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210화 (210/225)
  • 210화. 바딤 (1)

    루카스의 부름에 냉큼 달려온 하셀은 쭈뼛거리며 눈을 굴렸다.

    “내 창고.”

    “……예?”

    “내가 숨겨둔 창고 말이다.”

    분명 아만에게 들은 게 있는데 저렇게 모르쇠를 한다니?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하. 모르는 척을 하겠다?”

    루카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 한쪽 다리로 비스듬히 선 채 하셀을 노려봤다.

    “…….”

    “당장 말해라. 하셀. 레어 지하에 내가 숨겨두었던 창고 말이다.”

    “…….”

    “이미 아마록이 다 말해줬으니 당장 대답하지 않으면 네 레어를 통째로 날려주마.”

    지금 루카스가 서있는 곳은 하셀의 레어였다.

    “그, 그게 말입니다.”

    “말해라.”

    “사실 그 창고를 찾긴 찾았는데 말이죠…….”

    우물쭈물하며 말을 저는 꼴을 보니 아만이 겹쳐 보였다.

    “그런데?”

    “제가 창고에 들어가서 거기에 있는 물건들을 구경하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루카스가 답답한 마음에 와락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그 이후로 다시 들어가려 하니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입니다. 제가 그 이후로도 몇 번이나 다시 들어가려 애를 썼는데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진짭니다.”

    “그 말을 어떻게 믿지? 이번에도 창고에 있는 물건을 모조리 빼다가 바다에 던진 건 아니고?”

    루카스의 눈초리에 불신이 가득했다.

    “제가 뭣 하러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어차피 로드는 돌아가셨고 그 창고는 제 것이나 다름없는데요. 거기서 들고나온 물건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마록은 그 이야기를 어떻게 알고 있는 게냐.”

    하셀이 고개를 푹 수그린 뒤 말을 이었다.

    “제가 자랑을 좀 했습니다.”

    “…….”

    “로드께서 주신 레어 아래에 비밀 창고가 있더라고 말입니다. 그 창고를 제가 찾았으니 조만간 구경도 시켜주겠다고 했습니다.”

    돌아버릴 노릇이었다. 그 창고가 도대체 어떤 창고인데!

    “……미치겠군.”

    “그런데 다음에 그 창고를 제가 못 찾으니 아마록이 순 거짓말이었다며 저를 믿질 않더군요. 그래서 더 오기가 생겨 찾으려 했는데…… 아직도 못 찾았습니다.”

    머리가 아파왔다.

    “그럼 혹시 네가 가진 시간이나 공간에 관한 아티팩트가 있느냐?”

    이미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안 지금 창고를 찾겠다고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었다. 하셀을 나무라는 것 역시 괜한 시간 낭비였고.

    “제가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그래. 다른 이들에게도 있는지 한번 물어보거라.”

    루카스가 머리가 아프다는 듯 미간을 꾹 누른 채 손을 휙 저었다.

    얼른 사라지라는 뜻이었다.

    “예. 그럼.”

    하셀이 눈치좋게 냉큼 사라지자, 앨라스가 아공간을 열어 물약 한 병을 내밀었다.

    “어휴. 로드도 머리 아프시겠네. 얼른 한 모금 쭉 하세요.”

    약병을 받아 든 루카스가 뚜껑을 열어 약을 들이켰다.

    “후. 좀 낫구나.”

    “제가 만든 특제 물약이거든요.”

    “고맙다. 앨라스.”

    “뭘요.”

    루카스의 옆에 바짝 붙어 선 앨라스가 손을 파닥여 손부채질까지 해주었다.

    “되었다. 뭘 또.”

    “사실은요. 저도 아마록에게 들은 게 좀 있거든요.”

    “……?”

    “아까는 하셀님이 계셔서 말씀을 못 드렸는데…….”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다.

    “사실 그 창고 말이에요. 아마록도 들어갔었다고 하더라고요?”

    “……!?”

    이건 또 무슨 소리라는 말인가!

    “거기서 아마록이 디아스테의 목걸이를 찾았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공간의 신인 디아스테.

    시간의 신인 호라를 골탕 먹이려 그녀의 왕관을 지상에 내려보낸 그가 호라에게 목걸이를 빼앗겼고, 그 목걸이가 지상에 내려오게 된 것이었다.

    “젠장 할!”

    “그 목걸이를 보자마자 군침이 싹 돌더래요. 옛날에 썼던 호라의 왕관이 생각났다고 했던가.”

    “미친 자식!!!”

    기어코 사고를 또 친 것이다.

    “그래서 디아스테의 목걸이를 사용했나 보더라고요?”

    루카스가 콧김을 씩씩 불며 욕지거리를 해대자, 앨라스가 손을 더 빠르게 놀려 부채질을 해댔다.

    “어휴. 제 생각에도 그놈은 참 미친놈이에요. 그쵸?”

    “그래서 창고가 사라진 거였군. 젠장할 놈!”

    아마록은 이미 세상에 없으니, 그를 잡아다가 질책을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디아스테의 목걸이가 어디 있는지는 혹시 아느냐?”

    이렇게 된 거 디아스테의 목걸이라도 찾아야 했다.

    “그게 있잖아요…….”

    “괜찮으니 어서 말해봐라.”

    “어휴. 이거 말하면 로드 쓰러지실 텐데.”

    “괜찮대도!”

    “아마록이 말해준 바에 의하면 목걸이를 썼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더래요. 그대로 창고였다고 하더라고요?”

    당연한 이야기였다. 공간의 신인 디아스테의 목걸이는 말 그대로 공간을 옮겨주는 것이니까.

    “그래서?”

    “그래서 텔레포트를 해서 밖으로 나갔대요. 다른 곳에서 다시 써보려고.”

    “…….”

    이 뒤로는 듣지 않아도 짐작이 가능했다.

    “그런데 분명 손에 쥐고 있던 목걸이도 사라지고 다시 창고로 돌아가려 하니 돌아갈 수도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하…….”

    디아스테의 목걸이를 사용했다면 분명 창고 자체가 이동이 되었을 것이다.

    ‘내가 창고에 결계를 쳐두었으니까.’

    결계를 중심으로 창고 전체가 어딘가로 이동이 되었을 것이고, 목걸이 역시 창고에 귀속을 시켜두었으니 그곳에 남았을 것이다.

    ‘귀속 마법이 걸린 것도 모르고!!!’

    쉬운 마법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풀지 않고 창고 밖으로 이동을 했다니!

    “그렇게 창고도 목걸이도 모두 잃어버렸다고 하셀님께는 절대 비밀이라고 제게 신신당부를 했어요.”

    “……아마록은 도대체 창고를 어떻게 찾은 것이냐?”

    “하셀님께서 그러셨잖아요. 자랑을 했다고…… 그거 듣자마자 찾으러 갔다고 하던데요.”

    “젠장 할 놈들…….”

    이가 부득부득 갈렸다.

    이건 공간의 신이 오지 않는 이상 찾을 수가 없게 되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젠장.”

    조금은 쉽게 일이 풀리나 싶었더니 이렇게 되고 말았다.

    “하. 마족들에게 그냥 델러다칸을 줘야 하나.”

    “그건 안 될걸요. 저번에 에라몬드님 말씀하시는 거 들으니까 그랬다간 아주 다 찾아가서 몰살을 시켜버릴 것 같던데.”

    많은 드래곤이 죽었다.

    ‘지금도 많이 참고 있는 거겠지.’

    모두가 그럴 것이다. 인내심을 최대한 발휘해 마족들을 죽이지 않고 살려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저는 이해해요. 저도 진짜 많이 참고 있는 거라서.”

    앨라스가 입술을 삐죽였다.

    “로드랑 하셀님 아니었으면 저도 진즉에 아벨님이랑 같이 가서 다 엎어버렸을 거예요. 저희 아버지도 그놈들 때문에 죽었으니까요.”

    앨라스 역시 아버지인 아프레를 잃었다.

    “그리고 아벨님 역시 테네님을 잃었잖아요.”

    “그래…… 안다. 앨라스 너 역시도 상심이 크겠구나.”

    “뭐. 괜찮아요. 인간들보다는 몇백 년이나 더 함께했으니까요.”

    앨라스가 슬프게 웃었다.

    “…….”

    “그렇게 생각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저도 당장에라도 쫓아가서 죽여버리고 싶거든요. 모두 다.”

    “참아줘서 고맙구나.”

    “그 자식들이 제 걸작도 다 망가뜨렸다고요! 아시잖아요? 제 섬!”

    “아.”

    앨라스가 공들여 만들었던 섬을 마족들이 찾아와 모두 부숴 놓았었다.

    ‘그것도 아이들끼리 휴가를 보내던 때에 말이지.’

    그런 것만 생각하면 정말이지 씹어먹어도 시원찮은 놈들이었다.

    ‘그래도 참아야지.’

    그들 역시 누군가에게 명령을 받고 움직였을 것이다.

    ‘그래. 그건 야스탄이겠지.’

    앨라스가 기지개를 한번 쭉 켜더니 구석에 쌓인 마나석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에휴.”

    “조금 쉬자꾸나. 하루 동안 고생이 많았다.”

    “아. 맞네요. 로드께서는 인간이신데…….”

    드래곤은 몇 날 며칠 잠을 자지 않아도 괜찮은 몸이었지만, 인간인 루카스는 아니었다.

    “걱정하지 말아라. 나는 괜찮으니.”

    “에휴. 얼른 가서 좀 쉬세요. 저도 하셀님이랑 함께 아티팩트나 좀 찾아볼게요.”

    “그래. 고생 좀 해주려무나.”

    “고생은요.”

    싱긋 웃는 앨라스를 보는 루카스의 마음이 뒤숭숭했다.

    ‘언제 저렇게 다 컸을꼬.’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마록과 함께 젖비린내를 풀풀 풍기던 해츨링이었건만 어느새 제 걱정까지 해주는 어른이 되어있었다.

    ‘알……!’

    그때 루카스의 머릿속에 다른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가봐야겠다.”

    “네.”

    루카스가 황급히 텔레포트해 사라졌다.

    ***

    ‘뭘 잊고 있었나 했더니!’

    다른 세계에서 왔다던 그 드래곤.

    ‘바딤 아르티스라고 했던가.’

    그의 영혼이 해츨링 알에 들어있었다.

    ‘3일이면 충분히 깨어난다고 하더니만.’

    순 거짓이었다.

    벌써 그로부터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그는 깨어나지 않았다.

    ‘흠…….’

    루카스가 다시 한번 알을 살폈다.

    알은 따뜻했다. 분명 살아있다는 뜻이었다.

    “흐음…….”

    알 위에 손을 얹은 루카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필이면 이 알이라니.’

    알이 가진 샛노란 빛은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변함없이 영롱했고, 군데군데 찍힌 검은색 점은 빛 하나 바래지 않고 칠흑같은 색을 자랑했다.

    ‘르윈…….’

    루카스가 묻어두었던 기억 저편에 담긴 이름을 꺼냈다.

    ‘그녀 역시 신이 되었을까.’

    르윈 자라드. 루카스의 반려이자 사랑했던 이였다.

    아직도 그녀가 떠났던 때가 너무도 생생했다.

    그렇기에 그녀의 이름을 묻어두고 어떻게든 기억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너무 고통스러웠기에.

    ‘보고 싶구나.’

    루카스가 손을 얹은 이 알은 그녀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알이었다.

    세상의 빛은 보지 못했지만, 너무도 사랑했던 알.

    “바딤. 내가 가장 사랑했던 걸 주었으니 이제 좀 깨어나십시오.”

    간절했다.

    그가 가진 실력이라면 아티팩트나 성유물이 없더라도 마족들에게 게이트를 열어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몇만 년은 거뜬히 살아낸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우리가 단명한다고 안타까워하실 만큼 말입니다. 얼른 나오셔서 단명하는 일족에게 장수하는 비결도 가르쳐 주셔야지요.”

    루카스는 마치 무덤가에 앉아 혼자 말하는 사람처럼 읊조렸다.

    “삼 일이면 된다고 호언장담하시더니 왜 아직까지도 깨어나질 않으십니까.”

    여기까지 말하고 나니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흐음…… 생각해 보니 아주 거짓말쟁이가 따로 없군요?”

    루카스가 비웃음을 섞어 비아냥거렸다.

    ‘퍽 재밌군.’

    알이 태어났을 때 르윈과 함께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알도 다 듣는다고 했던가.’

    때문에 루카스와 르윈은 갓 태어난 알을 사이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더랬다.

    ‘내가 인간을 고통스럽게 죽이는 백 가지 방법을 일러주겠다고 하니 르윈이 질겁을 했더랬지.’

    옛 추억에 루카스의 눈매가 촉촉하게 젖어 들었다.

    ‘그녀도 신이 되었다면 어떤 신이 되었을까.’

    너무도 궁금했다. 그러자 그녀와 어울리는 신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흠…… 어떤 신이 좋을까…….’

    그때 뒤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루카스가 얼른 몸으로 알을 감싼 뒤 방어 마법을 발동시켰다.

    -콰콰쾅!

    그와 동시에 쏟아진 공격.

    [아쉽네. 한 방에 보낼 수 있었는데.]

    알을 안은 채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누구냐.”

    [미안 말해주면 안 돼서.]

    정체불명의 존재가 다시 힘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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