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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20화 (21/1,336)

# 21

비정규직 천마 - #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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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

어두운 산속 천문석은 여전히 달리고 있었다.

수풀 사이로 은밀하게 달리겠다는 생각은 버린 지 오래.

허억, 허억-

천문석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비된 산책로 나무 데크 위를 전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삐걱, 탁-

삐걱, 탁, 탁-

천문석의 묵직한 발걸음에 나무 데크가 요란하게 울릴 때,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하울링!

우으으-

등 뒤에서 들려오는 하울링에 깜짝 놀라 몸을 숙이자,

머리 위로 휙 지나가는 늑대!

천문석은 재빨리 털이 적은 늑대 배에 정글도를 찔러 넣었다.

그러나 이 타이밍.

파악-

다리로 늑대가 뛰어들었다.

늑대의 묵직한 체중이 실린 돌진이 다리를 때리고,

천문석은 순간적으로 다리가 휘청였다.

불안정한 자세에 흔들린 정글도는 허공을 찔렀고,

재빨리 정글도를 아래로 그어 반격하려 했으나, 돌진했던 늑대는 어느새 뒤로 빠졌다.

그리고 몸을 돌리자 보였다.

그르르-

위협적인 소리를 내는 늑대무리.

늑대무리는 넓게 펼쳐져 몸을 숙인 채,

천문석이 공격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들어오는 순간 반격하기 위해 준비한 모습이다.

이 영악한 놈들!

공격을 포기하고 다시 몸을 돌려 앞으로 달렸다.

천문석과 늑대무리는 다시 산책로의 나무 데크 위를 달렸다.

삐걱, 삐걱-

천문석의 발소리가 무겁게 울리고.

타다다닥-

뒤이어 늑대무리의 가벼운 발소리가 이어진다.

힐끗 뒤를 보니 어느새 자신을 쫓는 늑대의 수가 스무 마리를 훌쩍 넘었다.

이때 풀숲에서 휙 뛰어나와 늑대무리 뒤로 합류하는 늑대가 보였다.

빠르게 늘어나는 늑대무리.

조만간 뒤따라 달리는 늑대가 서른 마리를 넘게 생겼다.

이 산속 늑대는 모조리 자신에게 모여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일이 꼬여가고 있었다.

처음 천문석은 늑대 수가 적을 때 정면으로 싸워서 처리하려 했었다.

그러나 늑대 한 놈을 낚아서 단숨에 끝장낸 후.

이 늑대 놈들은 공격하면 도망치고, 도망치면 쫓아올 뿐 절대 정면으로 싸우지 않았다.

사냥개가 곰을 상대하듯, 살살 신경을 긁으며 가벼운 찔러보기를 넣는다.

그러다가 신경이 한 놈에게 쏠리는 순간,

사각에서 들어오는 예리한 공격!

그러나 이 공격도 깊은 공격은 아니다.

손, 팔, 다리, 발.

사지 말단의 출혈을 노리고 체력을 깎는 얕은 공격이었다.

지구력 사냥법!

이 미친 늑대 몬스터들은 지금 ‘무리 사냥 + 지구력 사냥’을 하고 있었다.

자신을 상대로!

헌터와 몬스터가 뒤바뀐 것만 같은 어이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최대한 빨리 학교에 도착해야 하는 천문석에게는 최악이었다.

어떻게든 이 늑대무리를 처리해야 했다.

우으으으-

이때 다시 한번 하울링이 들렸다.

방금 전처럼 몸을 숙이는 순간,

허리 아래에서 들려오는 돌진음!

파바박-

순간 천문석은 휘청 넘어질 듯 비틀거리다가 앞으로 데굴 한 바퀴 굴렀다.

그리고 어느새 꺼내든 해머를 횡으로 낮게 휘둘렀다.

휘이이잉-

해머가 공기를 가르는 묵직한 소리.

깨앵-

깜짝 놀란 늑대가 바닥에 움츠려 해머를 피할 때,

천문석의 장갑 낀 왼손이 늑대 털을 움켜쥐었다.

"잡았다!"

몸을 일으키는 동시에 잡은 늑대를 뒤로 던진다.

날아간 늑대는 돌진하려 몸을 웅크리던 늑대무리에 떨어졌다.

깨애앵-

깽, 깽-

늑대끼리 뒤엉키고,

엉망이 되는 타이밍!

천문석은 늑대무리로 치고 들어갔다.

이곳에서 지금 처리한다!

천문석은 치명타를 노리지 않았다.

묵직한 군화로 내리찍듯이 걷고,

강화 해머로 원심력을 살려 긁듯이 때린다.

늑대가 도망칠 정도의 정타를 넣지 않고,

군화와 해머가 걸리는 곳에 얕은 공격만 넣는다.

목적은 상처를 입혀 체력과 기동력을 깎고,

이성을 지우는 몬스터의 광기를 폭발시키는 것!

이를 위해 초근접거리에서 몸을 맞대고,

더럽게 짜증 나는 공격을 계속한다!

깨애앵-

깽, 깽, 깽-

늑대 울음소리가 사방에서 터지고,

전투는 순식간에 엉망이 됐다.

늑대가 얻어맞으면서도 천문석의 팔, 다리를 물고 버틸 때.

천문석도 팔다리에 늑대를 매단 채, 뒤엉킨 늑대들에게 쉴 틈 없이 공격을 넣었다.

텅, 텅, 텅, 텅-

대형 타이어를 연속으로 때리는듯한 소리!

그러나 사실은 강화 해머로 탄력 있는 털로 둘러싸인 늑대를 찍고 두들기고 굴리는 소리다.

이와 동시에 발로 짓밟고 무릎으로 찍어 올린다.

탁, 탁, 탁, 탁-

늑대 꼬리가 휙 눈앞으로 지나가는 순간.

무의식중에 왼손으로 낚아채 빙글빙글 돌렸다.

휭, 휭, 휭-

깨애애앵-

그리고 늑대무리를 향해 던지자,

다시 한번 엉망으로 뒤엉켜 구르는 늑대들.

깽, 깨애앵-

순간 천문석은 뒤엉킨 늑대무리로 다시 한번 돌진해 마구잡이로 밟고 걷어찼다.

천문석과 늑대 몬스터.

거리를 주지 않고 달라붙어 싸우는 근접 개싸움이 이어졌다.

고수의 수준 높은 일전이 아닌 저잣거리 막싸움.

이런 막싸움에서는 기술보다 고통을 참는 인내,

한 대 맞고 두 대 때리겠다는 근성이 중요했다.

그리고 전생의 천문석은 이런 치열한 개싸움을 어린 시절부터 정말 많이 했고, 수도 없이 승리했다!

“개봉부의 금강석이 나다!”

천문석은 어린 시절 별명을 외치며, 늑대들과 치열한 개싸움을 이어갔다.

끄르르르륵-

어느 순간부터 칠판을 긁는듯한 소름 끼치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팔, 다리에 박힌 늑대의 붉은 송곳니가 강화 패드를 긁는 소리!

그러나 방검복과 강화 패드의 성능이 얼마나 좋은지, 예리한 송곳니와 날카로운 발톱에도 잘 버티고 있었다.

사지에 달라붙어 몸을 뒤트는 늑대의 무게와 힘이 문제였으나.

이건 강화 전투복의 운동능력 보조와 노동으로 단련된 힘과 악으로 버틸 만했다.

으아악, 텅-

깨앵-

으어억, 텅-

깨애앵-

천문석은 늑대를 팔다리에 매단 채 주위의 늑대들을 끊임없이 쥐어팼다.

서로 치명타가 안 들어가는 부대끼는 상황.

천문석과 늑대 몬스터 모두.

체력이 순식간에 깎여나가고, 숨이 가쁘고, 근육이 굳고, 입이 바짝 말라갔다.

이대로 체력전으로 가면 결국 집단인 늑대무리에게 개인인 천문석은 말라죽을 거다.

그러나 천문석은 기합을 지르며 노동으로 단련된 근성으로 버텼다.

으아악-

내가 힘들면 적은 더 힘들다!

몬스터의 광기가 터질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텅, 텅, 텅-

강화 해머로 머리, 다리 같은 털이 적고 아픈 부위를 집요하게 노린다!

그러다 어느 순간.

헌터용 방어구에 막혀 제대로 공격하지 못한 채,

쥐어 터지기만 하던 늑대 몬스터들의 눈빛이 변했다.

몬스터의 광기가 마침내 폭발한 것이다!

크아아앙-

공기를 떨어 울리는 포효가 사방에서 터졌다.

피가 차오르듯 눈이 붉게 변하고.

녹색 침이 뚝뚝 떨어지고,

시체 썩는 악취가 확 올라왔다.

몬스터의 광기가 폭발하는 순간,

천문석은 뒤로 성큼성큼 뛰었다.

쿵, 쿵, 쿵-

순식간에 벌어지는 거리.

광기가 터진 늑대 몬스터들이 몸을 일으켜 일제히 하울링 했다.

우워어어어-

몬스터의 저릿저릿한 살기가 담긴 하울링!

듣는 순간 전신의 털이 곤두서고 섬뜩한 전율이 흐른다.

동시에 뱃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열기!

천문석은 양손으로 강화 해머를 들어 올리고 마주 외쳤다!

"와라! 끝장을 보자!"

광기가 폭발한 늑대들이 무너지는 파도처럼 일제히 달려들었다!

우워어어-

으아아악-

천문석은 온 힘을 다해 강화 해머를 내리쳤다!

등 뒤 난간을 향해서.

콰아앙-

단숨에 고정장치가 박살 나 떨어져 나가는 난간.

이 순간 천문석은 잽싸게 바닥에 엎드렸다.

우워어어어어어···.

그리고 광기가 폭발해 파도처럼 뛰어들던 늑대들은,

사라진 난간 너머 가파른 경사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떨어졌다.

깨앵-

깽, 깽, 깽-

끝없이 들려오는 처량한 울음소리.

난간 너머, 풀 한 포기 없이 가파른 바위 경사로 떨어지는 늑대들.

탄력 있는 털로 둘러싸인 늑대들은 통, 통 탱탱볼처럼 바위에서 튕기며 굴러갔다.

잘 굴러갔다.

멀리까지 아주 잘 굴러갔다.

깨애애애-

...

산 아래로 빠르게 멀어지는 늑대 울음소리를 들으며 천문석은 몸을 일으켰다.

깨앵-

이때 다리 아래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

마지막 남은 늑대 한 마리가 방검복 허벅지에 발톱을 박아 넣은 채, 겁먹은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천문석은 늑대 머리에 손을 올렸다.

깨애앵-

동료들이 한순간에 사라지자,

홀로 남은 늑대는 겁먹은 강아지처럼 애처롭게 울었다.

"괜찮아. 괜찮아···."

"착하지. 착하지···."

천문석은 늑대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며 달래듯이 말했다.

끄응, 끙-

그리고 늑대가 방심한 순간!

잽싸게 떼어내 바위 경사로 휙 던졌다.

깨애애에...

마지막 늑대 몬스터는 구슬피 울며 통, 통 바위 경사를 굴러내려 갔다.

천문석은 통쾌하게 웃었다.

하하하-

더럽게 짜증 나게 굴던 늑대 수십 마리를 한 번에 해치웠다!

간만에 천마다운 무자비하고 완벽한 승리였다!

하하하-

천문석은 다시 한번 통쾌하게 웃고,

좀 전보다 두 배는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산을 올랐다.

역시 승리는 최고의 마약이다!

한참 동안 늑대와 뒹굴며 입이 마를 정도로 개싸움을 했는데!

승리 후에는 오히려 피가 끓고 후끈 몸에 활기가 돌았다!

천문석은 달리며 생각했다.

산에 있던 늑대 몬스터를 처리했으니 이제 퇴각로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학교에서 류세연을 빼내서 지금 가는 길 그대로 되짚어 나오면 된다.

일석이조!

아주 잘 됐다.

천문석은 흐뭇하게 웃으며 정상을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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