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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46화 (146/225)
  • 146화. 친절한 리월씨 (1)

    관광을 마친 아이들은 기에스티오가 소개해 준 실력자들을 만나 정보를 교류하고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벌써 가시는 겁니까?”

    루카스의 인사에 기에스티오와 아이들이 아쉽다는 표정을 해 보였다.

    “예. 시간이 늦었으니… 하지만 괜찮다면 다음에 또 와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물론이고 말고요. 그런 질문을 하시다니 정말 서운합니다.”

    “하하. 그리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루카스는 제 친구들이 저리도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언젠가 꼭 다시 오리라고 마음먹었다.

    ‘껍데기만 어른일 뿐, 내게는 아직도 어린아이들이다.’

    오늘 루카스는 일행들을 보며 언젠가 보았던 인간 부모를 떠올렸다. 어느 도시 축제였다. 그들은 온종일 뙤약볕에서 밭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 손을 붙잡고는 늦은 축제를 보러 나섰다.

    당시 루카스는 생각했다. 저깟 축제는 언제든 또 열릴 것인데 어찌하여 지친 몸을 이끌고 나왔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 루카스는 깨달았다.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군.’

    정말 오늘만큼은 여태 겪었던 피곤한 모든 일이 잊히는 기분이었다.

    “언제든 또 놀러 오십시오. 여러분들의 방문이 저희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에스티오의 옆에 선 다른 세이렌이 말했다.

    “도움은 제가 훨씬 많이 받았는걸요.”

    그러자 넬라가 수줍게 웃으며 그의 말에 대답했다.

    “하하. 넬라 양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저 역시도 오늘부터 새롭게 정령술을 연마할 것입니다.”

    그는 넬라와 정령술에 대해 긴 이야기를 나눴던 페라스 루베른이었다.

    “다들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루카스의 말에 아이들 역시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그럼…….”

    일행들을 바라보는 세이렌들의 표정에서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왔다.

    “우리 물고기 친구들을 잊지 마십시오!”

    텔레포트를 시전하려는 때 들려오는 마지막 말에 아이들은 모두 함박웃음을 지었다.

    “푸흡!”

    “하하하!”

    덩달아 피식 웃은 루카스가 손을 흔드는 그들을 뒤로한 채 텔레포트했다.

    ***

    “하아… 하아…….”

    숲에 숨어든 파멜라는 하루하루가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사투였다.

    “으읏! 차!”

    식물이나 열매 따위는 먹을 수도 없었다. 혹시 모를 독성 때문이었다. 때문에 파멜라는 나무뿌리를 캐고 나무껍질을 벗겨 삶아 먹으며 버텼다.

    “하아… 이럴 줄 알았으면 공부라도 조금 해둘걸.”

    마른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때며 생각했다.

    “배고프다…….”

    간사했다. 그저 살고만 싶었을 뿐인데, 제 몸은 너무도 간사하게 본능에 충실했다.

    “하아…….”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음식들.

    “조금만 쉬어야겠다.”

    이곳에 온 지 며칠째인데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낡은 오두막은 온갖 벌레와 들쥐의 숙소였고, 그들에게 퇴거 명령을 내리는 데에만 꼬박 하루가 소요됐다.

    다행히도 오두막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작은 냇가가 있었다. 파멜라는 그곳에 가서 오두막 안에 남아있던 모든 이불이며 집기류들을 빨고 씻어냈다. 그러는 데 꼬박 또 하루가 흘렀다.

    중간중간 주변을 둘러보며 아는 열매나 풀 따위를 찾아도 봤지만 그건 소용이 없었다.

    “힘들다.”

    작은 바위께에 몸을 기댄 파멜라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기요! 저기요!”

    얼마나 흘렀을까. 파멜라는 제 몸을 흔드는 낯선 손길에 눈을 번쩍 떴다.

    “괜찮으세요?”

    입을 벌려 당장이라도 소리를 지르려 했는데 그보다 친절한 목소리가 한발 빨랐다.

    “아.”

    파멜라의 입에서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저를 기억하십니까?”

    제 몸을 흔든 사내는 다름 아닌 파멜라가 얼마 전 구 주었던 그 사내였다.

    “…….”

    파멜라의 표정이 굳어지자, 사내는 한발 물러서서 인사를 꾸벅 건넸다.

    “저는 리월 번이라고 합니다. 지난번에 감사했다는 인사를 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고는 사내가 봇짐을 열어 작은 꾸러미를 건넸다.

    “안색이 안 좋습니다. 먼저 이거라도…….”

    꾸러미 안에는 싱싱한 사과 한 알과 함께 샌드위치가 든 봉투가 있었다.

    “……!”

    파멜라의 손이 봉투를 탁 낚아챘다.

    “하, 하하…… 많이 시장하셨군요.”

    사내가 머쓱한 듯 제 머리를 긁적였지만, 파멜라는 그런 것 따위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먼저 사과를 크게 한입 베어 문 파멜라가 입안에 퍼지는 단내에 눈을 감고 신음했다.

    “으음…….”

    “천천히 드십시오.”

    허겁지겁 사과 한 알을 모두 해치운 파멜라가 그제야 아차 싶었는지 샌드위치 봉투를 열던 손을 멈췄다.

    ‘배가 고파서 미쳤구나. 파멜라.’

    파멜라는 지금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괜찮습니다. 이곳 주변에 있는 풀과 열매를 살폈는데, 보통의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것들이 많더군요. 독이 든 것도 많았구요. 현명한 처사였습니다.”

    “…….”

    “걱정 마세요. 누구나 사정은 있는 거니까요. 그날의 저 역시도 그랬고요.”

    리월이 사람 좋게 웃자, 파멜라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많이 난처하신 것 같은데 저와 함께 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리월의 말에 파멜라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미 내 능력에 대해 알고 있어.’

    리월은 파멜라가 원치 않게 치료해 준 사람이었다. 게다가 거의 죽어가던 사람을 멀쩡히 살려놨으니, 사내의 속에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몰랐다.

    “걱정하시는 일은 없을 겁니다. 당신의 능력을 탐냈다면 이곳에 저 혼자 오지도 않았겠지요.”

    하지만 파멜라는 믿지 않았다. 지금 파멜라의 세상엔 믿을 사람 따윈 없었다.

    파멜라가 대답 없이 묵묵히 사내의 눈을 바라봤다.

    “그럼 이건 어떠십니까?”

    사내가 품에서 스크롤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이 스크롤은 디바노스로 가는 스크롤입니다. 그리고 저는 리에베르크 사람이지요.”

    사내의 억양을 보니 그 말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리에베르크는 동쪽에 있는 에스나와 그리 멀지 않은 섬나라였다.

    하지만 그곳은 저들만의 문화가 강해 다른 이들이 쉽게 정착하지 못했다. 때문에 리에베르크는 열려있지만 닫혀있는 모순적인 섬나라였다.

    “아시다시피 디바노스는 누구에게나 친절한 관광지이지요. 하지만 관광지인 것이 문제입니다. 그곳으로 간다면 당장은 편안할지 몰라도 당신은 언제나 숨죽이며 살아야 할 겁니다.”

    “……?”

    “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 당장은 편할 겁니다. 이걸 당신께 드리겠습니다. 제가 허튼짓을 한다 싶으면 언제든 찢어서 가시면 됩니다.”

    사내가 스크롤을 내밀었다.

    “하지만 저와 함께 가신다면 제가 아는 괜찮은 무인도에 당신을 내려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에 파멜라가 스크롤과 리월을 번갈아 바라봤다.

    “최소한 그곳에선 이렇게 나무뿌리를 갉아 먹으며 연명하지는 않아도 될 겁니다.”

    리월이 주변에 어지러이 널린 나무뿌리를 쳐다봤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작은 항구가 있습니다. 그곳에 제 배가 있어요. 어차피 이곳에 계시면 사나흘 안에 굶어 죽을 겁니다.”

    파멜라의 눈이 거세게 흔들렸다.

    ‘죽을 수는 없어. 하지만…….’

    제게 친절을 베푸는 저 사내를 믿을 수도 없었다. 그는 파멜라의 능력을 똑똑히 보았으니.

    “선택은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저는 그저 당신께 감사를 표하고 싶을 뿐입니다.”

    사내가 파멜라의 손에 스크롤을 쥐여주었다.

    ‘저 사내의 말대로 디바노스로 간다면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

    스크롤을 만지작거리는 파멜라의 눈이 거세게 흔들렸다.

    ‘게다가 이 스크롤은 디바노스로 가는 게 맞고.’

    스크롤 위에 찍힌 인장을 보니 골드 나인이 제작한 스크롤이었다. 그 아래엔 정확하게 디바노스라고 적혀 있고 말이다.

    골드 나인 상단의 스크롤은 믿을만했다. 그들의 인장은 도용할 수도 없으니 가짜일 리도 없었고 말이다.

    “정말…무인도가 있나요?”

    어차피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매한가지였다.

    “물론입니다. 가는 길에 그곳에서 나는 약초와 열매에 관한 책도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물품들 역시 최대한 마련해 보겠습니다.”

    파멜라가 주춤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말 이 스크롤은 제가 가져도 되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그리고 항구까지는 걸어서 하루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이니 염려 마세요.”

    사내의 얼굴에 기쁨의 미소가 피어났다.

    “당신께 보답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

    결국 파멜라는 사내를 따라나섰다.

    “그런데…… 제가 있는 곳은 어떻게 알고 찾아오셨죠?”

    “하하! 일부러 찾아온 것은 아닙니다. 계시던 곳은 제가 항상 지나는 길목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계셨던 거죠.”

    사내가 호탕하게 웃자, 파멜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연이었구나.’

    “그리고 아까 드렸던 샌드위치와 사과는 제 점심이었구요.”

    “죄, 죄송해요.”

    파멜라가 다급히 사과하자 사내는 손사래를 치며 활짝 웃었다.

    “아뇨! 아닙니다. 미안해하시라고 드린 말씀이 아니라, 그것 역시 당신을 위해 준비한 것이 아닌 그저 제 배낭에 들어있던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의심하시는 것 같아서…….”

    되려 사내가 허둥지둥하며 제 머리를 긁적이자, 파멜라는 의심을 조금 풀어냈다.

    ‘그래. 그저 감사해서 오셨던 거겠지.’

    항구로 향하는 둘은 중간중간 대화를 나눴다.

    리월은 파멜라가 처한 사정이 무엇인지 묻지 않기 위해 애를 썼고, 파멜라는 그런 사내의 배려가 썩 괜찮았다.

    ‘세심한 사람이네.’

    그는 파멜라의 이름을 묻지 않기 위해 대화를 시작할 때에도 어색하지 않게 말을 골라냈다.

    “아, 그거 아십니까? 이곳에 원래 마을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아.”

    “예. 에스나 왕국에서 도망친 사람들이 살았다고 합니다.”

    정말 그가 항상 지나던 길목이었는지 사내는 길목마다 아는 것들을 꾸준히 설명해 줬다.

    “여기 보이시나요? 이렇게 반점이 있는 것들은 대부분 조심하시면 됩니다. 물론 화려한 색과 무늬를 가진 것들도요.”

    리월은 가는 길에 열린 열매와 땅에 난 풀들을 종종 가리키며 설명하기도 했다.

    ‘친절하네.’

    파멜라가 혹시 심심하거나 긴장할까 싶어 세심하게 신경 쓰는 것이었다.

    “저 앞에 보이는 곳이 바로 항구입니다. 이곳에선 얼굴을 가리면 더 이상하게 보니… 저… 잠시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

    파멜라가 말없이 리월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쑥스러운 듯 주춤거리며 파멜라의 팔을 들어 제 팔 위에 얹었다.

    “이렇게 팔짱을 끼고 가면 부부라고 생각할 겁니다.”

    “……아.”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크흠. 그럼 가실까요?”

    파멜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리월과 팔짱을 끼고 항구로 들어서자, 정말 사람들은 그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보셨죠?”

    파멜라는 오두막에서 배를 곯으면서도 바지런을 떤 것을 감사했다.

    ‘옷이 지저분했으면 의심받았을 텐데.’

    리월이 씩 웃자 파멜라 역시 작은 미소로 화답했다.

    “여기서 잠시 기다…… 아니, 저와 함께 가시죠.”

    파멜라를 두고 배를 찾으러 가려던 리월은 말을 도로 집어넣고 파멜라의 손을 다시 이끌었다.

    “이게 제 배입니다.”

    리월의 배는 작았지만 튼튼해 보였다.

    “자, 조심히…….”

    리월이 배에 오르는 파멜라의 손을 잡았다.

    ‘친절하네.’

    그 손을 맞잡은 파멜라가 폴짝 뛰어 배로 올랐다.

    “이곳에서 잠시 기다리세요. 아까 말씀드렸던 책을 사서 오겠습니다.”

    리월이 배 가운데에 작은 텐트를 쳤다.

    “사내 냄새가 난다고 너무 타박 마시고 불편하시더라도 잠시만 이곳에 계세요. 해가 뜨거울 땐 이것만 한 게 없거든요. 아, 그리고 무인도에 잠시 정박할 때도요.”

    쑥스러운지 그가 묻지도 않는 말을 줄줄이 뱉어내자 파멜라가 피식, 웃었다.

    “하하. 뭐 좁긴 해도 두 사람까진 충분히 앉습니다! 해가 뜨거우니 안에 계세요. 금방 오겠습니다.”

    리월의 말대로 텐트는 좁지만, 햇빛을 가리기엔 충분했다. 사실 텐트라기엔 천 조각 몇 개를 이어 붙여 배에 고정한 것이 전부였지만.

    ‘친절하고 세심하네.’

    파멜라가 텐트에 앉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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