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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56화 (156/225)
  • 156화. 방해꾼.

    [오랜만이야.]

    타라스는 루카스를 보며 싱긋 웃었지만, 그의 곁에 선 천사들은 아니었다.

    [타라스님. 저 인간을 당장 처단하셔야 합니다.]

    타라스의 곁에 선 천사가 말했다. 하지만 천사는 타라스의 매서운 눈빛에 당장 입을 닫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오랜만이군.”

    루카스가 싱긋 웃었다.

    [내 소중한 천사를 보내버렸네. 꽤 아꼈는데.]

    까맣게 타버린 잔재를 보며 타라스가 입맛을 쩝 다셨다.

    [너는 자꾸 내가 아끼는 걸 없애더라?]

    그러고는 다시 루카스를 보며 싱긋 웃었다.

    “나도 원치 않았는데 말이야. 자꾸 네 놈의 끄나풀들이 나를 성가시게 하더군.”

    다시 싱긋 웃는 루카스.

    [그러게. 이걸 누굴 탓해야 하나.]

    “본디 모자란 부하를 탓할 땐 그 주인을 욕하고는 하지.”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지만 그 속에 묘하게 흐르는 긴장감에, 타라스 곁에 선 천사 둘은 언제든 제 무기를 꺼내 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 대부분 그렇지. 그래도 다행이야.]

    “?”

    [상급 천사였다면 진짜 슬펐을 텐데. 다행히도 중급 천사였네.]

    타라스의 말에 루카스는 잠시 충격에 빠졌다.

    ‘그게 중급이었다고? 상급이 아니었어?’

    드래곤에 가까운 힘을 가진 저를 몰아붙였기에, 분명 상급일 거라고 확신했었다.

    그런데 그게 중급 천사였다니.

    [너가 자꾸 우리 애들 괴롭히니까 내가 이렇게 오잖아.]

    그러자 루카스가 검게 타버린 재를 발로 툭 차며 말했다.

    “얘가 먼저 왔는데.”

    그러자 천사들의 몸이 앞으로 쏠리며 당장에라도 루카스를 공격할 태세를 취했다.

    [커억!]

    하지만 타라스의 손짓 한 번에 천사 둘은 멀리 나동그라져 거친 기침을 토해냈다.

    [그래. 네 말이 맞네. 모자란 부하는 주인 탓이야.]

    그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루카스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럼 이제 꺼지는 게 어떤가.”

    [우리 애들 쫓을 생각인가 본데. 안 그러는 게 좋을걸?]

    타라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루카스가 마족들에게 걸어뒀던 표식이 모두 사라졌다.

    “옘병.”

    이렇게 되면 그들을 놓아줬던 게 허사가 되고 만다.

    [입이 걸어. 난 네 그런 점이 좋아.]

    “방해 끝났으면 가라. 그리고 신은 신계에 좀 머무를 수 없는 건가? 아무리 이 땅을 차지하고 싶다 한들, 이건 좀 너무한 처사가 아니냐는 말이야.”

    도대체 왜 신이나 되는 작자가 자꾸 지상에 내려와 제 일에 방해를 놓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정도면 그냥 당장 드래곤을 몰살하고 마족들을 불러들이면 되는 일 아닌가?

    [조금 너무한가?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우리 애들이 열심히 계획한 게 있는데, 너 하나 때문에 실패하는 꼴을 두고 볼 수는 없었거든.]

    “그럼 그냥 지금 당장 드래곤들을 모두 몰살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게 차라리 나도 속이 편할 것 같군.”

    루카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나도 그러고 싶지.]

    “그럼 차라리 그렇게 해. 귀찮아 죽겠으니 말이야.”

    [하하하. 그렇게 말처럼 쉬운 거였으면 얼마나 좋겠어. 그러기엔 이쪽도 내부 사정이라는 게 좀 있달까.]

    내부 사정이라. 그건 분명 신들 중에 타라스를 방해하는 이들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중 하나는 아모레겠지.

    대충 뜻이 정리되자 루카스는 더 이상 볼 일이 없다는 듯 몸을 돌렸다.

    “너 때문에 오늘 내가 하려던 계획이 모두 틀어졌다. 네 소중한 종족을 지키려거든 내 눈에 띄지 않게 하든지. 그게 아니라면 네가 나서질 말든지 해라.”

    [나도 급해서 그랬어. 그리고 네가 없애버린 내 천사는 내가 보낸 게 아니고 말이야. 쟤가 마족들을 좀 아꼈거든. 그러니 상황을 지켜보다 직접 내려온 거겠지.]

    저 말은 천사를 죽이지 않았다면 타라스가 직접 오는 일은 없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천사를 없애버린 것에 후회는 없었다.

    ‘건방진 자식 같으니.’

    [아, 그리고 재밌는 힘을 쓰던데. 그건 어디서 났어?]

    타라스가 루카스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가리켰다.

    “주웠다.”

    그 말을 끝으로 돌아선 루카스가 텔레포트했다.

    ***

    타라스의 등장으로 마족들을 쫓는 것에 실패하자, 루카스는 짜증이 치밀었다.

    ‘신이나 되는 게 아무 때나 저렇게 처내려오고 말이야.’

    타라스의 천사를 없애버린 건 속이 시원했지만, 오늘 놓친 마족들은 아무래도 아쉬웠다.

    ‘다시 내게 덤비고자 오지는 않을 텐데…….’

    저들이 살아서 돌아갔으니 분명 루카스의 힘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러니 우연히 마족을 마주치더라도 오늘처럼 핵심 인물들을 마주치긴 어려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젠장.”

    아무리 곱씹어도 짜증이 났다. 타라스가 튕긴 손가락 한 번에 너무나도 허무하게 흩어진 제 마법.

    게다가 오늘 나름 고전한 전투는 상급 천사가 아닌 중급 천사와의 전투였다.

    그렇다면 상급 천사가 둘 이상 제게 덤빈다면 다음엔 승산이 없을 수도 있다는 소리였다.

    게다가 투르캄이 준 아티팩트의 힘을 역으로 이용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같은 결과는 나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신과 천사들은 성 속성을 강하게 지닌 존재들이었다. 때문에 마족이 쓰는 마기는 그들에게 치명적이었고, 루카스는 그것을 알았기에 그 힘을 역이용해 천사를 처리했다.

    “하…….”

    생각보다 너무 강한 상대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앞으로는 이보다 더한 상대들이 쏟아질 것이었다. 드래곤이 아무리 지상 최강의 생명체라 한들, 그들 모두를 당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였다.

    마족들의 거점을 숨기고자 중급 천사가 내려왔고, 그 중급 천사가 죽자 마신이 직접 강림했다.

    저들은 지금 너무나도 진심이었다.

    “이건 너무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나?”

    마족은 말 그대로 마신을 등에 업었다. 그들이 이처럼 든든한 뒷배를 뒀는데, 아직 드래곤들에겐 그만한 뒷배조차 없었다.

    “드래곤들이 문제지.”

    누군가 든든한 뒷배가 되어준다 해도 사실 걱정이었다.

    아모레와 같은 상급 신의 경우엔 그들 역시 고개를 숙일 테지만, 중급이나 하급 신이 와 저들을 돕겠다고 하면 콧방귀를 뀔 자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존심이 강한 신들 역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그럼 다 소용없게 되겠지.”

    드래곤 로드로 지냈던 시간 동안 겪었던 크고 작은 문제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후…….”

    게다가 타라스가 저를 대하는 태도 역시 언제나 미심쩍었다. 천사를 죽였는데도 저런 태도라니?

    ‘분명 내게 뭔가 있긴 있나 본데…….’

    도대체 그게 뭔지 아직도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주신의 자리가 공석이라 한들…….

    “아니, 아니지.”

    무언가 생각하던 루카스가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

    “저곳입니까?”

    “예. 맞습니다.”

    리에베르크에 도착한 스턴과 에디는 파멜라가 있다는 저택 앞에 도착했다.

    그곳은 이미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사람들이 많군요.”

    “예. 아무래도 파멜라님의 능력에 대한 소문을 듣고 몰려든 사람들 같습니다.”

    무슨 병이든 고치는 그녀의 능력. 이를 들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흐음…….”

    그들을 둘러본 스턴이 잠시 고민했다.

    ‘지금 여기서 저 여자를 빼낸다면…….’

    아마도 리에베르크 사람들의 공분을 살 것이다.

    ‘게다가 순순히 따라나선다는 보장도 없고.’

    파멜라는 부활교를 피해 도망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귀족 작위에 융숭한 대접까지 받는다고 하니, 순순히 부활교를 위해 따라나서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남자가 있다고 했나?’

    게다가 그녀의 곁을 지키는 남자까지 있다고 하니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

    “스턴 피에렌테님?”

    “아. 잠시 생각을 좀 했습니다.”

    “파멜라님을 만나려거든 저쪽에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 같더군요.”

    에디가 줄 끝을 가리켰다.

    “아니요. 우린 오늘 돌아갑니다.”

    스턴이 고개를 저었다.

    “예?”

    “그리고 우리 부활교는 이곳에서 다시 태어날 겁니다. 흩어진 사제님들께 연락을 취하세요. 모두 리에베르크로 모이라고 말입니다.”

    ***

    파멜라는 여느 때보다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제발 쉬면서 하세요. 점심도 거르셨잖아요.”

    리월이 걱정스럽다는 듯 파멜라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저는 괜찮아요. 오늘도 아픈 사람들이 이리도 많은걸요.”

    “정말 당신은 너무 착해빠졌어요. 혹시 당신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나는 어떻게 사냐는 말이에요.”

    리월이 뾰로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자, 파멜라가 싱긋 웃으며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걱정 말아요. 나는 정말 괜찮은걸요.”

    “그래도 식사는 꼭 해야 해요. 약속했잖아요?”

    걱정과 사랑이 뚝뚝 묻어나는 둘의 대화에, 주변에 있는 사용인들의 얼굴마저 붉어졌다.

    파멜라는 국왕에게 하사받은 이곳 저택으로 처음 오던 날 리월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어찌나 아이처럼 웃으며 좋아하던지, 지켜보는 파멜라가 뿌듯할 지경이었다.

    이렇게 큰 집에 사는 게 정말 맞냐며 재차 묻는 리월과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던 파멜라. 둘은 그날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었다.

    너무나도 싫었던 제 능력이 리월을 웃게 하고 행복하게 했다.

    ‘절대 잃지 않을 거야.’

    리월은 처음 겪는 것이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었다. 따뜻하고 좋은 향이 나는 목욕물도 처음이었으며, 잘 짜인 부드러운 비단으로 만든 옷도 처음이었다.

    그나마 파멜라는 부활교단의 상급 사제로 있으며 종종 겪었던 것들이었기에 나름대로 익숙하게 그것들을 받아들였으나, 리월은 처음 겪는 좋은 것들을 받고 쓸 때마다 아이처럼 기뻐했다.

    “아, 파멜라. 이번에 그 소식 들었어요?”

    “어떤 소식요?”

    “대륙에서 큰 상단이 온대요. 골드 나인 상단이요.”

    골드 나인 상단. 파멜라 역시 알고 있는 상단이었다.

    “그래요?”

    그러자 리월이 고개를 끄덕이며 활짝 웃었다. 큰 상단이 온다. 그 말인즉 좋은 물건들이 들어온다는 소리였다.

    “우리 함께 구경갈까요?”

    “정말요?”

    그러자 리월이 활짝 웃으며 파멜라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럼요. 당신에게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걸요.”

    그 손을 맞잡은 파멜라가 싱긋 웃었다.

    그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다.

    그녀가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남자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하게 될 남자. 너무 순진하고 착한 나의 리월 번.

    그를 바라보는 파멜라의 눈에서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저는 당신만 있으면 돼요. 그냥 우리 구경만 가요.”

    리월은 항상 그랬다. 어떤 좋은 것을 준다 해도 당신만 있다면 괜찮다고 했다.

    파멜라는 그 말을 믿었다.

    ‘그는 날 찾으러 어디든 온다고 했으니까. 날 위해 무인도까지 왔고, 숨어 살아도 괜찮으니 나와 함께 있고 싶다고 했으니까.’

    얼마 전까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던 저를 조건 없이 사랑했던 남자였으니까.

    “저도 당신만 있으면 돼요.”

    리월이 맞잡은 파멜라의 손을 들어 키스했다.

    “파멜라님.”

    그때 사용인이 부르는 소리에 파멜라가 아쉽다는 듯 리월의 손을 놓았다.

    “네. 가요.”

    이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해야 하는 일.

    창문 밖을 보니 이른 시간부터 진을 치고 저를 기다리는 인파가 보였다.

    그저께보다 어제, 어제보다 오늘 더 많아진 숫자였지만, 파멜라는 어깨를 활짝 펴고 문을 나섰다.

    “파멜라님!!!”

    그러자 사람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파멜라님이 나오셨다!”

    “우리의 성녀님!”

    파멜라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하는 사람들.

    그들을 내려 보는 파멜라의 눈빛이 얼핏 누군가와 겹쳐 보였다.

    파멜라가 한 손을 들자, 사람들의 환호가 뚝 멈췄다.

    “그대들의 아픔을 압니다.”

    “오오… 성녀님…….”

    파멜라의 잔잔한 목소리에 사람들이 신음했다.

    “오늘 그대들의 아픔은 제게 주세요.”

    파멜라가 하늘을 향해 양손을 활짝 펼쳐 들자, 새하얀 빛이 가루가 되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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