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55화 (155/225)
  • 155화. 스턴을 찾습니다. (2)

    사실 속박 마법에 몸이 묶였을 땐 적잖이 당황했었다. 정말 몇 날 며칠을 준비한 것인지 몰라도 마법진은 무척이나 정교했으며, 그 정도면 드래곤도 십여 초는 발이 묶일 만한 마법이었다.

    ‘까딱했다간 갈 뻔했지.’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그는 지금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다는 것을.

    ‘덕분에 아모레를 부를 필요도 없었고 말이야.’

    “도, 도대체……!”

    그들은 멀쩡하게 나타난 루카스의 모습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발전이 없군. 아, 발전이 없다기엔 그놈들은 이미 죽었지.”

    루카스가 피식 웃었다.

    “도망쳐!”

    -파앗! 파앗!

    빠르게 흩어지는 신형들.

    “그래. 그래야지.”

    순식간에 흩어진 십여 명의 마족들. 하지만 루카스는 제자리에 선 채 정면을 응시할 뿐,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조금 더 기다려 볼까.”

    사실 제 발이 묶이고 마법이 쏟아졌을 때 가까스로 빠져나온 루카스는 생각했다.

    이대로 저들을 한 번에 덮쳐 모두 죽일까. 아니면 모습을 드러내고 도망칠 시간을 줄까.

    그가 선택한 것은 후자였다.

    ‘본거지를 찾아주지.’

    마계에서 지상으로 향하는 게이트는 계속 열리는데, 정작 그들이 머무는 본거지는 찾을 수 없는 실정이었다.

    ‘한 놈만 조진다.’

    루카스는 그들 중 가장 우두머리로 보이는 이 하나에게 표식을 남겨뒀다. 이제 그들이 본거지로 돌아가기만 기다리면 된다.

    ‘그래도 다행이군. 저들이 나를 다시 공격하려 했으면 일이 틀어졌을 텐데 말이야.’

    이제 다시 잔잔해진 호수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제 슬슬 가볼까.”

    그제야 루카스가 제 몸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고 추적 마법을 펼치던 때.

    -두둥.

    하늘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불길한 소리에 루카스가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고는 하늘을 올려봤다.

    그러자 하늘에서 작은 빛과 함께 한 존재가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존재가 지상과 점점 가까워지자 빛이 줄어들며 모습이 정확히 보이기 시작했다.

    “……?”

    하지만 정작 보여야 하는 다른 존재는 보이지 않자, 루카스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한번 하늘을 올려봤다.

    “혼자 왔나?”

    [그렇다.]

    하늘에서 내려온 존재는 커다란 한 쌍의 날개를 빛내며 우아하게 땅에 발을 디뎠다.

    “타라스는?”

    그는 분명 예전에 루카스의 앞을 막아섰던 천사였다. 하지만 웬일인지 타라스는 보이지 않았다.

    [감히 네깟 놈이 입에 함부로 담을 존재가 아니시다!]

    -콰쾅!

    고성과 함께 터져 나온 바람에 루카스가 선 땅이 움푹 파였다.

    “하. 어이가 없군.”

    루카스가 한 손을 들어 흙먼지를 날려버렸다.

    [네놈에게 경고를 하러 온 것이다.]

    “감히 건방진 천사 새X가.”

    루카스가 이를 부득 갈며 낮게 그르렁거렸다.

    [뭐라?]

    “X만 한 천사 새X가 어디 감히…….”

    루카스는 지금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안 그래도 조금 전 마족들 한무리에게 공격을 당해 심기가 불편했는데, 갑자기 천사가 튀어나왔다.

    게다가 위대하신 존재 운운하며 저를 네깟 놈이라 칭하다니.

    [……죽고 싶은 게냐?]

    천사 역시 분노에 날개를 부르르 떨었다.

    “너 뭔가 착각하나 본데.”

    머리끝까지 차오른 분노에 정신은 오히려 차가워지고 맑아졌다.

    천사에게 한 발짝 다가선 루카스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말려 올라갔다.

    “내가 죽으면 넌 어떻게 될 것 같냐. 그리고…….”

    루카스가 손을 들자 검은 구체가 생겨났다. 응축된 마기와 신력이 섞인 힘이었다.

    “진심으로 네가 날 죽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가, 감히 네 놈이!!! 인간 따위가 어떻게!!!]

    그것을 본 천사가 분개해 소리쳤다.

    [건방진 인간 놈. 죽여주마!]

    날개가 활짝 펼쳐지더니 새하얀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콰콰쾅! 쾅! 콰쾅!

    “어이가 없다니까.”

    하지만 그 공격에도 루카스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모습으로 그저 제 손에 있는 검은 구체를 빙글 돌려 보일 뿐이었다.

    “천사 따위가 감히 이런 같잖은 힘을 믿고 설치다니.”

    검은 구체가 크기를 키워갔다.

    [네놈의 그 얕은수에 당해줄 것 같으냐!]

    그가 날개를 한번 펄럭여 크게 물러섰다.

    [어두운 곳에 빛이 있으리라.]

    그가 날개 아래로 한 손을 가져가자 새하얀 빛줄기가 손끝에 딸려 나오더니.

    [빛이 있는 곳에 어둠이 있으리라.]

    빛줄기가 어느새 창으로 변해 루카스의 목을 노렸다.

    [지금이라도 목숨을 구걸해라. 그렇다면 내 자비를…… 이, 이런!]

    루카스가 피식 웃자 그의 목에 닿은 창끝으로 검은 구체가 옮겨갔다. 그에 당황한 천사가 얼른 창을 루카스 쪽으로 내질렀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크아아악!!!]

    새하얗던 날개가 검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지랄하네.”

    루카스가 다시 한번 검은 구체를 손바닥 위에서 빙글 굴렸다.

    “자, 이제 빌어봐라. 그렇다면 네 한쪽 날개 정도는 내가 남겨줄 수도 있잖느냐.”

    [크아아악! 죽여주마!!!]

    그가 창을 내지르자, 새하얀 빛과 함께 검은 빛줄기가 빠르게 쏘아졌다.

    -쿠콰쾅! 콰쾅!

    [죽어라! 건방진 인간 자식!!!]

    -콰쾅! 콰콰쾅! 쾅!

    공격을 퍼붓는 그의 신형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게 움직였다.

    ‘천사는 천사인가.’

    그 공격을 모두 받아내는 루카스 역시 힘에 부쳐갔다. 천사의 공격은 그가 모시는 신과 닮은 신성력을 가졌고, 고위 천사일수록 그 힘과 능력은 더욱 대단했다.

    ‘반격할 틈이 없군.’

    방어 마법을 견고하게 펼친 지금 우레와 같이 쏟아지는 공격을 받아내며 반격할 수가 없었다.

    -콰쾅! 콰쾅!!!

    [안 그래도 마음에 안 들었거늘! 감히 내 날개를!!!]

    분에 차 공격을 쏟아내던 그가 하나밖에 남지 않은 날개 탓에 잠시 휘청였다.

    ‘지금’

    기회를 잡은 루카스가 유지하던 방어 마법을 잠시 풀어내고 텔레포트했다.

    -파앗!

    [이런 쥐새끼같은……!]

    -파스스슷.

    [크아아아악!!!]

    나머지 한쪽 날개마저 잃은 천사가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쯧쯔. 나머지 한쪽마저 잃었구나. 날개가 없으니 네 고고한 신께 돌아갈 수는 있겠느냐?”

    [감히!!! 네놈이!!!]

    루카스의 손에 모인 구체가 점점 크기를 키워갔다.

    “아, 그리고.”

    몸집을 키운 커다란 구체가 천사를 집어삼킬 듯 다가갔다.

    “나도 너 마음에 안 들었어.”

    -츠츠츳!

    [크어어억… 커억…….]

    검은 구체가 천사를 집어삼키자 그곳에 더 이상 천사는 없었다.

    “옘병. 갑자기 천사가 왜 나타나서는.”

    아무런 감흥도 없다는 듯 제 손을 탁탁 털어낸 루카스가 다시 추적 마법을 펼치려는 때였다.

    -두둥…… 둥!

    “하. 또냐.”

    다시 하늘이 울리자, 루카스가 짜증스런 표정으로 그곳을 바라봤다.

    “이젠 혼자가 아니네.”

    타라스가 내려오고 있었다.

    ***

    리에베르크에 나타난 성녀에 대한 소문은 바다를 타고 건너가 퍼지고 있었다.

    “리에베르크? 그 작은 섬나라에?”

    “그렇다니까요.”

    “내가 아는 부활교 그거 맞지?”

    그 소문은 금세 아란트까지 퍼졌고, 광장에 모인 사람들 모두 리에베르크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예. 맞아요. 옛날에 우리 성수 받아서 다들 썼었잖아요?”

    “그랬지. 그랬어. 어휴! 그런데 부활교는 그…… 알잖아?”

    드래곤의 미움을 산 부활교에 대해 사람들은 모두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그게 대수예요? 이번에 다시 두통이 도졌는데 아무리 약을 써도 듣질 않아요. 옛날에 그 성수 한 방울이면 일주일은 괜찮았는데!”

    여인 하나가 두통이 이는 제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말했다.

    “하긴. 그건 또 그래. 아무리 무서워도 당장 아픈 게 더 무섭지 뭐.”

    “맞아요. 맞아.”

    다른 여인의 말에 사람들이 동조했다.

    “아니, 그럼 뭐 리에베르크에라도 가자는 말이에요?”

    “그럴 수는 없죠. 리에베르크가 가깝다고는 해도 거기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데요.”

    다들 다른 나라 사람들을 배척하는 리에베르크의 문화쯤은 모두 알고 있었기에, 괜히 그곳에 갔다가 험한 꼴을 당할까 지레 겁을 먹는 것이었다.

    “근데 있잖아요. 그거 알아요? 사실 부활교는 없어진 게 아니라는 거.”

    그때 말없이 조용히 대화를 듣던 여인이 조심히 입을 열었다.

    “에? 없어진 게 아니라고요? 어. 그러고 보니 신디 엄마가 옛날에 부활교 신실한 신자 아니었어요?”

    다른 여인이 조금 전 입을 열었던 여인을 보며 말했다.

    “예. 뭐…… 그랬죠.”

    “어머나. 신디 엄마. 뭐 아는 거 있구나?”

    부활교의 신실한 신자였던 그녀였다면 무언가 알고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런데 이건 말하기가 좀…….”

    신디 엄마라는 사람이 말을 아끼자, 다른 사람들이 괜찮다며 그녀를 채근했다.

    “사실 부활교 비밀 집회가 있어요. 그곳에선 아직…….”

    겨우 입을 연 그녀가 제 품에서 작은 병을 꺼내 보이자 사람들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어머나! 성수 아니에요?”

    “쉬쉿! 누가 들을라.”

    “아. 쉿.”

    그러자 사람들이 얼른 제 입 앞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다들 비밀이에요. 알죠?”

    사람들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성녀의 등장으로 다시 부활교가 고개를 들고 있었다.

    ***

    “스턴 피에렌테님.”

    “아, 에디 에렌타님.”

    움막에서 사람들을 돌보던 스턴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보며 온화하게 웃었다.

    “전해드릴 소식이 있습니다.”

    “무슨 소식인가요?”

    스턴의 물음에 에디라 불린 중간 사제는 움막 안을 흘끗 돌아봤다.

    “저…….”

    “아. 나가서 말씀하시지요.”

    그 뜻을 알아차린 스턴이 에디를 밖으로 이끌었다.

    “말씀하시지요.”

    움막과 어느 정도 떨어지자, 스턴이 목소리를 낮추고 물어왔다.

    “작은 섬나라인 리에베르크를 혹시 아십니까?”

    “물론입니다.”

    에디의 뜬금없는 질문에도 스턴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웃었다.

    “그곳에 파멜라 피에렌타님이 계신 것 같습니다.”

    “음……?”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아, 스턴 피에렌타님께서 부름을 받고 오시기 전에 계셨던 분입니다. 교주님 곁에 항상 머무시던 분이시지요.”

    “아. 예. 저도 그분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습니다만…….”

    스턴 역시 교주의 곁에서 머물던 여자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었다. 신실한 믿음과 투철한 봉사 정신을 가진 사제라고 말이다.

    하지만 부활교가 무너지자 그녀의 소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모든 사제들이 그녀를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섰지만 모두 실패했다고 들었다.

    때문에 부활교 내에서는 그녀를 두고 부활교단을 배신한 것이 분명하다고 이야기까지 나왔더랬다.

    “아. 혹시 교주님께서 그분과 같이 계신 겁니까?”

    “그건 아닌 듯싶습니다. 젊은 남성과 함께 있다는 소식이 들리기에 저희 역시 조금은 기대했으나, 그분은 그냥 평범한 남성분이라고 하더군요.”

    “흐음…….”

    남자가 같이 있다는 소리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스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하지만 파멜라 피에렌타님께서 가지신 능력이 교주님의 능력과 똑같다고 하더군요.”

    “그게 정말입니까?”

    그 소리인즉 부활교에 새로운 교주가 생겨날 수 있다는 소리였다.

    부활교는 신묘한 힘이 깃든 성수와 병든 사람을 기적처럼 고쳐내는 힘을 바탕으로 커진 종교였다.

    그들은 교주가 이야기하는 새로운 세상인 씨엘로가 있다고 믿었으며, 그 세상에 가기 위해 끝없는 믿음과 신의를 보여왔다.

    하지만 교주가 사라진 지금은 그들이 미쳐있던 그 힘이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교주의 힘과 같은 힘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 준다면, 부활교는 다시 전과 같은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예. 확실합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지체할 시간이 없겠군요.”

    부활교의 새로운 교주. 그가 나타난다면 드래곤의 미움 따위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될 터였다.

    “예. 안 그래도 이미 출발할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가시죠.”

    스턴이 환하게 웃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예. 스턴 피에렌테님.”

    앞장서는 스턴을 따르는 에디 역시 다시 한번 부흥할 부활교에 들뜬 표정이었다.

    ‘그래. 새로운 교주가 생긴다면 그분의 뜻을 더욱 일찍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