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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47화 (147/225)

147화. 친절한 리월씨 (2)

약속대로 리월은 금방 돌아왔다.

“자, 이제 여기서부터 하루를 꼬박 가야 제가 말씀드렸던 무인도가 나옵니다. 섬 크기는 작으나 위협이 될만한 몬스터도 없고 왕래하는 사람도 없는 곳입니다.”

돌아온 리월이 파멜라에게 줄 물건들 한 보따리를 힘겹게 내려두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곳까지 이 배로 하루를 가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바람이 바뀌는 때엔 저희도 쉬어 가야 할 겁니다.”

“네.”

리월의 배 크기를 봤을 때 그 정도쯤은 이미 예상했던 바였다.

“혹시 시장하진 않으신가요?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식량을 넉넉히 사왔습니다.”

리월이 식량이 담긴 배낭을 탁탁, 두드렸다.

“…….”

안 그래도 배가 고프던 참이었다.

“자, 여기. 방금 사온 것부터 드셔 보세요. 구운 샌드위치입니다.”

리월이 아직 따끈한 샌드위치 하나를 내밀자, 파멜라의 눈에 왈칵 눈물이 차올랐다.

“어, 어! 괜찮습니다. 다른 것도 많으니 싫으시면 꼭 드시지 않으셔도…….”

파멜라의 반응에 리월이 당황한 듯 배낭 안에서 다른 음식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뇨.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눈물을 거칠게 닦아낸 파멜라가 고개를 저으며 샌드위치 포장을 벗겨냈다.

‘……폴라.’

폴라와 함께 먹었던 샌드위치가 생각났다. 제게 왜 자꾸 이런 나쁜 일들만 생기는 것인지 원망스러웠다.

‘이제 좀 행복해지나 싶었는데…….’

폴라가 눈물과 함께 샌드위치를 꾸역꾸역 넘겼다.

“목 막힙니다. 여기 물도 같이 드세요.”

리월은 더 이상 묻지 않고 물통 뚜껑을 열어 파멜라에게 건넸다.

“괜찮으니 펑펑 우셔도 됩니다. 바다엔 듣는 이가 없으니 말입니다.”

리월이 묵묵히 밧줄을 정리하며 말했다.

“흐어어어엉!”

그러자 묵었던 파멜라의 눈물이 터져 나왔다.

***

항해는 순조로웠다. 리월은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멀미약을 건넸고, 그 덕인지 멀미도 하지 않았다.

바다 한가운데서 맞는 밤은 생각보다 무섭지 않았다.

“와아…….”

배가 지나는 자리마다 환한 빛을 뿜는 바다를 보며 파멜라가 감탄을 내뱉었다.

“예쁘지요?”

“네.”

“저도 별바다를 참 좋아합니다.”

“별바다요?”

파멜라가 묻자 리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는 그렇게 부릅니다. 반짝이는 것이 꼭 별이 부서지는 것 같지 않습니까?”

리월이 활짝 웃었다.

‘아냐. 말도 안 돼.’

그에 가슴이 잠깐 두근거렸던 파멜라가 얼른 고개를 저었다.

“저어기 보이십니까? 오늘은 달이 밝아서 보이는군요.”

리월이 손을 뻗어 가리킨 곳엔 작은 섬이 있었다.

“저곳이 잠시 쉬어 갈 야영지입니다.”

“아.”

그러자 파멜라의 가슴이 다른 의미로 뛰기 시작했다.

‘내게 나쁜 짓을 하면 어쩌지?’

저곳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섬이었다. 게다가 리월은 건장한 사내이니 걱정이 되었다.

‘아냐. 나쁜 짓을 하려거든 숲에서라도 했을 거야.’

나쁜 생각을 다시 지워냈다.

“저곳은 그래도 제가 왕왕 다니는 곳인지라 나름 비상 물품들이 있습니다. 보면 놀라실지도 몰라요.”

리월이 배 위를 분주히 다니며 말했다.

흩날리는 리월의 주홍빛 머리가 달빛을 받아 반짝였다.

‘예쁜 머리 색이네.’

그제야 생각했다.

“아쉽지만 이곳에서 내려서 걸어가야 합니다.”

배는 백사장에서 십여 미터쯤 떨어진 곳에 정박했다.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물에 들어가야 했다.

“절대 안 볼 테니 편히 내려오세요.”

먼저 배에서 내린 리월이 고개를 저만치 돌리고는 손을 내밀었다. 혹시 파멜라의 치마 속이 보일까 배려한 듯 보였다.

“감사합니다.”

그의 손을 살짝 붙잡은 파멜라가 폴짝 뛰어내리자 풍덩, 하고 작게 물보라가 쳤다.

“아.”

차가운 물의 감촉에 놀란 파멜라가 몸을 흠칫 웅크렸다.

“자, 천천히 오세요.”

파멜라의 손을 잡고 에스코트하는 리월.

‘배려심이 넘치는 사람이야.’

그의 뒤를 따르며 생각했다.

“자, 여기 잠시 계세요. 필요한 것들을 챙겨올게요. 그리고 이거 먼저 덮고 계세요. 이따 갈아입을 옷을 드릴게요.”

리월은 파멜라를 위해 새로운 옷까지 장만한 듯 보였다.

‘세심해. 정말.’

짧은 시간 안에 이 모든 걸 샀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감사해요.”

파멜라가 감사 인사를 전하자 리월은 활짝 웃으며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겸손하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파멜라는 그가 퍽 마음에 들었다.

***

무인도에서의 밤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쏟아질 듯 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벗 삼아 리월과 대화를 했고 혹여 젖을까 리월이 팔을 높게 들어 가져온 새로운 옷과 침낭은 보송했다.

능숙한 솜씨로 불을 피운 리월은 혹여 파멜라가 데이거나 뜨거울까 싶어 중간중간 손을 뻗어 불이 닿는 온도를 확인했다.

“괜찮아요.”

바람에 모닥불이 춤추자 다시 한번 리월이 손을 뻗었을 때였다.

“하하. 혹시 데이실까 봐…….”

몇 번째인지도 알 수 없는 그의 세심한 배려에 파멜라는 이제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게다가 살면서 이런 친절을 받아본 것도 처음이었다.

“저…….”

결국 머뭇거리던 파멜라가 입을 뗐다.

“네?”

“혹시 리에베르크는…… 어떤 곳인가요?”

파멜라의 질문에 활짝 웃은 리월이 신이 난 듯 말을 시작했다.

“리에베르크는 아주 평화로운 곳이지요. 저희는 어려운 사람을 지나치지 않아요. 저희와 섞여 사는 것은 뭐…… 아시다시피 굉장히 어렵지만 한번 섞이게 되면 주민이 아닌 가족이 될 겁니다.”

흔들리는 파멜라의 마음을 붙잡으려는 듯 달콤한 말을 쏟아냈다.

“외로울 일은 없을 거예요.”

그 말에 파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언젠가 그곳에 꼭 가보고 싶네요.”

파멜라의 말에 리월은 약간 실망한 기색이었지만, 이내 미소지었다.

“물론이죠. 그리고 제가 종종 파멜라 양을 찾아가겠습니다. 무인도는 외롭거든요.”

***

“하하하. 벌써 거기까지 진척이 되었다니. 역시 교활하기로 소문난 아이답구나.”

그래드의 모습으로 분한 마왕 야스탄과 그의 신하 테드라스.

그들은 들려온 소식에 기분이 좋은지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예. 게다가 이번 일에 성공하면 왕께서 면죄부를 주겠다 하셨으니 더욱 열심일 겁니다.”

“그래. 네가 고생이 많구나.”

“아닙니다. 아, 그리고 게이트 연구에 진척이 있다 합니다.”

“그래. 들었다.”

테드라스의 말에 야스탄이 제 팔을 내려보았다.

“몸의 주인에게 고마운 일이 많구나.”

그러고는 손을 앞뒤로 뒤집어 찬찬히 살폈다.

“감사는 전할 수 없지만 말이야.”

“언제쯤 본체로 오실 계획이십니까.”

“모든 일이 술술 풀리니 미룰 게 있겠느냐.”

야스탄의 한쪽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오늘 밤 아란트 제국 황제의 서거를 알리거라.”

“예. 폐하.”

그렇게 마왕이 돌아왔다.

***

아란트 제국 황제의 갑작스러운 서거에 제국민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직 앞날이 창창하신 분인데 이게 무슨 일이래요?”

“어휴. 내 말이 그 말이에요.”

여인 둘은 나부끼는 하얀 깃발을 보며 혀를 찼다.

“아니, 그보다 후계가 없으시잖아요?”

“안 그래도 지금 그것 때문에 난리도 아니래요. 저희 사촌 하나가 중앙 귀족가 하인으로 일하잖아요? 그쪽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고 오늘 만나서 이야기하더라고요.”

큰 문제였다. 후계자가 있어야 새로운 왕이 있을 것인데, 그래드는 후계는커녕 형제조차 없었다.

있는 형제 하나를 제 손으로 죽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 원래 먼 친척을 찾아서라도 데려오거나 하지 않나요?”

“그거야 그렇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황제 자리에 앉혀서 되겠어요? 왕자나 공주들은 후계자 수업 같은 걸 받잖아요.”

갑작스레 죽어버린 황제에 후계자가 없는 제국.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왕권 다툼의 시발점이나 다름없었다.

“아, 그럼 오닐 공작가에서 나서는 거 아니에요?”

“에이. 설마요. 오닐 공작가가 뭐가 아쉬워서 황제 자리를 탐내요?”

“그것도 그래요.”

아무리 힘이 센 귀족가라도 황제 자리를 탐하는 것은 반역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후계가 없다고는 하나 왕족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에휴. 우리가 고민하고 걱정한다고 뭐가 달라지나요? 우리는 그저 귀족님들 싸움에 말려들지 않기만을 바라는 거지요.”

“로디네 엄마 말이 맞아요. 우리가 무슨 힘이 있겠어요.”

그들이 힘없이 웃었다.

***

“그래드가 죽었다?”

“예.”

“그 말인즉 마왕이 지상으로 올라왔다는 것 아닌가.”

아만과 마주 앉은 루카스 역시 심각한 표정이었다.

오랜 조사 끝에 황제의 몸을 차지한 그래드에 대해 알아낸 것이 바로 얼마 전이었다.

때문에 그래드의 행적을 예의주시하며 큰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는데 그런 그가 죽었단다.

“마족들의 움직임은?”

“아직까진 잠잠합니다.”

“……아직까진 잠잠하다라.”

그래드가 본체로 돌아온다면 지상에 온전한 마왕을 얻은 마족들이 발 빠르게 움직일 것이었다.

“지상에 있는 마족들의 숫자는 파악이 되는가?”

“휴! 숫자 파악은커녕 그들이 어디쯤 머무르는지도 못 찾고 있습니다.”

아만이 한숨을 푹 쉬고는 제 이마를 만지작거렸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저희도 그게 궁금합니다. 아버지 역시 장로님들과 함께 찾고 있는데 흔적이 없다고 합니다.”

“주기적으로 게이트가 열리는데 마족은 없다? 그건 말도 안 된다. 지상에 그들을 숨겨주는 누군가 있는 것이 아니면…… 설마?”

루카스와 아만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지상에 그들을 돕는 자가 있다면? 그게 혹시…….

“연락이 닿지 않는 일족이 있는가?”

“에이 설마요. 설마 우리 일족이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잖습니까.”

“아만. 모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루카스는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몇몇 이름을 가만히 떠올렸다.

“천 년 전 마족들을 몰아내는 것에 반대하던 이들이 몇 있었다. 그들과의 교류가 퍽 즐거웠던 이도 있었고 평화를 중시하는 용도 있었지.”

“에이! 설마요!”

하지만 아만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아만?”

“로드?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아니, 일족 중에 마족을 돕는 이가 있다고요?”

아만이 눈을 크게 뜨고 따졌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 하지만 그런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허.”

루카스의 말에 아만이 헛숨을 내쉬고는 의자에 털썩 기댔다.

“드래곤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아만. 그리고 그들을 돕는 것 역시 그들의 뜻일 수도 있지. 일족의 뜻이 모두 같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

드래곤은 개인주의가 강한 종족이었다. 하나하나 모두 잘난 이들뿐이니 당연한 일이었고, 그들의 의견을 모으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루카스는 일족 중 누군가가 마족을 돕고 있다는 생각을 쉽게 떨쳐내지 못했다.

“하지만 가능성일 뿐이다. 하셀과 내가 직접 이야기를 해봐야겠구나.”

루카스의 말에도 아만은 충격받은 표정으로 입을 떡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누가 보면 이미 배신당한 줄 알겠구나. 그러니 그 입 좀 다물어라.”

루카스의 말에 아만이 합 하고 입을 다물었다.

“진짜면 어떡하죠? 로드의 말씀대로 누군가 정말 배신을 한 거면 어떡합니까?”

“……배신이라고 할 것까지 있겠느냐. 그저 돕고 싶은 쪽에 선 것이겠지.”

그 말에 아만의 입이 다시 떡 벌어졌다.

“아니길 바라자꾸나.”

하지만 루카스 역시 이 찝찝하고 짜증 나는 의심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마족들이 분명 지상에 올라오고 있음이 분명한데, 그들의 숫자는 고사하고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니길 바란다만.’

루카스 역시 일족이 그런 일을 하지 않았길 바라는 중이었다.

“하셀에게 가지.”

“예.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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