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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57화 (157/225)
  • 157화. 휴양 (1)

    지상에 생긴 새로운 마왕 성. 마계에서 먼저 온 고위 마족들은 벌써 마왕 성 주변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다.

    “추적 마법이 모두 흩어졌다……?”

    “예. 분명 그들이 이곳 근처로 들어왔을 때만 해도 걸려있던 마법이었습니다. 때문에 모두 긴장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루카스를 공격하고자 나섰던 이들이 돌아오면서 달고 왔던 마법에 마족들은 모두 비상 태세였다.

    이제 막 자리를 잡기 시작했는데, 이곳을 공격당한다면 다음 기회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타라스님의 가호로구나.”

    “정말이십니까?”

    마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알기에도 루카스라는 인간은 꽤 대단한 실력을 지닌 자였다.

    “드래곤의 유일한 인간 계약자인지라 먼저 없애고 시작하려 했는데 이것 참…… 유감이구나.”

    루카스를 없애려고 한 이유는 그가 드래곤의 계약자이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미운 인간인데 드래곤과 계약까지 했다면 가장 먼저 없애기 좋은 명분이었다.

    그리고 드래곤의 계약자를 자신들의 손으로 죽인다면 아직 저들의 승리를 의심하고 있는 마족들에게도 좋은 사기 충전이 될 것이고, 또한 드래곤들에게 보내는 좋은 경고장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 계획이 보란 듯이 실패했다. 오랜 시간 준비했던 속박 마법은 정성이 무색하리만큼 쉽게 무너졌고, 루카스는 그런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표식까지 남겨두고 그들을 뒤쫓으려 했다.

    “예. 그럼 다음은 어떻게 할까요?”

    “나이가 어린데도 아주 영특해. 그들이 살아 돌아온 건 그 아이가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일부러 놓아준 것이지.”

    “그런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제게 붙은 표식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이곳으로 돌아왔다니…… 아주 어리석구나. 인간 아이만도 못하다니. 실망이 크다.”

    마왕의 눈이 길게 찢어졌다.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단단히 준비하겠습니다.”

    “그래야겠지. 다음엔 더 이상 기회가 없을 테니 말이다. 테드라스.”

    테드라스가 마른침을 꿀꺽 삼켜냈다.

    “그리고 성녀 확보에 완전히 성공했습니다.”

    “그래? 그것참 잘되었구나.”

    “예. 면죄부가 급하긴 했나 봅니다.”

    마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급해야지. 그게 아니라면 마계에 남은 제 연인이 죽고 말 테니.”

    마왕이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깃펜을 집어 들었다.

    “스턴이라는 사내 역시 생각한 대로 잘 움직여 주고 있습니다.”

    “그래. 누굴 붙였다고 했지?”

    “에디라는 아이입니다.”

    마왕이 손에 든 깃펜을 한 바퀴 휘릭 돌려 공중에 띄웠다.

    “에디라…… 이번 일이 잘 끝나거든 상을 내려야겠구나. 아티팩트 제작은 얼마나 진행되었나.”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일주일에 두 개 정도가 지금은 최선입니다. 재료 수급과 장인이 모자란 탓에…….”

    그들이 만들고 있는 아티팩트는 폴리모프를 가능케 해주는 아티팩트였다.

    폴리모프는 고위 마법인 만큼 높은 마법 수준을 요구하는데, 거기에 최상급 마나석까지 필요하다 보니 제작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지금 에디가 가져간 것이 최상품입니다.”

    “아직까지 괜찮은 걸 보니 효과는 확실한가 보군. 굉장해. 그걸 정말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게다가 다른 종족으로 폴리모프를 하더라도 본래의 기운을 숨기는 것은 어려웠는데, 지금 만들어 낸 아티팩트는 기운까지 숨겨주니 실로 대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 저희를 돕겠다고 나선 드워프 몇이 있어 다행입니다.”

    “현명한 자들이다. 중요한 재원이니 극진한 대접을 하도록.”

    “예. 폐하.”

    공중에서 돌던 깃펜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나가봐라.”

    “예.”

    만족스러웠다.

    저들의 신은 든든히 뒤를 봐주고 있었고, 잘못될 뻔한 일들 역시 모두 술술 풀려가고 있었다.

    아티팩트의 공급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원활해질 것이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마족에게 유리한 포지션이 될 것이다.

    “흐음…… 좋군.”

    마왕이 책상 위에 놓인 새까만 영혼석을 보며 중얼거렸다.

    ***

    루카스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실전에 대비하는 훈련을 했다.

    “으아! 나 진짜 너무 힘들어. 마나가 바닥이야.”

    “폴라. 마나를 한계까지 끌어 쓰는 버릇은 고치라고 했잖아.”

    루카스의 말에 바닥에 널브러져 숨을 몰아쉬던 폴라가 벌떡 일어났다.

    “그럼 어떡해! 그 공격을 다 막아내려면 이 방법밖에 없는데. 우리가 너처럼 다 괴물인 줄 알아?!”

    “맞다! 게다가 폴라가 마나를 한계까지 끌어올릴 때마다 내 마나도 바닥까지 내려간다. 버프 넣는 게 쉬운 줄 아나?!”

    거기에 스키르까지 합세했다.

    “사실 나도 그래. 정령에 마법까지…… 우리가 오빠랑 같진 않아.”

    아이들이 입술을 삐죽이자, 루카스가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너희들에게 줄 게 있어.”

    드디어 때가 된 것 같았다. 이제 그들도 어느 정도 마법을 응용할 줄 알게 되었고, 마법의 본질을 조금은 깨달았으니.

    “뭔데?”

    루카스가 아공간 주머니를 뒤적이자 여섯 개의 눈동자가 한곳을 향했다.

    “폴라.”

    “이게 뭐야?”

    루카스가 팔찌 하나를 폴라에게 건넸다.

    “스키르.”

    “나도 주는 건가?”

    스키르에겐 목걸이를.

    “넬라.”

    넬라에겐 반지를 하나 건넸다.

    그러고는 저마다 받아 든 물건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살피기 시작했다.

    “무슨 보석이 이렇게나 많아? 게다가 이거 혹시 백금이야? 이런 비싼 걸 어떻게 받아! 나는 괜찮아.”

    팔찌를 살피던 폴라가 루카스에게 얼른 팔찌를 돌려줬다.

    “게다가 이건…… 나보다 영애들에게 잘 어울릴 법한 목걸이가 아닌가! 난 이런 거 싫다.”

    스키르 역시 화려한 펜던트가 걸린 목걸이를 다시 루카스에게 건넸다.

    “나는 좋아. 손가락에 딱 맞고 풍기는 느낌도 마음에 들어. 고마워. 오빠.”

    유일하게 넬라만이 제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고는 활짝 웃어 보였다.

    “폴라. 그 팔찌는 번개의 신 제라스의 성유물이야. 그리고 스키르 네 목걸이는 전쟁의 신 아스탈의 성유물이고.”

    “뭐?!”

    “성유물?!”

    폴라와 스키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제 손에 들린 물건을 쳐다봤다.

    “그래. 그리고 넬라의 반지는 물의 신 아구아의 성유물이지.”

    “어쩐지. 마음에 들더라.”

    손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반지를 살펴보는 넬라는 요즘 어딘지 모르게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폴라 네 건 파괴자의 번개라는 성유물이야. 전격 마법을 잘 쓰는 네게 딱 맞는 물건이지.”

    “우와…… 이름도 멋져.”

    “파괴자의 번개는 네가 전격 마법을 쓸 때마다 물 속성 마법이 추가될 거야. 뭐 대부분 폭풍우를 동반한 번개가 내리친다고 하더라고.”

    “대박……!”

    그러더니 폴라가 얼른 팔찌를 제 팔에 척 끼워넣었다.

    “그리고 스키르 네 건 아스탈의 숭고한 희생이라는 성유물이야. 버프의 범위를 넓혀주고 네 간절함에 따라 버프의 질과 종류가 달라져.”

    “그게 무슨 소린가. 간절함이라니?”

    루카스의 설명에 스키르가 입을 살짝 벌리고 물었다. 사실 루카스도 이야기만 들었지 제대로 아는 정보는 아니었다.

    “말 그대로 간절함이야. 나도 써보지는 않았지만, 알고 있는 정보에 의하면 그래.”

    “허…….”

    간절함이라니? 스키르는 앞으로 버프를 쓸 때마다 기도라도 올려야 하는 건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범위를 넓혀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물건이야. 한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마나로 여럿에게 버프를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 좋은 거지.”

    그러자 스키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이런 귀한 물건을 그냥 받아도 되는 건지…….”

    “당연히 되지.”

    그리고 넬라에게 시선을 옮겼다.

    “뭐 넬라는 설명 안 해줘도 아는 것 같네.”

    “응. 이미 느껴지고 있어. 내가 이 반지를 끼니까 나이아스들 기분이 무척 좋아졌거든. 고마워.”

    넬라가 루카스를 보며 활짝 웃었다.

    “다들 몸에서 절대 떼어 놓지 말고 잘 착용해.”

    “고마워. 루키.”

    “나도 정말 고맙다.”

    “나도.”

    아이들의 감사 인사에 루카스가 싱긋 웃었다.

    루카스 역시 이들의 실력을 차츰 올려 진짜로 만들고 싶었지만,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성유물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곧 세상이 뒤집히고 큰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니 스스로 제 몸을 지킬 힘 정도는 줘야 했다.

    “아, 오빠.”

    그때 넬라가 루카스를 불렀다.

    “우리 이번에 케이틀린 언니랑 놀러 가기로 했는데 오빠도 갈래?”

    “아! 맞다. 그래. 루키 너도 가자.”

    “아무리 마탑의 일이 바쁘다고 요즘 얼굴을 너무 안 비치는 거 아닌가? 백작님께서 많이 서운해하신다.”

    아이들의 말에 루카스는 잠시 멍한 표정이 되어 생각했다.

    ‘케이틀린이 누구더라.’

    게다가 아이들 표정을 보아하니 꽤 친한 듯 보이는데 저는 모른다니 조금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케이틀린 언니 혹시 몰라?”

    “…….”

    “귀 조금 뾰족한 언니 있잖아. 땅의 정령 다루는…….”

    “아.”

    넬라의 말에 그제야 생각난 듯 루카스가 손가락을 딱 튕겼다.

    ‘케이틀린 맥레인. 그 엘프 후손!’

    그러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빛냈다.

    “언니 말로는 루키 네가 죽을 뻔한 걸 구해줬다고 하던데. 케이틀린 언니 들으면 서운하겠다.”

    “아냐. 알지 당연히.”

    “그래. 루카스가 모를 리 없다. 그분께서 지금 시타타를 위해 얼마나 애쓰고 계시는데.”

    스키르의 말에 루카스는 뜨끔했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시타타를 위해 애를 쓴다고?’

    “그래. 언니가 밤마다 시타타를 정찰하러 나갈 때 모습이 얼마나 멋진데!”

    그제야 또 생각났다. 케이틀린이 저를 찾아왔을 때 백작가를 위해 일하며 빚을 갚으라고 했던 말이다.

    “언니는 이제 땅의 상급 정령사야. 그건 알지?”

    “…….”

    “몰랐나 보군.”

    “제국에서 스카웃도 들어왔는데 그것도 거절하고 여기 남은 건데…… 그것도 몰랐어?”

    “…….”

    “저것도 몰랐나 보군.”

    아이들이 수군거리며 루카스를 흘끗 쳐다봤다.

    ‘내가 요즘 백작가에 신경을 너무 못 썼나 보군.’

    “어디로 가는데?”

    결국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느낀 루카스가 물었다.

    “시타타 위쪽 항구에서 가까운 섬이다. 골드 나인 상단이 개발하고 있는 휴양지지. 출발은 이틀 뒤다.”

    “맞아. 오픈하기 전에 우리에게 먼저 오라고 했어. 거기서 하루 놀고 돌아올 거야.”

    “그리고 케이틀린 언니가 우리 호위로 같이 가는 거야. 사실 호위는 필요 없는데, 우리가 언니랑 같이 가고 싶어서 내가 아버지께 말씀드렸어.”

    골드 나인이라는 이름이 들리자, 루카스는 다시 아차 싶은 기분이 들었다.

    ‘황금색 망나니는 요즘 괜찮은가?’

    부활교 브레스 사건 이후 하셀의 명령으로 자숙하고 있는 것까지는 들었지만, 그 이후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래서 갈 거야 말 거야!”

    폴라가 버럭 소리쳤다.

    “갈게.”

    “오예! 루키도 간다!”

    그러자 폴라가 박수를 치며 폴짝 뛰었다.

    ‘그런데 상급 정령사라…… 많이 성장했군.’

    게다가 제국의 스카웃 제의도 거절했다고 한다.

    ‘하긴 이쪽이 돈은 더 많이 주겠지.’

    시타타는 높은 임금으로 유명했다. 능력을 인정받는다면 더더욱.

    때문에 수많은 인재들이 제국 수도를 떠나 시타타로 몰리고 있는 실정이기도 했고 말이다.

    ‘졸지에 휴양을 가게 생겼군.’

    사실 지금처럼 바쁘고 혼란한 시기가 없었다. 하지만 저 혼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해서 풀리지 않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움직여서 해결되는 문제가 있고, 시간이 해결해 주는 문제가 있었는데 지금은 시간이 필요한 시기였다.

    지금은 드래곤들이 모든 조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니, 자신이 움직이는 시기는 그다음이었다.

    ‘가기 전에 하셀을 좀 만나야겠군. 이참에 앨리 이야기도 묻고 말이야.’

    아이들은 벌써 들뜬 목소리로 휴가 계획을 떠들고 있었다.

    ‘그래. 이게 마지막일 지도 모르니…….’

    루카스가 그들을 씁쓸한 얼굴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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