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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203화 (203/225)

203화. 주신의 열쇠.

루카스가 지하에서 마족들을 처리하는 동안 아모레와 타라스는 아직 교전 중이었다.

[너 오늘은 진짜 소멸~]

-콰쾅! 쾅!

아모레는 여전히 합을 주고받을 때 마다 한마디씩 던져 타라스를 열 받게 하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전보다 조금 힘이 빠져있는 상태였다.

[너야말로 사랑의 힘 같은 소린 다신 못 하게 해주마.]

-콰지직! 쾅!

살벌한 신들의 싸움에 지상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마왕 야스탄은 지하가 습격당했다는 것을 알자 기사들과 함께 텔레포트해 자리를 벗어났고, 때문에 언제나 그렇듯 애먼 백성들만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당장 이리 안 와~?]

자리를 피하는 타라스를 빠르게 쫓으며 소리치는 아모레.

[너 같으면 가겠냐?!]

악에 받친 타라스가 아모레를 향해 소리쳤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타라스가 아모레를 피해 달아나는 것엔 다 이유가 있었다.

‘그 자식이 준 게 진짜라면…….’

물의 신인 아구아가 준 정보와 성유물이 진짜라면 아모레쯤은 죽일 수 있다.

타라스가 아모레를 상대하는 동안 천사들이 뒤에서 아모레를 죽일 비장의 무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당장 이리 오라고 했지!?]

아모레의 신형이 빛처럼 쏘아졌다.

-콰쾅!

결국 아모레에게 따라잡힌 타라스가 공격을 허용했고.

-쿠쿵!

그대로 지상에 처박혔다.

[커억!]

내상이 심했는지 일어나지 못하는 타라스를 향해 천천히 강하하는 아모레.

[당장 소멸시키기 전에 주신의 열쇠나 뱉어. 이 잡스러운 자식아.]

아모레가 짜증스럽게 제 금발을 휙 넘기며 말했다.

[주신의 열쇠는 내게 없다.]

[그 말 한 번만 더 하면 진짜 소멸당할 줄 알아.]

아모레가 이를 까득 갈며 타라스를 향해 그르렁거렸다.

[진짜 없어. 몇 번을 말하나. 나도 그것 때문에 지금 주신의 권능을 얻지 못하는 거라고.]

[하! 그래서 네 말은 진짜 그 환생한 블랙 드래곤이 주신이 남겨둔 열쇠라 그거야?]

아모레가 믿지 못한다는 듯 이죽거렸다.

분명 루카스가 중요한 인물이라고는 알고 있었다. 또한 타라스가 루카스를 보고 ‘중요한 열쇠’라고 칭한 것도 말이다.

하지만 아모레는 그 말을 믿지 못했다.

아무리 주신이라 해도 한낱 인간의 몸에 그 중요한 것을 숨겨뒀다는 것을 믿지 못할뿐더러, 타라스가 하는 말을 믿을 수도 없었기 때문.

[진짜 열쇠로 시선을 돌리지 못하게 흑막을 친 거겠지. 내가 그런 얕은수에 넘어갈 줄 알고?]

아모레가 타라스를 향해 검을 겨누며 신력을 끌어모았다.

‘저거 맞으면 진짜 소멸하겠는데.’

당장 일어날 힘도 없었다. 게다가 뒤에서 준비를 하겠다던 천사들은 감감무소식이 아닌가.

[맞잖아? 그 말을 지금 믿으라는 거냐고. 이 멍청아.]

아모레의 검 끝이 하얗다 못해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믿든지 말든지 그건 네 자유겠지만, 나는 처음부터 진실만을 말했다.]

그러자 아모레가 피식 웃었다.

[네가 어디에 주신의 열쇠를 숨겼든지 나는 그걸 찾아서 꼭 주신을 돌아오게 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아모레가 검을 치켜들었다.

[그냥 소멸당하는 게 좋겠어.]

검을 든 팔이 타라스를 향해 빠르게 내려왔다.

-콰앙!

그때 아모레의 검 앞을 누군가 막아섰다. 그와 동시에 일어난 엄청난 폭발.

-콰아아아앙!

신력이 가득 담긴 공격은 막아선 자 뒤편의 땅을 모두 움푹 패게 만들었다.

희뿌연 흙먼지가 주변을 뒤덮었지만, 상대의 기운을 쉽게 알아차린 아모레가 입을 열었다.

[……넌 또 뭐야? 중립을 지킨다고 하지 않았나?]

갑자기 나타난 아구아가 아모레의 검을 막아내고 비죽 웃고 있었다.

[왜들 그래? 어?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들 지내라니까.]

아구아의 말에 어이가 없어진 아모레가 다시 한번 검을 치켜들며 말했다.

[두 번은 없어.]

사실 아모레는 아구아가 나타나 검을 막아서던 그 순간을 알아차리고 신력을 줄였었다. 아무리 아구아라 할지라도 그 힘을 모두 받아 냈더라면 지금처럼 웃을 수 없었을 것이다.

‘설마 시간을 벌어주러 직접 온 건가……?’

아구아의 뒷모습을 보며 타라스가 생각했다. 천사들은 감감무소식에 자신은 곧 죽게 생겼으니 도와주는 건가 싶었던 때.

[어어! 잠깐, 잠깐!]

아구아가 손을 높이 치켜올리며 아모레의 행동을 막아 섰다.

[내가 아는데…….]

[뭘?]

아모레가 잠시 검을 내리던 손을 멈춰 세우고 물었다.

[주신의 열쇠 말이야. 그거 어디 있는지.]

[그래서?]

사실 흥미로웠지만, 당장 눈앞에 타라스를 죽이지 않을 만큼은 아니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어차피 이 자식 뒈지고 나서 천천히 찾아도 늦지 않아. 아, 그리고 네가 안다니까 알려주면 되겠네.]

아모레가 한 손을 옆으로 휙 저으며 비켜서라는 사인을 보내고는 다시 검을 높게 치켜올렸다.

[어어! 그러지 말고…….]

하지만 아구아는 비켜서지 않고 그대로 타라스를 막은 상태였다.

[아. 너희 둘이 뭐 짰구나?]

아모레가 결국 아구아의 의중을 알아차리고 말았다.

저들이 지금 자신을 묶어 두고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지금 날 그렇게 막아서는구나~?]

아모레가 환하게 웃었다.

[그럼 둘 다 여기서 안녕~ 하면 되겠네!]

아모레의 눈이 살벌하게 빛났다.

[야. 미안하다.]

그러자 결국 아구아가 타라스에게 짧은 사과와 함께 윙크를 보내고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못~ 가!!!]

-콰아아아앙! 콰쾅! 쾅!

순식간에 퍼부어지는 공격. 상급 신 중 상위를 자랑하는 아모레의 힘이 그들이 있는 대지를 말 그대로 찢어발기고 있었다.

-콰쾅! 콰콰쾅!

아모레의 금발이 한번 휘날릴 때마다 엄청난 공격이 쏟아졌다.

-우웅! 구우웅!

그때 공기가 울리는 듯하더니.

-쿠… 웅…… 콰아앙…… 쾅…….

폭발음이 느리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휴! 이제야 됐나 보네. 야, 이렇게 느려서 어떻게 합을 맞추냐?]

아모레의 움직임 역시 허공에 멈춘 듯 느릿했다.

[커…… 억…….]

멀쩡한 아구아와 달리 타라스는 내상이 심한 듯 좀처럼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어휴. 죽어가네. 완전 소멸 직전이야.]

세상은 그대로였지만, 아모레와 관련된 시간만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

[발동은 잘된 거 같네.]

아모레의 멈춰진 시간.

[커…… 커억!]

그 속에서 타라스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얘. 고생했다.]

아구아가 싱긋 웃었다.

-콰지직! 콰직!

아구아의 손이 타라스를 향하자, 푸르스름한 기운이 그의 목덜미를 쥐어 짜냈다.

[크아아아악!]

고통에 찬 비명이 타라스의 입에서 터져나오고.

-까드드득!

아구아의 응축된 신력이 타라스를 감싸자, 안에서 무언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꺼어…….]

마지막 말조차 남기지 못한 채 타라스가 희뿌연 빛무리가 되어 소멸당하고 말았다.

‘저, 새끼, 저거…….’

시간은 멈췄을지 몰라도 아모레의 눈동자는 그 장면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너도 다 봤지?]

너무도 허무하게 소멸해 버린 타라스.

그의 소멸이 진짜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하늘 위로 수십 가닥의 빛무리가 쏘아 올려지는 것이 보였다.

신전과 신관들에게 내려진 표식이 사라지고 있었다.

[어쩔 수가 없겠어. 사랑 없는 세상이라고 해도… 뭐…… 큭!]

아모레에게 천천히 다가서는 아구아가 결국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미친 듯 웃기 시작했다.

[크학!!! 캭! 캬학학! 학학!!!]

‘망, 측하… 게…….’

느린 눈으로 그 모습을 보던 아모레가 생각했다.

‘여기, 서… 소멸, 당, 할수, 는…….’

생각마저도 느리게 끊기고 있었지만,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캬학! 학학! 타라스! 멍청한 새끼!!!]

타라스가 소멸했던 자리를 가리키며 미친 듯 웃는 아구아. 그가 결국 웃다 못해 바닥에 풀썩 주저앉아 땅을 쳤다.

[너, 너무!! 너무 멍청해! 캬학학! 학학!!!]

땅을 치며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아구아의 모습에 아모레 역시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거, 의다…… 됐다…….’

아모레의 눈동자가 조금 더 빠르게 그의 움직임을 쫓았다.

[어떻게! 저렇게! 멍청하냐고! 캬학! 컥!]

결국 웃다 목에 뭔가 걸린 건지 아구아가 볼썽사납게 기침을 하는 동안 아모레가 고개를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케엑! 켁! 아유! 갈 뻔했네.]

땅에 박았던 고개를 천천히 든 아구아가 아모레를 쳐다봤다.

[야. 가는 마당에 한 가지 알려주자면.]

아구아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아구아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타라스는 거짓말 안 했어.]

‘무슨 말이지?’

이제 몸의 움직임은 모두 풀렸지만, 아모레는 아구아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 인간 말이야. 걔가 주신의 열쇠가 맞다고.]

아구아가 피식 웃었다.

‘……!?’

[걔가 죽으면 곧바로 주신의 권능을 이어받을 거거든. 그러니까 주신의 열쇠지. 마지막 남은.]

‘저 말이 정말이라면…….’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에 결국 아모레의 눈이 크게 뜨이자, 흠칫 놀란 아구아가 얼른 공격 태세를 갖추며 한 발짝 물러났다.

[……그래?]

아모레가 얼떨떨한 목소리로 물었다.

[씨, 씨X! 어떻게 벌써……!]

[우리 자기 많이 놀랐구나?]

아모레의 한쪽 입꼬리가 비릿하게 말려 올라갔다.

[너 씨X 나 그렇게 부르면 소멸시켜 버린다고 했지?! 어?!]

[우리 자기…… 방금 하려던 건 그럼 나 예뻐해 주려고 한 거였나?]

손에 검을 고쳐 쥔 아모레가 긴 금발을 어깨 뒤로 휘릭 넘겼다.

[오늘 우리 자기 좀 맞아야겠네. 나쁜 짓을 하면 어떻게 한다고 했지?]

[너 이 새끼 내가 하지 말라고 했지?]

아구아 역시 양손에 검을 소환해 쥐었다.

[이리 와. 엉덩이 존X게 맞아야겠어.]

[넌 오늘 그 수염 자국 다 없앨 줄 알아. 이 더러운 자식.]

[요즘 피곤해서 그런 거거든?!]

-타앗! 타탓!

둘이 동시에 땅을 박차고 나아갔다.

-콰칭! 콰쾅! 쾅!

검이 서로 맞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콰앙! 콰콰쾅!

더 이상 파일 곳도 없는 땅인 줄로만 알았건만, 땅은 더욱 움푹 파여 커다란 구덩이가 만들어지고 있었고.

[너 오늘, 진짜, 뒈, 졌어!!!]

유효타를 한 대 얻어맞은 건지 아구아가 거친 숨을 토해내며 다시 도약했다.

[뒈지는 건 너겠지~?]

-콰아아앙!

커다란 폭발과 함께 일어나는 희뿌연 연기.

빠른 속도로 연기를 헤치며 쏘아지는 두 개의 신형이 다시 한번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콰콰쾅!

[엉덩이 가져 와! 이 자식아!!!]

[사랑 없는 세상을 원한다!!!]

지는 이는 소멸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맞이할 것인데도 불구하고, 싸우면서 나누는 대화는 정말이지 가볍기 그지없었다.

[사랑 없는 세상보다는 네가 없는 세상이 낫지. 이 멍청아!]

[물 없으면 다 뒈지는 거 몰라?!]

-쿠아아앙! 콰쾅!

[물의 정령왕이 그럼 왜 있냐?!]

-콰쾅! 콰콰쾅!

[정령왕은 무슨! 물의 도우미지!!!]

-콰쾅! 쾅!

그러자 뒤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의 도우미? 그렇다면 도우미가 더 낫다는 걸 보여줄 시간이군.”

엘라임이었다.

“지랄들 하네.”

엘라임과 함께 루카스 역시 나타났다.

“주신의 열쇠라고? 하! 오늘이야말로 당장 뒈질 날이네.”

엘라임과 루카스가 신들의 싸움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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