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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천마 - #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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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
천문석은 주위를 훑어봤다.
-바닥에 누워 다리를 잡고 끙끙대는 류세연.
-자신을 다른 제자로 착각해 반가워하는 이세영 선생님.
-멀찌감치 떨어진 채 자신을 힐끔거리며 수군대는 학생들.
...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어이없어하기도 잠시.
휘이잉-
부르릉-
거센 바람 소리가 들려오고,
유리창이 거세게 진동하는 순간.
천문석은 정신을 차렸다.
'이럴 때가 아니지!'
"선생님! 학생들 더 있어요? 바로 빠져나가야 해요!"
천문석의 다급한 외침을 들은 이세영 교장은 말을 멈췄다.
"어? 그러고 보니···. 옥상에는 내가 있었는데, 너 어디로 들어온 거야?"
이세영 교장은 머리를 한번 젓더니 눈을 빛내며 빠르게 질문했다.
"1층에 진입로 뚫은 거야? 냉기 포자 깔렸을 텐데? 다른 팀원은 어딨고?"
"말하려면 길어요. 학교 밖으로 이어지는 안전한 통로가 있어요. 학생들 바로 데려오세요. 선생님."
천문석의 말에 이세영 교장은 더는 묻지 않고 바로 움직였다.
학교 1층이 뚫리고 냉기 포자가 들어왔다.
게다가 학교 내부에서 균열 침식이 시작된 상황이다.
안전한 통로가 있다면,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 학생들을 그 통로로 빼내야 했다!
"너희들! 선생님 제자, 이 사람 옆에 바짝 붙어있어! 절대! 절대로! 혼자 움직이면 안 돼!"
이세영 교장은 몇 번이나 학생들에게 주의를 시키고 계단 위로 뛰어 올라갔다.
교장 선생님이 계단 위로 올라간 사이,
천문석은 류세연의 다리를 살폈다.
"다리 좀 본다."
으으-
세연은 앓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녹색 추리닝 바지를 걷어 올리니 퍼렇게 멍이 든 정강이가 보였다.
늑대 몬스터의 치악력도 버티던 강화 패드다.
여기다가 로우킥을 갈겼으니 부러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멍청한 녀석."
천문석은 어이없어하며 전술 조끼에서 다목적 패치를 꺼내 세연의 다리에 붙였다.
"그 장비는 어떻게 된 거야? 아니 그보다 여긴 어떻게 왔어? 오···. 삼촌. 병원에 있다고 했잖아?"
"설명하자면 길다."
세연의 질문에 천문석은 가볍게 고개만 저었다.
그렇다 설명하자면 길었다.
오늘 점심, 철수형이 사주는 고기를 먹다가 몬스터 위기 경보가 울리고 정신없이 구르다 보니 어느새 학교까지 왔다.
고깃집, 키즈카페, 병원, 뒷산, 학교로 이어지는 여정······.
생각을 이어가던 천문석은 깜짝 놀랐다.
어? 그러고 보니···!
놀랍게도 이 모든 게 시작된 건 오늘 낮 점심시간이었다!
순간 천문석은 짙은 피로감을 느꼈다.
일주일은 지난 것 같은데···.
일이 터지고 12시간도 지나지 않았다니···.
어쩐지 영화 주인공처럼 굉장히 알차고 빡세게 구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오빠···. 오빠."
이때 상념을 깨우는 세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어디서! 기어올라! 삼촌!"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세연의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따악-
으악-
딱밤을 맞은 세연이 고통스러워하는 순간,
천문석은 깨달았다.
이럴 때가 아닌데···.
무의식중에 딱밤을 때려 버렸다.
그동안 수없이 날렸던 딱밤이지만,
이번에는 세연에게 좀 미안했다.
그러나 천문석은 미안한 마음을 감추고 평소처럼 말했다.
"자 일어설 수 있지. 조심해서 일어나봐."
천문석은 고통스러워하는 세연의 팔을 부축해 조심스럽게 일으켜 세웠다.
"으으으! 병 주고 약 주고도 아니고! 이게 뭐야!? 젠장···! 복수할 거야!"
세연이 투덜거리며 일어서자, 천문석은 피식 웃었다.
"이게 어디서. 생명의 은인에게! 앞으로는 삼촌 말고 구원자님이라고 불러라."
"으웩-"
류세연이 헛구역질할 때,
멀찌감치 모여있던 학생들이 소곤거렸다.
"저 사람이 세연 선배를 구하러 왔나 봐···."
"특수부대원이 구하러 오다니···. 세연 선배 정체가 뭐야?"
"분명 국회의원 딸이라니까!"
"고위 공무원 딸 아닐까? 국회의원은 요즘 더럽게 힘들고 권한은 개뿔도 없다던데."
"내가 보기에는 재벌인 거 같은데? 저 형이 개인 경호원인 거지."
"교장 선생님이 저 형보고 군인이랬잖아."
"아···. 그럼 뭐지? 재벌이 군대를 움직일 수도 있나?"
순간, 학생들 머릿속에 동시에 떠오르는 이름이 하나 있었다.
학생들의 시선이 강철 덧창으로 가려진 창으로 일제히 움직였다.
한국인 누구나 알고 있는 초거대기업의 이름.
재금 그룹.
게이트 안정화 기술을 개발하고,
대 몬스터용 탄환, 마탄의 전 세계 특허를 가진 재금 그룹이라면?
학생들의 고개가 일제히 세연에게로 향했다.
부축을 받아 일어선 류세연.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색이 바랠 정도로 오래 입은 녹색 추리닝.
재벌은커녕 중산층 같지도 않았다.
학생들의 시선이 혁재에게로 향했다.
사장 아들 혁재.
재벌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중소기업 사장 아들 혁재가 세연 선배보다 훨씬 부티가 났다.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
"아닌가 보다."
"맞아. 아닌 거 같아."
"혁재보다 없어 보이잖아."
"맞아. 세연 선배가 재금 그룹 사람일 리 없지."
"그러고 보니. 세연 선배 전에 내 컵라면 뺏어 먹었어."
"맞아. 나도 빵 샀는데 1+1이라고 하나 가져가고, 자기 데자와 주고 갔어."
...
류세연을 힐끔거리는 학생들의 증언이 이어질 때.
이세영 교장은 옥상 문 앞에서 기다리던 학생들과 함께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사장은 벌벌 떨며 지하통로를 달리고 있었다.
---
'2시간은커녕, 30분도 버티지 못했다니!'
지하통로를 달리는 이사장은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게다가 통로에서 만난 그 남자!
보자마자 해머를 휘둘렀던 그 남자는 약탈자가 분명했다.
몬스터 위기 상황을 이용해 한탕 하려는 약탈자!
약탈자가 학교로 들어오다니!
도망쳐야 했다!
균열에서!
몬스터에게서!
그리고 약탈자에게서!
당장이라도 어둠 속에서 약탈자가 나타날 것만 같았다.
공포에 질린 이사장은 맹목적으로 앞으로 달리다가 무언가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으악-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구르는 이사장.
이사장의 발에 걸린 건 정강이 높이까지 솟은 얼음덩어리였다.
이사장은 바닥에서 일어나자마자, 무엇에 걸렸는지 확인하지도 않고 앞으로 달렸다.
완전한 패닉에 빠진 이사장에게는 눈앞의 통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지하통로 입구의 미닫이문이 열리고 캐비닛이 완전히 치워졌다.
창고 문을 박차고 나와 정신없이 주차장을 달려 관리사무실로 향했고,
이사장이 지나간 경로의 문들이 모두 활짝 열렸다.
그리고 주차장 관리사무실.
"어딨지? 어딨어!"
열쇠 꾸러미를 뒤지는 이사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사무실 안에 울려 퍼졌다.
이사장은 언제나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열쇠를 던져줬다.
당연히 자신의 차 열쇠가 어딨는지 알지 못했다.
이때 문득 열쇠를 받은 직원이 책상 서랍을 열던 기억이 났다.
이사장은 바로 책상 서랍을 열었고 그 안에서 자신의 차 열쇠를 찾았다!
바로 차를 찾아 시동을 걸고 나가려는데,
차가 접근해도 닫힌 주차장 셔터가 열리지 않았다.
차에서 내린 이사장은 셔터를 고정한 수동 기어를 풀고,
강화 셔터를 올리는 버튼을 누른 다음 재빨리 차로 돌아왔다.
몬스터는 생각도 안 한 평소와 다름없는 행동이었다.
익숙한 자신의 차에 탔다는 안도감,
지하통로를 지나 지금까지 아무것도 만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사장을 방심하게 했다.
스르륵-
강화 셔터가 부드럽게 올라갈 때,
운전대를 잡은 이사장은 조급하게 말했다.
"빨리, 빨리!"
그리고 1미터가량 강화 셔터가 올라간 순간,
땅과 셔터 사이, 어둠 속에서 눈을 가득 실은 바람이 불어왔다.
휘이잉-
하얀 눈발이 운전석을 때릴 때,
어둠 속에서 한 쌍의 붉은 빛이 생겨났다.
"어···?"
이사장이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당황한 순간.
붉은빛들은 순식간에 그 수를 늘려갔다.
어둠 속에서 붉게 빛나는 수십 쌍의 불빛!
그리고 들려오는 짐승의 으르렁거림.
그르르-
"..."
이사장은 떨리는 손으로 헤드라이트를 켰다.
탁-
헤드라이트 불빛에 드러나는 수십 마리의 늑대!
크아앙-
강렬한 헤드라이트에 모습이 드러나자,
으르렁대던 늑대 무리가 포효하며 일제히 달려들었다.
꺄아아악-
쾅, 콰아앙, 쾅-
쉴 새 없이 자동차로 부딪히는 늑대들!
적을 쫓아 왔으나 굳게 닫힌 강화 셔터에 막혀있던 늑대들.
억눌린 분노와 고통, 광기가 폭발한 늑대들은 미친듯이 날뛰었다.
어지간한 몬스터의 공격도 버틸 수 있는 고급 자동차.
그러나 몬스터의 수가 너무 많았고, 차는 움직이지 않고 멈춰있었다.
이사장이 탄 자동차는 순식간에 부서지기 시작했다.
깨져나가는 헤드라이트,
떨어져 나간 범퍼와 주저앉은 천장.
순식간에 철판이 우그러지고 프레임이 뒤틀린다.
그리고 타이어가 갈가리 찢겨 차체가 주저앉을 때.
휘이잉-
주차장 안쪽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이 순간 자동차를 박살 내던 늑대들이 멈췄다.
광기가 이글거리는 붉은 눈의 늑대들이 킁킁거리며 바람에 실려 온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바람에서 쫓고 있던 적의 냄새를 찾았다!
우으으으-
늑대 무리는 일제히 하울링을 하고 주차장 안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활짝 열린 창고 안으로 이어진 '적'의 흔적을 발견했다.
우으으으-
광기 어린 기쁨이 담긴 하울링이 다시 한번 터지고,
늑대 무리는 이사장이 열어둔 문을 통해 지하통로로 쏟아져 들어갔다.
'적'이 앞에 있다!
늑대 몬스터는 천문석을 향해 달렸다!
---
앞장서 지하통로 안으로 들어가던 천문석.
천문석은 문득 느껴지는 가려움에 귀를 긁었다.
이때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이사장이 이 통로로 도망쳤다고? 이사장 이 새끼 어디로 사라졌나 했더니···."
이세영 교장은 이를 갈면서 질문했다.
"문석아. 정말 이사장이었냐?"
이세영 교장은 통로를 직접 보고, 이를 갈다가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다시 확인했다.
"네. 맞아요. 선생님."
천문석은 이세영 선생님에게 이미 자신이 본 것을 모두 말했다.
그러나 이세영 선생님은 이사장이 지하통로로 혼자 도망갔다는 걸 믿지 못했다.
이사장실에서 비밀 문을 직접 보고,
학생들과 함께 비밀 문 뒤에 있는 계단을 내려와 지하통로로 들어가는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이세영 선생님은 이사장에게 이를 갈면서도 몇 번이고 정말 이사장이 맞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천문석은 이세영 선생님의 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선생님은 믿기지 않는 게 아니라, 믿을 수가 없는 거다.
아무 말도 없이 이사장 혼자서 안전한 통로로 도망쳤다는 사실을.
낙동강 전선, 그 치열한 전장에서 끝까지 싸웠던 이세영 선생님에게 동료와 학생들을 버리고 도망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이사장 이 새끼! 진작에 이사장실을 뒤져 봤어야 했는데···. 내 감을 믿었어야 했는데! 하! 이 새끼를 어떻게 조지지."
이세영 교장은 지하통로를 둘러보며 다시 한번 분통을 터트렸다.
이때 천문석은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다.
이사장이 흘리고 간 금속 상자!
그게 있었다!
이 상자가 이사장이 이 통로를 지나갔다는 증거가 될 거다. 이걸 이세영 선생님에게 넘기면 선생님이 알아서 처리할 거다.
잘됐다고 생각하며, 전술 조끼에 넣어둔 상자를 꺼내려 할 때.
얼핏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우으...
바람에 실려 온 작은 울음소리.
산에서 몇 번이나 들어 익숙한 소리가 지하통로 안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이 순간 천문석과 이세영 교장의 눈이 마주쳤다.
"문석아? 저 소리?"
"선생님! 제가 확인할게요! 학생들하고 여기서 기다리세요! 세연아 너도 여기 있어!"
천문석은 대답을 듣지 않고 달렸다.
지하통로 안을 달려갈수록 소리는 더 크고 분명하게 들린다.
우으으으-
산을 타고 달리며 몇 번이나 들었던 늑대 하울링.
자신이 산비탈로 굴려버린, 그 탱탱볼 늑대의 하울링이다!
천문석은 달리며 생각했다.
늑대 놈들이 지하통로로 들어왔다고?
그럴 리 없다.
자신의 냄새를 쫓아 왔어도,
지나면서 보이는 문은 모두 닫았다.
게다가 안전지대인 주차장 입구는 강화 셔터가 내려졌고,
사무실 문은 키패드에 긴급 번호를 눌러야 열린다.
혹시 주차장 벽이 뚫린 건가?
내가 싸운 늑대가 아닌 다른 늑대들인가?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던 천문석은 번개 치듯 한 사람을 떠올렸다.
이사장!
패닉에 빠져 정신없이 도망친 이사장이 있었다!
만약 이사장이 확인도 하지 않고 주차장 셔터를 열었다면?
천문석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고,
잠시 후 자신의 예감이 맞았다는 걸 확인했다.
하울링의 정체는 산에서 싸웠던 늑대들이 맞았다.
붉은 눈에서 광기가 일렁이고,
입 밖으로 위협적인 붉은 송곳니가 툭 튀어나온 늑대들!
이 늑대들은 바위 비탈에서 오랫동안 구른 듯 엉망이었다.
낙엽과 나뭇가지가 달라붙고,
뒤엉기고 피가 묻어 엉망이 된 털.
몇몇 놈은 절뚝이고,
다른 몇 놈은 켈룩거리고 있다.
정상으로 보이는 놈이 없는 늑대 무리···.
보는 순간 자신이 바위 비탈에서 굴린 늑대들이라는 감이 왔다.
그리고···.
계속 보고 있으니 어이없게도,
이 늑대 몬스터들이 좀 짠했다.
"..."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짠한 마음을 담아 감탄했다.
“너희들 의지가 대단하구나? 반대쪽 산 입구까지 굴러갔을 텐데···. 어떻게 그 상태로···. 여기까지 왔냐?”
천문석이 감탄하는 순간,
마침내 '적'을 만난 늑대들은 난리가 났다.
우으으으-
어쩐지 억울함이 느껴지는 하울링 소리가 지하통로를 울렸다.
날카로운 발톱을 내밀어 땅을 긁고,
붉은 송곳니를 드러낸 채 으르렁거린다.
그륵, 그르륵-
크르릉-
몇몇 놈은 살기가 폭발했는지,
땅을 박차고 펄쩍펄쩍 뛰기까지 한다.
천문석은 강아지를 진정시키듯 손을 보이며 외쳤다.
워, 워, 워-
천문석에게 하도 지독하게 당해서일까?
깨에에에-
워, 워- 소리에 반사적으로 움츠러드는 늑대들.
그러나 늑대들은 움츠러든 자신들의 모습에 깜짝 놀라서 바로 몸을 펴고 용맹하게 울었다.
우으으으-
이때 천문석은 성큼 늑대에게 다가가 바로 앞에서 장난스럽게 손을 흔들었다.
"야. 왜 이리 화를 내고 그래. 우리 과거는 잊자."
크아아앙-
늑대들은 발광했다.
진득한 침이 뚝뚝 떨어지고,
붉게 충혈된 눈은 피가 차오르듯 붉어졌다.
그리고 으르렁거림이 뚝 멈추는 순간.
일제히 달려들었다!
일직선의 통로.
전처럼 속임수를 쓸 수도 없는 상황.
당장이라도 광기가 폭발한 늑대 무리가 천문석을 휩쓸 것만 같았다.
그러나 천문석은 무기도 뽑지 않은 채 태연했다.
크아앙, 쿵-
깨애앵-
크르릉, 쾅-
깨에에-
천문석을 향해 포효하며 돌진했다가 멀리 튕겨 나가는 늑대들.
늑대 무리의 공격은 모두 막히고 있었다.
얼음벽에.
천문석이 지하통로를 지날 때 바닥에서 올라오던 얼음이 어느새 천장까지 자라 투명한 얼음벽을 만들고 있었다.
휘이잉-
문득 등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
바람에 실려 온 눈발이 얼음벽에 달라붙자,
얼음벽에서 파도치듯 일렁이는 푸른 균열의 빛이 뿜어졌다.
늑대 무리는 균열의 빛을 머금은 투명한 얼음 뒤에 있었다.
자신과 류세연, 이세영 선생님과 학생들은 저 끈질긴 늑대들에게서 안전했다.
그러나 모든 일은 양면이 있는 법.
늑대를 막은 얼음벽은 지하통로, 안전한 탈출로도 막고 있었다.
자신과 류세연, 선생님과 학생들은 갇힌 것이다.
봉쇄가 뚫렸고,
냉기 포자가 날리며.
균열 침식이 진행 중이고,
냉기를 머금은 눈보라가 몰아치는.
학교에 갇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