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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78화 (178/225)
  • 178화. 누구세요? (1)

    넬라는 어느새 정령왕과 계약을 했고 다른 아이들 역시 이제 꽤 실력 있는 마법사가 되었다.

    물론 루카스가 꾸준히 훈련 시킨 덕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잘 따라와 준 덕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이제 시작이다.’

    이번에 섬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아이들을 공격한 것도 마족이었다. 그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를 노린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내가 아닌 애들을 노렸다.’

    그러니 분노가 더욱 거세졌다. 이젠 더 이상 무를 수도 없다.

    ‘전쟁이다.’

    드래곤들과 마족, 마신의 전쟁이 곧 시작될 것이다.

    그에 맞춰 루카스와 드래곤들 역시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처참히 지고 말 테니까.

    주신의 뜻을 모두 알 수는 없었지만, 제가 가진 과거는 대충 알았으니 이제 궁금증도 풀렸다.

    여기서 목숨을 잃으면 영면에 들지도 못하고 끊임없는 윤회를 반복하게 될 것이니, 그보다 끔찍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루카스의 머릿속에 수 많은 방법들과 계략이 떠올랐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세이렌들의 도움을 요청하고.’

    그들이 가진 마법과 바다를 이용하면 꽤 괜찮은 전략이 될 것이다.

    ‘드워프도 있어야겠지.’

    세이렌이 가진 수 많은 아티팩트를 가공하고 세공해 쓴다면 그 또한 도움이 될 것이다.

    마법이 아닌 아티팩트로 구속 마법을 펼치고, 방어 마법도 쓸 수 있다면 더욱 단단한 방어가 될 테니까.

    ‘신성력도 필요하지.’

    마신이 내리는 가호와 그 천사들에 대비하기 위해 다른 신의 도움도 필요할 것이다.

    지금은 같은 상급 신인 아모레 하나로도 충분하다 생각이 될 테지만, 그건 착각이다.

    ‘주신마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가장 강한 신인 주신마저 다시 천계로 돌아오지 못할 정도라면, 타라스가 가진 힘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도 되질 않았다.

    ‘그렇다면 다른 신들이 도와줄까?’

    아모레가 다른 신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겠다 했으나, 아직은 이렇다 할 큰 소득이나 소식이 없는 걸 보니 그 또한 쉽지 않은 듯했다.

    ‘하긴. 드래곤들도 쉽지 않은데 신이 쉬울 리가.’

    온갖 생각들로 머릿속이 어지러워지자, 루카스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봐야겠어.’

    오랜만에 세이렌들을 찾아갈 생각이었다.

    ***

    푸른 물빛 사이에 몸을 맡기니 너무나 평온했다.

    ‘좋군.’

    그들의 영역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 게 느껴졌다.

    “쭉! 쭉! 쭉! 쭉!”

    “들이켜! 더! 목구멍을 열고!”

    입구에 들어서자 안쪽에서부터 큰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더!!! 잘한다!!!”

    걸걸한 목소리가 물을 타고 울려 퍼졌다.

    “우아아악!!! 한 모금만 더 마시면 됐는데!”

    “크하하하! 우리 종족도 물은 좀 하거든.”

    소리가 나는 곳에 가까이 다가간 루카스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입을 떡 벌렸다.

    드워프들과 세이렌이 편을 나누어 맥주 빨리 마시기 대결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저건 뭔 또…….”

    “어?! 이게 누구야!”

    투르캄이 짤막한 팔다리를 열심히 휘저으며 다가왔다.

    “워쩐 일로 여기까지 왔어? 안 그래도 자네가 보내준 것들을 아주 요긴하게 쓰고 있구먼!”

    “술을 얼마나 마신 건가?”

    “얼마나 마시긴? 그냥 밥 먹듯 먹었지!”

    양옆에 수북이 쌓인 맥주 통들과, 다 비운 듯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맥주 통들이 장관이었다.

    ‘이거 술만 보내는 거 아니야?!’

    앨리에게 이들의 식량 조달을 부탁했었는데, 해도 해도 술이 너무 많았다.

    ‘저건 위스키 아니야?’

    세이렌들과 합작해 좋은 물건을 만들라고 지원해 준 것인데, 이들의 술판을 도운 기분이었다. 투르캄이 ‘어?’ 하는 소리를 내더니 다시 술판으로 다가갔다.

    ‘또 시작인 건가.’

    다시 술 대결을 시작하는 듯싶었다.

    “오셨군요!”

    그때 멀리서 기에스티오가 빠른 속도로 헤엄쳐 오는 것이 보였다.

    “잘 지내셨습니까.”

    다행히 그는 술을 마시지 않은 듯 멀쩡한 모습이었다.

    “네. 덕분에 잘 지냈답니다.”

    “그보다 이게 다…….”

    “하하! 아주 북적북적한 게 세이렌 사는 맛이 납니다. 드워프님들 덕에 저희가 얼마나 재밌게 지내는지 모르실 겁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기에스티오는 착해빠졌다.

    자연을 사랑하는 종족 대부분이 그렇지만, 세이렌은 그 정도가 조금 심했다.

    외부 사람을 언제나 반기고 무슨 일이든 좋게 해석하려는 경향이 너무 강했다.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루카스가 미간을 찌푸리자, 기에스티오가 얼른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하루 종일 다들 얼마나 열심히 일해주셨다고요. 지금은 일이 막 끝난 참입니다.”

    “그래요?”

    믿기 힘든 말이었다.

    “예. 새벽녘부터 다들 일찍 일어나 불을 지피고 일을 시작하십니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엄청난 물건들이 쏟아지고 있어요.”

    “흐음…….”

    할 일은 다 하고 논다는 건가.

    “이쪽으로 오십시오. 제게 허락된 공간이니 루카스님에게도 허락된 공간일 겁니다.”

    그들이 만든 물건을 보여주려는 듯 보였다.

    “하하. 그래서 제가 뭐라고 했는 줄 아십니까?”

    물건이 있는 창고에 가는 길까지도 기에스티오의 입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드워프들이 오고 난 뒤 모든 세이렌들이 밝아졌다고 했다.

    재밌게 노는 법을 배우고, 제대로 쉬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밑 잔 까는 거 아닙니다. 라고 했지요! 투르캄에게 배웠습니다. 하하하!”

    어이가 없었다. 투르캄에게 배운 말 중 하나를 써먹었다고 이렇게 좋아하는데, 그게 바로 밑 잔 까는 거 아니라는 말이라니.

    “하, 하…….”

    억지로 웃음을 쥐어 짜내다 보니 눈가 근육이 파르르 떨려왔다.

    “자, 여깁니다.”

    지난번에 왔던 그 유물 창고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방이었다.

    ‘새로 만든 건가.’

    드워프들을 위해 만들어 준 새로운 창고인 듯 싶었다.

    “어떠십니까?”

    “…….”

    문이 열리자, 휘황찬란한 금빛과 은빛, 그리고 갖가지 보석들이 높은 선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게 전부 저들이 이번에 만든 거라는 말씀이십니까?”

    어림잡아도 수백 개는 족히 되어 보이는 숫자였다.

    “예. 맞습니다. 드워프님들 께서 영감이 막 떠오르신다며 하루에 수십 개씩 쏟아내시는 바람에 이렇게 새로 창고도 지었지 뭡니까.”

    “대단하군요.”

    창고에 들어서니 갖가지 기운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자연계를 비롯해 성유물이 가진 기운, 그리고 에고가 내뿜는 영혼의 기운까지.

    “저희가 가진 모든 유물들을 다시 재탄생시키고 계십니다. 적게는 수백 년에서 많게는 수천 년이 지난 것들이다 보니 구식이라고 하시더군요.”

    선반에 다가선 내가 가장 눈에 띄는 아티팩트 하나를 집어 들었다.

    -우웅.

    작은 팬던트였는데 가까이 다가가기 전부터 강한 영혼의 기운이 느껴졌다.

    “오. 한눈에 알아보시는군요. 투르캄님 말에 의하면 드래곤의 영혼이 봉인되었다고 했습니다.”

    “드래곤? 드래곤이요?”

    “예. 그렇습니다. 가공하는 데 아주 애를 먹었다고 하더군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드래곤이 아니라 와이번이겠지.’

    도대체 어느 누가 드래곤의 영혼을 봉인할 수 있다는 말인가.

    게다가 제가 아는 드래곤들 역시 대부분 평온한 죽음을 맞이했을 뿐, 영혼이 봉인 당하거나 하는 불명예스러운 죽음은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너무 강한 기운이다.’

    게다가 불의 기운이었다. 이게 정말 드래곤이라면 레드 드래곤의 것이 확실했다.

    ‘아니, 차라리 불의 정령이라는 게 훨씬 더 신빙성 있지.’

    정령들은 종종 봉인을 당해 정령검이나 아티팩트로 만들어지곤 했었으니 차라리 그게 더 말이 되었다.

    “원하시면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팬던트를 들고 심각한 표정을 짓는 루카스를 본 기에스티오가 말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확인할 필요는 있었다.

    “물론입니다. 이곳에 있는 모든 물건들은 루카스님을 위해 만들어진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입니다.”

    제게 왜 이렇게까지 해주는지 도통 알 수 없었지만, 기에스티오가 보이는 선의와 호의가 싫진 않았다.

    “감사합니다.”

    루카스가 아공간에 팬던트를 조심히 집어넣었다.

    “자, 천천히 구경하시지요.”

    그 뒤로도 만들어진 엄청난 아티팩트들을 구경하고 있자니 사실 군침이 돌 지경이었다.

    ‘후…… 내 창고만 찾았어도.’

    숨겨둔 창고가 다시 한번 눈앞을 아른거렸다.

    ‘후우…….’

    창고만 있었으면 이 안에 있는 아티팩트보다 서너 배는 더 좋은 것들을 가져다주고 다시 만들라고 할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아쉬웠다.

    “이제 가시죠.”

    루카스가 창고를 빠져나왔다.

    그 뒤로도 투르캄과 드워프 무리가 술을 들이붓는 걸 지켜보기도 하고, 그 속에 섞여 억지로 춤을 추기도 했다.

    ‘옘병할 놈들.’

    짤뚱한 팔로 끌어당기는 힘이 어찌나 센지 질질 끌려나가 양팔을 붙잡힌 채 꼭두각시처럼 춤을 췄더랬다.

    아직도 손목이 얼얼할 지경이었지만, 그 장면을 생각하니 웃음이 피식 새어나왔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어? 벌써 갈라고?”

    투르캄이 혀가 반쯤 꼬부라진 말투로 물어왔다.

    “그래. 나는 갈 거다. 그러니 그 술 좀 그만 마셔라. 그러다 건강이 상할까 염려되는군.”

    “푸헛! 우리 드워프들은 피에 알콜이 흐른다고. 술 못 마셔서 억울해 뒈진 드워프는 있어도, 술 마시고 뒈진 드워프는 아직 없다 그 말이야!”

    “참나.”

    투르캄의 말에 루카스가 혀를 작게 차고는 고개를 저었다.

    “부족한 건 없는가?”

    “부족하긴! 너무 넘쳐서 탈이지. 맛있는 걸 이렇게나 많이 보내주면 어떡해? 게다가 삼 일에 한 번씩 온다고.”

    다행이었다. 모자란 것보다는 남는 게 나으니 말이다.

    “그래. 다행이군.”

    “남은 음식이나 식재료들도 다 보관 마법이 걸린 창고에 잘 저장 중이니까 우리 먹을 건 너무 걱정 말라고. 여기 갇혀도 석 달은 먹고 살겠어!”

    투르캄이 소리를 땅땅 치자, 귀가 울렸다.

    “그래. 알겠네.”

    “어! 그럼 가라고!”

    “조심히 가시고 또 오십시오.”

    기에스티오가 루카스의 손을 꼭 붙잡았다.

    “예. 조만간 또 오겠습니다.”

    루카스도 그런 기에스티오의 손을 다정히 두드리고는 텔레포트했다.

    ***

    세이렌의 영역에서 루카스는 곧장 하셀의 레어로 달려왔다.

    “하셀.”

    “로드?”

    “그래. 이것 좀 보겠느냐.”

    루카스가 아공간에서 조금 전 가져온 펜던트를 꺼내놓았다.

    “이게 뭡니까?”

    “세이렌의 영역에 있던 거다. 드래곤의 영혼이 봉인되어있다고 하는데…… 지금 나로서는 확신이 안 서는구나.”

    그러자 하셀의 눈이 커다랗게 변하더니, 펜던트를 얼른 집어 들었다.

    “드래곤의 영혼요?!”

    하셀이 팬던트 위에 다른 손을 얹고 기운을 찬찬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불… 인데… 드래곤… 인가?”

    설마 하는 의심 때문인지 그게 아니라면 진짜 기운이 읽히지 않는 것인지, 하셀 역시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한참을 헤매고 있었다.

    “혹시 실종된 레드 드래곤이 있습니까?”

    “나 때는 없었다.”

    “흐음…….”

    다시 하셀이 팬던트에 기운을 집중했다.

    “이거 안 되겠네요. 그냥 한번 깨볼까요?”

    “흠…….”

    그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진짜 봉인된 드래곤의 영혼이라면 천계로 인도될 것이다.

    “하지만 드래곤의 영혼이 아니라면?”

    “타락했을 가능성도 있지요.”

    가장 깨끗한 영혼을 골라내어 만든 드래곤의 영혼이 봉인된 동안에 타락했다면?

    “흐음…….”

    아직 해본 적 없는 일이었기에 결과 또한 장담할 수 없었다.

    “그건 너무 위험 부담이 크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테이블 위에 팬던트를 둔 그들이 한참이나 고민하던 때였다.

    “아. 깨워보는 게 어떻겠느냐. 내 느낌에 영혼은 분명하던데 말이다.”

    “그럴까요?”

    말이 떨어지자마자 하셀이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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