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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7화 (28/1,336)

# 28

비정규직 천마 - #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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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7

얼음벽을 어떻게 뚫었지?!

하울링을 듣는 순간 떠오른 의문.

그러나 지금 중요한 건 의문이 아니었다.

바리케이드가 뚫리지 않은 지금,

먼저 움직여 주도권을 잡아야 했다!

우왕좌왕하다가는 상황에 끌려갈 뿐이다.

천문석은 바로 외쳤다.

"선생님! 지금 바로 움직여요! 바리케이드 곧 뚫려요!"

천문석의 외침에 하울링을 듣고 굳어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세영 교장은 강화 철문에 달린 키패드로 달려가 문을 열었고,

류세연은 학생들과 함께 담요와 천을 얼릴 대형 생수통을 챙겼다.

이사이 천문석은 계단으로 달려가 아래를 살폈다.

타다다닥-

쾅, 콰아앙-

늑대 달리는 소리가 들리고,

계단을 막아놓은 책상과 의자, 그 위를 덮은 천 조각이 들썩인다.

어느새 계단에 도착한 늑대들이 몸으로 책상과 의자에 충돌하고 있었다.

들썩이는 바리케이드 틈으로 균열의 푸른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침식 현상이 바리케이드가 있는 곳까지 스며들고 있었다.

"문석아! 문 열렸어!"

이때 이세영 교장의 외침이 들려왔다.

천문석은 바로 열린 옥상 문을 향해 달렸다.

상황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자신이 선두다.

가장 먼저 움직여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고,

안전한 길을 찾는다!

천문석이 야시경을 켜고 문을 나선 순간.

오로라처럼 일렁이는 푸른 빛이 쏟아졌다.

그리고 몸이 날아갈 듯한 거센 바람과 눈보라가 몰아쳤다.

휘이잉-

엄청난 강풍!

옥상밖에는 눈 폭풍이 불고 있었다!

학교 건물 밖 옥상은 이곳이 7월의 대한민국 학교라는 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바람과 눈이 몰아쳤다.

천문석은 완강기 줄을 세연에게 던지고 크게 외쳤다.

"세연아! 그 줄 문에 묶어! 난 주위 확인하고 올게!"

"알···. 았어!"

바로 앞인데도 세찬 바람에 끊기는 목소리.

천문석은 완강기 줄을 잡고, 옥상을 달렸다.

푹, 푹-

어느새 옥상에 쌓인 눈에 걸음마다 정강이까지 눈 속으로 빠져들었다.

트트트트트-

공기를 울리는 헬기 소리가 세찬 바람 소리 사이로 희미하게 들려온다.

천문석은 헬기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거센 눈발과 강풍에 헬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런 눈 폭풍을 뚫고 헬기가 옥상에 착륙할 수 있을까?

아니 헌터 부대를 내려놓을 수는 있을까?

문득 걱정됐지만,

곧 걱정을 털어 버렸다.

지금은 걱정이 아니라, 움직일 때였다.

천문석은 산이 있는 곳,

처음 생각한 탈출 방향을 향해 눈 속을 달렸다.

휘이잉-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뚫고 난간까지 가는 길.

천문석은 2, 3미터 마다 눈을 발로 다지고, 그 위에 불이 켜진 후레쉬를 꽂으며 이동했다.

거센 눈보라로 속, 후레쉬 불빛으로 만들어진 길이 이어졌다.

후레쉬를 20개쯤 꽂았을 때,

천문석은 산 쪽으로 접한 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히 공간 왜곡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고,

어찌 된 일인지 냉기 포자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천문석은 헌터용 복합 야시경으로 뒷산, 탈출로 방향을 확인했다.

거센 눈보라에 정확한 상황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침식 현상이 산을 타고 확장되지도, 냉기 포자와 다른 몬스터가 보이지도 않았다.

천문석은 복합 야시경을 조정해 푸른빛이 끝나는 곳까지의 거리를 쟀다.

침식 현상 영향권 밖까지의 거리는 대략 300미터.

300미터!

건물을 내려가 300미터만 뚫으면 된다!

늑대가 학교 안으로 들어와 다급하게 움직였는데, 거센 눈보라를 제외하면 생각보다 상황이 좋았다.

천문석은 난간 아래 높게 쌓인 눈 속으로 해머를 집어넣어 휘저었다.

깡-

해머에 부딪혀 울리는 금속음.

금속음이 들린 눈 속으로 손을 뻗어 확인하니 생각한 그것이 있었다.

안전 상자!

천문석은 안전 상자에 주위에 쌓인 눈을 치우고 상자 손잡이를 잡고 들어 올렸다.

탁, 탁-

단단하게 얼어붙어 열리지 않는 상자.

천문석은 강화 해머로 상자 입구 부위를 때렸다.

깡, 콰직-

깡, 꽈지직-

얼음 깨지는 소리가 몇 번 들리고 안전 상자 뚜껑이 열렸다.

뚜껑이 열리자 천문석은 바로 움직였다.

늑대를 피해 옥상으로 나왔지만,

구조대 헬기가 온 이상 상황이 변했다.

옥상에서 내려가 직접 눈보라를 뚫는 게 아니라, 여기서 구조대를 기다릴 수도 있었다.

둘 다 장단점이 있고,

한 가지를 선택할 사람은 학생들을 책임지는 이세영 교장 선생님이다.

천문석은 이세영 선생님이 무엇을 선택하든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를 시작했다.

난간에 쌓인 눈을 흩어버리고,

안전 상자 안의 밧줄을 꺼내 바닥에 단단하게 박힌 고정고리에 걸고 난간 너머 땅으로 던졌다.

예비용까지 3번째 밧줄을 던질 때,

류세연의 희미한 외침이 들려왔다.

"오빠! 준...비! 끝났...어!"

"세연아! 바로 완강기 줄 풀고! 이곳으로! 움직여! 옥상은! 괜찮아! 후레쉬 불빛! 따라서 바로 이동해!"

천문석이 크게 외치고 상자 안의 하네스와 완강 고리 10여 개를 모두 확인했을 때,

이세영 선생님을 선두로 학생들과 류세연이 완강기 줄을 잡고 눈보라를 지나 난간에 도착했다.

"문석아! 어때!?"

거센 눈보라에 악을 쓰듯 외치는 이세영 선생님.

"선생님! 300미터만 가면 돼요! 이 방향으로는! 몬스터가 보이지 않아요! 어떻게 할까요?! 출발해요, 기다려요?"

천문석도 악을 쓰며 대답했다.

이세영 교장은 눈 폭풍이 몰아치는 주위를 둘러보고 천문석이 가리키는 탈출로와 하늘을 번갈아 봤다.

휘이이잉-

거센 눈보라가 몰아치는 설원.

트트트트-

위치를 확인할 수 없는 구조 헬기 소리.

그리고 강풍을 피해 난간 아래 쪼그려 앉은 학생들.

학생들은 물을 부어 얼린 담요와 천을 두른 채 거센 바람을 피해 모여 앉아 있었다.

지금은 괜찮지만, 체온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을 거다.

하늘에서는 여전히 헬기 소리가 들려오지만,

이런 눈 폭풍 속으로 헬기가 직접 들어오는 건 불가능하다.

아마도 침식 영향권 밖 안전한 장소에 구조대를 내리고,

구조대는 도보로 균열 침식 지대를 뚫고 이곳까지 들어올 것이다.

그러나 눈 폭풍이 몰아치고 냉기 포자가 흩날리는 균열 침식 지대를 뚫고 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선택은 두 가지.

첫째. 구조대를 기다린다.

둘째. 직접 눈보라를 뚫고 나간다.

보통의 경우라면 구조대를 기다렸을 거다.

그러나 냉기 포자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고 뒤에 늑대들이 붙었다.

이세영 교장은 옥상 문 방향을 봤다.

거센 바람 소리를 뚫고 들려오는 둔중한 진동음.

쿠웅, 쿵-

어느새 문에 도착한 늑대들이 강화 철문에 몸을 부딪치고 있었다.

강화 철문이 아직은 잘 버티지만,

늑대 수가 늘어나면 언제 뚫릴지 모른다.

이세영 교장은 시선을 돌려 옥상 너머, 천문석이 가리켰던 탈출로를 다시 훑었다.

300미터밖에 안되는 거리지만,

엄청난 눈보라에 목표인 뒷산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 당장은 몬스터가 보이지 않지만,

중간에 어떤 몬스터가 나올지도 알 수 없었다.

기다리는 것, 뚫고 나가는 것 모두 위험 요소가 있다.

이성은 구조대를 기다려야 한다지만,

격렬한 낙동강 전선에서 몇 년 동안이나 살아남은 직감이 외친다.

지금 당장 저 눈보라를 뚫고 나가야 한다고!

이세영 교장의 시선이 학생들에게 향한다.

혼자거나 낙동강 전선 때처럼 부하들과 함께 있다면 직감에 따라 움직였을 거다.

그러나 지금 자신은 군인 이세영이 아닌 이세영 선생이고, 군인인 부하들이 아니라 학생인 제자들과 같이 있었다.

단 한 명의 피해도 감수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하지···?'

망설이던 이세영 교장이 문득 천문석을 봤다.

천문석은 어느새 학생들에게 하네스를 입히고 끈을 당겨 고정하고 있었다.

휘이이잉-

거센 바람 소리에 천문석은 악을 쓰듯 외쳤다.

"절대! 절대로! 내려갈 때, 밧줄 잡지 마라! 너 손 잘린다!"

"형···! 진짜예요?!"

겁먹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학생.

천문석은 씨익 웃으며 학생의 가슴을 툭 친다.

"당연히! 구라지!"

"아! 형!"

천문석은 짜증 내는 학생의 하네스에 완강 고리를 달면서 말했다.

"이 완강 고리 있어서 괜찮아! 이 정도야 껌이지! 그리고 너희들은! 평생 자랑거리를! 가지게 된 거야!"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오··· 삼촌. 또 뭔 소리를 하려고···?”

난간 아래 모여 앉은 학생들의 의아해하는 시선이 모이자,

천문석은 씨익 웃으며 손가락으로 자기 얼굴을 가리켰다.

"너희들! 나중에 친구들! 만나면 꼭 자랑해라! 허무인 보다! 잘생긴 형이랑! 같이! 마경을 뚫고 나왔다고!"

"..."

순간 정적이 내려앉고 다음 순간 경악한 학생들의 외침이 쏟아졌다.

"아··· 좀!! 형! 뭔 개구라를!"

"오빠! 눈 없어요?! 허무인이요? 진심?!"

"아재 감성 극혐! 아무리 봐도! 20대가 아니야! 솔직히 말해봐! 삼촌 50대지!"

...

바짝 얼어붙어 있던 학생들의 어이없어하는 표정과 분노마저 느껴지는 외침들.

이세영 교장은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삼켰다.

그리고 깨달았다.

천문석.

어려운 상황에도 언제나 긍정적이던 자신의 제자는 이제 긴박한 상황에도 여유 있게 농담을 던지는 멋진 청년이 됐다.

게이트 전쟁이 끝난 후 군에 남지 않고,

학교로 돌아온 건 이런 제자들 때문이었다.

이 순간 이세영 교장은 마음의 결정을 했다.

길을 뚫는다.

내 생명을 바쳐서라도 여기 있는 제자들을 지키겠다!

---

기이이익-

으으으으-

거센 눈 폭풍 속 완강 고리가 밧줄을 훑고 내려가는 소리와 억눌린 신음이 동시에 터졌다.

지상에서 기다리던 이세영 교장은 도착한 학생의 완강 고리를 밧줄에서 벗겨냈다.

그리고 옥상을 향해 후레쉬로 큰 원을 만들면서 소리쳤다.

"문석아! 됐어!"

그러나 눈 폭풍에 삼켜진 외침은 건물 옥상으로 전해지지 않았다.

"마지막 학생만 남았어요! 선생님!"

옥상의 천문석은 후레쉬가 만든 큰 원을 보고 학생이 무사히 도착했다는 걸 확인한후,

크게 소리치며 후레쉬로 원을 만들어 알아들었다는 표시를 했다.

그리고 후레쉬를 위아래로 흔들어 '1'을 만들고 마지막 남은 학생을 봤다.

류세연이었다.

"너···. 아직도 안 내려갔었냐?"

"...이런 푸대접이라니! 건물주 딸로서! 월세를 대폭 인상해야겠어!!"

"어디! 구원자님께!"

"으웩-"

세연이 헛구역질을 할 때,

천문석은 세연의 완강 고리를 밧줄에 걸었다.

휘이잉-

쿠웅, 쿵-

점점 거세지는 바람,

게다가 강화 철문에서 들려오는 진동도 커지고 있었다.

천문석은 세연에게 얼굴을 가까이하고 외쳤다.

"내려가면! 내가 준 완강기 줄 친구들이랑 하네스 고리에 묶어서 연결해! 이 정도 눈보라면! 바로 옆에 있어도 놓치고 헤맬 수 있다! 줄을 고리에 단단히 묶어! 손에 잡는 거로는 안 돼! 그리고 움직이면 절대 멈추면 안 돼! 앞만 보고 걷는 거야!"

"...어?"

세연이 무언가를 느낀 듯 고개를 들어 바라볼 때,

천문석은 하네스를 잡아 세연의 몸을 번쩍 들었다.

"조심하고! 나중에 보자!"

"...어! 뭐!? 잠깐!"

천문석은 류세연을 아래로 내려보냈다.

기이이이익-

"...하려고! 오빠! 천문석! 야! 야!!"

놀란 얼굴의 류세연이 다급히 소리치면서 아래로 내려갔다.

천문석은 밧줄을 타고 내려가면서 소리치는 세연이를 보며 어이없어했다.

"쟤는 또 왜 저래? 삼촌이라니까! 야! 너 딱밤 10대! 적립이다!"

그리고 옥상을 올려다보고 있는 이세영 선생님을 향해 외쳤다.

"선생님 바로 준비하세요! 전 이것만 설치하고 내려갈게요!"

"...문..."

그러나 천문석의 외침은 이번에도 거센 눈보라에 먹혀 버렸다.

천문석은 바로 전술 조끼에 들어있는 발광 신호탄을 꺼내 당겼다.

파스스스-

불꽃을 뿜어내는 발광 신호탄을 크게 흔들고, 반대쪽 난간을 향해 움직여 선을 만들었다.

목소리는 전해지지 않아도 이 발광 신호탄을 보면,

참전 용사인 이세영 선생님은 자신의 의도를 바로 알아차릴 거다.

조금이라도 위험을 낮추기 위해,

진행 경로 반대쪽에 미끼를 설치하려는 자신의 의도를.

류세연이 마지막으로 땅에 도착하고,

이세영 선생님은 자신의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후레쉬로 커다란 원을 그렸다.

천문석은 바로 몸을 돌려 눈보라가 몰아치는 옥상을 가로질러 달렸다.

옥상 반대쪽 난간에 재빨리 미끼를 설치하고,

일행과 합류해 이곳 균열 침식 지대에서 빠져나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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