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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94화 (194/225)

194화. 시작된 전쟁 (7)

급박한 하셀의 전음을 듣고 도착한 에스카르 산맥의 모습은 마치 종말을 연상케 했다.

-쿠아아아앙!

창공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은빛 몸체.

쩍 벌어진 거대한 입에서 쏘아진 브레스가 지상을 뒤덮었다.

둥- 두둥-

하늘에서 내려오는 새하얀 빛무리 사이 울리는 북소리.

마신 타라스의 천사들이 거대한 날개를 펼치고 내려오고 있었고.

쨍그랑거리며 빛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와이번 등에 올라탄 마족들의 몸에 마신의 가호가 스며들었다.

[천사를 먼저 공격해라!]

마족들은 마법과 아티팩트의 힘을 사용해 드래곤들을 공격했다.

-콰직! 콰지직!

하늘을 빼곡하게 메운 번개가 미친 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실버 놈을 먼저 죽여라!”

마족 하나가 명령하자 본체로 돌아가 지상을 보호하며 공격을 이어가는 레아디스를 향해 마법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어림도 없다!!!]

하늘을 향해 크게 포효한 레아디스가 꼬리를 훅 저으며 몸을 돌리자, 그에 얻어맞은 와이번들의 몸이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으아아아!!!”

와이번 등에 올라타 있던 마족이 떨어지며 비명을 내질렀다.

-투캉! 콰드득!

그 틈을 노린 루카스가 얼음 창을 마족의 몸통에 꽂아 넣자 살이 꿰뚫리는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다.

“레아디스! 뒤를 조심해라!”

마족들도 어수선한 틈을 놓치지 않고 레아디스를 향해 공격 마법을 시전했다.

-콰아앙! 콰직!

[크아악!]

가까스로 몸을 틀어 치명상은 피했지만, 레아디스의 왼쪽 날개가 반쯤 찢겨 너덜거렸다.

만약 루카스가 미리 경고하지 않았더라면 몸통이 꿰뚫렸을 것이다.

두웅- 둥!

천사들이 양손을 높게 쳐들자 레아디스의 몸에 검은 오라가 생겨났다.

‘젠장!’

타라스의 고유 능력 중 하나인 ‘어둠의 안식’이었다.

‘어둠의 안식’이 내려진 레아디스의 모든 능력이 이제 절반은 떨어졌을 것이다.

레아디스를 보호해야 했다. 저 상태라면 마족들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고 말 테니까.

“레아디스!!!”

[크…… 어억…….]

고통스러운 듯 레아디스의 몸이 뒤틀렸다.

그러자 다른 곳에서 마족들과 천사들을 향해 마법을 난사하던 엘론이 쏜살같이 달려왔다.

[레아디스!]

순식간에 본체로 돌아간 엘론의 몸이 레아디스를 감쌌다.

“안 돼! 엘론!!!”

저대로라면 엘론 역시 어둠의 안식에 잠식당하고 말 것이다.

[레아디스! 정신 차려!!!]

양 날개로 레아디스를 감싼 엘론이 소리쳤다.

[크아아아악!]

[레아디스!!! 크, 윽…….]

결국 엘론의 몸에도 검은 오라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젠장 할! 아모레!!!”

지금 필요한 것은 아모레였다. 함께 싸워본 적이 없는 드래곤들은 개개인의 전투 능력만 뛰어날 뿐 효율 따윈 없는 전투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마족들은 개개인의 전투 능력은 훨씬 낮았지만, 전략적으로 드래곤을 상대하고 있었다.

드래곤들이 서로 뭉치지 못하도록 주의를 분산시켰으며, 지형과 아티팩트를 적절히 활용해 공격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게다가 타라스의 천사들 역시 곧장 전장에 뛰어드는 것이 아닌 버프와 디버프를 먼저 시전해 아군의 전투력을 끌어 올림과 동시에 적들의 전투력을 떨어트렸다.

“레아디스에게서 당장 떨어져!”

루카스가 소리쳤다.

-콰지지직!

“크윽!”

발치에 떨어진 번개에 놀란 루카스가 뒤로 물러섰다.

“그렇게는 안 되지.”

마족 하나가 루카스를 보며 싱긋 웃었다.

“죽이지는 말라고 하니. 뭐.”

루카스를 전담 마크라도 하려는 듯 마족은 먼저 다크니스 마법을 시전 해 루카스의 시야를 빼앗았다.

다크니스 마법을 손쉽게 해제한 루카스의 양손에 얼음창이 생겨났다.

“그래. 싸워보자고.”

-콰칭! 콰쾅!

루카스의 얼음 창과 맞닿은 마족의 검.

“젠장!”

루카스의 얼음 창에 이질적인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자, 그걸 알아차린 마족이 뒤로 크게 물러났다.

“난 널 죽이지 말라는 얘기는 못 들었거든.”

악마의 포식자가 발동하며 얼음 창에 성스러운 기운이 맴돌았다.

“그래 봤자지.”

피식 웃은 마족이 다시 땅을 박차고 달려왔다.

“……!?”

마족의 몸이 무언가에 속박당한 듯 그대로 멈춰 섰다.

-투확! 콰득!

“커억…….”

그대로 제 배를 꿰뚫은 얼음 창을 내려보는 마족의 눈빛이 망연자실했다.

“근접전을 하겠다는 말은 안 했는데.”

루카스가 피식 웃었다.

와이번을 타고 있거나 어딘가에 은신 마법을 쓰고 숨어있는 마족들을 찾아내 공격하는 것은 당장 쉽지 않았지만, 눈앞에 있는 마족 하나쯤을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

“버프라도 받고 오지 그랬나.”

생명을 잃은 마족의 몸이 앞으로 털썩 고꾸라졌다.

“젠장.”

마족을 상대하느라 벌써 수십 초가 지연되었다.

그동안 레아디스의 몸을 감싼 엘론의 몸은 대부분 어둠의 안식에 잠식되어 검은빛이 일렁였다.

“아모레!!!”

다시 한번 큰 목소리로 아모레의 이름을 외쳤다.

두웅! 둥! 두두둥!

그때 하늘이 울리기 시작했다.

하늘이 열리며 아모레의 천사들이 강림하기 시작하자, 타라스의 천사들이 전투 태세를 취했다.

“하셀!!!”

루카스가 하셀의 이름을 외쳤다.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부터 하셀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로 간 게야!’

우두머리가 없는 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사방으로 찢어져 있는 드래곤들은 마치 사냥을 당하는 것처럼 여기저기서 빗발치는 공격을 막아내기에 급급했고, 그들을 막아주어야 할 레아디스는 정신을 놓은 채 하늘을 미친 듯 헤집고 있었다.

레아디스를 끌어안은 엘론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듯 보였지만, 그녀 역시도 조만간 정신을 잃게 될 것이다.

“하셀!!!”

다시 한번 루카스가 하셀의 이름을 외쳤다.

-콰직!

-쿠에에엑!

그러는 동안에도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수 없이 해치웠다.

광활한 에스카르 산맥 위를 뒤덮은 몬스터 무리와 그들을 조종하는 수백의 마족들.

그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드래곤들은 그들을 지휘할 지휘관을 잃었다.

루카스는 눈 앞에 펼쳐진 처참한 전장을 보며 생각했다.

승산이 없을 수도 있겠다고 말이다.

“로드. 하셀님은 앨라스와 함께 프라이얀을 구하러 가셨습니다.”

루카스에게 다가온 이는 실버 일족 중 하나인 에네브였다.

“그게 무슨 소리냐!”

프라이얀을 구하러 갔다니?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이대로 가다간 얼마 가지 않아 모두 다 죽고 말 것이다.

“하셀님께서는 프라이얀이 갇힌 소용돌이에서 마족들이 마력을 얻는다고 확신하셨습니다.”

“……!”

루카스는 머리가 울렸다. 프라이얀을 구하러 갔을 때 보았던 아티팩트가 무엇인지 이제야 생각이 난 것이다.

‘마력 추출기.’

다른 저주가 함께 걸려있었던 것인지 물건을 마주했을 때 머릿속이 뿌옇게 변하며 생각나지 않았던 것.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아티팩트의 이름은 그러했다.

이제야 전장이 돌아가는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마족들은 쉼 없이 마법을 쏟아 내고 있었다.

그들의 숫자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이상한 부분이었다. 그들이 가진 마나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나가 고갈되었어도 진즉 되어야 하는 상황이건만…….’

마족들이 쓰는 마법의 위력이 약해지지도 않았다.

“내가 가겠다. 곧 돌아올 테니 이곳을 부탁하마. 에네브.”

“예.”

일분일초가 급박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하셀의 추측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인 만큼 당장 가서 프라이얀의 일을 해결하는 게 먼저였다.

-파앗!

***

하셀과 앨라스는 프라이얀을 구해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앨라스! 안 된다!”

“괜…… 찮…….”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든 엘라스를 향해 손을 뻗는 하셀.

“하셀!”

“로드! 이곳은 안 됩니다!!!”

루카스를 본 하셀이 소리쳤다.

“비켜라. 내가 방법을 안다.”

그러자 하셀이 얼른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앨라스! 당장 나와라!”

루카스의 외침을 들은 앨라스가 힘을 풀어내며 소용돌이에서 튕겨져 나왔다.

“크억! 컥!”

앨라스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한 움큼 뿜어져 나오자, 하셀이 다가가 치유 마법을 시전했다.

‘분명 세 개가 있을 거다.’

저번에 보았던 하나 외에 두 개가 더 있을 것이다. 그것을 파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의외로 간단했다.

마력 추출기가 추출해 낼 마력을 다른 것으로 잠시 대처하는 것.

하셀. 내가 신호하거든 소용돌이에 마력을 주입해라.”

“예. 로드.”

“앨라스. 힘들더라도 상황을 지켜보다 하셀에게 마력을 나눠줘라.”

“알겠어요.”

루카스가 짧게 숨을 삼킨 뒤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갔다.

그러자 높은 파도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던 세 개의 마력 추출기가 희미하게 보였다.

[지금.]

루카스가 전음을 사용해 하셀에게 신호를 보냈다.

-사아아아아

그러자 프라이얀의 마력을 뽑아내던 마력 추출기의 타겟이 하셀의 마력으로 잠시 바뀌었다.

루카스가 손에 마력을 가득 모아 마력 추출기 하나를 향해 조준했다.

-피슉! 펑!

마력이 물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지남과 동시에 마력 추출기 하나가 터져 나갔다.

-피슉! 펑!

재빠르게 하나 더 폭팔 시킨 루카스가 마지막 하나를 조준했다.

-피슉! 펑!

마지막 하나까지 깔끔하게 터트렸다. 만약 하셀이 마력을 주입하지 않았더라면 마력 추출기가 파괴됨과 동시에 프라이얀 역시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물 위로 솟구친 루카스가 참았던 숨을 내뱉었다.

“하아… 하아…….”

“로드! 괜찮으십니까?”

하셀이 달려왔다.

만약 루카스가 아닌 하셀이 마력 추출기를 파괴하러 들어갔더라면 뭔지도 모를 저주에 당했을지도 몰랐다.

그나마 아모레의 유물이라도 있는 루카스의 상황이 훨씬 나았다.

“프라이얀! 프라이얀!!!”

앨라스가 프라이얀의 머리를 붙잡고 소리쳤다.

“정신 차려! 어? 야! 프라이얀!”

정신을 잃은 프라이얀의 생명력이 희미했다.

“앨라스. 잠시 비켜봐라.”

루카스가 프라이얀에게 다가섰다.

‘마나가 너무 부족하군.’

조금만 늦었더라면 프라이얀은 죽었을 것이다. 드래곤 하트에 남은 마나가 아주 희미했다.

-사아아아…….

루카스가 자신의 마나를 프라이얀에게 주입했다.

생명력을 잃어가며 생기를 잃었던 프라이얀의 은빛 비늘이 조금씩 제 빛을 되찾고 있었다.

-사아아…….

루카스는 멈추지 않았다. 마나는 차고 넘쳤으니 프라이얀의 마나를 다시 충만하게 만드는 게 중요했다.

“앨라스. 프라이얀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라.”

프라이얀의 몸에 마나가 어느 정도 차오른 것을 느낀 루카스가 말했다.

“예.”

“하셀. 당장 에스카르로 돌아가라.”

“그럼 로드께서는…….”

하셀이 루카스를 바라봤다.

“물론 나도 함께 갈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이제 프라이얀도 구해냈으니 저들은 마나를 공급받을 곳이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금 돌아가서 승기를 잡아야 한다.”

하셀이 고개를 끄덕였다.

-쿠르르릉…….

그때 바다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

“앨라스. 당장 떠나라!”

루카스가 다급하게 소리치자, 앨라스가 프라이얀과 함께 사라졌다.

-쿠오오오오…….

끓어오르던 바다에서 소용돌이가 일기 시작했다.

루카스는 생각했다.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야 좋을지, 그게 아니라면 프라이얀을 가뒀을지도 모르는 저 개 같은 것들을 상대해야 좋을지.

‘바다의 신일 수도 있다.’

생각을 마치기도 전인 찰나의 순간.

바다가 열리며 상대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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