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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98화 (198/225)
  • 198화. 전략적인 선택. (2)

    신계는 쑥대밭이었다.

    “타라스~”

    금발 머리를 휘날리는 아모레의 간드러진 음성에 타라스가 인상을 팍 찌푸렸다.

    “그따위로 부르지 말라고 했지.”

    “이잉! 자기야~ 내 사랑을…… 받아… 줘!!!”

    -쿠아아앙! 콰앙!!!

    아모레의 손에서 뿜어져 나간 핑크빛 광선이 타라스를 향해 쏘아졌다.

    “이런 씨X.”

    아슬아슬하게 광선을 피한 타라스가 욕지거릴 뱉으며 위로 높이 도약했다.

    “우리 자기는 날기도 잘하지.”

    싱긋 웃은 아모레의 주위로 힘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넌 뒈졌어.”

    “왜? 나도 소멸시키게?”

    높이 날아오른 타라스가 아모레를 향해 빠르게 돌진하며 검을 빼들었다.

    -촤촤촷!

    검에서 뿜어져 나온 타라스의 신력이 세 갈래로 갈라져 아모레를 향해 쏘아지고.

    -쿠아아앙!

    그걸 막아 낸 아모레가 준비한 다음 공격이 곧장 타라스를 향해 돌진했다.

    -콰쾅! 콰콰쾅!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하던가. 주변에 있던 천사들을 비롯해 건물들은 이미 둘의 싸움에 휘말려 연기처럼 사라졌다.

    “사랑의 힘을 너무 우습게 보네.”

    미친 듯 쏘아지는 아모레의 공격을 정통으로 맞은 타라스가 힘에 부치는 듯 거친 숨을 토해냈다.

    “건방 떨지 마라. 넌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소멸시킬 테니.”

    “하하! 나는 자기가 참 마음에 들어. 어쩜 이렇게 변한 게 없을까?”

    “닥쳐.”

    -타앗!

    타라스가 다시 한번 땅을 박차고 달려 나갔다.

    “언제였더라…….”

    -콰앙!

    타라스의 검을 손쉽게 막아낸 아모레가 먼 산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 자기가 나한테 죽기 직전까지 맞았을 때가…….”

    “닥쳐!!!”

    -콰쾅!

    다시 쏘아진 공격 역시 쉽게 튕겨낸 아모레가 제 턱에 손가락 하나를 받친 채 눈을 굴려댔다.

    “흐음~ 아! 그때였지…….”

    -콰콰쾅!

    다시 막아내고.

    “오천 년 전에. 지금 에스카르 산맥이 있던 자리에서 뒈지게 맞았잖아.”

    순간 아모레의 얼굴에 장난기가 지워졌다.

    “그런데 왜 또 까불지? 이젠 안 봐줄 건데 말이야.”

    “…….”

    아모레의 손 끝에 모인 신력이 가느다란 빛줄기가 되어 뻗어 나갔다.

    -촤앗! 콰쾅!

    아모레가 손을 휘두르자 신력으로 만들어진 빛줄기는 채찍처럼 휘둘러져 타라스의 움직임을 막아냈다.

    “타라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당장 멈춰.”

    간드러지던 아모레의 목소리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웃기시네.”

    타라스가 콧방귀를 뀌었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바다가 산맥으로 바뀌었던 오천 년 전처럼 뒈지게 패주마.”

    다른 한 손에도 빛줄기를 만들어 낸 아모레가 타라스를 향해 돌진했다.

    -타앗!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쏘아진 아모레의 신형이 순식간에 타라스 뒤편에 자리했다.

    “……!?”

    -촤앗! 촤촷! 콰콰콰쾅!

    휘둘러진 채찍 하나가 타라스의 목을 휘감아 바닥에 내리꽂고, 다른 채찍이 타라스의 엉덩이를 세차게 내리 치자 엄청난 폭발음이 들려왔다.

    “크억!”

    타라스의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이 터져나왔다.

    “말 안 들으면 어떻게 한다고 했어?”

    어린아이를 타박하는 듯한 아모레의 목소리.

    “닥… 치라고 했지!!!”

    타라스가 바닥을 박차고 뛰쳐 나가며 소리쳤다.

    “너는 뒈졌어.”

    타라스의 손에 거대한 힘이 모이기 시작했다.

    “거 말 더럽게 안 듣네. 쌍놈의 새끼.”

    그 모습을 본 아모레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그런 위험한 거 가지고 놀지 말라고 했지!!!”

    아모레의 신형이 다시 재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

    물의 신이자 바다의 신인 아구아는 둘의 싸움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왜 저렇게들 싸워댈까.’

    주신의 자리를 지켜내려는 일명 ‘주신파’와 뭐가 되었든 상관없으니, 당장 힘을 가진 타라스의 편에 붙은 ‘마신파’가 전쟁에 한창이었다.

    아구아는 그 둘 중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중립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물론 중립 입장에 섰을 때 안 좋은 점도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급 신 아래 것들의 이야기였다.

    중급 신이나 하급 신은 상급 신 아래에 속해야 하니 누군가의 편에 서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 수 있었지만, 아구아는 아니었다.

    제 몸을 지킬 힘쯤은 충분히 있었으며, 게다가 저 역시 태초부터 존재했던 신인 만큼 누구도 자신을 쉽게 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헤르도네는 아쉽게 되었어.’

    싸움을 관전하며 시큰둥하게 땅콩을 집어먹던 아구아는 생각했다.

    ‘그렇게 가버릴 줄이야.’

    타라스에게 주신파에 선 헤르도네의 약점을 넘긴 건 사실이었지만, 그렇게 쉽게 당할 줄은 몰랐다.

    ‘그래도 뭐 재미는 있었지.’

    헤르도네가 소멸하며 일어났던 커다란 사건들은 지켜보는 맛이 쏠쏠했다.

    헤르도네의 소멸로 문장을 잃은 사제들이 망연자실하던 그 모습하며.

    “킥…….”

    그 모습을 생각하니 다시 웃음이 나왔다.

    “큭! 캭! 캬하하학!”

    결국 아구아의 입에서 경망스러운 웃음이 터져 나오자, 주변을 지키던 천사들의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야. 이거 수정구 상태가 왜 이래?”

    싸움을 중계하던 수정구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무언가에 막힌 듯 지지직거리기도 하고 희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선명하지 못했다.

    “다른 수정구들 역시 상태가 같습니다. 아마도 두 분이 싸우는 것 때문에…….”

    아구아의 입매가 아래를 향해자 말을 잇던 천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흐음…….”

    “죄, 죄송합니다. 얼른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천사가 날개를 바짝 접어 등에 붙인 뒤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그래. 그러든지.”

    다시 아구아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기다란 소파에 털썩 기대 눕자, 바닥에 엎드린 천사를 비롯한 다른 천사들의 표정에 안도감이 어렸다.

    “어? 타라스 저거 결국 쓰네! 캬학! 학학!”

    다시 아구아가 자지러지게 웃기 시작했다.

    “저 새끼 저거! 캬학! 결국 쓸 줄 알았다니까?!”

    어찌나 웃어대는지 소파가 덜컹거리기까지 했다.

    “안 쓴다고 하더니만! 캬학학!”

    아구아가 제 무릎을 퍽퍽 내리치며 웃어대자, 저들끼리 시선을 한번 교환한 천사들이 어색하게 따라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하하…….”

    그러자 아구아가 천사들을 향해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캬학! 너희도 웃기지? 어? 캬학학!!!”

    “하, 하하! 예. 하하!”

    천사 하나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리자, 그 모습이 마음에 든 아구아가 그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캬학! 너 이 자식! 아직도 중급이네! 너 이따가 상급 승급하러 다녀와라!”

    “가, 감사합니다!”

    중급 천사인 그가 고개를 바짝 숙였다.

    “어어. 그래. 야, 거기 상급 하나. 너 얘한테 이따 승인 내려주고.”

    “아,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수정구로 시선을 옮겼다.

    “크학! 저 자식. 오늘 죽을 수도 있겠는데?”

    타라스는 아구아가 넘겨준 ‘그 물건’까지 쓰면서도 고전하고 있었다.

    “그러길래~ 내가 뭐라 그랬냐~ 어?”

    아구아가 입에 땅콩을 한 움큼 털어 넣었다.

    “그래도 넌 아모레한테 안 된다니까~”

    입에 땅콩을 한가득 문 아구아가 연신 피식거렸다.

    ‘이번에 살아남으면 상으로 아모레 약점도 하나 줘야겠네~’

    땅콩을 우물거리는 아구아의 입가가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

    생각을 거듭해도 어딘가 석연찮은 부분이 있었다.

    “엘라임.”

    “……?”

    엘라임과 둘이 마주 앉은 루카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불러놓고 왜 한숨은 쉬고 그러지? 기분 나쁘게.”

    “미안하군.”

    “돌았군.”

    “…….”

    둘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잠시 흘렀다.

    ‘싸우면 안 된다.’

    루카스는 자신을 향해 작은 다짐을 하고 싱긋 웃었다.

    “돌았어.”

    그 미소를 본 엘라임이 다시 비아냥거렸다.

    “아쉽게도 아직 안 돌았다. 그보다 묻고 싶은 게 좀 있는데.”

    “얘기해라.”

    “혹시 세이렌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고 있나?”

    그러자 엘라임이 미간을 찌푸렸다.

    “물의 정령왕이 아닌가.”

    “하. 그럼 물과 바다의 신은 왜 있겠나. 바다는 우리 관할이 아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관할이 아니라니?”

    “말 그대로다. 공기 중에도 수분은 있다. 우린 말 그대로 자연에 흐르는 물 모두를 관장하지만, 또 아니기도 하다.”

    무슨 개소리인지 싶었다.

    “그럼 바다에 있는 물은 물이 아닌가?”

    “멍청한 건 여전하군.”

    “…….”

    다시 한번 화가 들끓었다.

    “그것 역시 물이 맞다. 하지만 바다에서는 우리 정령을 소환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가지 않는다. 그곳은 모든 물이 마지막으로 모이는 곳이니까.”

    “……?”

    루카스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엘라임이 혀를 쯧 차며 말을 이었다.

    “쯧. 그냥 그곳으로 들어가기 전까지의 물이 우리의 영역이라고 얘기하고 싶군.”

    오천 년이 넘는 시간을 살았지만 처음 아는 사실이었다.

    ‘하긴 정령들에게 굳이 관심을 둘 필요가 없었으니까.’

    드래곤들이 만나는 정령이라고는 거의 정령왕이 전부였으니 당연할 수도 있었다.

    바다에 들어간다 해도 정령을 부를 일도 없었고 말이다.

    “그래서 못 찾는다는 이야기인가?”

    “찾으려면 찾을 수야 있겠지만, 너희가 찾는 속도와 비슷할 거다. 그곳엔 자연 상태의 정령이 거의 없으니까.”

    그나마 걸어뒀던 희망이 사라졌다.

    “……!”

    그러자 루카스의 머릿속에 번뜩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그렇다면 세이렌이 그 자식들을 숨겨주고 있었나 보군.”

    마족들의 은신처를 찾으려 했을 때 정령들조차 왜 찾지 못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알아듣게 이야기해라.”

    “됐다. 이미 지난 일이다.”

    그러자 엘라임은 관심 없다는 듯 되묻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번 정령계 일은 어떻게 된 거지? 정령계도 뒤집혔다고 들었는데.”

    “천사들이 내려왔더군.”

    “천사들이?”

    “그래. 그리고 중급 신이 넷, 하급 신이 열둘.”

    “말의 순서가 바뀐 게 아닌가? 원래 신이 내려왔다 다음이 천사여야 할 텐데.”

    루카스가 괜히 딴지를 걸었다.

    “천사가 먼저 내려왔으니 천사들이 내려왔다고 얘기했을 뿐이다.”

    다시 둘 사이에 스파크가 튀었다. 둘은 전생에도 마주할 때마다 이런 식으로 싸웠었다.

    “그렇다면 물의 신 아구아는 어떤가.”

    “내가 그 자식이 어떤지 알 바가 뭐지?”

    “…….”

    루카스는 다시 한번 화를 삭인 뒤 입을 열었다.

    “물의 신 아구아는 누구의 편에 섰는지 혹시 아냐는 말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이거였다.

    ‘아구아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물의 신 아구아. 그가 선 곳에 따라 마족들의 행보가 결정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나는 들은 바가 없다. 들을 곳도 없고.”

    “도움이 안 되는군.”

    -쿵!

    결국 엘라임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왜? 한 대 치게?”

    루카스가 피식 웃으며 엘라임을 도발했다.

    “인간인 것에 감사해라. 그게 아니었으면 네 놈의 전생과 같이 묵사발을 내줬을 테니.”

    “풉! 웃기는군. 묵사발이 난 건 네 쪽이겠지.”

    그러자 엘라임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 부들거리는 것 좀 어떻게 안 되나? 자네는 참 화를 못 참는 성격이야.”

    결국 엘라임의 손에 투명한 검이 생겨나자, 루카스 역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싸움이 시작되기 직전 엘라임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

    “넬라가 나를 찾는다.”

    “……!”

    집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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