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58화 (158/225)

158화. 휴양 (2)

섬으로 떠나기 전 루카스는 하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마족들 십여 명이 저를 노리고 왔다는 소리를 들은 하셀은 당장에라도 그들을 쫓아갈 기세였지만, 주변의 만류로 겨우 진정했더랬다.

‘앨리도 조사에 참여했다고 했지.’

그리고 역시 예상했던 대로 몇 드래곤이 마족과의 전쟁에 반기를 들었다고 했다.

때문에 인원이 하나라도 더 필요했던 하셀이 자숙 중인 앨리까지 조사에 참여하게 했다고 한다.

‘늙어 빠지고 쓸모없는 고룡들 같으니.’

어차피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고룡 몇은 귀찮은 일을 피하고 싶다며 알아서 하라는 듯 행동했다.

‘뭐? 어차피 다들 살 만큼 살지 않았냐고?’

아공간을 열어 짐 몇 가지를 챙겨 넣는 루카스의 인상이 험상궂게 구겨졌다.

‘젠장 할 놈들!’

전생에 마족들을 몰아낼 땐 쌍수를 들고 환영했던 자들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 알아서 하라니?

그들의 이기심에 성질이 버럭 났다.

-똑똑

그때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작게 한숨을 내쉰 루카스가 방을 나섰다.

***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케이틀린이 가장 먼저 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이군.”

루카스를 본 케이틀린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래. 오늘 가는 섬 좌표는 알고 있나?”

“아, 지난번에 받은 지도에 나와 있을 겁니다.”

케이틀린이 제 품에서 지도 한 장을 꺼내 확인했다.

“네. 있습니다.”

“그래. 그럼 그냥 텔레포트로 가지.”

그러자 케이틀린의 눈이 동그래졌다.

“모두 텔레포트로 가자는 말씀이세요?”

“그래.”

오랜만에 만난 케이틀린은 전보다 얼굴이 훨씬 좋아져 있었다.

“그래도 괜찮을까요?”

어차피 케이틀린은 제 실력을 대충이라도 짐작하고 있으니 편했다.

“어차피 호위라고 있는 자는 너 혼자 아닌가?”

“그건 맞습니다만…….”

“그럼 그렇게 하지. 마부 없이 가겠다고 해라.”

어차피 항구까지는 그리 멀지 않은 데다가, 케이틀린이 있으니 마부가 없어도 괜찮을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그러니 아이들과 함께 대충 숲길 한적한 곳에 마차를 대놓고 다녀와, 저녁에 다시 그것을 타고 돌아오면 될 것이다.

“루키! 케이틀린 언니!”

폴라가 손을 흔들며 내려왔다.

“왔어?”

“왔어요?”

“아이참! 말 편히 하시라니까요.”

케이틀린의 존대에 폴라가 못마땅하다는 듯 눈을 흘겼다.

“알겠어요.”

“응. 나 어때? 어때요. 언니?”

“정말 예쁘네요.”

하늘하늘한 분홍 원피스를 입은 폴라가 한 바퀴 휘릭 돌며 제 모습을 뽐냈다.

“예쁘다.”

“그치? 아줌마가 사주셨어!”

“응. 모자도 예쁘네.”

“이것도 아줌마가 사주셨어! 그리고 이것도!”

어찌나 신이 났는지 폴라가 챙이 넓은 제 모자를 한번 들었다 놓고, 얼른 제 발도 척 들었다 내려놓았다.

“신발도 예쁘다.”

루카스의 칭찬에 더욱 신이 난 폴라가 헤헤하고 웃었다.

“언니!”

넬라가 내려왔다.

“넬라!”

오늘만큼은 넬라도 목소리가 한껏 높아져 있었다.

“진짜 예쁘다. 루키 얼른 봐봐. 나랑 똑같은 옷이랑 모자랑 신발이야.”

둘은 색만 다른 같은 원피스를 입고 신발과 모자까지 모두 같은 차림새였다.

“그렇네. 넬라는 파란색이네. 잘 어울려. 예쁘다.”

“그치?”

“응.”

넬라 역시 천천히 한 바퀴 돌며 제 모습을 뽐냈다.

“하하.”

그 모습을 본 루카스가 작게 웃음 지었다. 루카스는 그들이 이럴 때만큼은 다들 아직 어린아이 같았다.

“키르!”

이번엔 스키르가 린넨으로 된 반바지와 함께 가벼운 차림으로 나타났다.

“오~ 공작가 영식. 오늘 좀 귀엽다?”

“크흠! 귀엽다니. 나는 멋진 편에 속하지.”

그러더니 멋들어진 예법으로 허릴 숙여 인사했다.

“가시죠. 레이디.”

그러고는 제 한쪽 팔을 폴라에게 내밀었다.

“푸핫! 웃겨. 진짜.”

하지만 폴라는 그런 스키르의 팔을 퍽 치고는 깔깔 웃었다.

“윽! 폴라. 폭력은 나쁜 거라고 했잖은가.”

“하하하! 미안. 미안.”

스키르가 제 팔을 문지르며 입술을 삐죽였다.

“자, 이제 가자.”

“그래!”

백작저를 빠져나와 들어선 숲에서 마차가 멈춰 섰다.

“텔레포트로 가자.”

“……그냥 배가 낫지 않나.”

루카스의 말에 스키르가 제 명치 부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텔레포트 후유증이 무서운 것이었다.

“먼저 마셔. 그럼 훨씬 나으니까.”

루카스가 약병을 건네자 다들 한 모금씩 그것을 나눠 마셨다.

“자, 가자.”

좌표를 확인한 루카스가 팔을 내밀었다.

-파앗!

“우와!”

먼저 마셔둔 약 덕분인지 그들은 아주 괜찮은 상태로 섬에 도착했고, 가장 먼저 주변을 확인한 폴라가 탄성을 내질렀다.

“엄청나군.”

“진짜 멋지다. 그치?”

골드 나인이 만들고 있는 휴양지는 꽤 괜찮았다. 아니, 사실은 대단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함께 섬을 빙 두른 백사장은 햇빛을 받아 반짝였으며, 마도구가 있는 것인지 섬 곳곳에서는 싱그러운 노랫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저기 봐!”

게다가 짚으로 엮은 지붕이 얹어진 귀여운 방갈로가 곳곳에 있었으며, 섬 한가운데엔 인공 폭포가 쏟아지고 있었다.

“진짜, 진짜 대단하다!”

선착장에 매표소로 보이는 곳이 있는 걸 보아, 골드 나인은 입장료를 받으려는 듯 보였다.

“어서 오세요!”

햇빛에 피부가 멋지게 그을린 사내 하나가 다가왔다.

“저는 카를로스입니다. 상단주님께 연락받았습니다! 배로 오실 줄 알았는데, 역시나 멋지게 텔레포트로 도착하셨군요!”

“안녕하세요.”

카를로스의 인사에 그들도 함께 인사를 주고받았다.

“자, 오늘은 여러분들만을 위한 섬입니다! 모든 편의 시설은 여러분들을 위해 오픈해 뒀으니, 마음껏 편히 이용하시면 됩니다.”

카를로스가 뒤편에 놓인 방갈로들을 손으로 쭉 가리켰다.

“저쪽에 보이는 것은 음료 부스입니다. 맥주와 위스키 그리고 칵테일까지 모든 것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제조는 저희 섬의 자랑인 바텐더 친구 샘이 준비해 줄 겁니다!”

“오…….”

그 말을 들은 스키르가 작게 감탄사를 내뱉자, 옆에 선 폴라가 그의 옆구리를 푹 찔렀다.

“야. 너 술 마시지 마라.”

“크흠.”

“하하! 물론 술은 빼고 제조할 수도 있으니, 언제든 편히 들러주세요. 그리고 저쪽에 보이는 것은 식당입니다. 재료는 넉넉히 준비해 뒀으니 언제든 드시고 싶은 걸 요청하시면 휘리릭! 만들어서 가져다드릴 겁니다.”

카를로스가 프라이팬을 돌리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저쪽은 샤워실과 탈의실입니다. 왼쪽이 남성, 오른쪽이 여성입니다! 자, 그리고 저기 뒤편으로는 언제든 편히 쉬실 수 있게 숙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곳에서도 편히 샤워하실 수 있습니다!”

정말 모든 게 갖춰져 있었다.

“그리고 다들 이거 하나씩 받으세요.”

카를로스가 투박한 펜던트가 달린 팔찌를 하나씩 내밀었다.

“거기 가운데에 움푹 들어간 곳 보이시지요? 거기를 이렇게 꾸욱~ 누르시면 언제든 저희 직원이 여러분들이 계신 곳으로 찾아갈 겁니다.”

“우와…….”

“대단하군.”

이건 루카스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 시스템이었다.

‘역시 뭐든 살짝 미쳐있어야 발전이 있는 건가.’

돈에 미친 앨리가 만들어 낸 엄청난 도구였다.

“하지만 너무 멀리 나가시면 신호가 약해질 수도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잠시 이 팔찌를 아이들에게 채워 활용할까도 생각했지만, 수신 거리가 짧다는 소리에 마음을 접은 루카스였다.

“아! 그리고. 저기에 보시면 옷 가게도 있습니다. 혹시 수영복을 안 가지고 오셨으면 언제든 편히 들러 원하는 걸로 가져가시면 됩니다.”

그러고는 카를로스가 제 입 옆에 손을 가져다 대고는 목소리를 낮췄다.

“상단주님께서 모두 무상으로 제공하라고 하셨으니, 가실 때 한아름 가져가셔도 되고요.”

그가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하자 아이들이 까르르 웃었다.

“케이틀린 언니! 얼른 가서 옷부터 갈아입어요.”

“저는…….”

케이틀린이 잠시 루카스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지. 이곳까지 와서 네가 호위를 할 일은 없으니 말이야.”

루카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케이틀린은 쑥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고 못 이기는 척 폴라의 손에 이끌려 사라졌다.

“루카스. 너는 물놀이 안 할 건가?”

“안 해.”

당연히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럼 나도 안 해야겠군…….”

그러자 스키르가 풀죽은 표정으로 고개를 푹 떨궜다.

“왜?”

“나 혼자 남자인데 민망하지 않은가…… 체면도 좀 그렇고 말이야.”

“하…….”

옷 가게까지 저렇게 친히 마련해 뒀으니 옷이 없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 하자.”

기왕 이렇게 된 거 스키르를 위해서라도 발에 물이라도 담가야겠다 생각한 루카스가 대답했다.

“정말인가? 그렇다면 어서 옷을 보러 가지!”

스키르도 이런 바닷가에서 물놀이가 처음인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귀족들은 체면을 중시하기에 눈치 보지 않고 해수욕을 즐길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

가장 나이가 많은 스키르까지 이렇게 들떠있으니, 루카스 역시 마음이 붕 떠올랐다.

따스한 햇살 아래 부서지는 모래. 거기에 열대 과일 향과 음악까지.

‘그래. 하루니까.’

요즘 들어 루카스는 그런 생각을 했다. 왜 평화로웠던 지난 몇 년간 주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더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생각들을 말이다.

‘잃게 생겼으니 아쉬운 거겠지.’

마족들이 지상으로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이 모든 것이 깨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후회가 조금씩 쌓여갔다.

‘그러니 오늘은 조금 내려놓고 여기에 집중해도 되겠지.’

그들뿐인 섬이었지만, 웃음소리는 여느 때보다 가득했다.

루카스까지 모두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오자, 아이들은 처음에 조금은 어색한 표정으로 서로를 흘끔거렸다.

그때였다.

-팡! 팡팡!

“꺄악! 넬라!”

“으앗! 차가워!”

“헤헤! 약 오르지!”

넬라가 나이아스들을 불러내 아이들에게 물세례를 선사했다.

“가만 안 둬!”

그 뒤를 쫓는 폴라와 스키르.

‘옘병.’

덩달아 물세례를 맞은 루카스는 속으로는 욕을 하면서도 입은 웃고 있었다.

-쿠와아앙!

루카스의 등 뒤로 거대한 물 폭탄이 생겨나자, 넬라와 아이들은 호다닥 도망가며 소리쳤다.

“으아악! 오빠!”

“저건 맞으면 죽는 거 아닌가!”

“꺄아악!”

루카스가 사악하게 웃으며 그들을 바라봤다.

“누가 물 폭탄을 먼저 던졌더라.”

그러자 스키르와 폴라가 손가락을 들어 넬라를 척 가리켰다.

“동생을 배신하다니. 배신자도 같이 처단해야겠군.”

“으악! 억울하다!”

-피옹! 피옹! 피옹!

거대한 물 폭탄에서 작은 물줄기가 쏘아져 아이들을 맞히기 시작했다.

“꺄하하!”

도망치는 아이들을 쫓는 루카스.

“거기 서라!”

“으악! 도망쳐라! 쟤 눈이 좀 이상하다!”

-피옹! 피옹!

아이들은 물세례를 맞으면서 끊임없이 웃고 있었다.

“방어! 방어를 해야 한다!”

“버프 넣어!”

아이들이 반격을 시작했다.

“넬라! 얼른!”

“응!”

폴라가 루카스의 마법을 잠시 막는 동안, 넬라가 나이아스들을 불러내 명령했다.

“똑같이 공격해!”

-알겠어.

-우리만 믿어.

그러자 나이아스들이 작은 물방울들을 모아 루카스를 향해 쏘기 시작했다.

-피옹! 피옹!

“하하하! 하찮은 공격이구나!”

-피옹! 피옹! 피옹! 피옹!

“케이틀린 언니! 보고만 있지 말고 도와줘요!”

그때 폴라가 지원군을 요청했다.

“하하하. 알겠어요! 노움 도와줘!”

-쿠르르릉!

그러자 모래로 된 벽이 생겨나 아이들 앞을 든든히 막아줬다.

“얼른! 뒤에 숨어!”

“크하하! 하찮은 방어진지로군!”

루카스는 오늘만큼은 아이들을 위해 악당이 되어주기로 했다.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속으로는 구시렁거리면서도 마치 여덟 살 난 아이들을 놀아주듯 혼신의 힘을 다해 놀아주는 루카스.

그들은 그렇게 한참이나 물싸움을 하며 놀고 또 바다에 들어가 해수욕을 즐겼다.

“끄아! 너무 힘들다.”

“배고프다. 그치?”

“응. 우리 그런데 너무 먹고 마시고 노는 거 아닌가?”

“야. 그게 휴양이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여기가 휴양지인 거고.”

그들은 그렇게 예쁜 우산이 꽂힌 음료를 마시고 맛있는 꼬치구이를 한껏 먹었다.

‘즐겁다.’

루카스 역시 오늘 하루가 너무나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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