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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62화 (162/225)
  • 162화. 성녀의 정체 (2)

    파멜라라는 이름은 흔하지만, 펠레브라는 성은 흔치 않다.

    ‘그 파멜라가 내가 아는 파멜라라니!’

    파멜라가 성녀라니?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결국 식사를 포기한 루카스가 음식값을 테이블 위에 올려둔 채 식당을 빠져나왔다.

    파멜라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성녀님!!!”

    “이쪽도 봐주세요, 성녀님!”

    인파가 모여든 곳. 그곳에서 파멜라의 이름을 미친 듯 불러대는 사람들.

    “성녀님께서 차례로 살펴주실 겁니다. 앞사람을 밀지 말아주세요.”

    그런 그들에게서 파멜라를 보호하며 경계를 서는 기사들까지.

    ‘하.’

    파멜라는 이곳 리에베르크에서 완벽한 성녀가 되어있었다.

    그런 파멜라의 모습을 본 루카스가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파멜라가 가진 힘은 분명 부활교의 교주가 가졌던 것과 같은 것이다.

    ‘당장에라도 잡아 죽여야…….’

    하지만 사람들을 보며 웃는 파멜라의 얼굴을 보니 선뜻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가 웃을 때마다 폴라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허튼 생각 하지 마.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망설여지는 제 걸음을 몇 번이나 부추겼다.

    ‘당장 가서 저 계집을 죽여.’

    제게 파멜라는 한낱 인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게다가 그녀는 지금 제 적이나 다름없다.

    ‘젠장.’

    하지만 걸음이 떼어지질 않았다.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성녀님.”

    파멜라를 올려 보며 눈물짓는 사내. 그 사내의 얼굴을 본 루카스가 결국 텔레포트해 사라졌다.

    “……?”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파멜라가 뒤를 돌아봤지만, 이미 루카스는 떠나고 난 뒤였다.

    ***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백작저로 돌아온 루카스가 먼저 폴라를 찾았다.

    “폴라는 어디에 있는가.”

    “아, 도련님. 폴라 아가씨께서는 지금 후원에 계십니다.”

    사용인의 대답에 루카스가 걸음을 옮겨 후원으로 향했다. 그러자 기다란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폴라가 보였다.

    “폴라.”

    그녀는 어찌나 책에 열중했는지 루카스가 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루키!”

    루카스의 목소리에 놀란 듯 살짝 몸을 움츠린 폴라가 이내 활짝 웃으며 루카스의 이름을 불렀다.

    “무슨 책 읽어?”

    “몰라도 돼!”

    그러자 폴라는 책을 얼른 덮고 제 뒤로 숨겼다. 얼핏 보이는 제목을 보아하니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로맨스 소설인 듯 보였다.

    “이번엔 일찍 왔네?”

    “응. 혹시 다른 애들은?”

    “음~ 요즘 넬라는 뭐 좀 배우느라 바쁘고, 스키르도 네가 준 아티팩트를 써보느라 바빠. 간절함이 무슨 뜻인지 꼭 찾고 말겠다나 뭐라나.”

    루카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과연 파멜라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이야기를 꼭 해야 하나?’

    답답한 마음에 폴라를 먼저 찾아오긴 했지만, 아직 판단이 서질 않았다.

    ‘이야기해서 달라질 게 뭐가 있지? 그 계집을 살려둘 수도 없는 노릇인데 말이야.’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루키? 왜 대답이 없어!”

    “아, 미안. 무슨 이야기 했었지?”

    “쳇. 이번에 시타타에서 열리는 축제에 너도 참가하냐고 물었잖아.”

    “……?”

    축제라니? 금시초문이었다.

    “뭐야. 너 몰라? 시타타에서 축제 열리잖아! 아저씨께서 처음으로 여는 축제인데… 아저씨 서운하시겠다.”

    “그렇구나.”

    하지만 지금 축제 이야기 따위가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너 무슨 일 있구나? 나한테 할 말 있지?”

    “…….”

    결국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폴라가 제게 물어왔다.

    “아니, 그런 거 없어.”

    “진짜?”

    “응.”

    그러자 폴라가 피식 웃으며 루카스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야, 루키. 언제든 고민 있으면 이 누님에게 와서 물어봐라.”

    그러고는 제 손에 든 로맨스 소설을 괜히 만지작거리는 걸 보니 루카스가 말 못 한 고민이 연애 상담쯤 되는 줄 아는 듯했다.

    “폴라.”

    “응응. 얘기해.”

    결국 루카스가 마음을 굳혔다.

    ‘알고는 있어야겠지.’

    잔인한 처사였지만,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얼른 얘기해 봐.”

    폴라가 들뜬 표정으로 루카스의 팔을 흔들며 재촉했다.

    “네 언니를 찾았어.”

    “…….”

    급격히 굳어지는 폴라의 표정.

    “네 언니는…….”

    “그, 그만…… 말하지 마.”

    루카스의 팔을 붙잡았던 손이 툭 떨어졌다.

    “하지 마. 제발…….”

    “네 언니가 위험해. 영영 못 볼 수도 있어.”

    그러자 폴라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떨리는 목소리와 달리 폴라의 눈빛은 단호했다.

    “그래서 나더러 어떡하라고. 내가 찾아가서 구하기라도 하라는 거야?”

    “……폴라.”

    “그런 거냐고! 언니는 내게 말 한마디 없이 떠났어. 나는 그런 언니를 멍청이처럼 기다렸어. 떠난 줄 알면서도 혹시 돌아오지 않을까, 내가 뭘 잘못한 게 아닐까.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또 걱정했어.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했다고!”

    눈에 그렁 거리던 눈물은 어느새 후두둑 떨어져 폴라의 얼굴을 적시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나더러 어떡하라고? 그깟 언니 없는 셈 칠 테니까 다신, 다신 나한테 말도 꺼내지 마.”

    폴라의 단호한 태도에 루카스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말 후회하지 않을 수 있겠어?”

    “그래.”

    “네 언니가 죽더라도 말이야.”

    “……그래.”

    그러자 루카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울지 마.”

    폴라가 입술을 꽉 깨물어 울음을 삼킨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네 탓은 없어. 넌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으니 네 탓이라는 생각도 하지 마.”

    루카스가 품에서 손수건 하나를 꺼내 건네고는 돌아섰다.

    ***

    더 이상은 힘들었다.

    사실 폴라를 찾았을 때 루카스는 그녀가 저를 말려주길 바랐다.

    “하…….”

    하지만 폴라는 자신이 알던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눈빛을 하고 냉정하게 굴었다.

    ‘그만큼 상처가 컸던 거겠지.’

    마치 폴라에게 파멜라의 목숨을 거두겠다 허락이라도 구한 것만 같았다.

    눈물로 범벅이 되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면서도 폴라는 같은 대답을 했다.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이다.

    때문에 파멜라가 죽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했지만 그래도 대답은 같았다.

    ‘나쁜 짓을 한 것만 같군.’

    폴라에게 파멜라가 어떤 의미인지는 루카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파멜라가 죽을 수 있다고 했으니…….’

    이렇게 되니 도저히 파멜라를 제 손으로 죽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지켜보자. 아직은 그리 급한 상황이 아니지 않나.’

    파멜라를 죽이지 않고도 해결할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방법을 찾아야 했다.

    폴라가 상처받지 않을 방법을.

    ***

    스턴과 부활교의 사제들은 이제 리에베르크에 터를 잡기 시작했다.

    “이정도쯤이면 되려나요?”

    “네. 그쯤이면 완벽하겠군요.”

    스턴은 먼저 리에베르크의 국왕을 찾아가 부활교에게 내어 줄 땅이 있느냐 물었다. 물론 돌아온 대답은 ‘없다.’였다.

    스턴 역시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했기에 곧장 다음 카드를 꺼내 들었다.

    ‘돈이 최고 아니겠어?’

    다음 카드는 엄청난 돈이었다. 리에베르크는 작은 섬나라였고 가진 것이 많지 않은 나라였다.

    게다가 성녀가 나타나고 타국 사람들이 드나들기 시작하니 국왕 또한 제 나라의 작은 문제점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낡은 여관들과 부실한 인프라. 하지만 국왕은 국고로 그 모든 것들을 당장 뜯어고칠 수가 없기에 찜찜한 마음을 안고 차차 해나가려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부활교가 그 모든 돈을 대겠다 하니 마음이 흔들린 것이다. 하지만 그뿐이었다면 또 받아들이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성녀님! 여기, 이곳에 앉으세요.”

    “아직은 어수선하지만 며칠 지나면 모두 정리될 겁니다.”

    “네.”

    그런데 그들은 성녀인 파멜라를 이곳에 끝까지 머무를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늘은 기도회가 있는 날입니다.”

    “오후 세 시에 시작해서 다섯 시쯤 끝날 예정입니다.”

    파멜라의 주위를 빙 두른 사제들이 하루 일과를 보고하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성녀님의 말씀대로 모두 진행했습니다.”

    “그런가요.”

    “네. 정말 탁월한 결정이셨습니다.”

    대답을 하는 파멜라의 눈이 공허했다.

    “네. 저희 역시 새로운 주인에 맞춰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저희는 이제 새로운 이름인 성녀회가 되어 사람들을 돌볼 것입니다.”

    사제들 사이에서 스턴이 걸어 나와 파멜라의 발 아래 무릎 꿇었다.

    “성녀님의 보살핌 아래 영광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자 모든 사제들이 파멜라의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리며 말했다.

    “레니엔토.”

    ***

    “부활교의 이름이 바뀌어?”

    “그래. 성녀회라는 이름을 바뀌었대. 전대 교주가 지금의 성녀님께 힘을 넘기고 사라지셨다고 하더라고.”

    부활교는 이름만 성녀회로 바뀌었을 뿐 사제들의 직책을 비롯한 모든 체계를 전과 같이 하고 있었다.

    “주인이 바뀌었다고 이름이 바뀐 거야?”

    때문에 부활교가 성녀회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바보일 지경이었다.

    “그렇다나 봐. 그런데 이번에 새로운 교인… 아니, 이젠 회원이라고 해야 하나? 그걸 모집한다고 하더라고.”

    “에? 회원?”

    그러자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회원 말이야. 이번엔 뭐 입회비를 받는다고 하더군.”

    그러자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참나! 입회비라니? 부활교는 그런 거 없었다고!”

    “맞아. 지참금도 자유로 냈는데 그게 무슨 소리래?”

    “어이가 없네.”

    사람들의 볼멘소리에 사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치? 게다가 예전에 나누어줬던 성수나 그런 것들도 전부 돈을 받고 판매를 한다고 하더군!”

    “그 새로운 성녀라는 사람이 돈에 미친 사람인가 보지?”

    “성수를 돈 받고 팔겠다니!”

    사람들의 불만이 더욱 거세졌다.

    “흠… 그런데 다 돈 받아도 되겠던데?”

    사람들의 불만을 듣던 사내 하나가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니, 성수를 돈을 받고 팔겠다잖은가!”

    “그래. 하지만 입회비를 낸 이들은 누구나 성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더군.”

    “에?! 그게 정말인가?!”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다시 한번 거세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회비만 내면 누구나 치료를 해주겠다니? 이거야말로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그래. 예전 부활교는 교주에게 치료를 받으려거든 지참금을 엄청나게 내야 했다고 하지 않았나?”

    “맞아. 나도 그 소리 들은 적 있어. 그게 아니면 어떻게 해서든 교주의 눈에 띄어야 한다고 하더구먼.”

    “그래. 그랬지.”

    “맞아.”

    사람들의 여론이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그래서 그 회비가 얼만데?”

    “한 달에 3골드라고 하더군.”

    “세상에나! 그것만 내면 누구나 치료를 해주겠다는 건가?”

    3골드라는 금액은 평범한 4인 가족이 외식할 때 나올법한 금액이었다. 그런데 한달에 3골드만 내면 누구든 직접 치료를 해주겠다니!

    “그래서 지금 성녀회는 어디 있는 건가?”

    “리에베르크라고 하더군.”

    “리에베르크? 아란트가 아니라?”

    “그 섬나라까지 어떻게 가!”

    다시 사람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가입은 뭐 나라마다 지부가 있다고 하니 거기서 돈만 내면 될 걸세. 언제 누가 아플지 모르니 가입이라도 해두는 편이 좋지 않겠는가? 나중엔 회원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소문도 들리던데…….”

    그러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맞지. 치료를 받으러 찾아갔을 때 가입을 받지 않으면 그거야말로 낭패지.”

    “우리 같은 사람들은 신전도 턱도 없으니 매일 약방만 전전할 테고.”

    “얼른 가보세.”

    이렇게 성녀회의 회원들은 순식간에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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