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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6화 (7/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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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천마 - #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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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그러나 미래는 예측불허.

몇 년 후 상황은 다시 바뀌었다.

모든 시작은 한국에서였다.

대한민국 서울.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게이트가 열린 한국의 수도.

결국, 지켜내는 데 실패했던 서울로 움직일 수 있는 국군의 모든 병력이 동원됐다.

군대가 모든 화력을 쏟아부어 서울의 몬스터를 유인하는 사이.

일단의 헌터들이 서울의 게이트를 향해 파고들었다.

헌터들은 자신의 피와 생명으로 게이트를 향한 길을 뚫었고,

당시만 해도 일개 스타트업이었던 재금 공업이 게이트를 안정화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에서 최초의 게이트 안정화를 해낸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게 변했다.

안정화된 게이트는 더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게이트는 막대한 자원이 있을 신세계, 이세계로 이어지는 통로이며.

던전과 균열이 열리지 않게 억제하는 안전장치였다.

게이트는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되었고,

당연히 게이트의 가치는 끝없이 폭등했다.

이 극적인 현상은 시차는 있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다.

세계는 점차 안정됐고.

21세기 초강대국을 꿈꾸던 일본은 게이트가 하나도 열리지 않은 자원 빈국이 되었으며.

한국 정부,

일본에 엿을 먹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그래프를 찢고 하늘을 뚫었다.

하하하-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통쾌한 웃음이 터져 나올 상황이었다.

천문석은 고등학교 시절, 당시 상황을 말해주던 60대 역사 선생님이 기억났다.

60대 여선생님이 낙동강 전선, 참전 메달과 몸통에 새겨진 상흔을 보여주며 외치던 그 말.

"18년! 18년 만에! 우리 집! 압구정 현대아파트로 돌아가게 된 거야! 너희들은 실감이 안 나겠지만, 그날 우리 엄마, 아빠부터 남편까지 모두 엉엉 울었다! 물론 다시 간 아파트는 폐허가 됐지만 말야···."

당시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리면 낙동강 전선과 강원도의 산, 전라도의 섬을 요새화해 간신히 버티던 한국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서울 게이트를 마침내 안정화하고 수도 서울을 수복한 건 하나의 상징이었다.

전 국토를 이제 곧 수복할 수 있다는 상징!

그리고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건 두 가지 덕분이었다.

헌터와 재금 공업.

-헌터. 게이트 사태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각성자, 초인들.

-재금 공업.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 게이트 안정화 기술을 만들어낸 스타트업.

헌터는 새로운 시대의 상징이 되었고,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이었던 재금 공업은···.

문득 천문석의 시선이 비가 내리는 창밖으로 향했다.

재금 공업은 이제는 국가를 뛰어넘는 초거대기업, 메가코프(Megacorps) 재금 그룹이 되었다.

"...그래서 말야. 미국에 갔을 때 'W.S. 인더스트리'의 연구원을 만나서 연구소 인턴 제안을 받았거든. 언제든 연락하라고 명함도···."

천문석은 하늘을 보던 시선을 돌려 설거지 중인 류세연을 봤다.

세연의 이야기는 이제 유럽을 지나 미국 연수 중에 있었던 일로 넘어가 있었다.

류세연은 미국을 대표하는 초거대기업의 인턴 제안을 받았다고 자랑하고 있었다.

역시 국가 핵심 인재 류세연이었다!

W.S. 인더스트리의 연구소 인턴이라면 초봉이 50만 달러는 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고급인재, 류세연은 지금 색이 바랠 정도로 오래된 녹색 츄리닝을 입고 고무장갑을 낀 채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어쩐지 기분이 묘했다.

마치 연봉 수백억의 대기업 사장님에게 집안일을 시키는 기분?

어쩐지 통쾌하면서도 조마조마하고 두근두근한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천문석은 설거지하면서도 즐겁게 말을 잇는 세연을 다시금 봤다.

아마 1, 2년, 대학을 진학한다면 3, 4년 정도.

그 정도 시간이 지나면 세연과 자신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류세연은 일반적인 영재가 아니라 국가 핵심 인재로 지정될 정도의 천재였다.

헌터 업계가 호황이어도 여전한 청년 실업 100만의 시대.

게이트가 열리고 헌터가 생겨났어도 세계는 여전한 자본주의 세상이었다.

버는 돈이 달라지면 삶이 달라지는 건 당연했다. 이렇게 세연과 노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류세연은 지금도 금수저다.

자신의 방이 있는 이 5층 건물은 세연의 엄마 소유다.

게다가 이 건물이 위치한 곳은 던전과 균열 발생이 억제되는 게이트 안정화 권역 안이었다.

게이트 안정화 지역 내 부동산이라니!

이 건물은 안정화 지역 외곽, 번화가에서 먼 산을 낀 언덕 위에 있었다.

그래서 임대 수요가 한정적이라 월세가 쌌지만, 대지의 가치 땅값은 엄청났다.

법으로 외국인 상대 매매거래가 엄격히 제한돼서 그렇지.

남북 중국, 일본과 유럽의 부자들 같은 실수요자는 언제나 넘쳐난다.

이들은 살수만 있다면 시세의 10배라도 기꺼이 낼 것이다.

천문석은 문득 깨달았다.

류세연.

세연의 머리와 피지컬은 전혀 부럽지 않았다.

그러나 류세연의 삶!

이건 미치도록 부러웠다.

건물주 엄마라니!

이거야말로 전생의 자신이 하늘에 기원하던 삶이 아닌가!

매월 임대 수익이 통장에 꽂히는 건물주!

천문석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냈다.

"부럽다! 건물주 딸이라니!"

갑자기 들려온 탄성에 미국 연수 중 일어난 일들을 말하던 세연이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세연은 천문석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뜬금없이 들려온 탄성이지만, 몇 번이나 비슷한 일을 겪었던 세연은 천문석의 속마음을 눈으로 보듯 알 수 있었다.

"어때? 내가 좀 달라 보여? 나 건물주 딸이야. 흐흐흐."

"...요알못!"

천문석이 공격했으나, 세연은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뭐. 나 같은 건물주면 맨날 외식하면 되지. 흐흐흐."

딜이 전혀 박히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나한테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나도 곧 건물주가 된다."

천문석이 대답한 순간.

하아-

세연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누운 천문석에게 말했다.

"오빠 계획대로 되면 말이지? 입대해서 헌터 업계의 인맥을 쌓고, 제대 후 비각성 헌터로 유망한 중소 길드에 들어가서 돈을 번다? 그리고 중소 길드 청년 헌터 대출을 끝까지 당겨서 건물을 산다?"

"...어?"

천문석은 깜짝 놀랐다.

세연은 한 번도 입 밖에 내지 않은 자신의 계획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어, 어?! 뭐야? 어떻게 아는 거야?"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천문석.

“오빠 생각이야 뻔하지 뭐. 내가 모르는 게 있을까 봐?”

설거지를 끝낸 세연은 고무장갑을 벗어 널고, 주전자에 물을 올린 후 성큼성큼 소파로 걸어오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징병검사 통과할 수 있는 거야? 벌써 3차 재검이잖아? 헌터 업계 인맥 만들려고 입대하려는 사람들 엄청 많잖아? 해외에서도 입대 지원자들이 몰려든다던데···. 게다가 오빠는 1, 2차 징병검사 다 불합격이었잖아? 그리고···."

잠시 망설이다 조심스레 덧붙이는 말.

"오빠네 엄마, 아빠······. 이잖아?"

천문석은 세연이 하는 말을 못 들은 척 확신을 담아 대답했다.

"삼촌이라고 하라니까. 그리고 이번에는 확실해."

소파 앞에 멈춰선 세연은 천문석을 내려다보며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그거보다 더 분명한 길을 선택하는 건 어때?"

"분명한 길?"

세연은 손을 들어 자신을 가리켰다.

"여기 건물주 외동딸이 있잖아? 머리도 엄청 좋아서 미래의 성공이 보장된 국가 핵심 인재!"

"..."

천문석은 세연이 하려는 말을 바로 이해했다.

어렸을 때부터 몇 번이나 들었던 말.

세연에게 자신을 삼촌이라고 부르라고 한 이유 중 하나.

"..."

천문석은 말없이 손가락을 까닥였다.

그러자 생글거리는 세연의 얼굴이 소파에 누운 천문석에게 다가왔다.

순간 천문석은 버럭 소리쳤다.

"어디서 개수작을!"

외침과 동시에 번개같이 움직이는 손!

손에 들린 쿠션이 세연에게 날아갔다.

파앙-

그러나 세연은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쿠션을 피하며 혀를 찼다.

"쳇! 안 통하네."

"당연하지! 설령 내가 면제가 떠도! 절대 안 해!"

"왜! 왜 안 하는데? 나 미래의 건물주잖아! 게다가 성공할 자신도 있다니까? W.S. 인더스트리에서 인턴 제안도 받았어!"

세연은 정말 왜 안 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순간 말문이 막혔던 천문석은 바로 외쳤다.

"야! 내가 어떻게! 네 부하를 해?!"

"왜? 할 수도 있지! 그리고 말이 부하지 명함에는 사원으로 새겨줄게."

세연도 지지 않고 마주 소리쳤다.

"사장은 너고 말이지?"

"당연하지!"

순간 천문석은 류세연 밑에서 온갖 잡일을 하는 자신의 미래가 그려졌다.

"인간적으로 5살이나 많은 나를! 부하 직원으로 부리겠다는 게 말이 되냐?"

"관리비! 전기료! 가스비! 수도요금! 모두 공짜!"

"안 한다니까!"

"월세도 공짜! 식비, 교통비 다 내주고! 지분도 10% 줄게."

"...안 해."

한 박자 늦게 나온 대답.

천문석은 순간 솔깃해하는 자신에게 우울해졌다.

세연은 그런 천문석을 묘한 눈으로 보며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시간은 많고. 건물은 도망가지 않으니까. 그리고 아직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를 만든 것도 아니니. 면제 뜨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고."

"..."

마침 주전자에서 물이 끓는 소리가 들리고, 세연은 다시 싱크대 앞으로 걸어갔다.

세연의 고양이 같이 느긋한 뒷모습을 보며 천문석은 불안함을 느꼈다.

어쩐지 정말로 세연의 부하 직원이 될 것만 같은 이 느낌이라니···.

천문석은 머리를 저어 불안감을 날리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 불안감은 기우일 뿐이다.'

'3차 징병검사 결과가 곧 도착한다.'

'다음 주에 나는 군대에 있을 것이다.'

계획대로.

모든 건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다!

전생에 천마였던 자신이 류세연의 밑에서 일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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