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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0화 (11/1,336)

# 11

비정규직 천마 - #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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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천문석이 세척액이 담긴 스프레이와 걸레를 들자 직원 아주머니들이 몰려왔다.

"문석 학생. 고생이 많아."

"여기는 우리가 치울 테니까 잠시 나가서 숨 좀 돌리고 들어와."

"맞아. 맞아. 문석 학생이 고생을 해줘서 우리가 엄청 편해졌어. 좀 쉬고 들어와."

"문석 학생이 아니라. 부점장님이라고 불러야지!"

"아 참 그렇지. 부점장 학생. 어때 정규직으로 계속 일할 생각은 없어?"

"맞아. 애들 좋아하는 거 보니까. 키즈카페가 정말 체질이던데, 정규직으로 일해보면 어때?"

"점장님도 부점장 학생이 내심 정규직으로 일하는 걸 바라는 눈치던데?"

"맞아. 철수 점장이 어제도 본사에 전화해서 부점장 학생 칭찬을···."

...

"하하하-"

천문석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끔찍한 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키즈카페에서 탈출했다.

건물 입구에서 한걸음 걸어 밖으로 나온 순간.

어쩐지 세상이 밝아지고,

공기는 깨끗해지고,

가슴은 탁 트이는 것만 같았다.

이게 군필자들이 말하는 군대와 사회의 차이 같은 건가?

이때 화물차 한 대가 건물로 다가왔다.

끼익-

건물 입구, 천문석 옆에 멈춰선 화물차.

“키즈카페가···.”

화물차에서 내린 남자가 건물의 키즈카페를 확인하더니 천문석을 봤다.

앞치마에 적힌 부점장 세 글자.

남자는 키즈카페를 가리키며 물었다.

“혹시. 저기 3층 키즈카페 부점장님?”

"네. 맞는데요. 무슨 일로···?"

"어떻게 알고 미리 내려와 계셨네요? 전화하려고 했는데."

"네?"

천문석이 의아해할 때,

남자는 화물차 짐칸에 가득 실린 포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본사에서 발주한 소독 모래 도착했어요. 어디에다가 내려드릴까요?"

"..."

간혹 그런 사람이 있다.

무엇을 하든 일거리가 알아서 찾아오는 사람.

보통 일복이 터졌다고 말해지는 사람.

천문석이 그랬다.

"..."

---

천문석이 땀을 뻘뻘 흘리며 소독 모래 포대를 카트에 옮겨 닮고 있을 때, 대형 SUV 한 대가 건물로 다가왔다.

헌터들이 탄다는 장갑 차량 같이 묵직해 보이는 검은색 대형 SUV.

SUV는 화물차가 섰던 자리에 멈춰섰다.

끼익-

"이건 또 뭐야···?"

천문석이 왠지 모를 불안감에 대형 SUV를 볼때, 운전석이 열리고 한 남자가 내렸다.

터질 듯 건장한 체격에 검은 양복, 검은 선글라스를 쓴.

보는 순간 경호원을 떠올릴 법한 남자.

눈에 익은 남자였다.

어제 키즈카페에서 돌머리 꼬맹이를 번쩍 들고 나갔던 제임스라는 경호원이다.

이때 트렁크가 열리고 조수석에서 제임스와 비슷한 차림의 여자가 내렸다.

조수석에서 내린 여자는 트렁크에서 커다란 어린이용 자동차를 힘겹게 꺼내 땅에 내려놨다.

쿵-

그리고 뒷좌석 문을 열었다.

"..."

천문석은 직감했다.

이제 저 뒷문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일 것이다.

순간 들려오는 외침.

"특급 헌터가 왔다! 알바! 뭐해?"

그리고 예상대로 뒷문에서 나타난 너무나 익숙한 얼굴.

돌머리 꼬맹이.

어제 키즈카페에서 퇴출당한 돌머리 꼬맹이가 뒷문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

꼬맹이는 익숙하게 어린이 자동차에 타더니 페달을 열심히 밟아 천문석에게 다가왔다.

구르릉-

이때 제임스가 여자 경호원에게 무언가 지시를 하고, 천문석을 지나쳐 건물 입구로 들어갔다.

이때 다리 아래에서 들려오는 외침.

"알바! 뭐하냐니까?"

"야. 안보이냐? 모래 나르잖아."

천문석이 카트에 실린 모래 포대를 툭 치며 대답했다.

"어, 어어!?"

순간 어린이 자동차에 탄 꼬맹이의 눈이 커다래졌다.

"이거! 새 모래잖아! 아, 안 되는데···. 새 모래 처음으로 쓰는 건 나여야 하는데!! 으으으-"

모래 포대를 본 꼬맹이는 갑자기 괴로워했다.

"넌 어쩐 일이야? 키즈카페 온 거야? 출입금지 풀린 거야?"

천문석의 말에 꼬맹이는 풀죽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잖아. 장민은 봐주고 그런 거 없어. 난 자동차 타려고 왔어. 큰 경호원은 장민 심부름 온 거고."

꼬맹이는 키즈카페가 있는 건물을 손가락질하다가 문득 여자 경호원을 쳐다보며 말했다.

"멋진 작은 경호원, 예쁜 누나님. 나 여기 좀 들어가면 안 될까? 중요한 볼일이 생각났는데."

"..."

여자 경호원은 말없이 건물 입구로 걸어가 벽을 등지고 섰다.

"안되는구나. 그럴 줄 알았어."

우울하게 말한 꼬맹이는 페달을 돌려 어린이 자동차를 움직였다.

구르릉-

"알바. 오늘은 별일 없었어? 앙꼬는 사고 안 쳤어?"

천문석은 모래 포대를 카트에 실으며 대답했다.

"앙꼬가 누군데?"

"금발 꼬맹이 있잖아. 아주 이상한 애."

"너보다 이상한 꼬맹이가 있겠냐?"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대답했지만, 이상하다는 말에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자신에게 먹던 막대 사탕을 먹이고,

그지라고 소리치던 금발 여자아이!

방금 전에는 'You lose.'라고 확인 사살도 했다.

"금발 꼬맹이? 맨날 막대 사탕 먹는 애? 걔 이름이 앙꼬야?"

구르릉-

꼬맹이는 열심히 페달을 밟아 자동차를 움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원래 이름은 앙투안 코스틴 로롤로. 너무 길어서 내가 새로 지었어. 앙꼬! 어때 어울리지?"

천문석은 문득 멈춰 서서 꼬맹이를 봤다.

꼬맹이는 땀을 뻘뻘 흘리며 어린이 자동차 페달을 밟고 있었다.

키즈카페 건물 입구에서 왔다 갔다 하는 어린이 자동차.

"너 땀 많이 나는데? 안 힘들어?"

순간 꼬맹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어린이 자동차를 멈추고 쓱 이마의 땀을 닦으며 외쳤다.

"당연히 힘들지! 오늘! 왜 이렇게 애들이 안 와!?"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꼬맹이.

꼬맹이는 타고 있는 어린이 자동차를 손으로 두들겼다.

탕, 탕-

"애들한테 이거 보여 줘야 하는데! 새로 뽑은! 엄청 좋은 자동찬데! 왜 안 와!"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꼬맹이의 생각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친구들에게 새 장난감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아이.

악마 같은 돌머리 꼬맹이도 평범한 어린아이였다.

천문석은 꼬맹이가 타고 있는 자동차를 쓱 훑어봤다.

꼬맹이 말대로 좋아 보이는 자동차였다.

보통의 어린이용 자동차와는 다르게,

플라스틱이 아닌 강판으로 만들어진 듯 묵직한 질감의 차체.

정교한 엠블럼과 바퀴 휠, 퀼리티가 높은 타이어에 깔끔한 외관 도장.

내부에는 정교한 핸들과 계기판, 브레이크, 액셀과 자전거 페달까지 달려있었다.

본넷을 열어보면 진짜 엔진이 나올 것 같은.

장난감이 아닌 실제 오픈카를 그대로 축소한 듯 공을 들인 티가 확연히 나는 물건이다.

어쩌면 이 어린이 자동차가 어지간한 중형차보다 비쌀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천문석은 건물 입구에 서 있는 경호원과 검은색 대형 SUV를 힐끗 봤다.

게다가 2명의 경호원과 함께 헌터용 장갑 차량 같은 차를 타고 왔다.

그 정도로 부잣집 아이인 건가?

어제 엉엉 울던 꼬맹이와 아이 엄마를 봤을 때는 그런 티가 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어제 아이 엄마가 준 쪽지를 깜빡했다.

병원에 꼭 가고 연락을 달라고 했었지.

이때 꼬맹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때? 내 자동차 좋지? 멋지지? 알바도 태워줄까?"

자랑스러운 얼굴로 탁탁 핸들을 두들기며 말하는 꼬맹이.

꼬맹이의 자동차는 쪼그린다면 어른이라도 탈 수 있을 정도로 크긴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일하는 중,

천문석은 꼬맹이의 제안을 거절했다.

"난 업무시간이라 안 돼. 그 자동차는 엄마가 사준 거야?"

천문석이 별생각 없이 묻는 순간 격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뭐!?"

꼬맹이는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외쳤다.

"그럴 리가 없잖아! 장민은 짠돌이야! 이런 거 절대! 안 사줘!"

"...장민이 엄마 이름이야?"

꼬맹이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짠돌이? 어제 보니까···. 그렇게 보이지 않던데?"

천문석이 말한 순간 꼬맹이가 충격받은 얼굴로 외쳤다.

"장민 진짜로! 엄청난 짠돌이야! 저번에 내가 고등어 먹고 싶다고 했단 말야!"

꼬맹이의 말에 천문석은 내심 웃으며 물었다.

"왜? 엄마가 고등어 안 사줬어?"

꼬맹이는 고개를 휙휙 저으며 말했다.

"아니 사줬어. 그런데 고등어를 3번 먹으니까. 고기가 먹고 싶어졌단 말야."

"...뭐?"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 전개에 천문석이 돌머리 꼬맹이를 다시 봤다.

"고기가 먹고 싶어? 아니 맥락이 안맞···.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천문석이 묻자,

꼬맹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동차에서 벌떡 일어나 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장민이! 고등어! 사놓은 거! 다 먹기 전에는! 고기는! 못 먹는다는 거야!"

"..."

꼬맹이는 주먹을 휘두르며 연설하듯 잇달아 외쳤다.

"고등어 계속 먹었어!"

"엄청! 엄청! 많이 먹었어!"

"그런데도 고등어가 안 없어져!"

"지금도 입에서 고등어 냄새가 나!"

"이거 맡아봐!"

퉤-

꼬맹이는 자기 손에 침을 뱉더니 천문석을 향해 번쩍 들었다.

천문석은 침으로 흥건한 꼬맹이 손을 슬쩍 피하며 물었다.

"얼마나 먹었는데 그래?"

꼬맹이는 양손을 활짝 펼쳐 천문석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쥐었다 펴기를 시작했다.

"..."

"이 만큼! 이 만큼이나! 먹었어!"

"...한 달?"

천문석의 질문에 꼬맹이는 고개를 젓더니 털썩 주저앉아 우울하게 대답했다.

"산타가 선물 주고 갔을 때부터 매일 먹고 있어. 오늘도 먹었어."

"...어?"

천문석은 순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주저앉은 꼬맹이를 봤다.

지금은 7월이었다.

산타가 선물을 줬다면 12월.

작년 12월부터 올해 7월까지···.

"..."

지금 이 꼬맹이는 대략 일곱 달 동안, 매일 고등어를 먹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어느새 차에서 내린 꼬맹이는 우울한 얼굴로 쪼그린 채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새하얀 분필로 그리는 그림.

커다란 상자에서 줄지어 나오는 고등어로 보이는 물고기들.

꼬맹이가 그린 물고기 머리에는 뿔이 달렸고 몸통에는 무서운 가시가 솟아 있었다.

그리고 그림 아래 써진 글자.

아이답게 삐뚤빼뚤한 글씨지만 읽을 수는 있었다.

맛없다.

고기 먹고 싶다.

입에서 바다 냄새나.

장민 짠돌이!

"..."

꼬맹이가 그린 그림을 보던 천문석은 문득 깨달았다.

꼬맹이는 고등어를 엄청 많이, 계속 먹어도 안 없어진다고 말했다.

바닥에 그려진 그림.

물고기가 줄지어 나오는 커다란 상자.

이 상자에 그려진 어쩐지 낯익은 글자들.

설마···.

"야. 너 그 고등어 들어있는 상자에 뭐라고 적은···. 아니다. 그 상자를 뭐라고 불렀는지 혹시 알아?"

상자 그림에 커다란 'X'자를 마구 치던 꼬맹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냉동 컨테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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