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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천마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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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 - 프롤로그
인간의 마음.
희노애락애오욕, 칠정.
칠정을 태워 공(功)을 쌓으니 마공.
마음이 격렬하게 끓어오를수록 마공의 진전은 빠르고,
마공의 경지가 높아질수록 마음은 빠르게 재가 되어 사라진다.
그렇기에 마공을 배운 이는.
결국, 마음이 사라진 광인이 된다.
그러나 칠정을 태움에도 그 마음이 잔잔한 마공이 있으니.
마도 18문의 지존공.
천마신공.
마공답지 않은 허허로움이 담긴 천마신공은 그렇기에 신공이었다.
그러나 천마신공 또한 마공.
천마신공의 끝 또한 마공과 같으니.
천마신공의 극에 달한 자.
공이 극을 넘어 마침내 그릇에서 넘쳐흐르는 순간.
천마의 불꽃에 마음이 사라진 인형이 되거나,
폭풍처럼 끓어오른 칠정에 먹힌 광인이 되어 버린다.
천마신공의 최후는 마음 없는 인형이 되거나 감정이 끓어오르는 광인이 되는 것.
마공의 끝에 희망은 없다.
천문석.
천마신공의 극에 달한 마도 18문의 지존, 천마 천문석.
그 또한 이 운명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천마신공이 극에 이르러 마침내 그릇이 넘쳐 흐르려 할 때.
천마 천문석은 선택했다.
선대 천마처럼 칠정중 희(喜)가 끓어올라 천지 사방에 똥칠하고 제정신을 차렸을 때 심맥을 끊어 자살하는 건 무인으로서 너무 비참하지 않은가?
이왕 갈 거라면 간지나게!
한번 날아올라 구만리 장천을 뛰어넘는 대붕처럼.
천마신공의 극을 단숨에 뛰어넘어,
12성 대성을 넘어선 전인미답의 경지에 오르리라.
나는 선 채로 등신불이 되어 죽으리라!
모든 건 천마 천문석의 뜻대로 되었다.
마도 18문이 모두 모인 회맹자리.
천문석이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디뎌 천마신공을 펼친 순간.
누르고 눌러왔던 칠정이 화산처럼 폭발하고,
달래고 달래왔던 심공이 폭풍처럼 몰아쳐 단숨에 스물네 번 대주천을 마쳤을 때.
천문석은 마침내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하였다.
이 순간 천문석은 마도 18문의 그 누구도 닿지 못한 경지, 천마신공의 대성을 이루었다.
대공을 성취하는 순간.
천마 천문석은 천마신공의 강기(罡氣)가 영육과 혼백에 새겨지는 것을 느꼈다.
천마, 천문석.
정파의 두려움이자 사파의 절망 그리고 마도의 공포.
그는 근엄하고 비장하고 간지나게.
천마신공의 대성, 하늘과 땅을 잇는 천강(天罡)의 불꽃 속에서 한 방에 훅 갔다.
마지막 순간.
천문석은 하늘 끝까지 이어진 천강에 절절한 뜻을 담아 기원했다.
"부디! 바라건대! 다음 생은 부자···. 아니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기를!"
...
하늘에 닿은 기원대로 천마 천문석은 다시 태어났다.
20세기 말의 대한민국에서.
그리고 23세가 된 어느 날.
청년 천문석은 문득 전생을 깨달았다.
전생을 깨달은 천문석. 전생 천마이자 현생 알바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탄식했다.
"시바···. 부잣집 아들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