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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63화 (163/225)
  • 163화. 효도.

    스턴이 파멜라를 찾아온 것을 안 리월은 예상과 달리 잘된 일이라며 파멜라를 부추겼다.

    “저는 부활교가 싫어요. 그냥 이대로 사람들을 도와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것도 좋지만 제 생각엔 그 스턴이라는 사람의 말을 듣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왜요?”

    리월에게 실망스러웠다.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도 분명 부활교가 싫다고 했는데 스턴의 말을 들으라니…….

    “한번 잘 생각해 봐요. 지금도 물론 사람들을 도우며 보람을 느끼고 있지만, 이곳 리에베르크는 작은 나라예요. 작은 나라에서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은 한정적이고요.”

    “…….”

    “그런데 저들은 이미 보육원부터 시작해 부랑자들을 돕는 것까지 많은 일들을 하고 있어요. 거기에 당신의 힘이 더해진다면 어떨까요?”

    저들에게 힘을 더한다고? 치가 떨리도록 싫었다.

    “저는 당신이 사람들을 돕는 모습이 너무 좋아요. 그리고 저는 그런 당신 덕에 이 모든 것들을 누리고 있죠.”

    “리월. 그런 말은 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리월은 틈만 나면 파멜라에게 제 위치를 이야기하며 감사를 표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평생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를 시작으로, 항상 마지막엔 ‘그에 비해 내가 너무 보잘것없는 사람이다’로 끝나는 이야기.

    파멜라는 그게 싫었다.

    “하지만… 맞는걸요. 당신을 내가 지켜주겠다고 큰소리쳤는데 실은 당신이 날 지켜주고 있어요.”

    “리월…….”

    “하지만 저들과 손을 잡으면 나 역시도 할 일이 생길지 몰라요. 물론 당신이 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저도 조금은 도움이 될지도 모르죠.”

    리월이 슬픈 눈으로 파멜라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제가 생각한 게 있는데…….”

    리월은 부활교와 함께 하면 좋은 일들을 장황하게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인데…… 앞으로 돈을 받으면 어떨까요?”

    “돈을 받자구요?”

    파멜라가 눈이 커다래져 묻자, 리월은 눈을 축 내리깔고 힘없이 말했다.

    “네. 저는 파멜라 양이 아무런 대가도 없이 몸을 혹사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게다가 당신은 보육원도 많이 지어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했잖아요.”

    “아…….”

    리월의 대답에 파멜라는 생각했다. 어쩜 이리도 속이 깊은 사람이 있을까 하고 말이다.

    “대신 돈을 조금만 받는 거예요. 한 달에 3골드 정도면 어떨까요? 그리고 성수도 필요한 사람에게 팔고요.”

    “하지만 저는…….”

    나쁜 생각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회비를 내고 그 돈이 모이기 시작하면, 분명 보육원을 짓거나 그것들을 운영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이었다.

    “알아요. 내키지 않는다는 거.”

    리월이 슬픈 표정으로 바닥을 내려봤다.

    “하지만… 저는 당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게 너무 슬퍼요. 이런 내가 너무 싫기도 하구요.”

    그래도 부활교는 싫었다.

    ‘부활교는…….’

    부활교와 함께한다면 자신이 정말 교주와 같은 사람이 되는 것만 같았다. 아니, 완벽히 같은 사람이라고 봐야겠지.

    “이름을 바꿔요. 부활교가 아닌 새로운 이름이요.”

    마치 제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걸까.

    “새로운 이름이 생겨나면 좋을 것 같아요. 당신은 부활한 게 아니기도 하고… 교주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니까요.”

    “아.”

    저 말을 들으니 새로운 이름을 가지면 정말 그럴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냥 저들을 이용한다고 생각해요. 파멜라. 당신은 좋은 사람이잖아요. 저들을 이용해서 가여운 이들을 돕는 거예요.”

    제게 바짝 붙어 앉은 리월이 귓가에 속삭였다.

    ‘그래. 이용하는 거야.’

    가여운 이들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

    얼마 후 다시 리에베르크를 찾은 루카스는 곳곳에 있는 새로운 깃발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저게 뭐지?’

    어느 귀족가나 왕족의 문장은 아니었다.

    새하얀 깃발엔 무릎을 꿇고 가지런히 손을 모은 여자가 그려져 있었다.

    “성녀회 가입 원서 접수는 이쪽입니다!”

    광장 한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루카스가 발걸음을 옮겼다.

    “성녀회 가입 원서는 이쪽입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종이와 함께 1골드짜리 금화를 세 개씩 쥐고 줄을 서고 있었다.

    “부활교의 새로운 이름이라지?”

    “사실 그렇지 뭐. 부활교는 지난번 ‘그’ 사건 이후로 거의 없어진 거나 다름없으니 말이야.”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에 루카스가 실소했다.

    ‘결국 그렇게 된 건가.’

    폴라 때문에 잠시 미뤄두려던 일이 앞당겨지고 말았다.

    ‘안 되지. 안 되고말고.’

    루카스가 이를 부득 갈았다.

    ***

    루카스는 곧장 성녀회가 있는 곳으로 텔레포트했다.

    하얗고 웅장한 건물 입구엔 부활교의 사제복과는 약간 다른 사제복을 입은 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치가 떨리는군.’

    멀리서 그들을 잠시 지켜보던 루카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자식이 왜 여기 있어?’

    사제들 사이에서 가슴께에 보라색 리본을 달고 웃고 있는 남자.

    분명 스키르의 사라진 형인 스턴이었다.

    ‘젠장 할.’

    저 자식을 찾겠다고 사방팔방 얼마나 뛰어다녔던가. 그런데 지금 스턴은 생글생글 웃으며 다른 사제들과 함께 더없이 사람 좋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당장 파멜라를 제 손으로 없애버리려 마음먹고 왔건만 눈앞에 스턴이 나타났다.

    ‘옘병할 자식.’

    큰일 하나를 해결하나 했더니 그 전에 다른 문제가 나타났다.

    루카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스턴 님로드.”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스턴이 돌아봤다.

    “누구…….”

    폴리모프한 루카스의 모습을 모르는 스턴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나와 잠시 가야겠는데.”

    “하실 말씀이 있으면 이곳에서 하시지요.”

    그는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입은 웃고 있었다.

    루카스가 손을 뻗어 스턴의 뒷덜미를 콱 움켜잡았다.

    “이, 이게 무슨!”

    “이거 놓으십시오!”

    사제들이 달려들어 스턴의 목덜미를 잡은 루카스의 팔을 떼어내려 했다.

    -콰앙!

    마법으로 그들을 모두 날려버린 루카스가 스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집에 갈 시간이다.”

    -파앗!

    ***

    루카스에게 목덜미를 붙잡혀 끌려온 스턴은 생각했다.

    ‘내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집에 갇혀있던 수년의 시간 동안 수십, 수백 번 생각했다.

    ‘그때 내가 이렇게 했더라면?’, ‘그때 내가 이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수많은 시간을 후회 속에서 보내며 깨달은 것이 있었다.

    ‘후회할 짓을 하지 않아야 한다.’

    제 목덜미를 붙잡은 사람에게 덤비는 것은 후회할 짓이다.

    “스턴.”

    스턴은 그렇게 얌전히 목덜미를 내어준 채 눈을 내리깔았다.

    “누구십니까.”

    “왜 집을 나오고 그래. 응?”

    루카스가 잡고 있던 스턴의 목덜미를 거칠게 팽개쳤다.

    “…….”

    “집에 가야지?”

    “갈 수 없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대의를 위해…… 악!”

    스턴의 복부에 마력이 쏘아졌다.

    “주둥이로 한다고 해서 그게 전부 말이 되는 건 아니지.”

    스턴이 복부를 잡고 바닥을 굴렀다.

    “네게 선택지를 주마.”

    “크윽…….”

    “지금 집에 얌전히 간다고 하면 널 누가 이곳으로 데려왔는지는 캐묻지 않으마. 대신 너 역시 공작가에 돌아가 헛소리를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루카스의 손에 붉은 마력이 모이기 시작했다.

    “다른 선택지는 그냥 여기서 네가 뒈지는 거다.”

    “자, 잠시만요!”

    스턴이 얼른 손을 뻗어 루카스를 저지했다.

    “사실…… 저도 이러고 싶진 않았어요.”

    스턴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집에 있는 게 너무 답답해서…… 크흑!”

    그러더니 무릎을 꿇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숲에 나갔다가 부랑자들이 있는 곳까지 흘러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집에 돌아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집에 돌아가면 다시 갇히게 될까 봐…… 흐윽! 못 돌아갔습니다.”

    흙바닥을 짚었던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자, 스턴의 얼굴이 흙먼지로 범벅이 되어 애처롭기 그지없었다.

    “그래?”

    “예…… 어머니도 아버지도 너무 보고 싶습니다.”

    스턴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리고 제국에서 제가 미쳤다고 손가락질하는 것도…… 너무 괴로워서 도망친 겁니다. 며칠만 지나면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크흑!”

    루카스는 스턴의 그런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지랄하고 있네.’

    스턴이 지금 보이는 모습은 말 그대로 지랄이었다.

    바닥에 쪼그려 앉아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며 거칠게 눈물을 닦는 저 모습은 모두 연기라는 것을 루카스는 알고 있었다.

    ‘그런 자식이 보라색 리본을 달고 있어?’

    보라색은 부활교의 고위 사제에게 주어지는 색이었다. 루카스는 저 리본을 보자마자 그에게 접근한 것이 누구인지 짐작하고 있었다.

    “제가 집으로 돌아가도…… 아버지 어머니께서 저를 반겨주실까요?”

    스턴이 루카스를 올려 보며 물었다.

    ‘지금 저 자식을 돌려보내도 되는 걸까.’

    그런 스턴을 내려다보며 루카스가 잠시 고민했다.

    ‘당장 죽고 싶진 않은 것 같으니.’

    스턴이 펼치는 저 연기는 모두 제게서 당장 벗어나려는 것이리라.

    “그래. 반겨주실 거다. 널 애타게 찾으셨으니.”

    “크흐윽!”

    루카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에 모았던 마력을 풀어냈다.

    ‘추적 마법을 걸어두면 언제든 도망치려는 낌새가 보일 때 찾아갈 수 있겠지.’

    지금 스턴을 돌려보낸다면 한동안은 잠잠할 것이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저 자식에게 접근한 자의 꼬리를 밟을 수도 있겠고.’

    지난번에 놓쳤던 마족들을 다시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럼…… 저 돌아가고 싶습니다. 제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곳으로 말입니다.”

    루카스가 아공간을 뒤져 옷을 한 벌 꺼냈다.

    “그 꼴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 갈아입어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옷을 받아 든 스턴이 연신 고개를 숙였다.

    ‘저 정도면 연극배우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몰랐다면 깜빡 속을 만큼의 명연기였다.

    옷을 얼른 갈아입은 스턴이 루카스를 보며 활짝 웃었다.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루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루카스가 스턴의 팔을 붙잡아 그대로 텔레포트했다.

    공작저 앞에 도착한 루카스는 그대로 스턴을 밀어넣었다.

    “들어가서 다시는 나올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언제든 네 놈의 목을 딸 준비는 되어있으니.”

    그러자 스턴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집을 나가보니 알겠더군요. 얼마나 가족이 소중한지 말입니다.”

    개소리였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하지만 루카스는 그 개소리를 대충 받아주고는 추적 마법과 함께 공작저에 결계를 쳤다.

    “들어가라.”

    “안녕히 가세요.”

    스턴이 고개를 한번 꾸벅 숙이고는 공작저로 들어갔다.

    ***

    공작저에 들어선 스턴을 향해 달려오는 사용인들.

    “도련님!”

    “세상에나. 어서 공작님께 알리거라!”

    스턴은 그런 그들을 향해 싱긋 웃어주고는 유유히 정원을 지났다.

    “스턴! 스턴!!!”

    저택 안에 들어서자 헐레벌떡 뛰어나온 공작이 스턴을 와락 끌어안았다.

    “도대체 어디 갔다 온 게냐! 응?”

    “스턴!!!”

    멀리서 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지. 어머니.”

    스턴이 고개를 숙여 정중히 인사했다.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세상에나. 우리 스턴…….”

    그 모습을 본 소셋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이렇게 걱정만 끼치는 제가 저도 참 밉습니다.”

    가슴이 아프다는 듯 가슴께에 한 손을 올리고 아랫입술을 질끈 깨무는 스턴.

    “아니다. 아니야. 이렇게 무사히 돌아왔으니 되었다.”

    공작이 그런 스턴의 손을 꼭 붙잡아 제 가슴께에 가져갔다.

    “죄송합니다.”

    -콰직.

    “커억…….”

    스턴의 손이 닿아있던 공작의 가슴이 그대로 꿰뚫렸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좋은 곳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공작의 피가 묻은 손으로 제 얼굴을 쓱 쓸자, 공작의 몸이 힘없이 털썩 쓰러졌다.

    “여, 여보!!!”

    “어머니. 제 마지막 효도를 받아주십시오.”

    “스, 스턴…… 제발, 제발 이러지 말아…….”

    -콰직.

    “커억…….”

    “안녕히 가세요.”

    제 어머니의 심장을 꿰뚫은 스턴의 표정은 한없이 온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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