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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31화 (32/1,336)

#031

"하- 너희들 내가 인정한다. 정말 대단하다."

천문석은 불굴의 정신과 근성을 지닌 늑대들에게 감탄하며,

다시 한번 늑대들을 쥐어박으러 몸을 일으켰다.

긴 하루의 마무리,

유종의 미를 거둘 때였다.

이때 다가오던 늑대들이 멈춰 서더니 일제히 하울링을 시작했다.

우으으우으으으으-

"..."

노래하듯 길게 이어지는 하울링.

이 하울링에서 전과는 다른 묘한 감정이 전해졌다.

"...기쁨?"

천문석이 의아해하는 순간,

늑대 한 마리가 무리에서 나와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끄응, 끙-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다가온 늑대가 천문석의 바지를 살짝 물더니 당겼다.

"너, 뭐하냐?"

끄응, 끙-

따라오라는 듯 계속 바지를 잡아끄는 늑대.

난감했다.

갑자기 늑대가 아닌 개처럼 구는 탱탱볼 늑대.

백곰과의 격전을 끝마치고 전투의 흥분이 식어서일까?

지금까지처럼 방심할 때 강화 해머부터 때려 박는 건 마음에 걸렸다.

끄응, 끙-

이때 다시 한번 바지를 당기는 늑대.

"알았어."

천문석이 늑대를 따라 움직이자,

늑대는 끌어당기던 바지를 놓더니 백곰의 사체로 다가가 그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머리를 돌려 천문석을 바라봤다.

우으으-

"...올라오라고?"

천문석이 백곰 사체 위로 올라온 모습을 본 늑대는 백곰의 오른쪽 가슴 부위로 갔다.

늑대는 백곰 가슴 부위를 발톱으로 파바박 긁고 천문석을 보며 다시 울었다.

우으으-

"뭐하냐? 앗!"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마수나 몬스터, 예민한 동물은 본능적으로 '마석'을 찾아낸다!

그렇다 '마석'!

마수를 잡아놓고!

정작 마석을 잊고 있었다니!

천문석은 번개같이 움직여 늑대가 긁던 부위에 정글도를 박았다.

열십자로 가죽을 자르고 강화 해머로 정글도를 내려쳐 지방과 근육을 쪼갠다.

두꺼운 지방과 탄탄한 근육 뒤에 자리한 단단한 갈비뼈가 금세 드러났다.

천문석은 정글도를 갈비뼈에 박고 강화 해머를 내리쳐 뼈를 끊었다.

쾅, 쾅, 쾅-

끊어진 갈비뼈 뒤 근육을 파고 내려가 심장에 닿기 전.

천문석은 마침내 발견했다!

몸 안에 있을 리 없는 주먹만 한 크기의 돌!

마석이다!

으하하하!

천문석이 참을 수 없는 기쁨의 웃음을 터트렸을 때.

우으으우으으으-

어느새 백곰 주위로 몰려든 늑대 무리는 오랜 천적의 죽음에 하늘을 향해 끝없이 울었다.

---

"야! 너희 알고 보니까! 정말 괜찮은 놈들이구나! 털도 멋지고! 근성도 강하고! 최고의 늑대야!"

천문석은 늑대의 머리와 목을 긁으며 마구마구 칭찬했다.

백곰 사체에 머리를 파묻고 살점을 뜯어 먹던 늑대가 머리를 들고 만족스럽게 울었다.

우으-

늑대는 입가에 섬뜩한 피칠을 하고 있었지만,

천문석은 이것마저 멋져 보였다.

왜 아니겠는가?

천문석의 시선이 묵직한 오른손으로 향했다.

오른손에 들린 백곰 마수의 가슴 안에서 빼낸 주먹만 한 크기의 마석!

이 멋진 늑대가 가르쳐줘서 이 마석을 찾을 수 있었다!

눈으로 닦아낸 백곰의 마석은 탁한 붉은 빛이었지만,

천문석의 눈에는 투명한 최고등급 마석보다 천 배는 아름다워 보였다.

당연했다.

이 마석은 내 거, 내 마석이니까!

크하하하하-

천문석은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리며 몸을 일으켰다.

전투 보상 획득도 끝났다.

이제는 진짜로 집에 갈 시간이었다.

천문석은 백곰 사체에 달라붙은 멋지고 잘생긴 늑대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마석 고마웠다. 서로 싸운 건 잊고. 다음에 보게 되면 친구가 되자."

컹, 커엉-

우으으으-

알겠다는 듯이 고개 들어 우는 늑대들.

천문석은 이제는 친구가 된 늑대들에게 손을 한번 흔들고,

류세연과 선생님, 학생들이 갔을 뒷산을 향해 걸었다.

---

천문석이 사라진 백곰 사체 위.

늑대들은 멀어지는 천문석을 한참 동안 보다가,

거대한 백곰 사체에 다시 입을 박았다.

수십 마리 늑대들은 백곰의 전신에 달라붙어 피를 마시고 살을 물어뜯어 삼켰다.

그리고 배가 빵빵하게 불러왔을 때,

천문석이 마석을 꺼낸 상처를 파고들어 백곰의 심장을 끄집어냈다.

아직도 더운 김이 펄펄 솟아오르는 백곰의 거대한 심장!

늑대들은 무수히 많은 동족을 잡아먹은 폭군의 심장 앞에서 무언가를 기원하듯 오랫동안 하울링 했다.

우으으으-

우으으으으-

...

그리고 하울링이 끝날을 때,

늑대들은 일제히 달려들어 백곰의 거대한 심장을 조각내 씹어 삼켰다.

이 순간 늑대들은 변이를 시작했다.

우드드득-

뒤틀린 골격이 꿈틀거리며 펴지고,

전신에 입은 크고 작은 상처가 단숨에 아문다.

온몸을 뒤덮은 긴 털이 우수수 빠지고,

짧고 탄탄한 눈처럼 새하얀 털이 순식간에 자라났다.

피처럼 붉은 송곳니와 충혈된 붉은 눈에서 씻겨나가듯 순식간에 붉은빛이 사라진 순간.

새하얀 송곳니에 빙하의 푸른 빛이 서리고,

눈에는 서릿발 같은 차가운 푸른 광채가 번득였다.

몬스터의 광기에 물들었던 붉은 눈에 이성의 빛이 완전히 돌아왔을 때.

늑대 무리는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봤다.

눈보라가 그친 청명한 밤하늘에 엄청난 수의 냉기 포자 구름이 나타났다.

늑대들은 파르륵 몸을 털며 하늘에 나타난 냉기 포자 구름을 향해 울었다.

우으으으-

우으으으으-

...

저릿저릿한 울음소리.

변이한 늑대들의 마력이 담긴 하울링이 퍼져나가자.

냉기 포자라 알려진,

서리혼이 감응했다.

서리혼은 자석에 끌리는 철가루처럼 마력이 실린 하울링에 끌려 늑대 털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원래 자리를 찾아간 것처럼 늑대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늑대들을 파르르 몸을 떨며 마침내 돌아온 서리혼을 받아들였다.

탄탄한 짧은 털이 쑥쑥 자라고,

대형견 만했던 늑대의 몸이 단숨에 커다란 황소만큼 커졌다.

그리고 거대해진 전신에서 푸른 불꽃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뜨거운 불꽃이 아닌,

불을 삼켜 냉기를 뿜어내는 마력의 불꽃.

서리혼!

서리혼을 삼킨 늑대들은 더는 영락한 늑대 몬스터가 아니었다.

서리 늑대.

강대한 용암 거인과도 싸워 이겼던,

맹염을 삼키는 냉기 불꽃을 두른 강대한 서리 늑대 일족으로 돌아왔다.

마침내 예전 모습을 되찾은 서리 늑대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서리 늑대 일족의 보금자리가 있는 영원의 설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서리 늑대 무리는 균열의 중심, 코어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렸다!

강대한 적들에게 밀려나 빼앗긴 일족의 보금자리를 마침내 되찾을 때였다!

우으으으으-

강대한 마력을 품은 서리 늑대의 포효가 대기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

우으으···

멀리서 들려오는 저릿저릿한 힘이 실린 울음소리.

"쟤네들 이번에는 소리가 좀 다르네?"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천문석.

그러나 천문석은 곧 의문을 흘려버리고,

오른손에 든 백곰의 마석을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봤다.

완전 멋진!

내 마석이다!

돌덩이가 아니라 5만 원권 지폐 다발을 보는 듯 뿌듯한 기분!

천문석은 문득 생각했다.

이 정도 크기면 얼마나 할까?

아무리 몬스터 마석이 크기보다 등급이 중요하다고 해도 크기가 주먹만 하고, 백곰 그놈은 보통 놈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천만 원은 하겠지?

생각만으로도 뿌듯했다.

한 방에 최소 천만 원이라니!

역시 헌터가 최고였다!

자신 포함 젊은이들이 괜히 헌터 면허받아보겠다고 입대까지 하는 게 아니다.

키즈 카페 부점장으로 한 달 200만 원을 좀 넘게 받았는데,

고생을 하긴 했지만, 백곰 한 마리 잡았다고 1000만 원이라니!

최고다!

으하하하-

통쾌한 웃음을 터트린 천문석이 싱글벙글 눈밭을 헤쳐 뒷산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두근-

손에 들린 마석에서 진동이 전해졌다.

"...어?"

탁한 붉은 빛의 마석에서 요사스러운 기운이 뻗어 나오고.

이 요사스러운 기운에서 전해지는 의미가 마음에 닿았을 때.

언어를 넘어선,

의미 그 자체가 느껴진다.

천문석은 우뚝 멈춰 서서 홀린 듯 마석을 봤다.

지금 당장!

이 마석을 삼켜야만 한다는 강렬한 충동이 끓어오른다!

그렇게 하면 백곰의 엄청난 힘을 얻을 것이라는 강렬한 직감이 든다!

두근, 두근-

마석의 맥동은 더욱 강해지고,

마석에서 전해지는 의미도 더욱 강렬해졌다.

한여름 타는 듯한 갈증을 느낄 때,

바로 앞에 놓인 시원한 얼음물을 보는 느낌!

손을 뻗어 얼음물을 벌컥벌컥 마시듯.

당장이라도 마석을 삼켜야만 할 것 같은 강렬한 충동이 든다!

쿵, 쿵, 쿵-

마석의 맥동에 심장마저 크게 뛰기 시작할 때.

강화 장갑을 낀 천문석의 손이 움직였다.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마석을 잡고,

왼손의 엄지로 중지를 지그시 누른다.

전생의 스승님께 배운 수인(手印).

전법륜인(轉法輪印).

천문석은 전법륜인을 짚은 왼손,

엄지와 중지가 닿은 곳에 의념을 놓았다.

쿵-

순간 의념이 놓인 수인에서 느껴지는 맥동!

왼손에서 시작된 맥동이 단숨에 공간을 넘어 오른손의 마석에 닿았다.

쿵, 두근-

쿵, 두근-

마석의 맥동은 수인에서 전해지는 맥동에 삼켜져 순식간에 동화됐다.

쿵, 쿵, 쿵-

이 순간 천문석은 전법륜인을 짚은 수인에 마음을 놓았다.

희노애락애오욕, 칠정.

칠정이 일어나자,

마석은 화로가 되어 쏟아져 들어오는 일곱 마음을 태웠다.

마음이 타는 순간,

불같이 일어나는 거대한 힘!

이 힘에 가슴이 터질 듯 벅차오르고,

저릿저릿한 힘의 여파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퍼져나간다.

일순 인간 이상의 존재가 된 것 같은 고양감!

구름을 뚫고 일어서 천지 만물을 눈 아래로 내려다보는 듯한 전능감(全能感)!

파괴적 쾌감이 전신을 달릴 때,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읊조렸다.

“칠정을 태워 공을 쌓으니, 마공!”

천문석은 알아챘다.

칠정을 태워 힘을 일으키는 이 마석은 마공 심법을 물질화시킨 마구(魔具)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동시에 깨달았다.

이 마석은 자신이 그토록 갈구하던 한 호흡의 진기,

심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었다.

이 마석을 마중물로 사용하면 혼백에 새겨진 심공을 끌어올려, 영육에 쌓아 올릴 수 있었다.

마침내 심공을 되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토록 찾던 길을 알아냈음에도,

천문석은 무심한 표정, 무심한 눈으로 마석을 봤다.

이 마석이 모든 심공의 마중물이 되는 건 아니었다.

'칠정을 태워 공을 쌓으니, 마공!'

그렇다.

마공만 된다.

---

무심한 표정의 천문석은 내심 어이없어하고 있었다.

마석에서 전해지는 강한 갈망.

인간 이상의 존재가 된듯한 고양감과 전능감.

'마석을 삼키고 힘을 얻어라!'

사람을 홀리는 마석이라니!

이건 마치 마인이 정혈로 써 내려간 마공서(魔功書)와 같지 않은가?

천문석은 칠정을 태우는 마석을 관조해 그 실체를 가늠해 봤다.

하-

자신도 모르게 터진 실소.

이 전능감 또한 허상일 뿐.

실체는 삼류 마공···.

삼류 중에서도 저 끄트머리쯤에 있는 마공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사진과 영상으로 마석을 볼때는 알 수 없었던 사실이다.

이 마석이 백곰의 사념이 담겨 특이한 것인지,

아니면 모든 마석이 이런 건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두근, 두근-

이때 칠정을 모두 태운 마석에서 다시 한번 갈망이 흘러들어왔다.

마석을 삼키고 백곰 같은 힘을 얻어라!

칠정을 삼킨 마석에서 전해지는 갈망은 한층 강해져 있었다.

그러나 천문석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천마 신공을 다시 가져온대도 거들떠보지도 않을 자신이다.

그런 전생 천마에게 삼류 마공도 안되는 마석을 삼키라니···!

하-

마공의 급이 떨어질수록 부작용이 더 심하다는 걸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유혹이다.

천문석은 어이없어하면서 수인을 짚은 왼손을 봤다.

엄지로 누른 중지,

전법륜인.

이 수인은 중 같지 않았던 중,

자신을 마도 18문 중 하나인 버려진 사찰에 던져두고 훌쩍 떠나버린 스승님께 배운 것이다.

전생의 스승님께 배운 이 수인은 영육에 쌓은 심공을 잃은 지금도 기능하고 있었다.

이 수인이 외공과 내공, 무(武)에 기반을 두지 않은 혼백에 새겨진 법(法)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순간 좋은 생각이 났다.

천문석은 전법륜인을 짚은 왼손을 오른손의 마석에 가까이 가져갔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딱밤을 때렸다!

따악-

겉보기에는 별다를 것 없는 딱밤.

그러나 이 딱밤은 전생의 스승님께 배운 전법륜인의 법을 담고 있었다.

전법륜인의 수인(手印),

손의 모습보다 이 인(印)에 새겨진 마음이 더 중요하다.

극에 달하지 못한 흉내 내기에 불과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아상(我相)을 끊고 칠정(七情)을 지운 전법륜인 딱밤이 마석에 떨어지는 순간!

칠정을 태워 더 크게 맥동하고 더 큰 갈망을 전하던 마석은 부르륵 진동했다.

‘부르륵?’

천문석은 마석에서 전해지는 느낌으로 감을 잡았다.

통한다!

순간 쉴 새 없이 날아가는 딱밤!

딱, 딱, 딱, 딱, 딱-

천문석은 강화 장갑을 낀 손으로 전법륜인 딱밤을 쉴새 없이 갈기며 무심하게 앞으로 걸었다.

마석에서 전해지던 갈망은 순식간에 흩어지고,

두근거리던 맥동은 숨이 다한 것처럼 가닥가닥 끊어졌다.

어느새 아무 갈망도 느껴지지 않는 마석.

그러나 천문석은 전법륜인 딱밤을 계속 날렸다.

전생의 마인 놈들도 그랬다.

반성하는 것 같다고 손을 멈춰서는 안 된다.

주먹을 들면,

반드시 피를 봐야 한다!

딱, 딱, 딱, 딱, 딱-

평소 류세연에게 날리던 딱밤보다 10배는 강한 딱밤이 끝없이 이어졌다!

퍽-!

그리고 마침내 마석 표면에 금이 생겨났을 때,

천문석은 이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마석을 전술 벨트에 달린 주머니에 휙 아무렇게나 넣었다.

천문석은 차게 식은 눈으로 주머니를 봤다.

"내가 미친것도 아니고, 주먹만 한 돌을 삼킬 리가 없잖아?"

그리고 당연히!

그 끝에 파멸만 존재하는 마공을 배울 리도 없다.

이 마석은 천만 원짜리 엄청 비싼 돌덩이일 뿐이다.

천문석은 피식 한번 웃고 설원을 걸었다.

얼른 집에 가서 뜨거운 물로 목욕하고.

돼지고기를 듬뿍 넣은 펄펄 끓는 김치찌개를 먹고 싶었다.

사치스럽게 계란후라이는 3개,

가성비 최악의 도시락 김도 3개를 한 번에 뜯어놓고 먹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수입 캔 맥주도 12캔 두 묶음을 사 가야지!

난 천만 원짜리 마석을 가진 부자니까!

으하하하-

천문석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눈 폭풍이 그쳐 선명하게 보이는 뒷산을 향해 걸어갔다.

...

하나의 일을 끝낸 후련함,

손에 들어온 엄청난 보상.

휘이잉-

그리고 칼날 같은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때.

신경 반응을 감지해 운동능력을 보조하고,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헌터용 강화 전투복.

이 모든 게 천문석의 몸과 마음을 가볍게 했다.

그래서 미처 알지 못했다.

-백곰과 생사결을 벌일 때부터 천강흔이 미약하게 빛났다는 것을.

-전투가 끝나고 빛을 잃어가던 천강흔이 전법륜인으로 마석을 깨뜨리는 순간 다시 선연한 빛을 뿜어냈다는 것을.

설원을 걷는 천문석의 머리 위.

눈 폭풍이 그친 맑은 밤하늘에서 북두칠성이 빛을 발할 때,

방검복과 강화 전투복으로 겹겹이 싸인 천문석의 육체에 새겨진 천강흔도 빛났다.

천강흔(天罡痕).

전생의 천문석이 천마신공의 극을 넘어 하늘과 대지를 잇는 순간 영혼육백에 새겨진 강기(罡氣)의 흔적.

생사를 넘어 현생의 천문석에게 다시 나타난 이 흔적은 하늘(天)의 북두칠성(罡)처럼 선연하게 빛났다.

그리고 한참 후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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