성자도 아닌 일반인이 식칼 한 자루 들고! 맨몸으로! 랩터랑 싸워서 찢어발겨 놓은 사진은 봤냐?!"

"그런데 시발! 장비 풀셋을 입은 헌터! 그것도 대형 길드 헌터란 새끼들이! 칼질도 제대로 못 해! 몸에 구멍 좀 뚫렸다고 총 버리고 도망쳐!"

"하다 하다. 무섭다고 울기까지 하더라?!"

"시발- 내가 헌터들을 데리고 몬스터를 잡는 건지, 유치원 애새끼들 보모를 하는 건지!!"

말을 하면서 화가 머리끝까지 뻗친 최후식이 책상을 걷어찼다.

콰아앙, 쾅-

엄청난 힘에 날아간 책상이 벽에 처박혀 박살 났다.

최후식은 두 총괄 이사에게 성큼성큼 걸어가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못 해 먹겠네! 그럼 좀 알아서 제대로 된 애들을 뽑던가!"

각성 헌터의 위용을 두른 무시무시한 모습!

일반인은 보는 것만으로도 경기를 일으킬 위압감이 최후식에게서 뻗어 나왔다.

그러나 회사의 체계를 빌려왔을 뿐, 오리온 길드의 본질은 헌터 길드다.

두 총괄 이사 모두 각성 헌터.

게이트 전쟁에서 시작해 십여 년, 몬스터 피밥을 먹고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후식이 이 새끼가!”

“이제 위아래도 없지!”

지원팀, 운영팀 총괄 이사가 몸을 일으키며 힘을 끌어올렸다.

각성 헌터 세 명의 기세가 맞부딪혀 공기가 북처럼 요동쳤다.

파르르륵-

셋이 격돌하려는 순간.

“그만해라.”

김경욱 길드장의 담담한 목소리로 들려왔다.

동시에 정지하듯 멈추는 세 사람.

최후식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길드장을 봤다.

"경욱이 형! 이번에도 전처럼 애들 뽑으면, 신입 애들은 무조건 개미굴 광산에 한 달 동안 처넣을 겁니다. 알아서 하세요!"

순간 운영팀 총괄 이사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게이트 너머, 오리온 길드의 개미굴 광산은 숙련 헌터들도 고개를 젓는 스트레스가 엄청난 지역이다.

신입 헌터들을 이곳에 투입하면 무슨 사고가 터질지 몰랐다.

"길드장님!"

운영팀 총괄 이사가 김경욱 길드장을 다급히 불렀고,

지원팀 총괄 이사의 시선도 길드장에게 향했다.

김경욱 길드장에게 총괄 이사 세 사람의 시선이 모두 모이는 순간.

똑, 똑, 똑-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데스크 직원.

데스크 직원은 면접장 안의 분위기에 순간 표정이 굳었다가 말했다.

"길드장님. 면접자들 전원 대기 중입니다. 아직 시간은 남았는데, 면접 바로 진행하도록 할까요?"

김경욱 길드장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사무실 면접은 취소다. 면접자들 전부 마력 엔진 장갑 버스에 태워라."

"네?"

데스크 직원은 반문했다가 길드장의 의도를 깨닫고 바로 대답했다.

"네! 현장 면접 준비,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길드장의 뜻을 깨달은 두 총괄 이사가 다급히 외쳤다.

"설마! 후식이 말대로 고블린 무리에 던지시려는···!"

"길드장님! 그러시면 길드 이미지가 엉망이 됩니다!"

...

김경욱 길드장은 손을 들어 말을 끊었다.

"..."

단숨에 조용해진 면접장,

김경욱 길드장은 선언하듯 말했다.

"됐어. 후식이 말도 일리가 있어. 신입 애들 데리고 일 할 사람이 후식인데, 이번 신입은 후식이 방식대로 뽑는다."

김경욱 길드장은 최후식을 봤다.

"최후식."

"넵! 길드장님!

깍듯하게 허리 숙여 대답하는 최후식.

"난 약속이 있다. 이번에는 네가 알아서. 네 방식대로. 네 마음에 드는 애들로 뽑아라."

"길드장님!!"

최후식에게 전권을 주겠다는 말에 운영팀 총괄 이사가 깜짝 놀라 외칠 때.

최후식이 잽싸게 대답했다.

"진짜죠? 그럼 진짜로! 내 맘대로 뽑습니다! 길드장 형, 나중에 나한테 뭐라고 그러면 안 됩니다?!"

빠르게 말을 쏟아낸 최후식은 휘파람을 불고.

휘이-

장난스럽게 초창기 길드 구호를 외치며 면접장 밖으로 달려나갔다.

"피바람을 불러일으키자!"

쾅-

"..."

"..."

"하, 새끼."

면접장에는 얼빠진 표정의 두 총괄 이사와

어이없다는 듯 웃고 있는 길드장 김경욱만 남겨졌다.

---

그리고 잠시 후 재금 빌딩 지하 주차장.

오리온 길드의 장갑 버스 앞,

다급한 표정의 천문석이 외치고 있었다.

"뭔가. 잘못된 것···."

"빨리! 빨리 좀 타세요!"

"아니. 철수형, 김철수···."

"지금! 님 때문에! 뒷사람이 못 타잖아요!"

"그럼 이 선인장 화분이라도 보관 좀···."

"죄송하지만, 마력 무구는 보관해드릴 수 없어요."

“이거 그냥 화분! 보통 선인장 화분이에요!”

“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러시겠죠.”

"..."

"아 좀! 빨리 좀! 탑시다!"

...

털썩-

결국, 천문석은 장갑 버스 좌석에 앉았다.

처음 타보는 대형 길드의 장갑 버스.

천문석은 헌터들은 어떤 차를 타나 궁금해서 전에 검색해 본 적이 있었다.

급이 나눠진 장갑 버스 중 최고는 대형 길드의 게이트용 장갑 버스.

대형 길드의 게이트용 장갑 버스는 게이트 너머 지역에서도 움직일 수 있는 마력 엔진을 장착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복합 수지로 된 안전 유리창,

8개의 광폭 타이어가 달린 바퀴.

노출된 상부와 하부 구동부는 강화 철판으로 덮여있다.

내부에는 화장실과 샤워실, 조리실이 갖춰졌고,

양압 시설이 설치되어 외부의 공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밀폐할 수 있다.

간격이 넓은 좌석을 눕혀 침대를 천장의 블라인드를 당겨서 개인 공간을 만들 수도 있었다.

이 장갑 버스는 움직이는 야전 막사나 마찬가지였다.

예전에 검색했을 때, 언제쯤 헌터가 되어 이런 장갑 버스를 타는 날이 올까 생각했는데···.

뜬금없이 오늘 타게 됐다.

직접 앉은 대형 길드의 장갑 버스 좌석은 상상과 달리 착석감이 좋았다.

"...이거 라텍스를 넣은 건가?"

천문석은 어느새 탄력 있는 좌석 감촉을 느끼며 사진으로만 봤던 장갑 버스 안을 구석구석 살피고 있었다.

“...!”

천문석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다!!

갑자기 면접장에서 주차장으로 내려오라더니,

현장 면접을 본다며 오리온 길드의 장갑 버스에 태웠다!

현장 면접!

헌터 길드의 현장이 어디겠는가?

당연히 광화문 게이트 너머의 이세계다!

지금 자신은 철수형 만나러 왔다가 게이트를 넘어가게 된 것이다.

'뭐지?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급변하는 전개에 누군가에게 묻고 싶어도,

주위에는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면접자들뿐.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면접자들에게 물어봤자 제대로 된 답변이 돌아올 리는 없었다.

이때 마지막 면접자가 장갑 버스에 탔고,

김 과장이 버스에 탑승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현장 면접 안내를 담당할 인사팀 김민철 과장입니다. 출발 전 명단을 한 번 더 확인하겠습니다."

"저! 잠시만!"

안면 있는 김 과장을 본 천문석은 재빨리 외치며 몸을 일으켰다.

순간 사방에서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

"또, 저 사람이야?"

"하···. 역시 낙하산이란···."

"왜 저렇게 티를 못 내서 안달이야?"

...

"..."

김 과장은 사무적인 딱딱한 어조로 물었다.

"천문석 지원자님이시죠? 하실 말씀이 뭔가요?"

천문석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을 맞으며 앞으로 나갔다.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하는 천문석.

"저 진짜 면접 대상자 맞습니까?"

김 과장은 말없이 들고 있던 서류철을 넘겨 한 페이지를 보여줬다.

"...!"

자신의 사진과 이름이 인쇄된 이력서!

천문석은 한껏 낮춘 목소리로 다시 질문했다.

"이거 혹시 김철수···."

"쉿! 조용히. 맞습니다."

김 과장은 서류철로 입을 가리고 속삭이다가 입 모양만으로 말했다.

추.천.채.용.

천문석은 바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김 과장은 고개를 돌려 버스 안의 면접자들을 봤다.

"혹시 질문 하실 분 더 없으신가요? 없으시면 바로 면접 명단 확인하겠습니다."

“...”

“그럼 호명하겠습니다.”

"김석기 님."

"네!"

"이인경 님."

"넵!"

...

"천문석 님.

"네···."

탁-

"면접자님들은 잠시만 대기해 주십시오. 통화 좀 하겠습니다."

김 과장은 휴대폰으로 상관에게 보고했다.

"면접자분들 전원 확인됐습니다. 네, 네. 일정 설명 후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김 과장의 일정 설명.

"이번 신입 헌터 채용은 사무실 면접 없이, 예정됐던 현장 면접만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럼 사무실 면접 점수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누군가의 질문에 김 과장은 대답했다.

"사무실 면접 점수는 여기 전원 10점 만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모두가 만점이란 건 모두가 0점이란 것과 같은 말.

그러나 같은 말이라도 뉘앙스에 따라 분위기는 천지 차이다.

노련한 김 과장은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며, 면접자들의 분위기를 살폈다.

"갑자기 변한 상황에 당황하실 수도 있겠지만, 헌터 업계에서 이렇게 급박하게 상황이 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미래의 헌터 여러분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

"그럼. 이번 현장 면접장에 관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번 현장 면접은 광화문 게이트 너머, 오리온 길드의 광산 지역에서 치러질 예정입니다."

"네···?"

"길드 광산이요?"

"게이트 너머 광산으로 들어간다고요?!"

"어? 현장 면접 장소는 게이트 거점도시 신서울이 아니었나요?"

...

버스 안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면접자들의 목소리.

대형 길드의 게이트 너머 광산이란 말에 웅성거리는 소리는 점점 커졌다.

김 과장은 잠시 소란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말했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광산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광산 인근 지역에서 현장 면접을 치를 예정입니다."

"..."

"오리온 길드의 현장팀 총괄 이사님과 정예 팀이 안전을 책임지고. 면접자분들은 헌터용 장비 풀셋을 안전 장비로 착용할 예정입니다."

설명이 이어지며 소란이 점차 가라앉는 버스 안.

김 과장은 버스 안의 면접자들을 쓱 훑어보더니 질문했다.

"혹시나 현장 면접 포기하실 분 계신가요?"

"저 혹시 현장 면접 점수 배분이···."

김 과장은 친절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사무실 면접 점수의 절반, 5점이 배분되어 있습니다."

"..."

면접자들은 깨달았다.

사무실 면접의 점수가 면접자 전원 10점이 책정된 이상.

현장 면접에 몇 점의 점수가 배분됐냐는 의미가 없었다.

현장 면접 점수의 변별력이 100%.

불참하면 무조건 떨어진다.

"혹시나 현장 면접 포기하실 분 계신가요?"

김 과장이 다시 한번 질문했을 때.

버스 안 모든 지원자가 동시에 외쳤다.

"없습니다!"

"그럼 바로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사님 출발하시죠."

김 과장은 바로 운전 기사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오리온 길드의 장갑 버스는 출발했다.

부르릉-

재금 빌딩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온 장갑 버스는 바로 우회전해서 도로로 들어갔다.

그러자 바로 앞에 보이는 광화문.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서울 1번 게이트 지역 입구,

광화문이 바로 앞에 나타났다.

천문석은 선인장 화분을 품에 안은 채 장갑 버스의 푹신한 좌석에 앉아 광화문을 봤다.

개업 축하 인사를 하러 광화문 광장에 내린 지 30분이 지났을 뿐이다.

처음 광화문 광장에 내릴 때는 오늘 하루 철수형과 시답지 않은 농담을 하며 다음 일이 무엇인지 이야기할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자신은 면접용 정장을 입고 개업 축하 선물 만세 선인장 화분을 든 채.

오리온 길드의 장갑 버스를 타고 광화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광화문을 지나면 게이트 지역이 나오고,

게이트 지역에는 이세계로 넘어가는 광화문 게이트가 있다.

"..."

철수형을 보러 왔다가 이세계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아직도 천문석의 마음속에는 의구심이 남아있었다.

[이거 뭔가 잘못된 것 아냐?]

vs

[역시 철수형! 대형 길드에 꽂아주다니!]

그러나 자신의 이력서를 보고 김 과장의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의 추가 후자 쪽으로 확 기울었다.

오리온 길드면 대형 길드다.

지금 스펙과 인맥으로는 면접까지 오는 게 거의 불가능했을 대형 길드.

어떻게 이렇게 된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지금 눈앞에 기회가 있었다.

대형 길드에 들어갈 기회가.

그렇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

이 기회를 붙잡는 것!

천문석은 마음의 결심을 하는 순간.

문득 기시감이 들었다.

스승님과 함께 서쪽으로 떠날 때.

마종문의 입문 제안을 거절했을 때.

산속의 버려진 사찰을 물려받았을 때.

인생이 완전히 변하던 전환점.

전생의 그때와 같은 느낌이 지금 들었다.

지금 이 순간.

인생의 전환점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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