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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96화 (196/225)
  • 196화. 전쟁의 시발점 (2)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야스탄은 정말 드래곤들에게 대적할 생각이 없었다.

    감히 그럴 수 없는 상대이기도 했거니와, 혹여 그들과 진짜 전쟁을 치르게 된다면 잃을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기에스티오.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물어도 되겠는가?”

    하지만 야스탄은 궁금했다. 기에스티오는 왜 자신을 돕고자 하는 걸까?

    돕고자 하는 게 아니라면 도대체 뭘 얻기 위해 드래곤들과 맞서려 하는 걸까.

    “물론일세. 물론이야.”

    “자네는 어찌 그리 확신하는가. 드래곤들과 전쟁을 하게 되면 이길 거라고 말일세.”

    야스탄의 질문에 기에스티오가 고개를 갸웃했다.

    “반대로 내가 좀 물어도 되겠나?”

    “……?”

    “자네는 왜 그렇게 드래곤들을 두려워하는가.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 자들인데 말일세.”

    기에스티오의 대답은 너무나도 태연했다. 마치 고블린 따위를 왜 두려워하냐는 듯 말이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하하. 말 그대로일세. 드래곤들을 왜 두려워하냐는 말일세. 그들은 오랜 세월을 살며 마법을 잘 다룰 뿐 아닌가? 그렇게 따지면 우리 역시 그렇고.”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드래곤들은 마법을 잘 다루는 것뿐만 아니라 강한 육체와 더불어 타고나는 것부터 달랐다.

    몬스터들은 본능적으로 그들의 기운을 두려워했으며, 인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땅 위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대부분의 종족들이 그들을 왕으로 숭배했으며 두려워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네. 그리고 신의 가호를 받는 건 우리들일세. 자네에겐 마신이 있고 우리에겐 바다의 신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드래곤에겐 누가 있지?”

    이 말은 맞았다. 드래곤들은 모시는 신조차 없었다.

    “고고하고 지고하신 존재들이 가진 가장 큰 문제가 뭔지 아는가?”

    “무엇인가.”

    기에스티오가 우습다는 듯 피식 웃고는 입을 열었다.

    “우매하다네.”

    우매하다. 그 단어를 들은 야스탄은 한참이나 말을 잇지 못했다.

    “생각해 보게 야스탄. 적수가 없는 자들의 삶이 어떻겠는가. 왜 인간이 수많은 세월을 겪으며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겠는가? 인간은 가장 약한 종족이며 적이 많지.”

    “……그렇군.”

    “드래곤이 지상 위에 발을 딛은 그 순간부터 얼마나 많은 세월이 지났는가. 지금의 드래곤 로드만 보아도 오천 년이라는 세월을 살아내고 있지 않은가!”

    “…….”

    “항상 최상위 포식자로만 살아온 그들에게 배움이 무슨 필요겠는가.”

    기에스티오가 싱긋 웃었다.

    “우린 그들의 우매함을 지켜보고 이용하기만 하면 된다네. 마법이 없는 마법사가 맨손으로 고블린과 싸워 이길 수 있다던가?”

    “그렇군.”

    “그래. 그러니 나는 확신한다네. 저들을 모두 몰아낼 수 있다고 말일세.”

    기에스티오의 말을 끝까지 듣고 나니 모든 게 그럴듯해졌다. 드래곤들을 쉽게 몰아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우린 노력해야겠지. 언제나처럼 말일세.”

    “자네 뜻을 잘 알겠네.”

    이젠 기에스티오가 가진 속뜻이 무엇이든 간에 괜찮았다.

    “억울함을 풀 수만 있다면…….”

    “쯧쯔…… 안타까워. 자네가 그렇게 빌고 또 빌었는데도 말일세.”

    “다 지난 일 아니겠는가. 이제는 자네와 함께이니.”

    “그래. 맞네! 나와 함께 자네의 억울함을 한번 풀어보세!”

    기에스티오의 지느러미가 세차게 흔들렸다.

    “하하. 거참.”

    “하하하! 또 내 지느러미를 놀리려 그러는가?”

    만날 때마다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기에스티오와 야스탄은 수많은 것들을 이뤄냈다.

    야스탄이 지상으로 나갈 준비를 시작했을 때도 역시 기에스티오의 도움이 컸다.

    “아주 멍청하더군. 가장 큰 제국의 황제라는 것이 그리도 멍청해서야…… 쯧.”

    “하하. 그러니 더 좋지 않은가!”

    “게다가 마탑주라는 것은 왜 자꾸 설쳐대는지.”

    “그자도 언젠가 꼭 쓸모가 있을 것이네. 그러니 너무 노여워 말게. 친구.”

    둘은 매일같이 만나 정보를 교류하고 드래곤과의 전쟁을 한 계단씩 준비했다.

    *

    “영혼만 말인가?”

    “그래. 말이 영혼이지 사실은 아닐세. 그저 꿈을 꾼다고 생각하면 쉽네. 육체는 마계나 이곳에 둔 채 정신만 인간의 몸으로 잠시 이동하는 게지.”

    기에스티오의 제안에 야스탄은 사실 덜컥 겁이 났다. 혹여 제 몸뚱이만 남겨둔 채 영혼이 돌아오지 못한다면?

    “걱정하지 말게. 오랫동안 연구했고 고대부터 있던 마법이니 말일세. 그리고 아티팩트 하나를 개조해 안정성을 높였으니 더욱 좋을 걸세.”

    “흠…….”

    “게다가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일세. 멍청한 드래곤 하나가 황제의 정신을 쏙 빼놨으니, 혹시 자네가 조금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도 의심받지 않을 걸세.”

    야스탄이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기에스티오이니 믿을 수 있겠지.’

    그렇게 아란트 황제의 텅 빈 몸을 운 좋게 차지했다.

    *

    그 뒤로도 수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국은 기에스티오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갔다.

    인간들의 영혼을 모아 영혼석을 만들었고, 모인 영혼들로 몬스터들을 조종하는 것도 성공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뒤로 완벽히 숨은 기에스티오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는 없었다.

    깊은 바닷속 그곳엔 어느 순간부터 누구도 찾아오질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 험한 길을 뚫고 인간이 하나 내려왔다.

    “허허허! 이 얼마 만의 방문자인지! 자, 어서 드시지요!”

    신나게 지느러미를 흔들며 이방인을 반겼다.

    ‘폴리모프를 했지만, 분명 제국 아카데미에 있는 그 아이다.’

    언젠가 야스탄에게 들은 적 있던 이름이었다.

    유희 중인 블루 드래곤 아마록 테리디어가 특히나 아끼는 인간 아이를 수상하게 여긴 야스탄이, 루카스의 모습을 보내준 적이 있었다.

    그 아이가 폴리모프한 모습까지 모두.

    “감사합니다.”

    기에스티오의 환대가 부담스러운지 루카스의 표정은 떨떠름했다.

    하지만 기에스티오의 지느러미는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복덩이가 굴러들어 왔구나!’

    이제부터 루카스의 정체를 정확히 밝혀낼 것이다.

    ‘건방진 블루 놈에게 복수할 때가 왔구나.’

    도대체 아마록이 무슨 이유로 이 인간을 아끼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쓸데가 있을 것이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기에스티오가 신이 나서 앞장섰다.

    *

    기에스티오는 드워프들을 얻기 위해 수많은 공을 들였다.

    일부러 제 창고 중 일부를 열어 보여주었으며, 아티팩트 몇 개를 아끼지 않고 내어주었다.

    이제 정체를 알 수 없는 수상한 인간은, 언젠가 미끼를 물고 드워프들을 물속으로 물어다 줄 것이다.

    “흐음…….”

    머릿속에서 모든 생각을 마친 기에스티오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체스판에 있던 말을 한 칸 옮겼다.

    “여기가…… 좋겠군.”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

    “왕을 잡을 시간이다.”

    *

    순조로웠다. 드워프들은 수많은 아티팩트에 미쳐 제 뜻대로 움직여줬고, 드래곤들은 생각보다 더욱 쉽게 덫에 걸려주었다.

    게다가 세이렌 영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마련했던 마족들의 임시 거처 역시 끝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하하! 내가 말했지 않은가.”

    마족들은 연일 축제 분위기였으며, 마신 역시 뜻대로 움직여주고 있었다.

    ‘주신의 권능에 도전한다니…….’

    가장 큰 복병이었다.

    “그래. 자네 말이 모두 맞네.”

    이제 야스탄은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되네. 타라스님 쪽은 어떻던가?”

    “신계 역시 전쟁 중이라고 하셨다. 그 외엔 들은 게 없군.”

    “흠…….”

    석연찮은 구석이 많았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우리도 마음 놓고 즐기세. 어차피 며칠 뒤엔 피바람이 불 테니 말이야.”

    “그래. 그러세!”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승리를 위하여!”

    야스탄이 잔을 높이 들고 소리쳤다.

    “위하여!!!”

    ***

    드래곤 하나를 마나 수급을 위해 잡아뒀는데 그를 가뒀던 아티팩트가 깨어졌다.

    “흠…….”

    드래곤들이 이곳을 찾아낸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그를 구해낼 줄은 몰랐기에 기에스티오는 궁금해졌다.

    ‘그 인간인가.’

    혹시 그렇다면 조금은 기쁠 것 같았다.

    ‘그렇다면 가봐야겠지.’

    성 밖으로 나선 기에스티오는 물 밖으로 빠르게 헤엄쳤다.

    물 밖에서 느껴지는 드래곤의 기운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지만, 궁금한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

    ‘블루 놈도 죽었겠다…… 그렇다면 그 블루 놈의 아비인가?’

    느껴지는 기운이 아마록의 것과 비슷했다.

    ‘역시!’

    수면이 가까워지자 루카스의 기운이 확실히 느껴졌다.

    “……기에스티오?”

    루카스가 멍한 표정이 되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우스웠다.

    “하하! 누가 이런 짓을 했나 보러왔더니만, 루카스님이셨군요!”

    기쁜 마음을 꾹 눌러 감추자, 더 이상 지느러미가 방정맞게 흔들리지도 않았다.

    “당신이 어떻게…….”

    어떻게라! 기에스티오는 저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해야 기분이 더욱 좋아질까 잠시 고민했다.

    “하하하. 어떻게라…… 제가 도움을 드렸다고나 할까요?”

    루카스의 표정이 더욱 굳어지는 것을 보니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

    “그보다 루카스님의 공이 큽니다. 드워프들을 제게 보내주신 덕에 일이 아주 수월하게 됐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인간의 정체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루카스는 전대 드래곤 로드였다.

    기에스티오와 야스탄에겐 공공의 적이자 모든 일의 화근과도 같았다.

    ‘타라스님께서 손대지 말라고 하셨으니…….’

    기에스티오는 당장에라도 루카스의 목을 비틀어 꺾어 버리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았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그럴 리가…….”

    “많이 놀라셨나 보군요. 그러니 좀 착하게 살지 그러셨습니까! 하하하!”

    그러자 옆에 멍청하게 서서 상황을 지켜보던 하셀이 루카스에게 한 발짝 다가왔다.

    “로드.”

    “하하하! 역시. 역시 그러했군요!”

    드래곤 놈이 고작 인간 따위에게 로드라고 부를 리는 없었다.

    “……죽여주마.”

    하셀의 부름에 조금은 정신이 돌아온 루카스의 입에서 그르렁거리는 듯한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건 조금 힘들겠습니다. 제가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말입니다.”

    기에스티오가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나도 당신을 당장에라도 죽이고 싶다는 것을 꼭 알아주세요. 하지만 그러지 못해 너무나도,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루카스의 손에서 마력이 들끓었다.

    “쯧쯔. 인간의 몸이 되어서도 발전이 없는 것은 여전하군요.”

    -쿠아아앙!

    엄청난 마력에 바닷물이 들끓었다.

    -쩌저저적!

    순식간에 바다가 얼어붙으며 기에스티오의 움직임을 막았다.

    “쯧!”

    -콰자작! 콰작! 콰자작!

    하지만 기에스티오의 심드렁한 눈짓 한 번에 얼어붙었던 바다가 모두 깨어졌다.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합니다. 당신 덕에 정말로 일이 수월해졌습니다! 하하하!”

    기에스티오의 비아냥거림에 결국 루카스의 눈이 뒤집혔다.

    “로드!”

    루카스의 마력이 폭주하기 시작하자 하셀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다음에 만났을 땐 서로 아쉬운 일은 없을 겁니다.”

    빙그레 웃은 기에스티오가 물속으로 첨벙 헤엄쳐 들어갔다.

    -쿠아아아앙! 콰콰쾅!

    수십 개의 얼음 창과 함께 크고 작은 마법이 기에스티오가 서 있던 자리를 향해 내리꽂혔다.

    “로드!!!”

    이대로 가다간 루카스가 미치고 말 것이다.

    -파앗!

    아무것도 없는 바다 위를 향해 시선을 한번 던진 루카스가 텔레포트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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