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211화 (211/225)

211화. 바딤 (2)

-콰쾅! 콰콰쾅!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공격을 감행한다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도대체 누구지?’

게다가 상대는 제 정체를 아무런 마법도 쓰지 않고 숨길 수 있었으니, 그는 최소 드래곤 이상의 존재가 분명했다.

‘이길 수 있을까.’

아모레의 팔찌를 발동시킨 루카스가 알을 안은 채 제게 쏟아지는 공격이 끝나길 잠자코 기다렸다.

-쿠아아앙!

검은빛과 푸른빛이 서로 꼬아져 쏘아지는 공격은 방어막에 막혀 힘없이 사그라들었지만, 위력만큼은 무시할 수 없었다.

‘이걸 푸는 순간…….’

반격을 하려면 방어막을 먼저 풀어내야 했다. 하지만 그럴 엄두가 나질 않았다.

‘죽을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된다면 여태 쌓아 올렸던 공들인 탑이 모두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잠깐…… 검은색과 푸른색…….’

루카스가 제게 공격을 퍼붓는 자의 정체를 알아차린 순간이었다.

[흠…… 계속 그렇게 있을 작정인가?]

제 정체를 감추려 다른 이의 말투를 흉내 내는듯한 어색한 말투도.

“설마…… 아구아인가?”

[풋. 아구아라니. 나를 그자와 비교하다니.]

“하긴. 그런 허접한 신은 아니겠지.”

[……아구아가 허접… 하진 않지.]

당황한 듯한 말투.

“아니긴 뭘. 아구아는 허접하지. 상급 신중에 가장 허접하지 않나?”

그를 놓치지 않은 루카스가 아구아를 계속 깎아내렸다.

[…….]

“그래도 지금 남아있는 신 중에 제일은 아모레지.”

[…….]

이어지는 침묵을 보니 아구아가 확실했다.

“타라스가 소멸하지 않았더라면 타라스보다 못한 신이 아구아 아닌가?”

[그만!!!]

결국 참다못한 아구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왜? 아구아랑 친한가? 그렇다면 아구아랑 거리를 두는 게 좋겠군. 그런 허접스러운 신 따위와 어울린다면 네가 누구든지 격이 떨어질 테니 말이야.”

[젠장! 인간인 주제에!!!]

결국 아구아가 화를 내며 성큼성큼 걸어왔다.

‘아직은 안 된다.’

알을 꼭 끌어안은 루카스가 그가 걸어오는 것을 지켜보며 공격 범위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당장 죽여주마!]

‘조금만 더…….’

아구아는 아직은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는 듯 제 무기를 꺼내 들지 않았다.

‘차라리 내겐 잘되었다.’

아구아가 제 무기까지 꺼내 든다면 승산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감히 아구아를 두고 허접스럽다고 하다니!]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아~ 혹시 네가 아구아인가?”

그러자 걸어오던 아구아의 몸이 순간 흠칫 떨렸다.

[나는 아구아가 아니다.]

“그럼 넌 누구지?”

[말해줄 수 없다.]

아구아가 루카스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아무도 없을 때 나를 덮친 거라면…….’

그리고 그가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듯한 행동을 하는 순간.

-파앗!

알을 안은 루카스가 텔레포트해 사라졌다.

***

“어? 로드?”

떠난다고 했던 루카스가 금세 돌아오자, 앨라스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뭐 두고 가셨어요?”

루카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다시 오고 싶었다.”

앨라스의 걱정 어린 눈길을 슬쩍 피한 루카스가 소파에 앉아 몸을 기댔다.

다른 이들과 같이 있을 때가 아닌 혼자 있을 때를 노려 공격해왔다는 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자신을 조용히 처리하려 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었다.

‘지금은 알까지 있으니…….’

게다가 알을 지키면서 아구아랑 싸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신은 신이다.’

그는 상급 신이었다. 요 근래 많은 신들이 소멸했지만, 그건 신들과의 싸움 중에 소멸한 것이지 드래곤이나 인간에 의해 소멸한 것은 아니었다.

모든 위험 요소를 끌어 안고 싸웠다가 죽기라도 한다면 그것만큼 손해는 없다.

‘혹시 죽기라도 했다면 그때 복수는 할 수 있겠지만, 그럴 일이 없는 게 나으니까.’

루카스가 품에 꼭 끌어안은 알을 내려봤다.

“그건 뭐예요?”

루카스가 품에 소중히 안은 알을 본 앨라스의 눈이 점점 크게 뜨였다.

“어?! 이거 알이잖아요!”

“그래.”

“이거 혹시…….”

루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안타깝다는 듯한 앨라스의 눈길에 루카스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니다.”

그리고 조심스레 앨라스에게 알을 건넸다.

“……어?!”

알을 받아 든 앨라스의 눈이 다시 크게 뜨였다.

“그래. 그 안에 다른 세계에서 온 영혼이 들어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다른 세계에서 영혼이 오다니요!”

“말하자면 길다.”

“말해주세요. 네?”

앨라스가 알을 안고 궁금해 죽겠다는 듯 눈을 초롱초롱 빛내자, 루카스가 제 앞자리를 향해 고개를 까딱였다.

그러자 냉큼 자리에 앉은 앨라스가 알은 안은 채 침을 꼴딱 삼켰다.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앨라스는 루카스가 이야기에 다채로운 표정을 지으며 경청했다.

중간중간 ‘세상에나.’, ‘어떻게 이런 일이!’ 등과 같은 추임새도 열심히 넣으며 말이다.

“그래. 그렇게 된 거다.”

“와…… 세상에 별일이 다 있네요. 다른 차원도 신기하지만 삼만 년이나 사는 드래곤이라니…….”

“나도 처음에 들었을 때 놀랐다.”

“게다가 엄청난 마법 실력까지 겸비했다면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겠네요.”

“그래. 그런데도 깨어나질 않으니 답답하구나.”

그러자 앨라스가 알을 통통 두드리며 말했다.

“어르신. 어서 깨어나세요. 제가 궁금한 게 많아요.”

알에 대고 속삭이는 앨라스의 모습이 퍽 귀여웠다.

“하하. 녀석 참.”

“어르신. 어서 일어나셔서 가여운 저희에게 장수하는 비결을 알려주셔야죠.”

알을 통통 두드리며 말하던 앨라스가 돌연 알에 귀를 가져갔다.

“예? 뭐라구요?”

“!?”

혹시 알이 깨어나는 건가 싶어 놀란 루카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 저희가 꼴 보기 싫어서 나오지 않으신다구요~?”

앨라스의 짓궂은 장난이었다.

“이 녀석!”

“꺄하하! 로드 속으셨죠~?”

루카스가 버럭 소리치자, 앨라스가 낄낄거리며 루카스를 놀려댔다.

“……어?”

다시 한번 루카스가 호통을 치려던 그때 앨라스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어른을 놀리면 못 쓴다! 또 놀리면 아주 혼날 줄 알아라!”

앨라스가 자신을 또 놀리려고 한다고 생각한 루카스가 팔짱을 척 끼고 근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니, 아니에요. 지금 알이…… 알이 흔들린 거 같은데?!”

“떽!”

그러자 앨라스가 테이블 위에 알을 조심스레 올려두며 상체를 뒤로 뺐다.

“진짜라니까요!?”

“혼난다고 했지?”

그래도 혹시나 싶어 알을 내려다봤지만, 알은 조용했다.

“진짠데…….”

알을 지켜보던 앨라스가 풀이 죽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긴 뭐가…… 어!?”

앨라스를 진짜 혼이라도 내려는 듯 루카스가 소매를 걷던 그때.

알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보, 보세요! 흔들리죠?!”

“……!”

휘청. 테이블 위에 놓였던 알이 더욱 크게 흔들리며 휘청였다.

“어, 어!”

그러자 얼른 루카스가 몸을 숙여 알을 붙잡았다.

“……드, 드디어!”

손에 진동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확실했다.

-투둑…….

알에 금이 가는 듯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투둑! 툭!

미세하게 들리던 소리가 더 커졌다.

“세상에! 진짜, 진짜 깨어나려나 봐요!!!”

앨라스가 상기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투둑…….

알에서 조심스레 손을 뗀 루카스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깨어나는 건가.’

-툭……! 쩌적!

알이 크게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쩌저적!

미세하게 가던 금이 크게 갈라지며 알 한구석에 작은 구멍이 생겨났다.

-쩌저적! 쩍!

땅이 갈라지듯 쩍쩍 갈라진 알에서 미세한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하자, 앨라스와 루카스는 눈빛을 교환했다.

“로, 로드.”

“그래. 앨라스. 드디어 깨어나는가 보다.”

-쩌적!!!

커다란 소리와 함께 알이 쩍 갈라지고, 동굴 안에 빛이 가득 퍼져나갔다.

***

루카스와 대화를 마치고 돌아온 야스탄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내가 없어지기만 한다면…….’

수십, 아니, 수백 번 생각하고 또 고민했던 것이었다.

‘나 하나로 모든 마족들을 살리게 될 수도 있다.’

당장에라도 목숨을 끊어내는 게 좋을까 고민했었다.

‘하지만 안 된다.’

전대 로드인 루카스와 대화를 했으니까. 그는 자신이 죽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러니 그가 제 목숨을 거둬가는 것이 아닌 이상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는 안 되었다.

‘남은 일족들 역시 책임져야 한다.’

집무실 한 편에 놓인 검을 보며 생각했다. 제 목숨이 허락되는 한 일족들을 지키겠노라고.

-똑똑.

그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라.”

문이 열리고 그곳엔 자신이 아끼는 기사인 테드라스가 서있었다.

“그래. 테드라스.”

예를 갖춰 인사를 마친 테드라스가 야스탄에게 다가왔다.

“아가씨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테드라스가 걱정이 묻어나는 말투로 물어왔다.

그가 말하는 아가씨란 멜라니, 즉 파멜라였다.

“……그냥 둬라.”

그녀가 사라지고 야스탄은 그녀를 당장 찾아서 돌아오려 했었다. 그녀에게 주었던 선물이 위치를 알려주었기 때문에 그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그를 주변에 있는 부하들이 뜯어말렸다.

그녀가 안전한 것은 확실하니 상황이 잠잠해지거든 언제든 데려오자고 말이다.

전시상황인 데다 일족들이 대거 죽었으니 반박하거나 밀어붙일 수도 없었다.

그녀는 정말 안전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도 찾아올 수가 없었다.

‘하필이면…….’

그녀가 있는 위치가 깊은 바닷속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녀가 바다에 뛰어들어 죽은 건 아닐까 걱정했었지만, 그가 준 팬던트는 가지고 있는 자가 죽으면 더 이상 위치를 알려주지 않았기에 그럴 확률은 없었다.

차라리 파멜라가 제 펜던트를 바다에 던지고 그걸 세이렌이 주워갔길 바랐지만, 그랬을 확률 또한 극히 낮았다.

‘그녀가 스스로 찾아간 것일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너무도 슬픈 일이었기에 우선 묻어두었다.

“그냥 두라는 말씀은…….”

“똑똑한 아이다. 제 발로 걸어 들어간 것이 아니라면 언젠가 돌아오게 되어있다.”

어차피 기에스티오의 배신은 공공연한 사실이 되었다.

그가 여태 암암리에 마족들을 도왔다는 것도 이제는 모두 알려졌으니, 더는 숨길 것도 없었다.

“군대를 보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자 야스탄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더 이상 일족을 잃을 수는 없다. 내 어리석은 판단으로 잃은 일족은 이걸로 족하다.”

“…….”

“나는 괜찮으니 남은 이들이나 잘 챙겨라. 테드라스.”

야스탄의 슬픈 미소가 테드라스의 가슴을 후벼팠다.

기에스티오의 배신에 이어 혹여 파멜라까지 그에 가담한 것이라면 저 역시 참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리월은 어떻게 할까요.”

“리월…….”

지난번 사태에서 리월 역시 운 좋게 살아남았다.

술에 취해 처박혀 자느라 지하로 대피하지 못했다던가.

“운도 좋지.”

“…….”

야스탄이 비릿하게 웃었다.

“공을 세운 건 사실이지 않느냐. 우선 그대로 둬라.”

그는 약속을 철저히 지키다 못해 너무 잘해줬다. 그러니 파멜라가 배신을 했다 한들 그를 벌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예. 알겠습니다.”

“그래. 이만 나가봐라.”

“예.”

테드라스가 몸을 돌려 나가자, 야스탄은 수정구를 꺼내 들었다.

마지막 희망을 안은 채.

‘제발 아니길…….’

다시 한번 마지막이라 되뇌며 기에스티오의 수정구 좌표를 입력했다.

‘제발…….’

연결 중이라는 뜻의 빛이 드문드문 빛났다.

‘그녀만은 날 배신한 것이 아니길…….’

확인하고 싶은 것은 하나였다.

그때 수정구가 환히 빛났다.

“……!”

연락이 끊겼던 기에스티오와 연락이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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