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59화 (159/225)
  • 159화. 친우.

    골드 나인 상단주인 앨리 오리네우스는 골드 드래곤이다. 그리고 제 주민들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아란트 수도 한복판에서 브레스를 쏜 다음, 잠시 레어에 갇혀 자숙의 시간을 가졌었다.

    “안녕하세요. 백작님. 오랜만!”

    오랜만에 시타타로 돌아온 앨리는 먼저 백작을 찾았다.

    “오! 앨리님. 이게 얼마 만입니까.”

    “네. 나도 보고 싶었어요.”

    “그동안 많이 바쁘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뭐. 그랬죠.”

    앨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번에 저희 아이들에게 섬을 개방해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아이들이 아주 재미있었다고 칭찬이 자자해요.”

    “그렇다니 다행이네요. 이제 점검 다 끝나서 모레 정식으로 개장해요. 백작님도 그 전에 한번 오셔요. 말 그대로 휴양지를 내가 만들었거든요.”

    “하하. 저도 그러고 싶군요.”

    그들은 산책로를 걸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아, 그런데 이번에 장부를 좀 봤는데 말이에요? 최상급 마나석이 좀 많이 팔렸던데.”

    “맞습니다. 어쩐 일인지 최상급 마나석을 찾는 곳이 늘었더군요.”

    최상급 마나석은 값도 값이지만, 그만한 마나석을 필요로 하는 곳이 적었기에 가져가는 곳이 한정적이었다.

    “뭐 대금은 다 잘 치렀으니 상관은 없지만, 마탑도 아닌 곳에서 그만한 마나석을 사가는 게 조금 의심스러워서요. 혹시 걔네들 정보 가진 거 있으신가?”

    “아마 없을 겁니다. 가져가는 사람이 그때마다 다르기도 하고 값을 치르는 곳도 다릅니다. 그래서 저희는 변방 국가에 있는 마법 연구소 같은 곳에서 가져가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만…….”

    아무래도 마나석은 정신 계열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할 수 있는 물질은 아니었기에 유통에 제약을 두는 편은 아니었다.

    게다가 마나석이 있다 한들 그에 걸맞는 마법을 쓸 수 없으면 그냥 돌이나 다름이 없었기에 더욱 그랬다.

    “하긴요. 마나석은 뭐 파는 곳도 많으니까요. 유통하는 애들일 수도 있겠네요. 우리에게 사가는 건 거의 직구매나 다름없으니까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그런 최상급 마나석 유통이 요즘은 활발해도 너무 활발했다.

    일 년에 열 개쯤 팔리면 많이 팔리던 거였는데, 요즘은 한 달에 열 개가 넘게 팔리니 말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음엔 정보를 좀 받아둬야겠네요.”

    “네. 알겠습니다.”

    ***

    신나는 하루를 보낸 아이들은 모두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일어나지 않고 있었지만, 루카스는 아니었다.

    “아이고야.”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에서 달려서인지 온몸이 안 쑤시는 곳이 없었다.

    -사아아.

    결국 루카스가 제 몸에 치유마법을 걸어 근육통을 해소했다.

    “이제 좀 살겠네.”

    아무리 다른 드래곤들이 조사하고 있다지만, 이대로 놀고 앉아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가볼까.”

    -파앗!

    그가 도착한 곳은 세이렌 영역이었다.

    “오셨군요!”

    “크하하! 물속에서 보니까 또 색다르네.”

    여느 때와 같이 밝은 몸짓으로 반겨주는 기에스티오. 그 곁엔 투르캄이 함께였다.

    “지난번에 기에스티오에게 자네를 소개해 준 이후로는 처음이지.”

    “어? 그렇네. 오늘이 처음이 아니구먼. 그때는 내가 휘황찬란한 창고에 정신이 팔려서 꼭 오늘이 처음 보는 것 같네!”

    투르캄은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밝아진 표정이었다. 루카스는 투르캄과 기에스티오를 서로 소개해 줬었다.

    “아! 내가 말해줬나? 여기 물속에도 펄펄 끓는 용암이 있다고 말여! 이리로 와봐.”

    “하하.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목을 부여잡고 살려달라고 캑캑거리더니 이젠 완전히 적응했나 보군.”

    “크하하! 이 친구도 참. 다 지난 일을 왜 또 꺼내고 그런디야?”

    투르캄이 짧은 팔을 휘휘 저으며 껄껄 웃었다.

    “그보다 루카스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친구가 온 뒤로 저희 왕국이 아주 살기가 좋아졌어요.”

    기에스티오가 루카스의 손을 덥석 잡아 위아래로 흔들었다.

    “크하하! 들었어? 아주 살기가 좋아졌다잖여!”

    둘은 어느새 절친한 사이가 된 듯 보였다.

    “다행입니다.”

    “그것도 그렇지만 나도 여기 와서 실력이 엄청나게 늘었다고! 아직 뭐 에와르 발다님 실력쯤 되려면 한참 멀긴 했지만 이제 그분 흉내는 조금 내는 수준이 됐달까?”

    투르캄이 제 가슴을 활짝 펴며 말했다.

    “그것도 잘된 일이군.”

    제가 소개해 준 이들이 이토록 사이가 좋으니 루카스 역시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여기 맛있는 게 얼마나 많게? 술도 기가 막혀! 거 저온 숙성이라고 들어봤나 몰라? 이럴 줄 알았으믄 나도 물고기로 태어나는 것인디!”

    “하하! 물고기 말고 세이렌이래도.”

    “크하하! 아니 뭐 어뗘? 자네는 물고기고 나는 육고기 하면 되는 것이지!”

    둘의 대화를 기분 좋게 듣던 루카스가 무언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아, 그럼 지난번에 준 스크롤은 아직 남아있는가?”

    “스크롤? 아! 맞네.”

    투르캄을 이곳에 데려다주면서 루카스는 스크롤을 여러 장 준비해 줬었다. 드워프 영역으로 향하는 것과 세이렌 영역으로 향하는 것으로 말이다.

    “아직 남았어. 그 뒤로 여기서 안 나갔거든.”

    “……아직도?”

    “그렇게 됐네. 아, 그래도 걱정은 말어. 마을에는 내가 수정구로 연락을 해뒀거든!”

    아니, 도대체 며칠이 흘렀는데 아직 한 번도 돌아가지 않았다는 말인가!

    “하하. 어지간히 여기가 마음에 들었나 보군.”

    “어! 저기 있잖여? 이렇게 된 김에 부탁 하나 해도 될랑가 몰라?”

    투르캄이 루카스를 올려다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물론이지.”

    루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 좀 데려다주겠어? 가서 얼른 내 연장들 몇 개 더 챙기고, 간 김에 같이 올 동족들 몇 데려오게. 여기 작업 환경이 아주 좋거든.”

    “나야 괜찮지만…….”

    그들을 데리고 텔레포트하는 건 별게 아니었지만, 이곳은 기에스티오의 영역이었다. 루카스가 기에스티오의 눈치를 살짝 살폈다.

    “오! 물론일세. 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좋고말고!”

    “크하하! 역시 좋은 물고기여! 나도 그럼 그에 맞게 좋은 육고기가 되어야제! 내 동족들이 오믄 이곳은 더 살기가 좋아질 것이여.”

    “하하! 그러지 않아도 된다네. 그저 와서 우리 동족들의 말벗이나 되어주어도 충분해! 충분하고말고.”

    “크하하하! 아주 화통한 친구여! 안 그려?”

    투르캄의 말에 루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제가 이곳으로 맛 좋은 식재료들을 워프시켜 드리겠습니다.”

    “오! 루카스님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아닙니다. 두 분 모두 제 친우가 아닙니까. 제가 대접하고 싶어 그렇습니다.”

    드워프인 그들의 먹성을 잘 알기에 루카스가 눈치 좋게 먼저 선수를 쳤다.

    ‘먹는 걸로 눈치를 보면 서럽지.’

    맨 처음 며칠은 괜찮을지 몰라도 그들이 먹고 마시는 속도를 보면 세이렌들은 놀라 자빠질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면 드워프들이 눈치를 보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크하하! 봤지? 친우라잖여!”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희도 오랜만에 맛 좋은 육지 음식을 맛보겠군요. 우리 요리사가 아주 좋아하겠어요.”

    기에스티오의 작은 지느러미가 세차게 흔들렸다.

    “얼마든지요.”

    게다가 제작과 재료에 미친 그들이 이 심해로 들어온다면, 지금 투르캄처럼 나가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많았다.

    ‘3일에 한 번은 배달해 줘야 하려나.’

    대충 머릿속으로 셈을 한 루카스가 투르캄에게 팔을 내밀었다.

    “그럼 가지.”

    “그려! 그럼 댕겨올게. 아, 그리고 지난번에 말했던 재료들도 우리 애들이 가지고 있으니께 걱정 말어!”

    “알겠네. 조심히 다녀오게.”

    “그동안 나 보고 싶다고 울지 말고잉?!”

    “하하! 알겠네. 내 꾹 참아보도록 하지.”

    그들의 천진한 대화를 듣던 루카스도 덩달아 싱긋 웃었다.

    “가더라고!”

    투르캄이 팔 위에 손을 얹었다.

    ***

    투르캄과 그의 동족들 몇을 모두 텔레포트 시켜준 루카스가 다시 시타타로 돌아왔다.

    “어? 오빠!”

    멀리서 루카스를 본 넬라가 폴짝폴짝 뛰어왔다.

    “넬라.”

    요즘 아무리 봐도 넬라가 달라졌다. 목소리도 한층 높아졌고, 무엇보다 밝아졌다.

    “어디 다녀와? 또 마탑 일이야?”

    “응. 넬라는 어디 다녀와?”

    “음~ 그냥! 마을에.”

    대답을 대충 얼버무리고 싱긋 웃는 넬라.

    ‘흠…….’

    루카스가 그런 넬라를 유심히 살폈다.

    ‘마을에 다녀왔는데 흙먼지가 묻고…… 소매에 지푸라기가 있어?’

    아무래도 조금 수상했다.

    “마을엔 왜?”

    “음~ 그냥!”

    “혼자?”

    “응!”

    넬라는 루카스의 보폭에 맞춰 걸으며 천진하게 대답했다.

    ‘그래. 얘가 뭐 나쁜 짓 할 애도 아니니…… 새로운 친구라도 생긴 거겠지.’

    루카스는 그런 넬라를 추궁하려다 멈췄다.

    “아, 그리고 나 할 말 있어.”

    “응. 이야기해.”

    “나 상급 정령을 한번 소환해 볼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넬라의 말에 루카스는 잠시 미간을 찌푸리고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흠…… 괜찮을 것 같긴 한데. 마나는 어때?”

    “지금 3서클이야. 곧 4서클이 되어 가.”

    “……뭐?”

    역시 놀라웠다. 중급 정령을 소환했을 때도 놀라웠지만, 벌써 4서클까지 바라보는 마법사라니!

    “왜? 대단해?”

    넬라가 제 머리를 척 넘기며 루카스를 새침하게 흘겨봤다.

    “하하하!”

    넬라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루카스는 참을 수 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긴! 대단하겠지!”

    넬라는 그런 루카스의 모습을 보고도 당당히 걸으며 싱긋 웃었다.

    저렇듯 넬라는 요즘 완전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물론이지. 물론 대단해. 정말 자랑스러워 넬라.”

    “그치?”

    “나는 요즘 넬라 네 모습이 좋아. 아주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쳐.”

    “그래?”

    그러자 넬라는 조금 전 당당함은 어디로 갔는지 쑥스럽다는 듯 입술을 모았다.

    “그래. 아주 좋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 소환할 때 오빠가 옆에 있어줄게.”

    “아냐. 스키르 오빠랑 폴라 언니가 곁에 있기로 했어. 그러니까 오빠 바쁜데 괜히 시간 내지 않아도 돼.”

    그 말에 루카스는 조금 서운했다.

    “그래도 오빠가 있으면 좋긴 하겠지만.”

    넬라의 뒤이은 말에, 조금 전 서운한 마음이 사르르 녹아 사라졌다.

    “그래.”

    그때였다.

    “어? 도련님? 아가씨?”

    멀리서 금발 머리를 휘날리며 걸어오는 한 여자.

    ‘옘병.’

    앨리였다.

    “안녕하세요. 상단주님.”

    넬라가 우아하게 인사하자, 앨리 역시 예를 갖춰 인사했다.

    “오랜만이에요? 아니, 이렇게나 훤칠하게 변해버리셨네! 게다가…….”

    앨리가 루카스에게서 풍기는 기운을 느낀 듯 눈을 가늘게 떴다.

    “내 친구랑 친구신가 봐?”

    루카스가 눈을 흘겼다.

    “게다가 흠…… 엄청난 걸 또 얻으셨네. 이거 뭐라고 해야 하나. 나랑도 친구 하겠는데?”

    싱긋 웃는 앨리를 보며 루카스는 생각했다. 제발 꺼져줬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안 그래도 머리가 아파 죽겠는데, 아만에 이어 너까지 상대하면 내가 제 명에 못 살 거다.’

    하지만 앨리는 대답 없는 루카스의 곁에 바짝 다가섰다.

    “우리 둘이 할 얘기가 좀 있겠어요? 그쵸?”

    앨리가 생글생글 웃으며 제 몸을 루카스에게 바짝 붙였다.

    “그래요. 이야기 좀 합시다.”

    그에 루카스가 결국 참지 못하고 한 발짝 물러서며 말했다.

    “너~ 무! 좋지요옹~”

    다시 앨리가 한 발짝 붙어 섰다.

    ‘이걸 콱……!’

    루카스가 다시 한 발짝 멀어지며 미간을 팍 찌푸리자, 앨리가 한쪽 눈을 찡긋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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