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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54화 (154/225)

154화. 스턴을 찾습니다. (1)

방학이 시작되고 며칠이 흘렀지만, 스키르는 아직 시타타에 오지 않았다.

이상했다. 아무리 황제가 죽어 제국이 떠들썩하다고는 하지만, 스키르까지 못 올 이유는 없었다.

시러스 공작은 건재했고 반쯤 미쳐있다지만, 스키르의 형인 스턴이 아직 장남의 자리에 있었다.

‘찾아가 볼까.’

후원을 걷던 루카스가 생각했다.

‘수정구도 받질 않으니.’

그가 아는 시러스 공작은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제 아들에게 나랏일을 맡길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공작은 아무리 정신이 나갔더라도 장남을 끔찍이도 아꼈다.

그런데 차남인 스키르에게 일을 맡긴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았다.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말이지.’

후원을 서성이던 루카스가 결국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

공작저 입구에 들어서자 루카스를 먼저 알아본 사용인들이 다가왔다.

“루카스 님.”

이미 몇 번 드나들며 그들과 안면이 있던 터였다.

“스키르는 어디 있는가.”

그에 눈치 좋은 사용인 하나가 얼른 고개를 숙이고 스키르를 찾아 나섰다.

“응접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고개를 한번 끄덕인 루카스가 발걸음을 옮겼다.

응접실에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키르가 들어왔다.

“루카스.”

“스키르.”

서로의 이름을 불러 짧게 인사한 그들이 자리에 앉았다.

“수정구도 받질 않고 통 오질 않으니 와봤어.”

“아. 그것이…….”

사실 연락하려 했지만 루카스의 얼굴을 보면 하지 않아야 될 말이 튀어나올 것만 같아 피했었다.

“무슨 일 있는 건가?”

“그게…….”

루카스의 물음에도 스키르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을 뿐, 도통 대답을 하지 않았다.

“심각한 일인가 보네. 표정을 보니 말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닌 듯한데.”

“하…….”

스키르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말해봐.”

루카스의 다그침에도 한참을 머뭇거리던 스키르가 입을 열었다.

“사실…… 형님께서 사라지셨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한 일이었다.

“언제?”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스키르에게 굳이 일의 심각성을 알릴 필요는 없기에, 얼른 표정을 감추고 물었다.

“방학이 시작되기 며칠 전이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일주일쯤.”

정확히는 모른다? 그 말인즉 시러스 공작이 스키르에게 알리기 전에, 먼저 사라진 스턴을 찾기 위해 애를 썼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일주일도 더 전이었을 수도 있겠군.’

스턴은 이미 전과가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마족들과 관련된 전과였고 지금 그가 사라진 것 역시 그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형님께서 점차 나아지고 계셨으니 별다른 일은 없을 거다.”

“그래. 너무 걱정하지 마.”

어찌나 걱정했는지 몰라도 스키르는 며칠 사이에 폭삭 늙어있었다.

“걱정은 무슨…… 나는 괜찮다. 형님께서도 괜찮으실 거고.”

“그래. 공작님은 지금 어디 계셔?”

“아버지는 지금 집무실에 계시다.”

“공작님께 인사를 좀 드리고 싶은데.”

루카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버지께선 지금…….”

스키르가 머뭇거렸다.

원래 같았으면 시러스 공작이 먼저 저의 방문 소식을 듣고 찾아왔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만 보아도 그의 상태가 허허롭게 인사를 주고받을 만큼 좋지 않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인사는 드려야지.”

루카스가 평소와 달리 고집을 피우자, 스키르 역시 하는 수 없다는 듯 따라 일어섰다.

‘스키르를 여기 두면 걱정으로 조만간 늙어 죽겠어.’

그는 시러스 공작과 말을 나누고 스키르를 시타타로 데려갈 생각이었다.

앞장서는 스키르를 따라 공작의 집무실에 도착하자, 사용인이 루카스의 방문을 알렸다.

“오, 루카스!”

이어 문이 열리자 시러스가 활짝 웃으며 루카스를 반겼다.

“안녕하세요. 공작님.”

“그래. 오랜만이구나. 그동안 더 훤칠해졌어!”

“감사합니다. 그간 안녕하셨지요?”

“그럼. 안녕하다마다.”

안녕했을 리가. 시러스 역시 스키르 못지않게 안색이 좋지 않았다.

자리에 앉은 그들은 얼마간 서로의 안부를 묻는 등 시답잖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공작님. 오늘 돌아갈 때 스키르 형님과 같이 돌아가고 싶습니다만…….”

루카스가 최대한 맑고 깨끗한 눈을 하려 애쓰며 공작을 바라봤다.

“…….”

그 모습을 본 스키르가 입을 살짝 벌리고 루카스를 향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도대체 지금 뭐 하는 거냐는 듯 말이다.

“스키르와 말이냐?”

“예. 아시다시피 방학마다 형님과 함께했는데, 없으니 너무 허전해서 말입니다.”

다시 눈을 빛내는 루카스.

“그, 그러려무나.”

공작의 눈에 당혹감이 스쳤다.

“감사합니다. 공작님.”

루카스가 싱긋 웃었다.

‘젠장 할.’

하지만 속엔 짜증이 가득했다.

‘어쩌겠나. 이 자식을 데리고 나가야겠는데.’

그러곤 스키르를 향해 손을 뻗고는 외쳤다.

“가자!”

아주 해맑게 말이다.

***

“루카스. 아까 그 표정은 도대체 뭐라는 말인가.”

“몰라도 돼.”

“게다가 형님이라니……? 내가 형인 걸 잊은 줄로만 알았는데.”

“시끄러워.”

아까의 상황을 생각하니 루카스 역시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스턴이 사라진 마당에 스키르까지 데리고 냅다 가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게다가 공작은 스턴이 사라진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을 테니, 최대한 자연스럽고 빠르게 스키르를 빼내는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제 아들의 친구인 루카스가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아무런 이유 없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었을 테니.

“다 했으면 가자.”

“그런데 이대로 아버지를 두고 가도 괜찮은지 모르겠다.”

“괜찮아.”

“그래.”

괜찮다는 루카스의 말에 스키르는 안도했다.

‘루카스가 괜찮다고 하면 진짜 괜찮을 거니까.’

그가 하는 말은 왠지 모르게 모두 신뢰가 갔다. 그러니 루카스가 괜찮다고 했으니 진짜 모두 괜찮을 것이다.

“가지.”

루카스의 팔 위에 손을 얹는 스키르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왔다.

***

시타타에 스키르를 데려다 둔 루카스는 이제 본격적으로 스턴 찾기에 돌입했다.

“X만 한 자식. 조용히 좀 있으면 어디 덧나?”

짜증이 솟구쳤다.

예전에 스턴이 사고를 쳤을 때가 생각났다.

알베르토의 같잖은 수에 넘어가서는 제 부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스키르까지 위협했었다.

“내가 아니었으면 아만의 손에 찌그러져 죽었을 게 이제 좀 살만하다고 또 나가서 지랄을 떨어?”

이제 더 이상 알베르토도 없고, 그가 부활했던 부활교의 교주도 없었다.

‘그럼 도대체 누가 이 같잖은 자식을 데려갔을까.’

도대체 스턴이 사라질 이유가 뭐라는 말인가?

그가 미래가 촉망받는 마법사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어디에도 없는 엄청난 인재인 것은 아니었다.

그런 그를 왜 굳이 또 데려간다는 말인가.

‘정신도 아직 오락가락할 텐데 말이야.’

아만의 정신교육으로 스턴은 몇 년째 온전한 정신이 아니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허공에 마법을 쏘았으며, 사용들에게 욕지거리를 하다가도 갑자기 바닥에 납작 엎드려 빌기도 했다고 한다.

공작가에선 그런 소문을 막기 위해 최대한 사용인들의 입단속을 했지만, 어디 사람 입이 단속한다고 다물어지는 것인가?

소문은 제피로스의 바람만큼이나 빠르게 퍼져나갔고, 몇 년간 공작가는 머리 아픈 일들에 시달려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얼마 전부터 스턴의 상태가 눈에 띄게 나아졌다는데…….

“하. 이걸 어디서 찾는다?”

그런데 그런 스턴을 누군가 데려갔다.

“제 발로 나갔을 수도 있겠어.”

단순 가출인가도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남모르게 걸어둔 추적 마법이 풀려있었다.

‘스턴의 방을 좀 뒤져야겠군.’

그렇다면 그가 머물던 곳에 단서가 될만한 것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

-파앗!

루카스가 다시 공작저로 텔레포트했다.

스턴의 방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단서가 될만한 게…….’

서랍을 비롯한 곳곳을 샅샅이 뒤졌지만, 어디에도 단서가 될만한 것은 없었다.

‘여기도 별게 없군.’

편지들을 모아둔 상자에도 시시콜콜한 사교계 얘기가 담긴 내용들이 들었을 뿐, 남다른 것은 없었다.

“찾았다.”

그때 눈에 들어온 작은 병 하나. 언뜻 보기엔 향수병이나 다른 평범한 병처럼 보였지만, 루카스가 분명 아는 것이었다.

‘부활교의 성수 병.’

루카스가 알기로 공작가는 부활교가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배척했다.

같잖은 사이비 종교 집단이 물을 흐린다고까지 얘기했으니, 이 성수병을 공작가가 직접 들인 것은 아닐 터.

그렇다면 스턴이 간 곳이 어딘지 짐작하는 것은 쉬웠다.

“끝까지 속을 썩이는군.”

혀를 쯧 차 보인 루카스가 다시 텔레포트했다.

***

앨리가 부활교를 쓸어버린 이후 드래곤들은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을 움직이는 것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밝혀졌으니 더욱 주시를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거기가 중심이라는 소리냐?”

때문에 루카스는 아만에게 수정구로 그들의 행방을 묻는 중이었다.

-네.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알겠다.”

-로드. 그런데 왜 수정구로 연락을 하십니까? 찾아오시지 않고요.

아만이 의심스럽다는 듯 물어왔다.

“그냥.”

정말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아만을 직접 찾아가는 게 빠르긴 하겠지만, 가끔은 이렇게 수정구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서운하네요. 거기 어딥니까?

“몰라도 된다.”

루카스의 말에 아만이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흥.

아만이 팔짱을 단단히 끼고는 고개를 홱 돌렸다.

“흥?”

-예. 흥입니다. 흥!

어이가 없어 되물었지만, 아만은 더 큰소리로 ‘흥’을 외치고는 연결을 뚝 끊어버렸다.

“허?”

어두워진 수정구를 멍하니 바라보던 루카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정신 이상한 도마뱀 자식 같으니라고.”

요즘 들어 좀 말짱해졌나 싶었더니 역시나 아니었다.

마레 호수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다시 마음이 편안하게 가라앉았다.

“언제 봐도 좋군.”

드넓은 호수의 잔잔한 물을 보면 제 마음도 잔잔해지는 이 기분이 참 좋았다.

몇 번이나 깊게 숨을 들이켜 맑은 공기를 마시던 그의 미간이 순간 찌푸려졌다.

“공기가 탁해졌군.”

주변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기운. 이것은 분명 마족들의 것이었다.

‘나를 노리고 온 건가.’

느껴지는 기운으로만 봐도 숫자가 상당했다. 게다가 실력 또한 만만치 않은 듯 보였다.

‘몇인지도 알 수 없다라…….’

주변의 기운을 이 정도로 깔끔히 지워냈다는 것은 상위 클래스의 마법사가 최소 셋 이상이라는 뜻이었다.

게다가 마족들은 대부분 마법에 능통한 자들이니, 다른 이들 역시 무시할 만한 실력은 아닐 것이다.

‘이 정도면 확실히 나를 노리고 온 게 맞군.’

루카스의 말 한마디에 주변의 공기가 살의로 들끓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그들이 저를 죽이겠다 작정하고 온 것은 확실해졌다.

‘선수필승.’

루카스의 몸에서 마력이 들끓기 시작했다.

-쿠콰카카캉!

한 번에 터져나간 방대한 양의 마력이 온 숲을 불태우자, 곳곳에서 검은 그림자가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파팟! 팟! 팟!

빠르게 시전되는 텔레포트.

“죽여라!”

누군가 소리치자 거대한 마법진이 발동되며 루카스를 속박했다.

“크윽!”

당황한 루카스가 제 몸을 속박한 마법진을 보며 신음했다.

언제부터 준비했던 것인지 몰라도 마법진의 완성도는 상당했다.

‘드래곤이라도 잡을 생각인가.’

루카스의 몸이 묶인 것을 확인한 마족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쏟아지는 공격 마법.

-콰쾅! 쾅! 콰쾅!

루카스가 선 땅이 움푹 패고, 희뿌연 연기가 피어났다.

-콰직! 콰지지직!

그럼에도 끊임없이 쏟아지는 공격.

“이 정도면 죽었겠죠?”

“당연하지. 이 자리에 마법진을 준비한 게 벌써 몇 주짼데!”

“하긴…… 이 정도면 드래곤도 죽었겠어요.”

움푹 팬 땅으로 다가오는 마족들.

“콜록! 어휴. 연기 봐. 그러니까 전격이랑 얼음은 같이 쓰지 말랬잖아요.”

한 마족이 나서서 바람을 일으켜 연기를 모두 날리자, 푹 패인 구멍이 드러났다.

“아무것도 없는데요?”

“야. 잿더미가 된 거겠지.”

“아.”

“멍청하긴. 됐다. 이제 가자.”

그들이 돌아서려는 때였다.

“정말이지 멍청한 족속들이군.”

너무나도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난 루카스.

“이번엔 그래도 조금 기대했는데 말이야.”

루카스가 한쪽 입꼬리를 씨익 말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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