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
비정규직 천마 - #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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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7
"삼촌?"
천문석은 돌머리 꼬맹이를 올려다봤다.
돌머리 꼬맹이는 큰 길가, 랩터가 달려오는 방향을 보면서 손목에 찬 시계에 소리치고 있었다.
"삼촌! 나 여깄어! 빨리 와! 삼촌!! 엄청! 급해!!"
꼬맹이는 작은 몸을 흔들며 열심히 소리쳤다.
"쟤는···. 또 왜 저래?"
천문석이 황당한 표정으로 말하는 순간.
"...!?"
느껴졌다.
고속 엘리베이터를 탄 듯 짓눌리는 느낌!
공기가 무거워져 전신을 깔아뭉개는듯한 감각!
"어? 어, 어!"
천문석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는 순간.
"야! 이! 썅! 도마뱀 새끼들!"
거친 쇳소리 섞인 고함이 폭발하듯 터지고,
밀려드는 랩터 무리 뒤에서 솟아나듯 불쑥 나타나는 사람!
먼 거리임에도 나타나는 그 순간.
강렬한 인상이 뇌리에 박혔다.
짧게 자른 머리카락.
햇볕에 그을린 검붉은 얼굴.
얼굴 가득 솟은 뾰족한 수염.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였다.
7월의 더위에도 긴 팔 작업복과 검은 방검복을 입고.
허리엔 공구가 주렁주렁 매달린 작업 벨트, 손과 발에는 장갑과 안전화까지 낀 저 남자는···.
"저거···. 철거용 해머야?"
자기 키만 한 슬레지 해머, 오함마를 들고 있었다.
"삼촌! 빨리 와!"
꼬맹이가 다시 소리치자,
남자가 대답했다.
"알았어! 금방 갈게!"
그리고 장난치듯 주위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장난치듯 휘두른 주먹이었지만,
결과는 장난이 아니었다.
쾅, 쾅-
주먹에 맞는 순간,
쇠망치로 때리는 굉음이 터지고 랩터들이 픽픽 쓰러졌다.
순식간에 생겨나는 공간.
남자는 오함마를 들어 올려 돌리기 시작했다.
휘이이잉-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는 오함마!
"간다!"
외침과 함께 남자는 직선으로 달렸다.
그리고 오함마의 궤적에 걸리는 모든 게 박살 났다!
휭, 휭, 휭, 휭-
쾅, 쾅, 쾅, 쾅-
콘크리트를 쉴 새 없이 때리는 것처럼 굉음이 끝없이 이어지고,
굉음이 터질 때마다 물풍선이 터지듯 피가 폭발해 사방으로 흩날렸다.
끼이이익-
폭풍처럼 회전하는 오함마에 갈려 나가는 랩터들!
머리와 몸통이 박살 난 랩터들이 순식간에 꺼지듯 바닥에 깔렸다.
순식간에 랩터 무리 곳곳이 지워졌다.
이때 건물로 밀려오던 랩터 무리의 방향이 반전됐다.
남자에게로 무너지듯 쏟아지는 랩터들!
하늘로 펄쩍 뛰어올라 내리긋는 날카로운 갈고리발톱!
순간적으로 몸을 낮췄다가 튀어나가는 돌진공격!
시야의 사각, 다리 아래를 노리는 꼬리 치기!
수많은 랩터의 날카로운 공격이 사방에서 쏟아지고,
남자는 당장이라도 쓰러져 갈가리 찢길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 남자는 랩터의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음을 터트리며 쏟아지는 공격 속으로 돌진했다!
으하하하-
날카로운 갈고리발톱은 회전하는 오함마에 수수깡처럼 부러진다!
묵직한 충격량의 돌진공격은 공간을 없애 몸으로 밀어낸다!
그리고 쉴 새 없이 땅에서 울리는 쇳소리!
깡, 깡, 깡, 깡-
남자의 다리를 때리는 꼬리치기는 쇠기둥을 때린 듯 튕겨 나갔다.
랩터의 공격은 이 남자의 발걸음을 늦추지 못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에도 남자의 돌진 속도는 오히려 빨라졌다.
쿵-
쿵쿵-
쿵쿵쿵-
땅을 다지는 듯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남자는 육중한 장갑차처럼 랩터 무리를 단숨에 박살 내며 전진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랩터 무리를 뚫고 건물 앞에 도착한 순간.
크아아악-
기합과 함께 반전해 빙글빙글 회전하는 몸.
훙, 훙, 훙, 훙-
남자의 몸이 제자리에서 빠르게 회전하다가.
어느 순간 남자의 손에서 회전하던 오함마가 날아갔다.
휘이이이잉-
이상할 정도로 느리게 날아가는 오함마.
포물선을 그리며 천천히 날아간 오함마는 랩터 무리 한가운데 떨어졌다.
순간 폭탄이라도 터진 듯 폭음이 울리고 땅이 뒤흔들리며 요동쳤다.
콰아앙-
쿠르르릉-
엄청난 폭음과 땅을 뒤흔드는 진동에 우르르 무너지는 랩터들!
어느새 빠루와 장도리를 쌍수로 든 남자는 무너진 랩터 무리로 다시 돌진했다.
그리고 양손의 빠루와 장도리로 랩터를 말 그대로 학살했다.
깡, 깡, 깡, 깡-
노련한 목수가 망치질하듯 끊임없이 들려오는 쇳소리!
쇳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머리가 깨지고 다리가 으깨진 랩터가 픽픽 쓰러졌다.
그리고 쓰러진 순간, 죽었든 살았든 랩터는 끝장났다.
콰직, 콰직-
끼익, 끼이익-
남자의 과격한 걸음걸음.
과자 부스러기를 밟는듯한 소리가 날 때마다, 으깨진 랩터의 단말마가 이어졌다.
천문석은 홀린 듯 남자를 봤다.
"..."
저 남자는 몬스터와 전투를 하는 게 아니라.
농부가 밀을 수확하듯, 몬스터를 도축하고 있었다.
"...저기!"
문득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인기척.
천문석은 위를 봤다.
강철 덧창으로 잠겨있던 건물 창문들.
어느새 창문을 막았던 강철 덧창은 모두 열려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이 창밖으로 몸을 내밀어 랩터를 학살하는 남자를 보고 있었다.
천문석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각성자!"
"각성 헌터!"
...
천문석은 깨달았다.
돌머리 꼬맹이의 삼촌은 각성 헌터다.
그것도 보통의 각성 헌터가 아니라 엄청나게 강한 각성 헌터!
자기가 개고생을 하며 한 마리씩 겨우겨우 잡은 랩터를,
꼬맹이 삼촌은 빠루와 장도리로 닭이라도 잡듯 학살하고 있었다.
각성 헌터라도 저 정도 규모의 몬스터는 팀을 이뤄서 잡는다.
랩터가 아무리 하급 몬스터라고 해도 저 정도 규모가 되면,
저렇게 혼자서 휘저으며 학살하듯 잡을 수 없었다.
천문석의 시선이 랩터 무리 한가운데의 남자에게 향했다.
저 남자는 엄청난 강자다!
천문석은 감탄하며 생각했다.
고마운데···.
정말 감사한데···.
빨리 좀 오시지···.
천문석은 문득 자신의 배와 정강이를 봤다.
여전히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흐르는 배와 검게 부풀어 오른 허벅지만 한 정강이.
끔찍한 부상이다.
그러나 너무나 두렵게도···.
더는 상처가 아프지 않았다.
"...시바."
밧줄에 매달린 천문석은 픽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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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
마지막 랩터가 쓰러지는 순간.
우와아아아-
엄청난 환호성이 키즈 카페 건물 전체에서 쏟아졌다.
굳게 닫혔던 강철 덧창은 이미 모두 열린 상황.
건물 안에서 숨죽이던 사람들 모두가 창문에 달라붙어 랩터를 학살한 각성 헌터에게 환호성을 보내고 있었다.
랩터를 학살한 각성 헌터, 장철.
장철은 피와 체액에 절은 빠루와 장도리를 쓱쓱 닦아 작업 벨트에 걸었다.
그리고 땅에 박힌 오함마를 챙기고, 미리 봐둔 랩터 사체 두 마리를 양손으로 들고 건물로 걸어갔다.
헌터에게 정확한 분배와 계산은 중요한 것.
자기가 잡은 게 아닌 이 두 마리 랩터는 잡은 주인에게 줘야 했다.
이때 건물 창문에서 외조카의 외침이 들려왔다.
"삼촌! 빨리! 알바! 저기 알바! 밧줄에 걸렸잖아! 빨리!"
"야! 알았으니까! 내려오지 말고! 거기 그대로 있어!"
그러나 언제나처럼 외조카 저 꼬맹이는 말하자마자 바로 움직였다.
창문에서 몸을 내밀더니 밧줄을 타고 능숙하게 내려온다.
순식간에 줄에 매달린 청년에게 도착한 꼬맹이.
"하- 쟤는 도대체 누굴 닮은 거야."
장철은 외조카를 말리기를 포기하고, 재빨리 건물로 뛰어가 들고 온 랩터를 내려놨다.
순간 몇 배나 커진 함성이 쏟아졌다.
"헌터님!"
"우아아아!"
"고맙습니다!"
"구해줘서 감사합니다!"
...
순간 장철의 인상이 구겨졌다.
조카에게 채워놓은 헌터용 시계로 돌아가는 상황을 모두 봤다.
눈앞에서 아이들이 떨고 있을 때도,
조카가 혼자서 몬스터를 유인할 때도 열리지 않던 창문.
저 알바라는 청년이 홀로 싸울 때도 숨어만 있던 놈들이 이제야 창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어 환호를 보낸다.
평범한 사람들.
악인이 아닌 평범하게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이들일 뿐이다.
게이트 전쟁 동안 수없이 보고 겪은 상황.
그러나 여전히 좆같은 상황이다.
장철은 이런 상황을 도저히 참아넘길 수 없었다.
하-
장철은 앞뒤를 재고, 생각해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평소대로 했다.
“시끄럽잖아! 이 좆같은 새끼들아!”
쿠르르릉-
장철의 입에서 고함이 터지자, 천둥이 친 듯 창문이 우르르 진동했다.
깜짝 놀란 사람들이 움츠러들 때,
장철은 오함마를 던졌다!
휘이잉-
콰아아아앙-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오함마가 건물 입구에 내려온 강화 강철문을 때렸다.
대 몬스터용 강화 강철문이 단숨에 우그러지면서 종처럼 울렸다.
구우우우웅-
"어, 어어···."
경악한 사람들이 놀라서 숨을 삼킬 때.
장철은 외쳤다.
“이 거지 같은 새끼들이! 계속 숨어있지. 왜! 소리를 질러. 시끄럽잖아!”
이때 들려오는 아이 목소리.
“삼촌!"
순간 장철의 표정이 단숨에 변했다.
언제 화를 냈냐는 듯이 풀어지는 얼굴.
장철은 얼굴 가득 걱정을 담아 외쳤다.
“야! 너! 혼자 나가면 어떡해! 엄마가 엄청 걱정하잖아! 그리고 차 사줬더니! 위험하게 몬스터를···.”
"아! 삼촌! 빨리! 밧줄! 밧줄 좀! 알바! 죽겠잖아!”
“아 참!”
장철은 바로 벽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순식간에 위로 치솟는 몸.
장철은 창문턱을 밟고 다시 한번 뛰어 밧줄에 매달린 천문석 위에 도착했다.
순간 공구 벨트의 칼을 뽑아 휘두르고.
툭-
밧줄이 끊어지는 동시에 천문석을 잡았다.
장철이 천문석을 잡는 순간,
꼬맹이는 펄쩍 뛰어 장철의 머리를 붙잡고 어깨 위로 올라왔다.
쿵-
장철은 바닥에 내려선 후, 천문석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고 살폈다.
피가 흐르는 배,
부풀어 오른 정강이.
손에 움켜쥔 부러진 무쇠 칼.
장철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반 토막 난 무쇠 칼.
기절했음에도 손에 잡힌 무쇠 칼은 단단히 고정돼 미동도 하지 않는다.
"알바! 알바! 정신 차려!"
깜짝 놀란 조카가 외칠 때,
장철의 시선은 기절한 천문석과 자신이 들고 온 랩터 사체를 오갔다.
자신이 잡은 게 아닌 이미 죽어있던 랩터 두 마리.
헌터 시계로 본 장면과 사체에 남은 상흔이 머릿속에서 조합돼, 상황이 그려진다.
외조카를 구해준 이 녀석이 랩터 두 마리를 잡았을 거다.
손에 움켜쥔 반 토막 난 무쇠 칼과 허리에 걸린 무쇠웍 같은 허접스러운 무기를 가지고.
전신이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싸워서 이겼다!
얼핏 봐도 각성 헌터는커녕 비각성 헌터도 아닌 생초짜 일반인이 말이다.
“하- 이 새끼!”
장철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냈다.
정말 오래간만에 만나는 괜찮은 놈이었다.
좆같은 새끼들을 덤으로 구해준 게 조금도 아쉽지 않을 만큼, 이 청년이 맘에 들었다.
장철이 감탄할 때 들려오는 외침.
"알바! 정신 차려! 알바!!"
짝짝짝-
끄어어억-
기절한 천문석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천문석의 배에 앉은 꼬맹이가 마구 때려 깨우려 한 것이다.
"야! 그만해! 네가 죽이겠다!"
장철은 조카를 번쩍 들어 올려 천문석에게서 떼어놨다.
"삼촌! 빨리! 알바가 나 구해줬단 말야! 특급 헌터는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그놈의 특급 헌터는. 도대체 무슨···. 알았어! 좀 비켜봐."
장철은 재빨리 옷을 잘라내고 상처를 자세히 살폈다.
랩터의 갈고리발톱에 긁힌 배의 자상은 깊었지만, 다행히 장기는 상하지 않았다.
부풀어 오른 정강이는 랩터의 꼬리치기에 당한 것 같은데.
이것도 으스러지지 않고 깔끔하게 부러졌다.
피를 좀 흘려서 기절한 것뿐이다.
바로 지혈하고 2달 정도면 완전히 회복할 거다.
그러나 조카의 은인을 2달 동안 병원에 보낼 수는 없었다.
'싹수도 있는 놈이고 말야.'
하하-
장철이 웃으며 포션을 꺼내려 할 때,
꼬맹이가 외쳤다.
"삼촌! 이거 써! 빨리 써!"
"어···?"
꼬맹이는 쓰러진 천문석의 바지 주머니를 뒤져서 꺼낸 유리병을 내밀었다.
푸른 액체가 담긴 작은 유리병.
장철은 한눈에 알아봤다.
"어? 재금 제약? 상급 포션!?"
깜짝 놀란 장철은 쓰러진 천문석 다시 봤다.
바지 주머니 안에 상급 포션!
그것도 재금 제약의 상급 포션을 넣고 다니다니!
장철은 감탄했다.
"이야! 얘도 허무인처럼 10대 그룹 재벌 3세, 뭐 그런 거냐? 무슨 상급 포션을 주머니에 넣고 다녀? 이건 뭐···."
"삼촌! 아 좀! 빨리!"
조카가 재촉하자,
장철은 바로 상급 포션을 받았다.
그리고 판매가 1억 원, 그러나 물량이 딸려 평균 경매가 3억 원의 재금 제약의 헌터용 포션.
자택 서랍에 있었어야 할,
장철 자신의 상급 포션을 열었고.
“삼촌! 빨리빨리!”
외조카의 채근을 받으며 천문석에게 상급 포션을 사용했다.
"이거 이 정도 상처에 재금 제약의 상급 포션이라니···. 좀 아까운데···. 하긴, 재벌이면 상관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