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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내가 해봤는데 별거 없더라-1화 (2/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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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천마 - #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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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

여기는 지옥이다.

천문석은 주위를 둘러봤다.

찌푸려지는 미간, 절로 악다물게 되는 입가.

이 작고 교활한 악마 놈들!

순간 사방에서 폭발적으로 들려오는 악마 놈들의 외침!

와아아아-

"달려라! 달려!"

"던져라! 던져!"

손에 잡히는 모든 걸 집어 던지면서 달리고!

으아아악-

흐어어엉-

키요오옷-

사방에서 괴성과 울음소리가 메아리치듯 쏟아진다!

수많은 꼬맹이.

악마 그 자체인 꼬맹이 놈들이 천문석 주위에 가득했다!

하아-

천문석은 깊게 탄식했다.

지금 천문석이 있는 곳은 실내 놀이 기구가 가득한 키즈카페.

천문석은 이곳 키즈카페에서 비정규직 부점장 겸 알바로 일하고 있었다.

23세 청년이 부점장이라니!

천문석도 제안을 받고 깜짝 놀랐었다.

그러나 말이 부점장이지 천문석이 하는 일은 어린이 안전관리 및 고객 관리, 시설관리, 청소, 유지보수, 직원 고충 처리··· 등등등.

온갖 잡무였다.

정해진 일만 하면 되는 다른 알바와 달리 부점장 천문석, 일명 '문석 학생'은 키즈카페의 온갖 일을 다 해야 했다.

끝없이 쏟아지는 일들!

위생을 위해서 하루에도 몇 번이고 바닥과 놀이기구를 청소해도 그 위로 꼬맹이들이 달리면서 과자를 던지고 음료수를 쏟았다.

지금처럼.

툭, 와그작-

와아아아아-

신난 얼굴로 장난감을 던지고 떨어진 과자를 밟아 뭉개고 달리는 아이들.

아이들이 달리는 안전매트는 순식간에 엉망이 되었다.

보기만 해도 분노가 솟구치는 광경이지만, 이건 아직 최악의 상황이 아니다.

최악은 '어린이 젤리'다.

천문석은 불안한 눈으로 '어린이 젤리'를 입에 물고 달리는 아이를 바라봤다.

키즈카페 알바 한 달.

천문석은 저것, 저 '어린이 젤리'를 만든 놈을 감옥에 보내는 상상을 수백, 수천 번 했다.

와아아아-

툭-

이때 어린이 젤리를 입에 물고 달려가던 꼬맹이가 입에 물고 있던 어린이 젤리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당연한 듯 뒤따라 달리던 꼬맹이들이 그 젤리를 밟았다.

쭉, 쭈욱, 쭈우우욱-

피를 토하듯 제 속의 젤리를 쭈욱, 쭉쭉 뿜어내는 어린이 젤리!

어린이 젤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간 순간.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야! 제발! 하지 마! 멈춰!"

그러나 작은 악마 놈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방으로 뿌려진 어린이 젤리 위에서 뛰고 구르며 끈적한 젤리를 손과 발에 발랐다.

키요오옷-

크아아앗-

아이들 특유의 괴성을 닮은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끈적한 젤리를 바른 악마 놈들이 신이 나서 천지 사방으로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쫙, 쫘악-

쫘아아악-

듣기만 해도 몸서리쳐지는 끈적한 소리!

"와아앙!"

"달려라. 달려!"

"나 잡아라! 메롱!"

"나는 특급 헌터다!"

사방에 찍히는 악마 놈들의 끈적한 발자국과 손자국!

참사가 순식간에 확대되고 있었다.

"안돼! 제발! 그만!"

천문석이 아무리 외쳐도 소용없었다.

잘 닦이지도 않는 어린이 젤리가 바닥과 벽, 장난감 천지 사방에 찍혔다.

이렇게 끈적거리는 젤리투성이가 된 바닥과 벽, 장난감 모든 곳이 천문석이 치워야 하는 곳이었다.

"빌어먹을."

울고 싶었다.

한 달 전 대학 선배 철수형의 시급 2배, 부점장이라는 지위에 혹해서 시작한 키즈카페 알바는 최악이었다.

악마 그 자체인 꼬맹이들이 끝없이 쏟아져 들어오고!

일거리 또한 끝없이 생겨난다!

천문석이 전에 했던 모든 알바 이상으로 키즈카페 알바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뿌우우웅-

이때 들려오는 날카로운 기적 소리.

순간 키즈카페 안을 달리던 꼬맹이들이 일제히 멈췄다. 시간이라도 정지한 듯 멈춰선 꼬맹이들의 시선이 하나둘 기적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향했다.

꼬맹이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키즈카페의 가장자리.

그곳에는 오르락내리락 키즈카페 전체를 휘감아 도는 레일의 시작점, 기차역이 있었다.

그리고 기차역에 자리한 어린이 기차.

어린이 기차는 연통에서 모락모락 하얀 김을 뿜어내고 차체의 LED에 전등에 불을 밝히고 있었다.

두 시간에 한 번 출발하는 이 키즈카페의 자랑, 어린이 기차의 운행 시간이 된 것이다.

뿌우우우웅-

모형 기차의 기적 소리가 다시금 들려오고.

"어린이 여러분! 기차가 곧 출발해요! 줄을 서세요!"

모형 기차 담당 알바가 소리친 순간.

우와아아아-

키요오오옷-

멈춰섰던 꼬맹이들이 엄청난 환호성을 지르며 기차를 향해 달려가 긴 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꼬맹이들이 빠져나간 곳.

온갖 장난감이 사방에 나뒹굴고 선명한 푸른색의 어린이 젤리가 사방에 흩어진 그곳에는.

부점장 천문석은 젖은 걸레와 세척액이 담긴 스프레이를 든 채 홀로 남겨졌다.

"..."

"문석 학생. 아니 부점장님. 수고하세요."

직원 아주머니가 웃음 가득한 얼굴로 천문석을 스쳐 지나갔다.

"..."

---

천문석은 사방에 찍힌 푸른 발자국과 손자국을 보며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바닥과 벽은 그렇다고 해도 5미터가 넘는 천장에 어떻게 젤리를 처발랐단 말인가?

그것도 발자국을!

천문석은 천장에 찍힌 발자국 모양의 선명한 푸른 젤리를 노려보았다.

눈빛만으로도 젤리가 지워지면 좋겠지만, 당연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천문석은 기차를 타러 간 악마 놈들이 돌아오기 전, 재빨리 사방에 뿌려진 어린이 젤리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칙, 치익-

왼손의 세척액을 뿌리고 오른손의 걸레로 능숙하게 바닥과 벽, 장난감에 뿌려진 젤리를 닦아내는 천문석. 끈적끈적 잘 닦이지 않는 어린이 젤리지만, 천문석이 이곳에서 일한 지도 이미 한 달.

천문석은 순식간에 벽과 바닥, 장난감의 어린이 젤리 흔적을 지워내고 발판에 올라 천장에 찍힌 젤리 발자국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천장의 아이 신발 모양의 젤리 발자국은 천장을 가로질러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미친! 이 녀석은 박쥐거나 벽호공을 익힌 마인이라도 된단 말인가?'

"이걸! 도대체! 어떻게! 찍어 논거야?!"

천문석은 분통을 터트리면서 젤리 발자국을 박박 문질러 지웠다.

뿌우우웅-

와아아앙-

어느새 악마 꼬맹이들을 실은 기차가 출발해 몇 바퀴째 레일을 돌고, 기차역에 늘어섰던 긴 줄이 거의 사라졌을 때.

천문석은 마침내 천장의 젤리 발자국을 모두 지웠다.

"끝났다! 으어어."

땀으로 전신이 젖은 천문석이 뻐근한 허리를 펴며 고통 가득한 탄성을 질렀다.

끊어질 듯 당기는 허리라니!

끼요요옷-

이때 괴성과 함께 누군가가 천문석의 등 뒤에서 달려들었다.

누군지 뻔했다.

이렇게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 놈은 한 놈.

돌머리 꼬맹이!

한 달 전부터 온갖 말썽을 다치고 다니는 그놈이었다!

정체를 아는 순간, 천문석은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전생의 몸이라면 가볍게 피하고 반격까지 했겠지만, 지금의 몸 상태와 엉거주춤한 자세로는 무리. 공격자를 낚아채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최선이었다.

천문석은 생각과 동시에 재빨리 몸을 돌려 달려드는 꼬맹이를 낚아채려 했다.

커어억-

그러나 꼬맹이의 팔을 잡는 순간 묵직한 충격이 배를 강타했다. 꼬맹이의 팔을 잡았는데도 묵직한 충격이 천문석의 배를 때린 것이다.

충격을 받은 천문석은 꼬맹이를 번쩍 들어 올린 채 발판 아래로 떨어졌다.

투두두둑-

천문석의 몸에 맞은 탄성볼이 사방으로 튀어나갈 때 머리 위에서 꼬맹이가 괴성을 지르며 외쳤다.

끼요오오옷!

"나! 특급 헌터가! 보스를 물리쳤다! 알바야! 아이템 내놔!"

"흐어억!"

꼬맹이의 괴성 뒤로 숨넘어가는 듯 다급한 비명이 들려왔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천문석의 눈에 다급히 달려오는 정장 차림의 여성이 보였다.

여자는 정신없이 탄성볼이 가득한 풀 안으로 뛰어들어와 천문석의 손에 번쩍 들린 아이를 살폈다.

"괜찮아!? 안 다친 거야? 엄마 봐봐!"

정신없이 아이를 살피는 아이 엄마.

"난 특급 헌터라 괜찮다!"

꼬맹이는 엄마에게 버럭 소리치더니 천문석의 손에서 펄쩍 뛰어내러 잽싸게 도망쳤다.

"너! 거기 안 서!"

엄마의 성난 외침에도 뒤돌아보지 않고 맨발로 달리는 꼬맹이.

딱, 딱, 딱-

달려가는 꼬맹이에게서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이 순간 눈에 보이는 꼬맹이 손에 끼워진 신발.

꼬맹이의 양손에 끼워진 신발 두 짝은 연신 부딪혀 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

순간 천문석의 시선이 천장으로 향했다.

천장에 찍힌 발자국과 꼬맹이의 양손에 끼워진 신발!

천문석은 깨달았다.

"너였냐?! 이런 미친! 돌머리 꼬맹이!!"

천문석이 자신도 모르게 외친 순간 아이 엄마의 사나운 눈길이 움직였다.

"아니···. 제가 욕을 하려던 게 아니고···."

찔끔한 천문석이 변명할 때 아이 엄마가 성큼 다가왔다.

"죄송···."

천문석이 사과를 하기 전, 아이 엄마의 허리가 먼저 숙여졌다.

그리고 들려오는 아이 엄마의 미안함 가득한 목소리.

"괜찮으세요? 제 아이 때문에···.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이 엄마는 연신 허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아, 전 괜찮아요. 어머님···. 컥."

예상과 다른 전개에 벌떡 일어나며 대답하던 천문석은 배를 잡았다.

천문석이 떨어진 바닥은 어린이용 탄성볼이 가득한 풀, 게다가 바닥은 두툼한 안전매트라 다칠 일은 없었다.

문제는 배. 꼬맹이 녀석의 돌머리에 들이박힌 배에서 묵직한 통증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런···. 어떡해요···. 다치셨나 봐!"

아이 엄마는 고통에 허리를 숙인 천문석을 보고 울상이 되어 발을 동동 굴렀다.

"괜찮습니다. 어머님. 하하, 그리 심하지 않아요."

아이 엄마의 울 것 같은 얼굴에 천문석은 옷을 걷어 배를 보여주며 대답했다.

"앗!"

천문석의 배가 드러나는 순간 새된 비명을 지르는 아이 엄마.

"어?"

천문석은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꼬맹이가 들이박은 자신의 배를 봤다.

배 한가운데 커다랗게 올라온 멍.

천문석은 믿기지 않은 현실에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

"...이거 뭐죠?"

천문석의 배는 커다란 짱돌에라도 맞은 듯 검푸른 피멍이 맺혀있었다.

그리고 뒤늦게 느껴지는 통증!

컥-

통증이 올라오는 순간 천문석은 배를 잡고 픽 쓰러졌다.

쓰러진 천문석 앞, 아이 엄마는 이제는 거의 기절할 듯 사색이 된 얼굴로 사방에 소리 질렀다.

"병원! 병원부터! 여기! 누가 좀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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